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 울려 퍼진다(2)2022년 08월 31일 12시 42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31
"...아아, 그런가. 너 회복 아이템을 갖고 있었지."
소스케가 이해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것만이 아냐ㅡㅡㅡ
엑스칼리버의 검집은, 번개와의 상성이 좋다고ㅡㅡㅡ!"
시시도는 자신의 마력을 확산시키더니 수십에 달하는 분신을 만들어냈다. 본체 이외에는 열화판인 양동이지만, 속도만큼은 손색없다.
시시도는 분신과 함께 소스케의 주위를 선회하면서, 번개의 총알로 혼란시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언젠가 틈이 생긴다ㅡㅡㅡ 정면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건 이해했다. 그럼 흔드는 방식으로 응전한다.
한편으로 소스케는 번개를 손으로 쳐내면서, 시시도의 대군을 바라보았다. 몇초 동안의 응시 후, 시시도 본체의 발목을 정확히 잡아내었다.
"어이, 잠깐ㅡㅡㅡㅡ!?"
대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안면을 대지에 패대기친다.
소스케는 일격으로 끝내지 않고, 몇 번을 거듭하여 시시도를 공중과 지면을 왕복시켰다.
채찍처럼 휘두르는 시시도는 잘 휘어져서, 그것이 몸의 유연성이라고 느끼게 된다.
유연한 것을 좋아하는 걸까ㅡㅡㅡ소스케는 별 것 아닌 생각을 하면서, 시시도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서 쌍둥이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ㅡㅡㅡ하지만, 없다.
기척이 끊겨있다.
아마도 마술일 것이다.
모습을 지우는 부류다.
하지만 정말 초조했는지.
저쪽 수풀이 소리내며 흔들렸다.
부자연스러운 그 현상에, 소스케의 눈이 번쩍 빛난다.
"저긴가."
소스케는 오른손의 시시도를 휙 던져버리고서, 떨어질 때 차 버렸다. 다침 안면을 걷어 차인 시시도는 수레바퀴처럼 공중을 날아서 수리검처럼 공기를 갈랐다.
눈치챈 수와 쿠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회전하며 다가오는 시시도 자체는 느리다.
무기기 아니니 당연하다.
이거라면 딱히 아무것도 안해도 회피는 가능.
아직 [은(隱)]의 언령을 해제하기에는 빠르다.
쿠는 수의 손을 자아끌면서, 되도록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이동했다. 피했다고 확신한 순간, 돌고 있는 시시도가 급격한 커브를 그렸다.
궤도가 변했다.
뭔가 특별한 회전이라도 넣었던 걸까.
어쨌든 이래서는 피할 수 없다.
[지, 진(陣)!]
쿠는 서둘러 장벽을 전개하여 고속으로 회전하는 시시도를 막아냈다. 지면을 공처럼 튀어가는 시시도를 눈으로 좇으면서, 이변을 깨달았다.
소스케가 없다.
아뿔싸.
시시도는 단순한 양동ㅡㅡㅡ
"이쪽이다."
소스케가 뒤로 돌아간 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명(鳴)ㅡㅡㅡ]
"느려."
그후의 소스케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았다.
먼저 공격하려던 쿠가, 다음으로 장벽을 치려고 했던 수가 순식간에 지면에 엎어진 상태로 제압당했다.
"히, 히이이이이...!"
눈앞의 소스케가 정말 무서웠던 걸까.
수는 악마라도 목격한 것처럼 작은 몸을 부들거리고 있다. 확실히 이건 무서워. 험상궂은 얼굴이야ㅡㅡㅡ쿠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저항할 틈도 없이, 목의 뒤를 부드럽게 찔렸다. 솔직히 두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이렇게 의식이 멀어진다는 것은 역시 뭔가를 당한 모양이다.
두 사람에게 행운이었던 것은, 제대로 된 아픔과 부상 없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점이었다.
◇
수와 쿠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서, 소스케는 두 사람을 적당한 장소에 눕혔다.
4대 1이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이긴 것은 좋은 징조다.
