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5 박은(拍隱)의 크롬(2)
    2022년 08월 28일 23시 45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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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162 

     

     

     

     "..............."

     증원을 불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는다.

     그 사실을, 비비안은 순식간에 깨우쳤다.

     

     

     크롬 G 로젠베르그.

     대성군 간부.

     최강의 육문, 다즈몬드의 시중인.

     시키가미 겐사이 다음가는 특급 마술사.

     무술의 달인.

     

     

     "...어떻게 여기에?"

     

     비비안은 힘겹게 질문했다. 크롬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인형 같은 무표정으로 한번 코웃음 쳤다.

     

     "결국은 생물. 사각 따윈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답한 크롬은 더욱 거리를 좁혔다.

     

     "...또 사사미네 씨를 노릴 셈인가요?"

     떨리는 입술을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코즈미가 크롬에게 물어본다. 그녀는 작게 고개 젓고는, 그대로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벽왕에 대해서는 이미 수를 써뒀습니다.

     세간도 신경 쓸 단계가 아니게 되었으니, 원로원 측에서 보면 상관없는 일이겠지요."

     "...그럼, 적대하는 저희들 자체를?"

     "그것도 언젠가는.

     하지만, 저 자신의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시키가미 코즈미 씨. 저와 함께 대성군으로 가시죠. 그 시점에서 동료 분들에 대한 공격은 그만두겠습니다."

     순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시 말해서 인질을 원하는 모양이다.

     

     "...할아버지의, 명령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애초에 그쪽과 싸우는 건 본의가 아닙니다. 그러니 코즈미 님.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겐사이도, 당신과 싸우는 것은ㅡㅡ"

     

     말을 끝맺기보다 빠르게.

     방의 벽이 무너지면서, 메마른 소리가 작렬했다.

     크롬은 그와 동시에 한 손을 올려서는 관자놀이 근처에서 뭔가를 붙잡았다.

     

     ".............."

     크롬의 손바닥에는, 글자가 새겨진 총알이 있었다. 약간 달궈진 그것을 내버리고는, 공격이 온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돌격소총을 든 아나스타샤가 서 있었다.

     

     "움직이지 마."

     

     경고를 하면서, 아나스타샤는 마안을 개안했다.

     [정곡의 마안]은 이른바 마킹 같은 것이다.

     한번 시인해서 기억한 상대라면 범위 남에 있는 한 어떠한 속도로 움직이든 영구적으로 포착할 수 ㅇㅆ다.

     그리고 이 거리.

     급소를 뚫을 준비는 되어있다.

     

     하지만 크롬에게 초조함은 없다.

     그냥 따분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 표정에는 냉기 같은 것을 띄고 있다.

     

     "...그 철골로, 절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살기는 없다. 적의도 없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아나스타샤는 주저 없이 AK47의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당기려고 했다.

     

     "ㅡㅡㅡ"

     

     순간, 아나스타샤는 공중을 날았다.

     토혈 같은 것이 하늘을 붉게 채색한다.

     모두가 '빠르다' 라고 느낄 틈도 없이 크롬의 일타가 들어간 것이다.

     

     크롬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래도, 라니에로는 없는 모양이네요. 그는 배에서 내렸나요?"

     

     "..........?"

     

     코즈미가 작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누구를 말하는 걸까. 해당하는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질문에, 미리온이 곧장 대답했다.

     

     "이리자키 씨의 본명."

     "그 녀석, 가명이었구나...

    '

     비비안의 의외라는 듯 눈을 둥그렇게 했다.

     

     "...뭐, 없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아마 가족의 안전을 걱정했겠죠. 결코 올바른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말 그답네요."

     

     크롬의 말대로, 이리자키는 이미 이 배에 없다.

     야마타노오로치 습격 때, 독자적으로 결계를 탈출하기 위해 개별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 이유는 제대로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가족 문제 같다.

     

     '그보다도...'

     

     문제는 크롬이라기보다 코즈미다.

     저 초조한 표정으로 볼 때, 말리지 않으면 자기를 희생할 셈으로 따라갈 것이다.

     

     생각하는 사이, 크롬이 다시 한걸음 걸어왔다.

     

     "그래서, 어떻지요? 저는 딱히 상관없답니다. 나인 일행을 전멸시키고 당신을 억지로 데려가도, 시간은 그리 걸리지 않거든요."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비비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상관없다면, 처음부터 정면으로 부딪혔을 것이다.

