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 분투하는 여자들(1)2022년 09월 01일 03시 44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58
어두운 암흑 속을, 시키가미 코즈미는 기어가면서 나아가고 있다.
"...으."
전진할 때마다 옷이 쓸리는 느낌이 든다.
지나가고 있는 것은 터널이다.
그다지 여유가 없는 크기의 구멍을, 벌써 2시간 정도나 나아가고 있다.
두더지 같은 모습으로 기어가면서.
페이스를 늦추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전방의 펜릴과 귀신을 놓쳐버리기 때문에 그런 말도 못 한다.
"음...'
그건 그렇고 덥다.
장벽을 치지 않았다면 익어버렸을 것이다.
대략 200도는 되는 느낌일까.
아무래도 정말 깊은 곳에 있는 모양이다.
"코즈미~? 뒤처지고 있어~!"
앞에서 펜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의욕적인 밝은 음성은, 아직도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귀신도 귀신대로 페이스를 떨어트릴 기색은 없다.
사람의 몸을 받았다고 하지만, 표준보다 높은 능력으로 설정되어있는 걸까.
펜릴은 구멍을 파면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말 튼튼해 보인다.
"후우..."
펜릴의 제안으로 탈옥한 것은 2시간 전이다.
"술식도 봉인되어 있는데 어떻게?"
코즈미의 의문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안심해 코즈미. 나한테 방법이 있거든!"
아무래도 안심할 수 없는 그 말은, 코즈미의 내부에서 허무하게 울릴뿐이었다. 지켜볼 만큼 지켜보자고 생각하자, 펜릴은 자신의 한쪽 팔을 잘라내더니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
"..................어?"
그것은 치킨이라도 뜯어먹는 듯한 광경이었다.
1분인가.
2분인가.
코즈미가 잠시 돌렸던 고개를 앞으로 향했을 때, 펜릴의 왼팔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배가 약간 부풀어 있었다.
"............"
이제는 절규할 수밖에 없다.
잘린 팔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았다.
본인은 [마계의 일루젼이니까] 라고 말하지만, 척 보기에도 근육의 융기만으로 지혈하고 있다.
"치, 치료를..."
"엥~ 됐어. 그보다 보고 있으라고."
펜릴이 감옥의 벽에 구멍을 낸 것은, 그로부터 몇 초 뒤의 이야기였다.
빠져나와보니, 감옥의 벽은 예상했던 대로 십 미터가 넘는 두터운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력의 움직임을 감소시키는 광석이 재질로 사용되고 있다. 이래서야 힘이 안 나오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런 이유도 있어서, 단순한 주먹으로 이 감옥을 파괴한 것은 정말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뭘 하고 있던 건가요?"
코즈미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펜릴이 아닌 귀신이었다.
"이 녀석은 먹은 것을 섭취할 때의 에너지 효율이 좋아. 돌멩이 하나로 1년은 살아남지. 뭐 계속 굶으면 발광해서 죽어버리니 의미 없지만."
라고 한다.
확실히 잘 보니 감옥 이곳저곳에 작은 홈이 많이 있었다. 여태까지 벽을 떼어내서 먹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코즈미가 가져온 포도당으로 다시 크게 마력을 섭취했고, 조금 전 먹은 한쪽 팔이 결정타가 되어서 감옥이 억제하는 마력을 상회했다는 것이다.
"결국, 제 식량을 필요 이상으로 먹은 것은 이걸 위해서였네요."
"뭐? 아닌데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바보 아냐?"
그런 식으로 코웃음 치면서, 코즈미 일행은 지상으로 나아갔다. 주위에 친 장벽으로 가스나 열기에서 몸을 지키면서.
지상까지 앞으로 7천 미터.
◇
비비안은 사슴 고기를 뜯으면서, 나무 위에서 숲 전체를 둘러보고 있다.
".............."
시각을 강화해서, 지평선의 더욱 너머까지 바라본다.
이가라시 겐조의 소환마의 습격에 의해, 이동수단인 노아는 현계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더욱 추격당한 일도 있어서, 견문의 탑 방향으로 내몰렸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는, 그때 주요 멤버와 헤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 남은 자는 2급 마술사... 코즈미의 친구가 2명. 비비안 이외의 이지스 대원이 2명.
그리고 사사미네 미코를 포함해, 총 6명이서 행동을 함께 하고 있다.
".............."
당장의 문제는 협회의 추격자다.
나인 일행과 헤어진 이래, 소식이 없다.
폐허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한 덕분에 컨디션은 어느 정도 괜찮다.
