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7 분투하는 여자들(3)
    2022년 09월 02일 00시 12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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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75 

     

     

     

     미세하게 풍기는 꽃내음.

     샤리아한테서 나는 걸까.

     그러고 보니 목욕을 못했다.

     세정의 마술을 쓰면 옷과 함께 청결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슬슬 온수가 그리워진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

     "네?"

     "설마, 이 정도까지 세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구."

     원로원이 영맥을 이 정도까지 장악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설마 전 세계에서 마력을 접수할 수단을 얻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건 됐어요. 예전에 할아버님이 고쳐놓았던 협회를 제멋대로 놔둘 수는 없는걸요. 문제는..."

     "...티아겠네."

     "그래. 그거예요 나인 씨. 왜 데리고 왔나요?"

     

     그렇게 말하면 대답하기 어렵다.

     애초에 그 멤버가 나인 일행의 잠복지를 단번에 발견할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미안하다구..."

     "아아, 티아. 나의 귀여운 티아..."

     

     무릎을 감싼 채로, 샤리아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샤리아의 집안은 가족 간의 유대가 강하다.

     특히 그 티아라는 소녀는 그것이 한층 더 돋보인다.

     들어보면 양녀라고 하지만, 여러 가지로 사랑받는 모양이다.

     

     "...사토 군도 걱정돼. 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곳에서 도망칠 가능성은 적다. 원래는 자신이 남아야 했는데.

     

     "사토...사토 소스케 군 말이죠?"

     "그러고 보니 너, 오니가시마 때 만났었다구."

     

     "네. 그 외에도 자주 얘기를 들었어요."

     "화제에 빠지지를 않는다니깐."

     "아뇨, 티아가 빈번하게 그의 이야기를 해서요."

     "..............."

     소스케와 티아는 그렇게나 접점이 많았었나.

     그러고 보면 츠치무라 나에의 사건에서 소스케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그래요. 티아도 참, 소스케 군을 그렇게나 걱정해서는... 애초에 나인 씨를 따라간 이유는 사토 군이 관련되어 있다던데요."

     "호, 호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글쎄."

     나인은 패기 없는 대답을 하면서, 서늘한 오오라를 내뿜는 샤리아와 약간 거리를 두었다.

     그의 여성관계는 가끔 엘리제와 코즈미와 놀러 나가는 정도로 보인다.

     아니, 그러고 보면 미코도 소스케를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이다.

     본인한테 그럴 생각은 없지만, 꽤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우리 비비안도 그래요."

     "뭐? 또 있어?"

     "비비안도 그럴듯한 반응을 보였거든요...

     들어보니 그 아이, 예전에 사토 군과 같은 중학교에 다녔다던데요."

     "...오, 의외로 인기 많네."

     

     "...사토 군은, 여러 여자한테 손을 대는 쓰레기인 걸까요."

     

     "아, 아니... 그런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비비안이 말했어요. 이지스에서 같은 집에서 살았던 때, 그가 온몸으로 쓰러트렸다는데요."

     "진짜루!?"

     "자신을 미드나이트 사토라고 불러 달랬대요."

     

     "자신을!?"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별명을 대는 건지. 그는 때때로 잘 모를 때가 있다.

     

     "...뭐, 할 일은 제대로 하니깐.

     일할 때도 진지하고, 그런 얼굴 치고는 의외로 상냥하고.

     그 부분을 봐주는 여자들이 우연히 근처에 있던 거 아니겠냐구?"

     "확실히 사토 군은 매력적인 사람일지도 몰라요.

     마술사로서 우수한 것도."

     그렇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소스케는 나름 괜찮은 조건이다. 하지만 대체 뭐가 불만인지, 샤리아는 언짢은 얼굴을 고치려고도 안 한다.

     

     "....티아는 아직 어린애이니, 연애는 아직 빨라요."

     "...아니 이제 18살이라구 그 애."

     "저도 아직 이성과 사귄 적이 없단 말이에요."

     "그건 니 문제라구."

     샤리아는 곤란하다는 듯 위를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에 손을 대었다.

     

     "뭐 좋아요. 여차할 때는 떼어버리면 되니..."

     "뭐, 뭐를?"

     "거시기를."

     "너 무섭다구..."

     

     그녀라면 정말 할 것 같아서 무섭다.

     

     "티아한테는 미리온이 붙어있으니 걱정은 없지만, 문제는 코즈미와 타카츠키네요."

     "...응."

     그들 두 사람은 크롬이 데려가고 말았다.

     피폐해진 부분을 노렸다고는 해도, 확실히 말하자면 뼈아프다.