아니, 사실은 5대 1이었지만... 소스케는 발만 약간 보이는 라딕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소스케는 우토라고 불렸던 남자를 주워 들면서, 이후의 일을 생각했다.
여기에서 다섯 명을 메고서 원래 장소까지 돌아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대단한 거리는 아니지만, 역시 귀찮아 보인다. 특히 어린이 두 명이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시시도만 없음을 깨달았다. 설마 싶어서 카라를 놓은 방향을 바라보니, 피투성이가 된 시시도가 그녀의 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너..."
"움직이지 마!"
시시도는 귀기 서린 표정이었다.
까닭 모를 분노가 느껴진다.
여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움직이면 정말로 카라를 죽일 셈이다.
소스케는 한숨을 짓고서, 턱을 휙 움직였다.
그 거동에 눈썹을 찌푸린 시시도를, 옆에서 거대한 것이 공격했다.
[다ㅡㅡㅡ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암석과 비슷한 무언가가, 시시도의 오른쪽에 파고든다. 그것이 주먹이라고 눈치챘을 무렵, 시시도는 근처의 나무에 부딪히고 있었다.
"크윽...!?"
뼈는 부서지고, 살은 찢긴다.
시야도 단번에 좁혀졌다.
어느 사이엔가, 눈앞에는 5미터 정도의 거인이 서 있었다.
외모로 보면 오니.
소스케가 보험으로서, 카라를 만졌을 때 설치한 수호신수라는 걸까.
[우호호호홋! 주의력이 부족하잖아, 꼬마!]
조소하는 거인을 보며, 시시도는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 다시 하지 말라고 했었지."
걸어오는 소스케에게, 시시도는 천천히 시선을 맞췄다.
저 얼굴이다.
저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뭘 의기양양하는 거냐, 저 녀석은.
겨우 무인 주제에ㅡㅡㅡ
[그보다 사토, 빨리 검집을 부수지 그랬어]
"아니, 그건 계약을 부수고 강제로 빼앗는 편이 나중을 위해 좋아."
[...너도 참 의외로 성격이 더럽네]
태연하게 대화하는 소스케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뭘 다 이겼다는 것처럼.
"우쭐, 대지...마라...!!"
드문드문 말을 내뱉으면서, 시시도는 어느 술식을 전개했다.
만일의 때를 대비해 마린한테서 전수받은 특별한 마술.
마력의 무한공급.
영맥에서 직접 마력을 공급받게 되는 이 마술은, 츠치무라 나에의 데이터를 참고해 이미 실용 단계다.
일시적인 부작용은 있다고 하지만, 눈앞의 승리에 비하면 싸다.
"후우...우....!"
발바닥에서 천천히 마력을 빨아들인다.
그제야 처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는지, 소스케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자세를 취했다.
"너 그거 츠치의..."
"그래, 좋은 기분이다. 몸이 해방되어 간다."
츠치무라 나에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하여 보급의 기세를 올려나간다.
"자아, 싸우자. 지금까지의 나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그거 솔직히 몸에 나쁠 텐데."
"그게 어쨌다고."
"그러냐."
소스케는 작게 끄덕이고는, 풍신을 돌아보며,
"이 사람을 부탁해."
[어라, 너 혼자서 할 거야?]
소스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본 풍신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카라를 안고 멀리 떠나가버렸다. 여러 가지로 할 말이 있는 모양이지만, 일단 이쪽의 마음은 알아준 모양이다.
"이제 됐지?"
"그래."
순간, 시시도가 날았다.
"ㅡㅡㅡ읏."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시시도만이 움직이고 있다.
적어도 시시도한테는 그렇게 보였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모든 속도를 초월한 이차원의 속공.
휘두르는 손날.
본래 소스케의 창자를 꺼냈을 그것은, 그러나 직전에 회피당했다.
역시 시시도의 움직임을 따라잡을만하다.
훌륭한 반응이다.
하지만, 더욱 힘을 얻은 시시도에게 공격 후의 경직이란 없다.
다시 튀어 오르는 공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소스케가 피한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뇌광일섬.
시시도의 주먹이 볼을 스친다.