     

     "미리온 씨, 제가 잠시 시간을 만들겠어요."

     "...네?"

     

     "그 틈에 코즈미를."

     

     술식을 발동시켜서, 시공간에서 야앵을 꺼낸다.

     크롬과의 거리는 한 걸음 한 칼.

     검사에게는 딱 좋은 거리다.

     

     발도. 앞으로 내딛는다.

     

     "비비안 씨, 안 돼요!"

     

     방어인가, 반격인가.

     뭐든 좋다.

     

     최고속으로 칼날을 휘두른다.

     몸통은 속도의 완급.

     보다 빠르게, 보다 날카롭게.

     

     "도약검, 오의ㅡㅡㅡ"

     

     

     

     정신 차리고 보니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배에는 둔한 통증이 남아있다.

     아무것도 안 보였다.

     공격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거동ㅡㅡㅡ그 잔상도 보이지 않았다.

     

     "...듣던 대로 실력은 좋군요. 만나는 게 조금 더 늦었다면 그럭저럭 겨뤄봤을지도 모릅니다."

     

     크롬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고의인지 아닌지, 직격되기 직전의 비비안이 몸을 비튼 것이다. 아직도 의식이 있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감상에 젖는 것은 그만두고, 크롬은 코즈미에게 손을 뻗었다.

     

     "자, 코즈미 님. 이 이상 동료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이쪽으로ㅡㅡㅡ"

     쾅.

     다다미가 뒤집어지는 것처럼, 바닥에 단번에 튀어 오른다.

     바로 옆에 있던 미리온이, 바닥을 시소처럼 짓밟은 것이다.

     

     약간 휘청거리는 크롬에게, 미리온은 전력으로 붕권을 내질렀다. 갑자기 의표를 찔렸는지, 크롬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방어하며 그 충격으로 방구석까지 날아갔다.

     

     그런데도 상처 입은 것은 미리온 쪽이었다.

     클린히트가 오히려 독이 되었는지, 주먹은 붉게 부풀어 오르고 표면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다.

     뼈는 무사하지만, 이것은 여러 번 휘두를 수 없어 보인다.

     

     "........."

     

     ㅡㅡㅡ단단해.

     육체를 말도 안 되는 차원까지 강화시켜놓았어.

     마치 주먹으로 강철을 때린 듯한 느낌.

     이래서는 공격이 닿지 않아.

     

     "...미리온."

     짧고 분명한 목소리로,

     크롬의 두 눈이 미리온을 바라본다.

     

     "모처럼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세요.

     이미 위에 이야기는 해놓았으니,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간섭하지는 않습니다.

     이제부터 자유롭게 살아준다면, 저로서도 기쁘겠는데요."

     "...그건, 저만의 이야기잖아요."

     "당연합니다."

     피가 떨어지는 주먹을 움켜쥐면서, 미리온은 코즈미의 정면을 막아섰다. 그대로 보폭을 크게 벌리며 자세를 잡는다.

     

     크롬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모르겠군요. 그녀한테 의리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제 저주를 풀어준 분이 이 분들이거든요."

     "그것도 당신의 성격을 고려해서 이용하기 위한 걸지도 모르는데요."

     크롬이 조금씩 다가온다.

     미리온의 어깨가, 떨리는 것처럼 움찔거린다.

     

     "마술사 따윈 그만두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은혜는 알기 쉽게 갚으라고 말씀하신 건 스승님이잖아요."

     미리온의 태도는 완강했다.

     

     

     "봐주지 않습니다."

     

     단지 한 마디로 경고하고서.

     에이프런 드레스를 두른 가인은 주먹을 들었다.

     

     

     침묵.

     

     

     "ㅡㅡㅡㅡㅡ"

     

     

     미리온이 재빠르게 내딛는다.

     조용히 내딛는 전질보는 순식간에 피아의 거리를 좁혔고, 양 측에 있어 최적의 거리를 만들었다.

     

     

     "하ㅡㅡ앗!"

     

     기세를 전부 주먹에 실어서, 똑바로 [충추]를 내지른다. 크롬은 딱히 당황하지 않고 몸을 기울여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가볍게 주먹을 피했다.

     

     그 기세가 끊기지 않도록, 발끝으로 버티며 조심스레 시프트 웨트를 해낸다. 그리고는 그대로 크롬이 회피한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이번에는 약간 퍼올리는 형태로 [승룡]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것도 크롬에게는 별것 아닌지, 추격의 주먹은 허무하게도 공중을 춤추는데 그쳤다.

