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0 소스케 군 프랑스에 가다(3)
    2022년 08월 30일 17시 33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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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09 

     

     

     

     궤도를 바꾼 낫은 콘크리트 바닥을 점토처럼 깊게 베었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반격으로 내지른 뱀각이, 라딕의 배를 드디어 차 버렸다. 구불거리는 발끝에 그 라딕조차 고통의 표정을 지었지만, 아직 결정타까지는 아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튼튼한 모양이다.

     

     하지만 문제없다.

     이미 움직임은 익숙해졌다.

     이제는 신중하게 차죽이거나 재빨리 차죽이냐의 문제.

     

     "으랴앗!"

     라딕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연격으로 이쪽의 페이스를 유지한다. 어떻게든 막아내는 모양이지만, 이리자키의 다리는 살점을 떼어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하하핫...!"

     라딕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를 악물었다.

     낮의 전투와는 딴판이다.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체력도 완전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리자키도 자신의 실력이 이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좌중단ㅡㅡㅡ'

     

     이리자키의 오른쪽 다리가 약간 떨린 순간에 맞춰, 라딕이 옆구리에 낫의 손잡이를 든다.

     결과 발끝은 배의 앞에서 어렵지 않게 막혀서 작은 불꽃을 튀겼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이격은 예상하기 간단했다.

     또 한쪽의 다리는 라딕에게 보여주는 것 같은 거동으로 시작하여 안면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여기다.

     여기서 카운터를 날린다.

     

     

     "다 보인다고, 형씨."

     

     라딕이 싱긋 웃은 순간.

     이리자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

     

     한 박자 틈을 두고, 라딕의 온몸이 기역자로 꺾여버렸다.

     

     "푸ㅡㅡㅡ웃!!?"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충격.

     내지른 옆차기는 라딕의 허리에 직격하여, 주저 없이 뼈를 분쇄했다. 얼굴의 땀샘에서는 식은땀이 쏟아지고, 신경이 짓눌리는 듯한 격통이 덮쳤다. 벽에 부딪혔을 때에는, 이미 이리자키의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크....아...아악...!?"

     사라졌다. 지금 분명히 사라졌다.

     노바디다.

     이리자키만 쓸 수 있는 고유술식.

     말로는 들었지만,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이 너무 빠르다. 설마 아무 전조도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걸 접근에 사용하면 더욱 위협적이다.

     

     "아하하... 이것이 전 원로 마술사의 실력이냐고..."

     라딕도 원로 마술사와 비슷한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실력은 차이나는 모양이다.

     1대1로는 이길 수 없다. 그것은 잘 이해했다.

     

     "하지만 그거... 술래잡기에는 적당하지 모양인데.":

     

     라딕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이리자키는 대화에 어울릴 생각은 없었는지, 말없이 걸어오고 있다.

     

     "...그런 무적의 능력이 있는데도 협회에 여러 번 잡힌 게 좋은 증거다. 의외로 연비가 나빠서 기습이나 난전 같은 한정된 상황에서만 쓸만한 거 아냐?"

     

     갑자기, 이리자키의 다리가 멈췄다.

     

     "정답이냐고 형씨 ㅡㅡㅡ아하하."

     천장이 붕괴했다.

     그 사실보다도, 갑자기 나타난 강대한 마력에 경악했다.

     

     수는 3명.

     만신창이의 라딕을 에워싸면서 이리자키의 눈앞에 출현했다. 누구나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어이어이..."

     싹싹해 보이는 성인 남자가 1명.

     그 좌우로 비슷한 얼굴의 소녀가 2명.

     모두에게서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소녀는 최근 본 적이 있다.

     야마타노오로치와 함께 습격해왔던 대성군의 [소리술사].

     엘리제와 비슷한 타입의 마술사다.

     이름은 수와 쿠였나.

     

     "야호~ 오빠. 또 만났네?"

     손을 흔드는 사이드 테일의 소녀를 보고 혀를 찬다.

     그녀들의 실력은 막강하다.

     보나 마나 한가운데에 사람 좋아 보이는 중년도 꽤 하겠지.

     

     "애먹는 모양이네요~ 라딕 씨."