'아깝다ㅡㅡㅡ'
지금 것은 운이 나빴다.
조금만 더 내디뎠다면, 안면을 날려버릴 만한 위력이었다. 급격한 파워업에 지식이 따라가지 못한 거시다.
하지만 지금 것으로 감각은 파악했다.
다음은 놓치지 않는다ㅡㅡㅡ!
"하아앗!!"
차고, 찌르고, 내지른다.
여러 각도에서 공격을 자아내어, 소스케를 계속 몰아붙인다. 신속에 따라갈 수 없는지, 소스케는 방어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거면 됐다.
이대로 질질 끌면서 후퇴한다면, 확실하게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애초에 아무 특별한 힘도 없는 소스케가 시시도를 능가하는 일이 이상한 것이다. 잘못은 여기서 바로잡아야만 한다.
그래, 지금 이곳에서.
너를 죽인다.
"오아아아아아ㅏㅏ아ㅏ아!!"
절규하면서, 시시도는 열심히 팔을 휘둘렀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 주먹이 닿는다.
두개골을 쪼개고 뇌를 꺼내서 녀석의 동료들한테 보여주마.
시시도가 사악한 미소를 짓던 그때, 소스케가 반걸음 물러서서는 공격의 자세를 취했다.
반격?
적수공권으로 대항할 셈인가.
시시도로서는 원하던 바다.
해볼 테면 해봐라.
"오천련장."
나타나는 주먹의 파도.
주먹과 주먹이 격돌한다.
시시도는 그 하나하나를 쳐내면서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격류에 휩쓸리게 되었다.
"악ㅡㅡㅡ"
몰아치는 폭풍.
주먹이 으스러진다.
팔이 으스러진다.
쇄골이 으스러진다.
늑골이 으스러진다.
흉골이 으스러진다.
견골이 으스러진다.
안저골이 으스러진다.
두개골이 으스러진다.
으스러진다.
"ㅡㅡㅡ윽.'
채찍에 얻어맞는 팽이의 기분이었다.
온몸의 뼈 하나하나가 조심스레 파괴되어간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사실 시시도가 보기에는 파괴된 순서에 차이는 없었고, 거의 동시에 얻어맞은 감각이었다.
내달리는 격통.
하지만 그보다도, 시시도는 어느 감정에 지배되었다.
'이럼에도 아직, 닿지 않는가ㅡㅡㅡ'
뇌신의 힘을 얻고 무한의 마력까지 얻었음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전력차. 이렇게나 쉽사리 추월당하는가.
"왜, 뇌신의 힘을 가진 나를, 이렇게나..."
뒷걸음질을 치면서, 부서지고 타버린 몸을 끌어안으면서 후퇴한다. 소스케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는, 딱히 마음에 안 둔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아니, 뇌신은 그 정도가 아냐.
네가 언제 그 힘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땜질 처방으로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은 마라."
듣기 싫은 말투였다.
뭔가 반박하기보다 빠르게, 소스케의 길고 딱딱한 팔이 시시도의 팔을 홀드한다.
팔?
왜 온몸이 아니고?
아니, 잠깐만.
이 자세는 설마ㅡㅡㅡ
"외상은 다 나았지?"
"그만ㅡㅡㅡ"
우둑.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났다.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다.
비슷한 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은 부류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한ㅡㅡㅡ그런 소리.
듣고서 그 의미를 이해하자, 소름이 돋는다.
시시도의 오른쪽 어깨가 탈골되는 소리는, 소스케한테도 확실하게 들렸다.
"그아아ㅏ아아아아아ㅏㅏㅏ아아ㅏㅇ아악!!?"
격통.
지금까지의 타격도 죽을 정도로 아팠지만, 이것 또한 이질적이고 강렬한 아픔이다. 너무 아파서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의식을 잃는 편이 괴롭지 않아서 더 나을 것이다.
"역시 이건 칼집으로는 낫지 않는 모양이네."
"너... 뭘 냉정히 분석하고 있어...!"
이어서 왼쪽 다리의 무릎 관절도 탈골되었다.
지금 것도 정신이 나갈 듯한 아픔이었다.