     

     "코즈미는 몰라도, 왜 타카츠키 군까지 납치한 걸까요. 성건은 파괴한 거 맞죠?"

     "그거라구. 대신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메리한테서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관의 부활을 저지하는 일은 성공했을 터. 아나스타샤가 그렇게 했다는데, 파괴 자체는 완벽하게 보였다. 복구가 가능한 자라면 고인인 코린 정도밖에 안 떠오르는데.

     

     "그 마린이라는 녀석이, 코린처럼 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령, 가능하다면, 어떻게 되나요?"

     샤리아가 물었다.

     나인은 짧게 대답했다.

     

     "확실히 세계가 멸망할지도."

     "...그 정도의 상대라고요?"

     "육왕도 쓰러트리지 못할 정도였다구."

     

     지금보다 요마 사냥에 특화된 그 시대에 태어난 그 녀석들조차, 쓰러트리는 데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협회한테서 도망치는 일만을 생각하자구. 이 상황에서 움직이는 건 너무 위험해."

     "...그래요."

     샤리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부상당한 오른팔을 꾹 움켜쥐었다.

     

     

     "나인 씨~ 샤리아 씨~"

     

     

     문득 목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엘리제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왜 그래 에리?"

     "엘리제, 제대로 쉬지 그랬니."

     "아즈마 씨와 드릴 언니가 불러요."

     "쿄와 베르베느가...?"

     

     

     

     그림자 속은 몇몇 방으로 나뉘어 있다.

     샤리아와 나인이 안내받은 곳은, 중앙에 있는 거실 같은 장소다. 그곳에 멤버의 대부분이 모여있다.

     

     "....나인 씨."

     

     이쪽을 눈치챈 프레데리카가 손짓을 한다.

     

     "무슨 일이야? 보초나 보급은 나한테 맡기고 쉬라구."

     "그게..."

     프레데리카는 시선을 돌리며 분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만이 아니다. 베르베느, 리벳, 빅토르와 아즈마 쿄코도 마찬가지다. 엘리제만은 사정을 모르는지, 깜짝 놀란 얼굴로 멍하니 서 있다.

     

     "조금 성가신 일이 생겼습니다."

     빅토르가 눈가리개 위로 눈을 비비면서,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그곳에는 뭔가의 영상이 입체적으로 투영되어 있었다.

     

     "...이건?"

     

     "날려 보낸 소환마의 영상입니다."

     영상 속에서 10명 정도의 사람이 숲 속을 걷고 있다.

     거리가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친 자도 있는 모양이다.

     

     "...많네. 협회의 추격자일까요."

     

     그것 치고는 부상자가 많다.

     뭔가와 싸웠던 걸까.

     영상이 불투명하다.

     

     "티아 님과 동료 분들이에요."

     

     샤리아의 질문에, 리벳이 곧장 대답했다. 뭔가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뭐, 뭐어? 하지만, 그렇다고 전해진 건..."

     "투영된 것은 저화질이지만, 계약자인 저는 직접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야마타노오로치와 로긴스.

     그 외의 특급 마술사한테 전부 붙잡힌 모양이에요."

     "상대가 너무 강해..."

     혼란스러워하는 샤리아를 바라보며, 아즈마 쿄코가 중얼거린다. 설마 이 정도의 전력을 투입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육문 수준이 두 사람이나 있으면 저 멤버로 대항할 수 없다.

     

     "...목숨에 지장이 있는 부상은 아니지만, 로긴스한테 붙잡혔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겠네요."

     "............."

     나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은 있었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유린해 올 줄이야. 절망적인 항전이었음이 틀림없다. 목숨에 지장은 없다고 하지만, 어디까지 괴롭힘 당했을지.

     

     "티아...비비안..."

     샤리아는 입가에 손을 대면서 비장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역시,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도망쳤어야 했다.

     

     "어떻게 할까요, 샤리아 님."

     "도우러 가자."

     샤리아는 바로 대답하면서, 싸늘한 눈동자로 로긴스와 야마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부 죽여."

     

     

     

     

     어두운 암흑 속.

     바깥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광대한 지하공간을, 하얀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광원은 벽의 태반을 점하는 거대한 문쪽에서 오고 있다.

     조금씩 열리고 있는 그것에서는, 예를 들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그 빛을 두 여자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한쪽은 푸른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마른 몸의 소녀.

     손발에 나 있는 푸른 선이 특징적인 신관복은, 소녀의 자그마한 몸을 두르고 있다.

     오른손에는 십자가를.

     왼손에는, 묘한 모습의 뱀이 휘감겨 있다.