     "...이건 또 거물이 납셨군."

     미소 짓는 중년남을 보며, 라딕은 겸연쩍은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이 그대로 상하관계처럼 보였다.

     

     "..잠깐만. 왜 이렇게 많아."

     

     "그야, 오빠 이외엔 그다지 강한 사람이 없는걸."

     

     수였는지 쿠였는지 모를 소녀가 그렇게 말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다시 말해 한 명씩 집중해서 쓰러트리려는 작전이다. 이대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도 되지만, 그럼 여기는 확실하게 괴멸한다.

     솔직히 도와줄 의리는 없지만, 애초에 도망칠 수나 있을지.

     

     "음..."

     주저하던 때, 눈앞에서 뇌광이 번쩍였다.

     누군가의 도움인가 싶었지만, 아니다.

     뇌광은 반짝임이 사그라들면서 인간형으로 바뀌어갔다.

     

     남자다.

     

     금발의 미남. 그리고 이리자키로서는 그런대로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기도 했다.

     

     "시시도..."

     이지스 대원 중 하나.

     로긴스 슬하에서 빠져나올 때 이리자키와 싸웠던 상대다.

     시시도는 이리자키를 싸늘하게 흘겨보고는, 흥미 없다는 듯 중년남자를 바라보았다. 전기를 두른 오른손에는 방금 떠나갔던 카라가 붙잡혀 있다.

     

     "...쥐새끼가 있길래 붙잡아왔습니다, 우토 씨."

     "고마워, 시시도 군."

     시시도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는, 주변에다가 카라를 내던졌다.

     마치 쓰레기처럼.

     죽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무사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안심해. 인질을 잡는 짓은 안 해. 정정당당히 승부해보자고."

     시시도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는,

     

     "네가 도망치려고 하면, 주저 없이 이것의 목을 날려버릴 테니 명심해."

     "...뭘 하고 싶은 거냐 넌."

     "아니 뭐, 견문의 탑에서는 신세를 졌으니, 콧대를 꺾어버릴까 해서."

     저항하게 놔두고서는 괴롭히는 게 목적인가. 하지만 정신적으로 약간 유치한 인상이 느껴진다. 같이 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느낌인데, 이것이 본모습일까.

     

     "저기."

     

     갑작, 중년... 우토라고 불린 남자가 작게 손을 들었다.

     

     "싸우기 전에 하나 묻고 싶은데, 이리자키 군은 원로 마술사로서 복귀할 생각 있어요?"

     

     "싫다고. 바보 취급하는 거냐."

     "그런가요."

     바람이 멎는다.

     아니, 여기는 실내다.

     애초에 바람은 불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이 그쳤다기보다는, 대기의 떨림이 그쳤다는 편이 올바르다.

     

     "우토 씨, 시시도 군. 대화는 이제 됐어?"

     시시도와 우토가 수긍한 것을 확인하자, 소녀는 싱긋 웃었다.

     

     "그럼, 하자 쿠쨩."

     "오케이."

     다음 순간.

     시시도가 섬광에 휩싸였다.

     그리고 정신 차렸을 때는, 눈앞에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ㅡㅡㅡ옷!?"

     

     백텀블링을 하여. 무릎을 굽힌 물구나무서기 자세가 되면서 간발의 차이로 회피한다.

     

     이리자키는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서, 양발로 시시도를 차 버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피해버렸다.

     이건 반격이 올 거라 확신한 순간, 이리자키는 주저 없이 기척을 차단했다.

     모두의 시야에서 이리자키의 모습이 사라졌다.

     

     "오....?"

     

     모습이 사라져서 경계하는지, 시시도는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잘 보니 온몸이 번개처럼 플라즈마화 되어있다. 성검은 없는 모양이지만, 전력이 내려간 기색은 안 보인다.

     

     그렇다면 주저하지 않는다.

     이대로 목을 꺾어버리자.

     죽이는 정도가 딱 좋을 거다.

     

     [자자 나와라~!]

     

     이리자키가 다리에 힘을 모으는 순간, 사이드 테일의 소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에 따라 이리자키의 모습이 맥없이 드러났다.