그만큼이나 집요하게 쫓아다녔던 만큼, 이 격차는 약간 부자연스럽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여기서 긴장을 놓는 것은 어리석은 일.
"후우...."
비비안은 한숨을 짓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시야 내에 적은 없는 모양이다.
경계를 하면서, 비비안은 옆의 자그마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미키."
"...미즈키야."
"주위에 사람 있어?"
"없어."
우토 미즈키한테는 바람의 물리감지로 보이지 않는 사각까지 경계시키고 있다. 조금 범위는 좁지만, 대략적인 부분을 비비안이 보충한다면 일단 허점을 없애는 건 쉬운 일이다.
"..도움은 아직 안 오려나."
비비안 일행이 있는 곳은, 북부 농촌지대다. 지금은 그곳에 있는 폐허에, 몸을 맡기며 일정 시간마다 장소를 바꾸고 있다.
이미 사람이 많은 장소를 가는 선택지는 제외하기로 했다.
예전의 협회라면 부외자한테 마술의 존재를 알리는 건 금기시했지만, 지금은 그들을 인질로 잡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피해를 쓸데없이 넓힐 수는 없다.
"그보다 다른 사람들, 정말로 무사하려나."
"천위와 특급이 모여서 움직이고 있잖아. 괜찮을 거야."
미즈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가를 비볐다.
슬슬 휴식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비비안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등 뒤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돌아보니, 미리온과 티아가 서 있었다. 아무래도 교대 시간인 모양이다.
"미리온 씨."
"비비안 씨, 수고하셨어요."
"수고했어, 미즈키."
부드럽게 미리온을 보며, 비비안은 어깨의 힘을 뺐다. 동료의 기척에까지 겁을 먹다니, 정말 긴장했던 모양이다.
"그럼, 뒷일은 잘 부탁해."
비비안과 미즈키는 그곳을 두 사람에게 맡기고, 거점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음 보초까지 쪽잠과 식사를 해둬야만 한다.
단시간에 얼마나 회복하는가도, 전사의 소질 중 하나다.
"슬슬 연도도 바뀌겠네."
"...그러네."
"역시, 도움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안 되려나."
비비안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미즈키가 쭈뼛거리는 기색으로 입을 연다.
"...저기, 비비안."
"응, 왜?'
"너, 이지스에 있었다며."
"응."
"...시시도 료우야란 사람이 있었지?"
"아아..."
있었다기보다, 그 남자 때문에 한번 고생했었다.
"응, 있었어."
"저기, 어땠는데?""...뭐가?"
"아니, 그..."
슬픈 표정의 미즈키를 보고,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와는 알고 지낸 지 며칠에 불과하지만, 할 말은 재깍재깍 하는 성격일 터.
어느 쪽이냐고 하면 자신과 닮은 활발한 여자의 인상이 강하다.
그러던 그때.
근처의 수풀에서 아나스타샤가 뛰쳐나왔다.
흙으로 더러워진 옷을 보니,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안나 씨. 뭐 하고 있었어?"
"잠시 트랩과 결계를.
그리고 근처의 농가에서 식량을 받아왔습니다."
아나스타샤의 두 팔에는, 닭 몇 마리와 야채가 담긴 항아리가 들려있었다.
"받아왔다니? 훔쳤어?"
"일단 사 오긴 했어요.
요금을 지불하고 기억은 없앴지만."
"기억을... 대, 대단하네 안나 씨.""이런 건 흔적을 남기면 지는 법입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죠?"
그제야 처음으로, 비비안은 방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한눈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불온한 분위기를 드러냈던 모양이다.
비비안은 겸연쩍은 듯 미즈키를 바라보고는, 다시 한번 아나스타샤 쪽을 바라보았다.
◇
"쓰레기였죠."
아나스타샤는 묶어놓은 닭을 매달면서,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틈만 나면 침대로 유도했었죠 그 사람. 솔직히 매일 그랬습니다."
무표정하게 말하는 아나스타샤였지만, 그만큼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선 공감하고 싶은 비비안이었지만, 옆에서 풀이 죽은 미즈키를 보고는 분위기를 읽고 말았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상스런 남자는 여태껏 본 적이 없습니다. 부업이 마술사고 본업은 AV배우일지도 몰라요."
"안나 씨,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스러움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면 무조건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상스리티와 포텐셜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죠."
"자, 잠깐 안나 씨."
그제야 뭔가 묘함을 눈치챘는지, 아나스타샤는 비비안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러죠? 비비안. 당신답지 않게."