     

     또 한쪽은 지팡이를 든 여성.

     챙이 넓은 고깔모자와, 몸의 라인이 보이지 않는 검은 로브. 키는 푸른 머리의 소녀보다 머리 하나만큼 높고, 체격도 한층 더 크다.

     허리까지 기른 금발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데, 입자 같은 빛을 내고 있다.

     그 벽안이 바라보는 곳은 문의 저편.

     소녀와 마찬가지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신역과 우주는, 많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녀석이 있어."

     소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씩씩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그 허공을 나아가면 다른 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신역 또한 다른 세계와 직접 이어져 있어.

     환경도 마찬가지. 저 안에서 사람은 못 살아.

     구성은 다르지만, 인상적으로는 거의 비슷해."

     소녀는 의자에 걸터앉은 채, 문을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틀렸어.

     신역은 우주와는 완전히 달라.

     생명은 자라고 있고, 제대로 중력도 있어.

     무작정 늘어나지도 않아. 한계는 제대로 정해져 있어."

     

     소녀는 반지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이세계끼리는 허공에 떠오른 행성처럼 그 자체가 독립된 것은 아냐.

     어느 쪽이냐면, 바다에 가로막힌 대륙의 관계에 가까워.

     신역은 바다고, 바닷속에 떠 있는 섬이 세계.

     그중 하나가, 디 그리피아."

     드드드.

     문이 또 미세하게 열린다.

     그곳에서 나오는 빛이, 소녀를 스포트라이트처럼 뒤덮는다.

     

     "세계에는 공통점이 있어. 바로 사람이 산다는 점.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력을 지닌 생명체가 살고 있어.

     여태까지 관측해 온 세계는 7종류가 있지만, 어디에나 사람이나 사람과 비슷한 종류가 번성하고 있었지.

     다른 행성은 그렇지 않아.

     생명이 살 수 있는 별은 그리 없어.

     하지만 이세계는 달라.

     저곳들은, 사람이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소녀의 이야기를, 로브의 여자는 가만히 듣고 있다.

     적어도 소녀는 그걸 전제로 계속 말하고 있다.

     

     "설령 우리들이 이주해도, 아무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어.

     하나가 아냐.

     이세계 어디를 가도, 디 그리피아에 사는 자들은 적응할 수 있겠지.

     이건 평범한 일이 아냐.

     우주에서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이세계에서는 상식. 대기, 마소, 물. 어느 것이나 우리의 해가 되는 건 없을 거야."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갑자기 산들바람이 소녀의 머리를 흔들거렸다. 윤기 있는 장발은 바다처럼 푸른색이었다.

     

     "아마, 이세계란 차원을 건너는 게 아닐 거야. 평행세계도 아냐. 애초에 이세계라는 것은 없어.

     모든 것은 세계의 연장선...전부 이어져 있어.

     신역을 포함해, 모든 이세계는 하나의 세계겠지. 가로막은 것이 신역이냐 바다냐.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어."

     소녀는 위를 우러러보면서,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ㅗ브의 여자가 막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네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구나."

     "세계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넓다는 뜻이야, 캐럿."

     "...그래."

     캐럿이라 불린 여자는 맥없는 대답을 하고서, 지팡이 끝으로 조금 흐트러진 모자를 고쳐 썼다. 소녀와는 오랜만에 만나지만, 여전히 뜬금없다.

     개문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거였으면 조금 늦게 올 걸 그랬다.

     

     "하지만, 차원 항해는 의외로 시간이 걸리는구나. 그대가 오고 나서 얼마나 지났나?"

     "신역에 건널 뿐이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아.

     문제는 범위. 여러 사람이 이동할만한 길을 만드는 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런가."

     캐럿은 한숨을 짓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서 발꿈치로 소리 내었다. 그러자 밑의 지면이 부풀어 오르더니, 커다란 벤치가 만들어졌다.

     그대로 폭이 넓은 허리를 내리고, 긴 다리를 꼬았다.

     

     "...심심하구나. 아피아여. 자네는 공주 아닌가. 희극 하나라도 보여준다면, 따분함이 가시지 않겠나."

     "그런 말 마. 나만으로는 문을 열만 한 마력이 부족하단 말이야."

     "나만 빨리 부른 건 그 때문인가.

     뭐 좋지. 이번만은 마음대로 쓰시게."

     "고마워."

     캐럿은 하품을 하고서, 손가락을 튕겨 벤치를 소파 형태로 변형시켰다. 그대로 잠드는 것처럼 누워서는, 칠칠맞게 기기재를 켰다.

     

     "어이 소피아여.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는가?"

     "나왔다 그거.