     아니, 드러난 것이 아니다.

     [눈치채인] 것이다.

     지금 여기서, 이리자키는 모두가 인식하게 된다.

     

     '술식이 사라졌다...!?'

     

     이것은 해제술식(디스펠)이 아니다.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마술이 중단되었다. 마치 주변 환경 전부가 그를 적대하는 것처럼, 강제적으로 술식이 깨졌다.

     

     "거긴가ㅡㅡㅡ"

     

     시시도의 번개 같은 주먹이, 사정없이 배에 꽂힌다.

     음속은 될만한 스트레이트는 이리자키의 몸을 비틀더니, 뼈의 일부를 분쇄했다.

     

     "자, 또 간다."

     한 발로는 끝나지 않는다.

     열 발, 스무 발.

     시시도의 양팔이 악마 같은 기세로 가속한다.

     질량을 수반한 뇌광이, 이리자키를 때리고 패고 타격했다.

     

     러시의 벽을 만난 이리자키는 어쩔 수 없이 후퇴를 강요당했다. 어떻게든 급소는 피하고 있지만, 공격이 너무 많다.

     이래서는 방어만 해도 힘겹다.

     아마 몸을 영체화한 모양이다.

     온몸을 [번개]로 바꿔놓았다.

     대단한 마술이다.

     

     

     [명(鳴)]

     

     

     후퇴한 곳으로 돌아간 소녀가 목소리의 마술을 썼다. 즉시 달리는 서늘한 오한. 안 보이지만, 이걸 제대로 맞으면 위험하다. 이리자키는 온몸을 경화시키며, 양팔로 얼굴과 몸통을 막았다.

     

     그럼에도 위력은 막대했다.

     제대로 발을 디디지 못했던 이리자키는 충격을 정면으로 받고서, 방구석까지 공처럼 날아갔다.

     팔이 저린다.

     예상대로 보통이 아니다.

     자세를 고치려고 서두르지만, 그보다도 먼저 우토라고 불리는 중년남이 거리를 좁혔다.

     

     

     "실례."

     

     복부에 어퍼컷 느낌의 손바닥이 파고든다.

     위력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뭔가의 술식이라도 쓴 모양이다.

     한 박자 늦게, 이리자키의 배에 폭격보다도 훨씬 강력한 무언가가 작렬했다.

     

     

     "ㅡㅡㅡㅡ크...!?"

     

     그 기세로 옥외까지 날아갔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시야에 펼쳐진다.

     

     배에는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충격이 둔하게 남아있다. 경화된 육체로도 다 못 막을 공격.

     바깥을 부수기보다, 내부로 충격을 전달한다.

     열이나 그에 준하는 것의 감각은 아니다.

     

     폭풍을 얻어맞았다.

     

     "항복하기엔 아직 빨라."

     

     돌아보니, 당연한 것처럼 공중을 나는 시시도가, 오른손을 해머처럼 휘두르고 있다.

     

     

     "뇌추(토르 해머)"

     

     

     내리치는 뇌광에서, 필사적으로 몸을 피한다.

     어떻게든 중앙선은 벗어났지만, 오른팔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빨려 드는 것처럼 지상으로 낙하해서는, 아슬아슬하게 낙법을 취한다.

     

     "...........하아...하아...!"

     지부라고 생각되는 건물과, 시야 가득한 숲.

     그제야 처음으로 바깥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리자키. 아무래도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시야에 비친 광경은 그것들을 잊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뭐!?"

     주위는, 엄청난 수의 요마로 빼곡했다.

     사이클롭스와 적귀. 주로 그 2종류가 셀 수 없이 득실거리고 있다.

     그 너무나도 장대한 스케일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리고 건물 주위에서는, 지부 사람으로 보이는 마술사들이 필사적으로 응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숫자의 폭력에는 이길 수 없는지, 분명히 밀리고 있다. 저래서는 전멸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설마, 이것들을 이끌고 쳐들어왔다는 건가.

     

     "공성전이냐고..."

     "병력이 너무 남아서 말이야."

