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 소스케 군 프랑스에 가다(1)2022년 08월 30일 01시 54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188
일본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났다.
하늘 여행을 십수 시간.
현재는 이탈리아의 투린 지부에 머물고 있다.
본래라면 전이진에 타서 더 간단히 갈 수 있다지만, 전부 망가졌다고 한다.
듣자하니, 원로원에 가담하는 각지에 높으신 분들이 손을 쓰고 나서, 프랑스로 향했다고 한다.
비행편을 선택한 것은 반쯤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결계로 다가가서 구멍을 내는 작업에 들어가지만, 그전에 작전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요는 이미 확인해놓았다.
지금은 더욱 전투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주력들이 적의 능력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은 이 남자다."
잇신사이 씨는 파일에서 1장의 서류를 꺼내어 테이블의 중앙에 놓았다. 서류에는 야쿠자 같은 험상궂은 아저씨가 나와있다.
"이가라시 겐조. 소환사다. 산옥지장이라는 여덟 개의 거상을 다루어 싸운다."
이건 한번 본적이 있다.
오니가시마에서 봤던 고층 빌딩 크기의 지장보살이다.
"소환수도 다루지만, 이 녀석 자신도 매우 강하다. 오히려 가장 경계할 필요가 있다."
들어보니 육탄전이 최대의 장기라고 한다.
겐사이와 같은 타입의 마술사라는 건가.
요주의 대상이구나.
"다음은 크롬이다."
새롭게 나타난 서류에는, 금발의 단발머리 여성이 찍혀 있다. 음, 확실히 이 사람도 강해 보였다.
"여러 무슬을 쓰지만, 중국 권법에 뛰어나다. 내 아버지 시절부터 20대 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수수께끼의 여자다."
...중국 권법.
아아, 미리온이 스승이라고 말했었지.
이 사람의 강자의 오오라는 장난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다즈몬드다."
그 아저씨.
그때 술집에서 주연을 연 장본인이지만,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뭐 육문의 서열은 2위고 펜릴도 사냥했다. 약할 리가 없겠지.
"현재 마술사 중 최강은, 뭐 틀림없이 이 녀석이겠지. 그다지 좋은 소문은 없지만, 매우 강력한 강화술식을 쓴다. 그리고 체술도 달인급이다. 솔직히 그와의 접촉은 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잇신사이 씨로는 드물게도 저자세다. 다시 말해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녀석도 근접전을 좋아하는가.
왜 마술사들은 강할수록 맨손이 되어갈까.
뭔가 좀 더 전형적인 마법사가 나와도 좋을 무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후에도 적 세력의 예측, 주력 세력에 대한 자세한 대책과 대열의 재확인을 하는 동안, 그만 밤이 되고 말았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주요한 녀석들은 이 정도일까."
픽업된 마술사는 총 40명 정도였다.
전부 특급 마술사나 원로 마술사 급의 고위들이다. 거의 모두가 프로 복서 같은 외모다.
이 녀석들이 마술사를 자칭하는 건 사기라고.
그래플러잖아.
"목적은 결계 안의 혼란의 진정 및 이 사태를 일으킨 원로원과 협력자의 구속이다."
최우선 사항은 혼란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일단 세계 규모의 마력접수를 그만두게 해야만 한다. 분명 주모자는 협회의 회장인 바니키스였던가.
"갇힌 사람들을 구하면서, 견문의 탑으로 나아간다. 여기에 결계의 기점이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대열을 짜서 나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너는, 모모코와 함께 세피로트의 지휘 하에 들어야겠다."
"예? 모모코 씨도요?"
'나는 몰라도, 모모코 씨를 그 변태 집단 안에 밀어 넣을 셈인가.
"너는 막 병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아아, 그랬었죠."
결국 나를 위해선가.
전속 치유마술사를 붙여주다니 감사한 일이다.
"...그럼, 전 슬슬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러는 편이 좋아."
일어서서 인사하고서 퇴실했다.
내일은 드디어 프랑스에 들어가게 된다.
솔직히 안의 상황은 상상이 안 간다.