     내가 잡담으로 수다나 떨 리가 없잖아."

     "뭐 좋지 않은가.

     그래, 꼬마의 이야기라도 들려주지 않겠나.

     저쪽에서 만났겠지? 잘 지내고 있나?"

     

     그가 실종된 것은 반년 이상 전이다.

     고향에 무사히 돌아갔다고 듣고 안심했지만, 묘한 일에 휘말렸다고 한다.

     

     "...소우스케? 그때는 그냥 잘 지냈어."

     "그런가. 꼬마는 잘 지내나. 그건 다행이구나."

     "그리고 둘만 있었을 때,

     이때다 싶어 수제 요리를 먹여줬지."

     "호오, 자네도 여성스러운 일을 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속옷을 받았어."

     "오, 오우."

     캐럿은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면서, 누운 채로 약간 거리를 뒀다. 군에 소속되었을 때도 변태였지만, 아직도 변태인 모양이다. 오히려 더욱 변태스러워졌다.

     

     "아니 악의는 없었어.

     그냥 정신 차리고 보니 소우스케의 속옷이 수중에 있었을뿐."

     "악의 덩어리 같은 자로다."

     

     "내 속옷을 줬으니 쌤쌤이야."

     "자네 언젠가 벌 받을 걸세."

     캐럿은 볼과 수제 벤치를 밀착시키며, 근육을 이완시킨 채 문득 어느 남자를 떠올렸다.

     

     "그건 그렇고, 검사는 왔나?"

     그가 이번 일에 끼어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애초에 그가 없으면 전력적으로 조금 불안하다.

     

     "올 거야. 슬슬 왕도에 도착할 무렵이고.

     하지만 유격대들이 모두 집합한 것도 아니니까.

     지금 저쪽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나랑 너, 그리고 디 녀석을 포함해 3명 정도려나."

     거기까지 말하고서, 아피아는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에 따라 캐럿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안경을 쓴 단발 여성이 신발 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공주님. 임계문의 정제, 7할가량입니다."

     "그래?

     좋아, 단번에 끝내자."

     아피아는 그렇게 말하자, 캐럿한테서 받는 마력량이 늘어났다. 그렇게는 말해도 캐럿으로서는 미미한 양이라서, 준다는 감각에 차이는 없다.

     반쯤 마력로에 필적하는 막대한 마력은, 캐럿이 [마녀]인 이유다.

     

     "...또 전쟁인가."

     "앞선 대전 정도의 규모는 안 될 거야."

     아피아의 대답에, 캐럿은 얼굴을 찌푸렸다.

     애초에 캐럿은 이번 임무에 나설 생각은 없었다.

     마녀로서는 숲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거운 엉덩이를 든 것은, 예전의 맹우의 소재지가 판명되었고 그 상황이 뭔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네가 일개 사단 정도를 보내면 싸움은 바로 수습되지 않겠나?

     저쪽 세계에서 마법화를 끝낸 군대는 정말 소수일 텐데?"

     "이야기 안 들었어?

     언니라면 몰라도, 나로서는 기껏해야 3명이 한계라고."

     "...불편하구먼."

     이 시대, 최신의 마술을 쓴다면 디 그리피아의 위성 정도는 오고 가는 일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차원이라면 아무래도 효율이 나빠진다.

     임계문도 설치하는데 얼마나 국가예산을 들였던가. 이것에 비해선 우주에 가는 편이 정말 간단하고 싸다.

     

     "그리고 저쪽도 저쪽대로 실력자가 있어.

     특히 협회의 상위들은, 마왕군의 간부에 필적할 거야."

     "정말인가. 그것 참."

     더욱 가고 싶지 않다.

     캐럿은 그다지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술이란 그녀에게 있어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술이 보급되지 않았다고 얕보지 않는 편이 좋아. 분명 협회의 실권을 쥔 자들은, 기술의 독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다른가?"

     "본질은 그래. 제0공간간섭을 어떻게 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녀석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깨닫고 있어. 만일 그렇다면 경이로운 일이야."

     그걸 제대로 파악했다면, 마술의 심원에 어느 정도 도달했을 것이다.

     이세계에서의 침략을 고려하지 않는 군사 환경을 보아하니, 신역을 [건널 수 없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세계를 재구축하면서 자신들의 존재까지도 승화시킬 셈이겠지. 이걸 해낸 세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

     

     "뭔가 그건. 신이라도 될 셈인가?"

     "아니, 더욱 위."

     

     아피아는 조용히 고개를 젓고서, 검지를 위로 향했다.

     

     "인간이야. 그들은 인간이 될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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