     몸을 가누면서 시선을 돌리니, 시시도가 다른 세 사람을 데리고 옆에 서 있었다.

     

     "...무슨 뜻인데."

     "바니키스 회장이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건 알고 있지?

     그건 결코 허세가 아냐."

     시시도는 함축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원로원과 대성군은, 만일 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 해도 겨룰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을 이미 확보해놨어.

     수십 년이라는 기나긴 준비기간을 거쳐서.

     그러는 나도 그 일부고."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오는 그 이야기에, 이리자키는 무심코 입을 닫았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수백 전후. 그것도 프랑스에 있는 마술사들을 압도할만한 수준의 요마가, 이렇게나 많이...

     

     "[세계통일정부]라는 걸 알고 있어?"

     

     생소한 단어에, 이리자키는 눈썹을 찌푸렸다.

     

     "속칭 뉴월드 오더라고 불리는 것이, 원로원의 목적이야.

     피지배층 계급을 극단적으로 증가시켜서, 원로원의 이상향을 만들어내지.

     마술을 못 쓰는 우민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거야."

     ".........."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 남자는.

     그래서는 마치 픽션에서 자주 나오는 세계정복 그 자체다.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타버린 팔을 붙잡으면서, 눈앞의 모두를 향해 내뱉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리자키의 호소에 대답하는 자는 없었다. 시시도의 말이 당연하다는 태도다. 적어도, 여기 있는 자들은 진심인 모양이다.

     

     "준비는 되었다고 말했었지.

     애초에 영맥의 조작권을 얻은 시점에서, 그 주변의 인간은 저항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ㅡㅡㅡ이야~ 넌 정말로 바보 같아.

     방금 전이 마지막 기회였는데.

     만일 승낙했다면, 너도 네 여동생도 새로운 세계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는데."

     

     시시도는 코웃음치면서,

     

     "이렇게 저항한 이상, 반란분자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네 여동생은 병으로 죽기 전에 적당히 갖고 놀다 죽여줄게."

     

     "...너 진짜로 죽인다."

     "어디 해봐. 가능하다면."

     시시도는 대담하게 웃고는, 손바닥을 내저었다.

     동시에 이리자키가 앞으로 나왔다.

     

     조금 뒤늦게, 배구공 사이즈의 번개가 시시도의 손바닥에서 방출되었다.

     수는 넷.

     위력은 어쨌건, 빠르다.

     

     "칫ㅡㅡㅡ"

     다가오는 포탄에서 몸을 피하면서, 하나하나 차 버린다.

     그리고 노바디를 발동해서, 숨어드는 것처럼 접근한다.

     저 자매한테 해제당하겠지만, 언령이 발동할 때까지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그 몇 초 안에 시시도한테 치명타를 입힌다면ㅡㅡㅡ

     

     "아아, 또 그거야..."

     시시도는 성가시다는 듯 한숨을 짓더니, 맹렬하게 후퇴했다.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정말 경계하고 있는지, 곧바로 공격 범위에서 도망쳤다.

     저래서는 따라갈 수 없다.

     

     아니, 그건 좋다.

     이렇게 된 이상, 여기 남은 것은ㅡㅡㅡ

     

     

     [현(現)]

     

     

     술식이 해제된 이리자키에게, 남은 3명의 시선이 모인다.

     노바디를 다시 발동하는 것보다 빠르게, 수가 이리자키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날아가!]

     

     

     안 보이는 해머에 엊어맞자, 이리자키의 온몸이 나뭇잎처럼 날아간다. 말 그대로 날아갔다. 말한 바를 실현시키는 마술. 이래서는 방어할 수가 없다.

     

     "젠장...!"

     

     초점이 안 맞는 두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본다.

     우토는 지켜보고 있지만, 쌍둥이 자매는 지금 그야말로 끝장을 내러 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거리는 있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시시도가 위에서 내려왔다.

     

     "우웃!?"

     

     오른발을 차올려서 시시도의 주먹에 맞춘다.

     완전히 사정거리 바깥에서 공격을 감행해왔다.

     적어도 수 킬로미터 바깥까지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의 시시도의 공격 간격은 그 정도로 광대하다는 뜻이다.