봉쇄된 지 그리 지나진 않았지만, 식량이 고갈되지는 않았을는지.
내 첫 역할은 결계의 파괴다.
전부 파괴하기란 아마 불가능하겠지만, 구멍 정도라면 가능할 것이다.
사전에 풍신과 포인트의 의논은 해놓았다. 솔직히 힘든 것은 그곳부터지만, 일단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자.
"그보다, 왜 그 장소야?"
걸어가면서 물어보자, 난쟁이 크기의 아저씨가 어깨에 나타났다.
"글쎄, 그것까지는 몰라.
아몬 님이라면 뭔가 알고 계시겠지만."
너도 모르는 거냐고.
뭐, 모모카 씨의 질문으로 확인해놓았기 때문에, 그리 의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너, 견문에 탑에 가서 뭐할 셈인데?"
"뭐? 그걸 왜 가르쳐줘야 되는데?"
뭐 그런가.
협력이라 해도 일시적인 거니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러고 보니 크롬 씨가 오니족의 혼령을 모았으니까, 그것의 회수라도 하는 거겠지."
"글쎄? 과연 그럴까?"
대담하게 웃는 풍신을 곁눈질하며, 방으로 향했다.
◇
대단한 날씨다.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푸른 하늘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밑에서, 이제부터 드디어 돌입이 시작된다.
".............."
그런 이유로, 바로 나의 차례다.
국경 부근에 전개된 벽 같은 결계의 파괴가 나의 목적이다.
뒤에는 총 2천 여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왠지 긴장되는데.
손바닥으로 결계를 만지면서 제대로 음미한다. 음, 확실히 연하다. 적어도 최대출력은 아냐.
"사토 군, 할 수 있겠나?"
"예."
공간간섭을 봉인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결계 자체의 강도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이거라면 업련으로 충분하다.
산산조각 내주마.
"사토 씨, 화이팅."
조금 먼 곳에서 모모코 씨가 양손으로 승리의 포즈를 짓고 있다. 그 뒤에서는 시키가미 쇼고가 온화하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열심히 해 사토."
"확 해버리세요.'
"힘내세요 사토 군."
"사토 군 힘내십쇼. 힘내십쇼"
세피로트의 멤버들도 날 기대하고 있다. 이것에 응하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지. 왠지 게브라 씨만 말투가 이상한 게 신경 쓰이지만, 뭐 상관없나.
"...후우ㅡㅡㅡ"
단전에 힘을 모은다.
미세하게 휘몰아치는 검은 오오라가, 내 다섯 손가락과 손등을 두른다.
"ㅡㅡㅡ흡"
내딛으면서, 허리를 비틂과 동시에 오른팔을 내지른다.
꽤 고속으로 공중을 가로질렀는지,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주먹은 작려라며 벽까지의 공간을 내달렸다.
그리고 작렬하는 스트레이트.
클린 히트.
급소 같은 포인트를 정확히 꿰뚫었다.
그리고 이 느낌.
전혀 밀리지 않는다.
주먹에 부상을 입지 않고 부술 수 있어 보인다.
"ㅡㅡㅡ하앗!!"
더욱 체중을 실어서 휘두른다.
결계는 제대로 버티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붕괴되었다.
결계는 내가 파괴한 장소를 중심으로 금이 가더니, 마치 유리처럼 잘게 무너졌다.
동시에, 등 뒤에서 와아 하는 함성 소리가 울렸다.
그들한테는 지금 것이 선전으로 보였는지, 꽤 흥분한 기색으로 내게 칭찬의 말을 보내었다.
"좋아, 여러분..."
내가 말을 걸려던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뭐야ㅡㅡㅡ!?"
돌아보자, 거대한 야수가 있었다.
조금 굳어있자, 사자가 입을 열고는 대단한 기세로 달려왔다.
"아아ㅏㅏㅏ아ㅏ아아ㅏ아ㅏ아!!"
"우왓."
물러서면서 싸대기를 날렸다.
사자는 죽었다.
".........!"
대지와 합체하여 납작해진 사자를 응시했다. 틀림없이 죽었겠지.