심술 맞게도, 더욱 아프게 빼내는 습성이 있다.
다시 울리는, 공간을 찢는 듯한 절규.
시시도의 정신은 이제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반항심을 보이려고, 시시도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대담하게 웃었다.
"크, 크크크... 넌 정말 느긋하구나."
입가를 들어 올리며, 가능한 한 크게 웃는다.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소스케는 그에 상관하지 않고, 이번에는 남은 팔에 손을 댔다. 아무래도 사지를 탈골시킬 생각인 모양이다.
"아직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르쳐줄게."
이미 항전의 의사가 사라진 시시도는, 투지와는 다른 빛을 눈에 깃들며 소스케에게 말을 걸었다.
"전날, 이미 네코구미와 어펙션의 구속에 성공했다."
"..............."
"이가라시 씨와 크롬 씨가 기습하러 갔다. 결과, 작전은 거의 성공해서 말이야. 고양이와 어펙션의 주 전력은 엉망진창. 힘겹게 도망친 모양이지만, 동료도 많이 이탈했고, 시키가미 코즈미는 포로로 붙잡혔지.
코즈미는 견문의 탑에서 행방불명된 모양이지만, 오래는 못 버틸 거라 생각해. 고양이도 마찬가지. 절대 살아서 만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아.
본보기로, 모든 전력을 투입해서라도 목을 따는 게 원로원의 의향이다.
나 따위를 쓰러트린 정도로 우쭐댈 셈이냐? 아쉽지만, 나보다 강한 사람은 얼마든지 아 잠깐 마지막까지 들어아아ㅏ아아ㅏㅏ아아ㅏ아ㅏ아ㅏ아ㅏ아아ㅏ아ㅏ아ㅏ아아ㅏ아!?!?"
◇
시시도의 뼈를 대부분 탈골시킨 나는, 일단 휴식하기 위해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무력화까지 10분 남짓일까.
어느 정도 강한 자들을 5대 1로 덤벼서 이렇게 걸렸다면 그럭저럭 괜찮다.
공간의 고차원 간섭을 사용하는 마술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숙련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저 쌍둥이가 힘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이기기 위해 죽여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일대가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일단 사람이 없나 확인해봤지만, 휘말려버렸다면 끝장인데. 티아처럼 감지를 사용할 줄 알면 편리하겠지만, 나는 기껏해야 소리나 냄새로 기척을 읽는 정도다.
"...........후우."
일단 다친 데는 없나.
겐사이 때는 정말 큰 부상을 입었으니까.
이번 원정에서는 죽음에 달하는 부상을 입을 녀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유술사 이외에도 회복 수단은 있다.
그래서 내가 눈을 들인 것은, 시시도의 허리에 있는 저것이다.
"빰 빠라밤~!"
칼집을 벨트에서 벗기고서, 하늘에 치켜든다. 그때 마침, 풍신이 인질이 되었던 여성을 안고 돌아왔다.
[...뭐하는 거야 너?]
"아니..."
눈치가 없잖아 왓슨 군.
조금 기분을 내봤더니 저러냐고.
"그보다 싱싱한 시시도를 붙잡았다고. 신선하다고~"
[어라라라, 너 좀 하잖아]
풍신은 인질을 살며시 지면에 내리고서, 거대한 아저씨에서 평범한 아저씨로 수축되며 걸어왔다.
[그럼, 바로 라이카를 떼어낸다?]
"아아, 잠깐만. 그전에..."
칼집과 시시도 사이에 있는 계약을 파괴해야만 한다.
분명 어떤 샘의 정령과 계약했다고 들었다. 아마 이렇게 가져가도, 일정한 거리가 벌어지면 시시도의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거라고.
키 블레이드처럼.
[뭔데? 빨리 해]
"뭐 진정하라고."
어딘가에 계약의 각인이 있을 것이다.
"이건가..."
칼집의 뒷면에 네 개의 삼각형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겹친 문양을 발견했다. 이것이 기점인가.