     

     낙하하면서, 연타하는 시시도의 공격을 계속 막아낸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번개로 변한 시시도는 섬광 그 자체였다. 인간이 모기를 내쫓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절망적인 속도 감각의 차이다.

     

     인간이 날벌레를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리자키로서는, 이 속도에 대처할 수가 없다.

     

     
    "약해ㅡㅡㅡ"

     시시도가 빛나더니, 사라졌다.

     

     "하지만 그게 어울려."

     가드 하던 팔을 지나치고서, 쇄골 언저리에 주먹이 꽂힌다. 경화의 피부를 꿰뚫었다. 그것도 위험한 각도로 들어오고 있다.

     

     "컥....쿨럭....!?"

     

     주춤거린 순간.

     공중에서 쌍둥이가 이리자키를 에워쌌다.

     

     

     [부러져]

     

     [참(斬)]

     

     

     어깨에서 허리에 걸친 몸통.

     그리고 오른 다리의 대퇴골이.

     제각각 말 그대로 베이고, 분쇄되었다.

     

     저항의 여지가 없었다.

     

     "ㅡㅡㅡ큭..."

     낙하한다.

     일어나는 흙먼지.

     

     "젠장..."

     팔꿈치로 지탱하고서, 상체만을 일으킨다.

     어느 사이엔가, 전투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저항하고 있는 마술사들도 연이어 쓰러지고 있다.

     어떻게 여길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압도적이다.

     

     "이제 알았겠지."

     시시도가 지면에 내려선다.

     번개를 두른 몸이, 지면을 불태운다.

     

     "아니, 이렇게 될 거라고는 알고 있었을 터.

     그런데도 무의미하게 저항해서, 우리를 화나게 해서.

     정말로 가족이 소중하다면, 순순히 따랐어야 했다."

     

     "............"

     시시도의 말도 왠지 멀리 느껴진다.

     지금 것으로 피를 너무 흘렸다.

     

     "네 능력은 귀중해. 마린 박사한테서 시체라도 갖고 오라고 들었거든. 되도록 거친 짓은ㅡㅡㅡ"

     

     "...시끄러."

     

     입에 고인 피를 내뱉는다.

     부러진 왼쪽 다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여서, 천천히 일어섰다.

     

     "....오늘은 수다를 잘 떠는데?"

     "아직도 설 수 있다니. 역시 전장에서 커와서 그런지, 바퀴벌레 같네."

     "... 게르첸한테 갈기갈기 찢겼던 네가 할 말이냐."

     반박하자, 시시도의 표정에 냉기가 감돌았다.

     

     "화내지 말라고... 히히히."

     어깨를 떨면서 낄낄 웃었다.

     

     "그것의 이야기는 그만둬."

     "그러니까 화내지 말라고. 겨우 여자한테 속은 정도로... 난 모국에서 몇 번이나 당했다고."

     "너와 같은 취급하지 마. 불쾌하다."

     시시도가 걸어오더니, 이리자키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저항할 힘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너와 그 남자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고."

     목에 손가락이 파고든다.

     

     "하지만 네가 바보라 살았어. 고양이와 함께 도망쳤다면 쉽게 붙잡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나 여동생이 소중했어?

     죽어가는 여자한테 집착하는 어리석은 자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이리자키는 시시도의 가슴팍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쉽게 제지당하고는, 그대로 지면에 내팽개쳐졌다.

     

     "여동생과 천국에서 만날 거라 생각하지 마.

     볼일이 있는 건 네 육체뿐.

     영혼은 내가 제대로 소비해줄 테니까."

     

     들어 올리는 오른팔이 거대한 번개로 변하는 모습을, 이리자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리 몸을 경화시킨들, 저것 앞에선 소용없을 것이다.

     

     

     "울려 퍼지는 신의 뇌추(토르 해머)"

     

     

     시야가 빛에 휩싸인다.

     번개는 휘황찬란히 빛나면서, 이리자키의 몸을 포옹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죽기 전에 보는 것치고는 아름답다며 멍하니 생각하던 순간, 번개가 무언가에 튕겨 났다.