결계의 안에 들어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감지하는 한, 이제 마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위기는 떠나갔습니다. 여러분 갑시다."
어깨너머로 돌아보고는, 척 하고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다시금 "오오~~~~!" 같은 환호성이 울렸다.
잘 모르겠지만 사기가 올라갔다면 좋은 일이다.
◇
사자는 무사히 죽었지만, 부대는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바로 죽이긴 했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쫄았다.
"기선을 제압당했네요."
"누가 안 그래."
모모코 씨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 괴물 탓에, 우리들은 지금 꽤 신중하게 나아가고 있다.
이동 방법은 차량이다.
1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장갑차에 가득 타서는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향하고 있다. 주위 500m 정도는 감지가 된다고는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모모코 씨도 주의하는 편이 좋겠어. 이런 원정은 낯설지?"
"...그, 그래요."
왠지 대답이 시원찮은데.
...떨고 있나?
아아, 그런가.
세피로트의 멤버와 동승하고 있으니, 긴장할 법도 하다.
일단은 메이저급 커뮤니티니까.
"케텔 씨."
"왜 사토. 너도 화장실 마려워?"
"모모코 씨한테 자기소개해두는 게 어때요."
"그런가? 응 그거 찬성."
가벼운 어조로 수긍하는 케텔 씨.
말 잘 듣네 이 사람.
"먼저 이쪽이 리더인 케텔 씨."
"케텔입니다...앗."
"서브 리더인 티파레트 씨."
"잘 부탁해, 모모코."
"인사 담당인 마르쿠트 씨."
"안녕하세요."
"영업의 게브라 씨와 네차크 씨."
"안녕하심까."
"안녕."
"홍보의 보드 씨와 예소드 씨."
"음, 잘 부탁한다."
"잘 부탁해."
"경비부의 케세드 씨와 비나 씨와 코쿠마 씨."
".........."
"........."
"........."
"그리고, 그 외 잡일을 하고 있는 사토다."
"네? 아, 네..."
모모코 씨는 여전히 긴장된 모습이다. 뭔가 즉흥극이라도 해야 할까.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까.
그 후부터는 잡담을 나누거나 적당히 경계를 하면서 차내에서 계속 대기하였다. 이 페이스로 간다면, 도착에 얼마나 걸릴까. 견문의 탑까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3일은 걸리겠지만, 원로원의 방해가 들어오면 더욱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
코즈미를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응, 괜찮지?"
어깨를 흔들리고 있다. 흔들흔들. 흔들흔들.
가녀린 팔에 비해 힘이 강해서, 코즈미의 몸은 좌우로 크게 흔들거리고 있다.
"아주 조그만, 조금만이면 돼."
"그, 그만...그만하세요...!"
흑발의 여성... 펜릴이 코즈미의 비상식량을 바닥낸 것은 조금 전의 이야기다.
"부족해." 라고 말해서 하나 더 주려고 생각했더니, 꾸러미 채로 가져가서 전부 위장 속으로 털어 넣고 말았다.
본래라면 그 시점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얻었을 텐데, 펜릴은 그걸로도 부족하다면서 코즈미의 머리카락을 요구해왔다.
머리카락.
머리카락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날것은 마력이 풍부해서, 맛은 몰라도 펜릴한테는 배를 채우기 쉬운 모양이다.
확실히 인간의 마력은 신수와 마수에게는 극상의 식량이지만, 순순히 따르기는 싫다.
이제야 요즘 들어서 그럭저럭 자라게 된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수 개월.
그 정도면 짧으면, 이전 같은 장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내장을 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잖아. 머리카락이라면 또 자라잖아."
"시, 싫어요!"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펜릴의 눈을 보니 진심 같다. 코즈미는 단호한 결의를 갖고, 방구석을 가리켰다.
"그보다, 식사라면 제대로 있잖아요!"
그렇다. 그곳의 식기를 보니, 펜릴은 하루에 몇 차례나 식사를 받고 있다. 확실히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아 직전이 될만한 상황은 아니다.
"저걸론 부족하단 말이야.