엄지에 흑염을 지펴서, 닿을 듯 말듯한 힘 조절로 손가락을 가까이한다. 문양은 조금 파직거리며 불꽃을 튀기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좋아, 이제 부활은 안 하겠지."
[뭐? 그런 걸로 됐어?]
"됐어."
이제는 내가 칼집이 어떻게 계약을 맺느냐인데, 그쪽은 잘 모른다. 이 칼집 본래의 소유주한테 허가를 받고 싶지만, 그 녀석과 대화할 방법이 안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전방의 지면이 크게 파도치더니, 파문의 중심에서 가련한 여성이 나타났다. 왠지 비쳐 보이는 옷을 걸친 누나다.
[내 이름은 엘레인.
보검 엑스칼리버의 관리자입니다]
뭔가 갑자기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뜬금없는 사람 같다.
그건 그렇고 거룩하구만.
[저를 가증스러운 주박에서 풀어주시다니, 감사를 전합니다]
"주박.......?"
"네. 저는 여태까지 사악한 자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당했습니다."
"헐..."
왠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듣지 않기로 하자.
뭐 보나 마나 원로원이나 대성군 관련이겠지.
[그건 제쳐두고, 도와준 답례로 특별히 검의 시련에 도전할 것을 허가합니다]
"검의 시련?"
"네. 본래 빛의 혈족에게만 전승되는, 검을 가진 자를 선정하는 의식입니다."
왠지 이야기가 커져버렸다.
꽤 길어질 것 같은데 이거.
풍신은 벌써 질렸는지 스쾃을 시작하고 있다.
[선택지는 세 가지. 칼집을 사용하고 싶으면 '무예'를 보여줄지, '지혜'를 보여줄지, 아니면 '용기'를 보여줄지. 좋아하는 걸 고르세요]
"어, 지금부터요?"
[곤란하신가요?]
그야 당연하지.
"지금은 조금 급하니, 시련은 나중에 하는 걸로 어떨까요?"
[나중이란 언제 말인가요?]
"...뭐, 내일이라던가."
그럼 조금은 시간을 낼 수 있겠지.
[내일은 운전면허시험이 있어서 무리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운전면허시험이라면 어쩔 수 없지.
어디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운전면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녀석이 차를 타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전면허시험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그럼 오늘 밤에..."
[오늘 밤이네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엘레인 씨는 그것만 전하고서,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끝났어?"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자, 풍신이 걸어왔다.
"뭐 그렇지..."
"그래? 그럼 바로 시작하자."
쓰러진 시시도에게 손을 내민다.
일단 뇌신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빨리 끝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는 말해도, 방법을 모르는데."
[그런 건 네 동료가 잘 알지 않아? 나도 모르는걸]
"...너무 무대뽀라고 너."
[고건 어쩔 수 없지~ 머리가 좋은 심복도 있었지만, 모두 롬그리스나 모모타로한테 죽었으니까]
"헐..."
혼의 그릇을 주고 소생시킬 수 있는 아몬이 있는데도 [죽었다] 라고 표현한다면, 혼백까지 소멸되었다는 말인가. 정말 엄청난 사투를 벌였다고 보인다.
뭐 난 상관없지만.
일단 시시도를 조사해봤지만, 딱히 술식이 새겨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의 인체연성에 실패한 형제의 동생처럼 혼을 정착시키는 각인이 있다면 간단했을 텐데.
"...뭐, 이렇게 무력화는 되었으니 빨리 돌아가자."
풍신한테 들고 돌아가라고 할까.
기류를 조작할 줄 아니 여유로울 것이다.
◇
그렇게 해서 인질을 포함한 6명을, 부담이 걸리지 않도록 30분 정도 걸려 에크란 국립공원으로 복귀했는데, 그곳은 이미 황야로 변해있었다.
"뭐야 이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거냐고.
초마도 샤크마가 운석이라도 떨어트린 걸까.
그 녀석 바로 운석을 떨어트리니까.
"사토 씨~!"
풍신과 둘이서 아연실색하고 있자, 먼 곳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모모코 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
그 자리에서 도약해서는 그녀의 옆에 착지했다.
모모코 씨의 근처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 같은 것이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나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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