     

     "ㅡㅡㅡㅡㅡ"

     

     시간이 멈춘 것처럼, 시시도의 움직임이 경직되었다.

     설마 지금의 일격을 이리자키가 막아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모양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이리자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에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벼락을 쳐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는 안 된다.

     

     "...네놈ㅡㅡㅡ"

     뭔가를 깨달은 시시도가 눈을 부릅떴다.

     이리자키의 옆에 누군가가 서 있다.

     그 사실에 더욱 경계를 강화했는지, 네 명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력한 마술이 온다.

     

     이리자키가 그리 확신한 순간, 모든 것이 백색에 물들었다.

     

     [ㅡㅡㅡ읏!?]

     

     순백의 파도가 주변을 제압해간다.

     그리고 시시도를 포함한 4명이, 놀랄 정도로 순순히 후퇴했다. 필연적으로 혼자 남게 된 이리자키는 [백색]에 휩싸였지만, 아프지는 않다. 그뿐인가 외상이 점점 나아간다.

     

     그와는 정반대로, [백색]에 닿은 요마들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갔다. 마치 종이라도 불태운 것처럼, 요마들은 계속하여 탄화되어 스러졌다.

      상처가 낫고 있는 자신과는 정반대였다.

     

     이 코를 찌르는 독특한 냄새는ㅡㅡㅡ

     

     "하얀 불꽃...!?"

     후퇴한 시시도가 가증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다른 세 사람도 왠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바가 있다.

     육왕의 피를 잇고, 진한 백색의 화염을 다루는 특급 마술사의 소문을ㅡㅡㅡ

     

     "...조금 많지 않아?"

     

    "그야말로 싸워볼 만한 전장이네요."

     "기대하고 있어 리더."

     한 자루의 칼을 들쳐 멘 남자가, 아홉 남녀를 이끌고 이리자키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남자가 든 칼은, 하얀 불꽃으로 이글거리고 있다.

     

     그리고 시야 한쪽에 또 이색적인 남자가 나타났다.

     근골이 장대한 거한과, 마른 몸의 남성.

     이름난 커뮤니티의 단장에다가, 육가의 당주.

     

     그것만이 아니다.

     이리자키의 주위에는, 어느 사이엔가 수십 명에 달하는 마술사로 빼곡했다.

     

     주저앉는 이리자키에게, 거한이 물어본다.

     

     "...이리자키 군이군.

     상황은 들었다. 나는 모모야마다 잇신사이다."

     "............"

     

     "이 정도의 인원으로 잘 버텨줬다.

     다음은 우리한테 맡겨둬라."

     그것만 전하고서, 잇신사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칼을 천천히 뽑았다.

     

     "........."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

     증원이다. 증원이 와준 것이다.

     그것도 이름난 열강이 한데 모여 달려와줬다.

     그 결계를 푸는 일에 성공한 걸까.

     

     

     하지만 그런 일보다도, 옆에서 우뚝 선 자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뇌신을 가진 것은 어느 녀석인데?"

     

     [저 미남이야. 저기 저, 금발 도련님]

     

     "과연. 시시도를 때려눕히면 된다는 거지?"

     

     [때려눕히는 건 나야. 넌 물러서 있어]

     

     

     남자다.

     자신보다 커다란 그 남자는, 정말 기운차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갑자기 남자는 몸을 웅크리더니, 이리 자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잘 지냈냐, 이리자키...... 아니 너, 팔이 불탔잖아..."

     "히힛...쌩쌩해 보이는구만."

     "덕분에 말이지."

     남자는 콧김을 내뿜으면서,

     

     "...여동생의 일은, 육가에 부탁해서 어떻게든 되었어. 그 사람이 올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거라 생각해."

     "...아아, 그랬구나."

     눈을 감고서, 옆으로 드러눕는다.

     전장의 소란이 정말 멀리 느껴진다.

     

     "올 거라면 좀 더 빨리 오라고.

     너무 늦었어."

     "미안."

     

     사토 소스케는 오른손에 검은 화염을 지피면서, 주먹을 굳게 거머쥐었다.

     

     

     "잠시 쉬고 있어. 빨리 끝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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