맛도 담백하고, 야채도 많이 들어있고."
"그, 그렇다 해도 제 머리카락은 안 돼요."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 뭐든지 할 테니까."
"으, 으....!"
끝이 안 난다.
그보다, 뭐지 이 상황은.
왜 자신은 머리카락을 요구받고 있는 걸까.
당분간 계속 칭얼대던 펜릴이었지만, 코즈미가 그냥은 따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는 팔짱을 끼웠다.
"...알았어. 그쪽이 그럴 셈이라면 이쪽도 생각이 있거든?"
펜릴은 바지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뭔가 검은 봉 모양의 물체를 꺼냈다.
"...그, 그건 뭔가요."
"네메아의 사자의 배꼽 털이야. 먹으면 체모가 단단해져."
"아니, 필요 없어요..."
"뭐? 그럼 뭘 줘야 만족할 건데."
이제 분노가 샘솟는 건지.
펜릴은 배꼽 털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언짢은 듯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 그냥 참으면 되지 않나요... 굳이 제 머리카락을 먹을 필요는."
"나는 펜릴이야. 신의 늑대야. 항상 뭔가를 먹지 않으면 진정이 안 돼."
그리고 펜릴은 콧김을 내뿜더니, 그대로 드러누워서는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배고파배고파배고파배고파."
코즈미는 눈앞의 광경에 절규했다.
이것이 펜릴이라니.
대신재 때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마계의 여섯 신중 하나.
바다뱀, 황룡, 야마타, 묘신, 귀신, 신의 늑대.
"하아..."
한숨을 짓는다.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끄럽구만."
돌아본다.
잘 보니, 어둠 저편에 누군가가 앉아있다.
키는 180cm 정도일까.
윤곽만 보여서 잘 모르겠지만, 근육질의 체형과 목소리로 보아, 남자다.
"펜릴, 조금 조용히 해."
"들어봐 아몬 군. 이 사람이 먹을 것을 안 줘."
"...너, 방금 내 몫도 먹었다고."
그런 대화도 허무하게, 펜릴은 다시 라디오처럼 외쳐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즈미는 무심코 몸이 굳었다. 방금 펜릴이 말한 이름에, 기억나는 바가 있어서다.
"아, 아몬이라면..."
뒷걸음질 치면서, 코즈미는 자연스레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마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히 이 서늘한 분위기는 귀신의 것이다.
"...날 알고 있는가.
하하, 과연. 오니가시마에 있던 녀석인가."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이미 죽었을 텐데요."
그렇다, 소스케와 샤리아가 완전히 소멸시켰을 터. 코즈미가 아는 한, 그 상태에서 복원할 방법은 없다.
"그래, 죽었지. 사토 소스케라는 녀석한테 혼백이 조각조각 나서 말이다. 확실히 죽음을 각오했지만ㅡㅡㅡ"
귀신은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는, 흘끗 펜릴을 바라보며.
"아무래도 너희 동료가 날 재이용하려고 생각한 모양이더군. 혼을 복구해서 하필이면 인간의 육체 따위에 가둬버렸다."
그렇게 말한 귀신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녀석들도 완전히는 장악하지 못했다. 날 조종할 수 없다고 알자마자, 이 장소에 유폐시키고는 그걸로 끝이다."
"유폐라니..."
더욱더 의미를 모르겠다.
귀신의 말로 보아, 여긴 협회의 감옥으로 보인다.
"....그 말이 진짜라면, 여기는 협회의 감옥이라는 뜻이네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녀석들이 이런 문제를 외부에 부탁하지는 않을 테니."
"그럼 왜, 그...펜릴 씨는, 저를 여기 데려온 걸까요?"
"..........."
귀신은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뜸을 들이고서, 코즈미의 옆에 있을 펜릴을 턱으로 가리켰다. 코즈미가 순순히 펜릴 쪽을 돌아보자, 그녀는 배꼽 털을 질겅거리고 있었다.
"흠, 그리 맛있지는 않지만, 흠, 독특한 씹는 맛이, 흠."
펜릴은 그대로 코즈미를 바라보고는,
"안 줘."