"아니, 그. 이제 그 녀석은 많이 보답도(안나 씨가) 해줬으니, 용서해줘도 되려나, 싶어서..."
"...하아."
아나스타샤는 막힘없는 손놀림으로 닭을 매달면서, 이번에는 미즈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래도 원인은 이쪽인 모양이다.
"음, 당신은 분명..."
"아, 네... 우토 미즈키라고 해요. 시시도 료우야와는, 저기, 소꿉친구라서..."
"소꿉친구...?"
미즈키의 말에, 아나스타샤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 말, 조금 이상하다.
이상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그쪽을 지적해도 별 수 없다.
"그럼 어린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는 거네요?"
"네. 유치원 시절부터 같은 마술 학교까지. 집은 멀었지만, 알고 지낸 건 아마 가장 긴 편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보기에 그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
미즈키는 잠시 입을 닫고는.
"조, 좋은 사람이었어요. 침착하고, 사려 깊고, 상냥하고, 여차할 때는 용맹하고, 멋있고."
"하하하. 뭡니까 그게.
브리티시 조크인가요?"
아나스타샤는 즉시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미즈키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야, 여성 관계는 칭찬할만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선을 넘었던 적은 없었고..."
"아니, 어땠을지..."
가만히 지켜보던 비비안도, 이것만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의 정조관념은, 솔직히 일본에 사는 사람 치고는 매우 이상했던 기분이 든다.
"애, 애초에 아나스타샤 씨야 말로, 왜 그렇게나 료우야를 싫어해요? 그 사람한테 뭔가 당했나요?"
"네."
망설임 없이, 아나스타샤는 바로 긍정했다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그는 방심하면 바로 방에 들어왔었죠. 그거 그냥 강간마 아닌가요. 달래서 돌려보내는 게 힘들었습니다."
"...료, 료우야는 그런 짓 안 해요!"
"가면을 썼던 거겠죠. 그리고 사토 군과 이리자키에 대한 불만이 엄청났습니다. 험담을 엄청 했었죠. 여러 가지로 그릇이 작은 남자였습니다."
마음대로 지껄이는 아나스타샤한테 드디어 미즈키도 열받았는지, 미간에 주름을 짓고는 눈앞의 군인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그, 그 이상 료우야를...'
거기까지 말하고서, 미즈키는 입을 닫았다.
여기서 싸울 때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전해졌는지, 아나스타샤도 자신이 조금 짜증 났었던 사실을 반성했다.
"...이전의 시시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적입니다. 신역의 그 모습을 보건대, 이제 주저하지 않겠죠."
"...그, 그럼 제가 돌려 보이겠어요!"
"어떻게?"
"설득할게요!"
"지금은 포로를 붙잡을 정도의 여유도 없습니다."
거기다 시시도 개인을 노리다니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구원을 기다리는 일.
그것 이외의 사고는 쓸데없다.
"... 그리고, 설득한다 한들 그가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어, 어째서 단언하는 건가요!?"
"당신은 시시도 료우야를 이해하는 듯하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했군요."
그 말에 정말 열이 받았는지, 미즈키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 안 돼 미키! 동료 사이의 싸움은...!"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는 미즈키의 얼굴은 여전히 험악하다.
작업을 끝낸 아나스타샤는 일단 통나무에 걸터앉고는, 작게 한숨을 지었다.
"... 그래요. 저도 발언이 약간 경솔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시시도한테 혐오감을 품고 그럴만한 경험을 했다는 것은 이해해주시죠."
사실은 더 말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주제가 엇나가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지금은 그녀의 맹목적인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기회이니 말해두지요."
"말한다니, 무엇을..."
"시시도 료우야가, 언제부터 협회와 이어져 있었는가를."
◇
차가운 물에서 손끝을 뗀다.
사사미네 미코가 흔들리는 수면을 바라보자, 얼굴이 약간 더러워졌음을 깨달았다.
"..........후우."
오늘의 날씨는 맑음.
절호의 세탁 날씨라서, 한꺼번에 모두의 빨래를 널어놓기로 했다. 춥기는 하지만, 이 부근의 공기는 건조하다. 잠시만 널어놓으면 마를 것이다.
이만큼만 놓고 보면 평화로운 일상의 한 페이지겠지만.
현재 미코 일행은 쫓기는 몸이다. 나인 일행이 없는 지금,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다.
"..........."
여기서 미코가 벽왕을 사역. 아니 벽왕한테 사역된다면 상당한 전력이 될 거라고 자부한다.