"... 필요 없어요."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낀 귀신이, 한숨을 지었다.
"이미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은 바보다. 얼간이다. 매사를 잘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을 하지."
전형적인 아귀다.
귀신은 조용히 덧붙여 말하고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와닿지 않는다.
붙잡힌 것이 원인인지, 그리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정말로 그녀가 신의 늑대인가요?"
"뭐지? 더 위엄 있는 녀석을 상상한 건가?"
"아뇨..."
그보다는 더 똑똑할 거라 생각했었다.
"뭐, 그 녀석은 친구가 거의 없었으니까.
마계든 신계든 인간계든. 어디를 가도 고독했다. 말하는 것 자체가 그리 익숙지 않은 거다."
"뭐어? 아몬 군. 언제 적 이야기야 그거."
펜릴은 확 일어나더니, 조금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의 내게는 코즈미가 있단 말이야.
지금까지는 나와는 달러, 친구 천 명도 꿈이 아닌걸."
위장에 물건이 들어가서 약간은 진정되었는지.
펜릴은 왠지 자랑스럽게 말하고는, "글치?" 하며 코즈미한테 확인을 구했다.
"저기, 펜릴 씨."
"뭔데 코즈미. 먹을 것을 준다면 들어줄 수도 있어."
"계약은, 파기할 수 없나요?"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
펜릴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는, 그대로 코즈미쪽으로 몸을 향했다.
"너,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나와의 계약이 싫다는 거야?"
"...시, 싫다기보다, 악마와의 계약을 범죄예요. 이대로 가면 친가에도 민폐를 끼치게 되어서요."
가장 빨리 반응한 것은 아몬이었다.
"그건 그렇고, 네년의 혈통을 묻지 않았었군."
말하면서, 아몬은 갑자기 일어섰다.
코즈미에게 딱히 양해를 구하지 않고, 천천히 오른팔을 붙잡았다.
"...과연, 확실히 펜릴의 문양이다.
그 외에는, 뱀... 이건 늑대인가.
문양이 친숙한데. 혹시 네년, 그럭저럭 역사가 깊은 혈통인가?"
"...네. 시키가미, 코즈미라고 해요."
"시키가미. 이것도 악연인가."
귀신은 자조 섞어 웃더니, 조용히 코즈미의 팔을 놓았다.
"하지만, 인간의 악마 혐오는 아직도 건재한 모양이구나.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것만은 사라지지 않는가."
바닥에 앉으면서, 귀신이 한숨을 쉰다.
"...무슨 뜻인가요."
"신수와 마수의 생물적 차이는, 인간으로 예를 들자면 피부색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나는 몰라도, 종족을 한데 묶어 보는 것은 그만둬라."
"............."
그렇게는 말해도, 흉폭한 종족이 마계에 집중된 것은 분명하다. 애초에 퇴마사가 생겨난 계기가 대신재다.
여섯 대악마들이 인간계를 마음껏 유린하지 않았다면, 이런 관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죄를 신경 쓰지 않는 걸 보면, 역시 악독한 성격일지도 모른다.
".............."
이제야, 일의 전모가 파악되었다.
결국 협회에 붙잡힌 펜릴이 생각 없이 코즈미를 역소환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선 술식 종류가 모두 봉인되어있다.
귀신과 펜릴를 가둬두기 위해 만든 감옥인 것이다. 코즈미 또한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펜릴이 어떻게 역소환이라는 고등의 기술을 썼는지 문제가 되지만, 뭔가를 생각한 행동으로도 안 보인다. 붙잡히면 곤란하다고 말했으니, 돌발적인 행위로 보인다.
"하아..."
코즈미는 벽에 다가가서 허리를 내렸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래서는 붙잡힌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펜릴이 기지개를 켰다.
"그럼 배도 조금 채웠으니, 슬슬 시작해볼까."
그 말에, 코즈미와 귀신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시작한다니, 무엇을요?"
"그야 탈출이지. 나간다."
펜릴이 천연덕스럽게 말하자, 코즈미는 눈을 휘둥그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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