본인도 다즈몬드 이외라면 설령 육왕이 와도 맞설 수 있다고 말했었다.
말했었지만.
현재 벽왕은 미코의 안에서 잠들어 있다.
애초에 힘을 너무 쓴 탓에 휴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야마타노오로치 습격 때, 그 쌍둥이에 의해 납치되었을 때 뭔가를 당한 모양이다.
아마 영체가 약해지는 무언가를.
이후, 미코는 메리 노트와 대화를 못하고 있다. 회복의 기미는 있지만, 아직 멀었다. 애초에 언제 눈을 뜰지조차 막연하다. 이상의 이유로, 미코는 완전히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으면 된다면서, 먼저 거점의 청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취사와 세탁.
모두의 몫을 하는 건 어느 정도 손길이 갔지만, 평소부터 어머니를 돕던 미코로서는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일이 하나.
강한 사람들이 모인 나인 일행은 몰라도, 소스케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없다.
지금까지의 그로 보면, 슬슬 나타나도 될 무렵인데...
"사토 군..."
미코는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타카츠키 코지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화려한 샹들리에가 시야에 들어왔다.
".................."
몸이 아프다.
통각 때문에 차츰 각성한다.
크롬한테서 호되게 얻어맞은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다.
"눈을 뜨셨나요."
갑자기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무심코 움찔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서 크롬이 조용히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타카츠키 님."
크롬은 태연한 얼굴로,
"아침식사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쪽으로."
◇
반강제로 자리에 앉히고서, 크롬이 주방으로 사라진 지 10분여. 시곗바늘을 바라보는 사이, 타카츠키의 앞에 몇몇 접시와 식기가 운반되었다.
"자, 드세요."
그렇게 말하는 크롬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솔직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것을 준비해서 대체 어쩌려는 건지.
"............"
식탁에 놓인 요리는 잘못 보아도 [맛없다]라고 부를만한 완성도는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웃기지 마. 억지로 데려와서는 무슨 속셈인데."
"예. 그러니, 적어도 그 죗값을 치르자고 생각해서요. 안 드시면 식을 텐데요?"
"...애초에 여긴 어딘데?"
"견문의 탑입니다. 이곳은 고층에 있는 대성군의 본거지랍니다."
견문의 탑.
감옥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고층이라면 도망칠 수가 없다. 탈출은 절망적.
"...잠깐만. 시키가미는 어쨌어?"
"아아, 그녀라면ㅡㅡㅡ"
크롬이 입을 열었을 때, 거실의 문이 열렸다. 남자다. 붕대를 감고 있는 머리에서, 가느다란 금발이 삐져나와있다. 그 단정된 이목구비를 보고, 타카츠키는 곧장 누가 왔는지 이해했다.
"시시도..."
"...뭐?"
시시도 료우야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머리를 긁더니, 이윽고 이쪽을 돌아보고는 입가를 비틀었다.
"뭐야, 너 붙잡힌 거냐."
시시도는 타카츠키가 본 적 없는 얼굴로, 조용히, 하지만 비웃는 것처럼 코웃음 쳤다.
"뭐, 그야 그런가. 크롬 씨와 그 사람이 상대라면..."
"너..."
"아아, 미안. 난 좀 피곤해. 귀찮으니 대화는 나중에."
시시도는 오른손을 흔들고서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그대로 떠나려는 순간, 크롬이 그를 불러 세웠다.
"기다리세요, 시시도 군."
"...뭡니까 크롬 씨."
"모처럼이니, 당신도 식사를 들고 가세요. 돌아오고 나서 아무것도 안 먹었지요?"
"하..."
시시도는 성가시다는 태도로 어깨를 들썩이고는,
"바보 같은 말 마세요. 왜 제가 저런 녀석과 함께 식사를 해야만 하는 겁니까?"
".........."
시시도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사였다.
그는 협조성이 풍부한 남자였을 터. 그런데 뭔가. 태도도, 어조도, 눈매도, 무엇 하나 타카츠키가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동창생이라며 신경 써주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쓸데없는 참견입니다. 그리고, 그 녀석과는 딱히 사이좋았던 것도..."
"시시도 군."
"후우... 왜요."
"너무 이것저것 말하면 죽빵을 날리겠습니다."
"........."
"식사 시간이 틀어지면 치우기 귀찮은 것도 모르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시시도는 겸연쩍은 얼굴로 예의상 고개를 숙이고서, 천천히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후로 크롬은 조용하게, 하지만 기민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시시도의 아침식사를 준비. 아름다우면서도 빠른 일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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