     

     반격은 안 온다.

     미리온은 그 일에 초조함을 느끼면서, 진각을 울리면서 날카롭게 [복호]를 내리쳤다.

     잠에서 막 일어난 것치고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크롬의 중앙선을 완벽하게 노리고 있다.

     

     잡았다.

     미리온은 확신했다.

     가슴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주먹은, 하지만 크롬이 깨끗하게 쳐내버렸다.

     

     "느려."

     미리온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회심의 복호는, 크롬의 두 옆구리 사이에 잡혀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예상 내.

     여기서 그녀가 [포주(抱肘)]를 쓸 것은, 미리온의 예상 범위였다.

     아무리 공방일체를 지향하는 팔극권이라 해도, 쓴다고 알고 있으면 대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흐ㅡㅡㅡㅡ읍!"

     붙잡힌 주먹을 중심으로, 그 자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빙글 돈다. 팔극권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초근접전을 상정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약간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 범위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노리는 것은 철산고.

     다행히 여기까지는 잘 되어간다.

     반원을 그려서 얻은 원심력도 더해서, 이대로 크롬을 배 바깥까지 날려버린다.

     

     "ㅡㅡㅡ싯."

     땅을 가르는 것처럼, 진각에 의한 응력을 전부 견갑골로 집중시킨다. 철산고란 다시 말해 도움닫기가 없는 몸통 박치기.

     온몸이 연동할수록 위력이 오른다. 미리온의 장기이기도 하다.

     

     

     "허술해."

     

     순간, 크롬이 미리온의 주먹을 잡고 있던 팔꿈치를 빙글 돌렸다.

     손잡이라도 돌리는 것처럼, 아주 약간.

     결과적으로 미리온의 온몸은 공중에 붕 떠서, 몇 초 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ㅡㅡㅡ"

     

     찰나의 침묵을 깨트린 것은, 전격처럼 내달린 연환퇴였다. 거의 수직으로 차올린 다리가 등에 직격 당한 미리온은, 순식간에 천장까지 튀어 오르더니 그대로 방 안에서 탱탱볼처럼 튀어 다녔다.

     

     "ㅡㅡㅡ아ㅡㅡ큭!!"

     튕겨 나면서, 미리온은 생각했다.

     지금 것은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손쉽게 반격당했다.

     

     이제 크롬이 달려가서 코즈미를 붙잡을 때까지 1초도 안 걸린다. 이미 결판났다는 듯 미리온한테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있다.

     

     여기가 승부처다.

     여기서 끈질기게 달라붙느냐 마느냐로, 승패가 갈린다.

     

     "아ㅡㅡ아ㅏㅡ아ㅏㅏㅏ아ㅏ아!!"

     

     "!"

     

     순식간에 자세를 고쳐서, 단번에 뛰어간다.

     이것은 예상 밖이었는지, 크롬의 반응이 약간 늦다. 기습까지는 아니지만, 타이밍적으로는 우위에 섰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

     

     이제는 모든 힘을 모아서 혼신의 발경을 때려 박는다.

     먼저 진각이 바닥을 부순다.

     부르르 떠는 주먹이 대기를 가른다.

     내딛는 기세는 타점의 직전까지 주먹에 전달되고, 팔은 한 자루의 창으로 변한다.

     

     

     이걸로.

     

     

     "무박자(無拍子)."

     

     정신 차리고 보니, 눈앞에 주먹이 다가오고 있었다.

     

     

     "ㅡㅡㅡㅡ!?"

     

     인지할 틈도 없이, 붕권이 안면에 꽂혔다.

     그리고 이어서 물 흐르는 듯한 팔꿈치 타격에 이어, 복부에 주먹이 작렬한다.

     그 후의 흐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유려하다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거센 연타.

     초격을 포함한 12격의 공격을, 미리온은 하나도 피할 수 없었다.

     완벽할게 들어간 맹호경조산.

     순식간에 끝나버린 그 절기는, 미리온의 모든 뼈를 빠짐없이 분쇄시켰다.

     

     

     "컥..."

     

     손쓸 방도도 없이, 자연스레 무릎이 허물어진다.

     온몸의 신경이 비명을 지른다.

     이미 중력에 거스를만한 힘은 사라졌다.

     

     

     "당신이 완벽한 상태였다면, 조금 더 좋은 승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크롬의 온몸이 흔들렸다.

     다음 순간에는, 오른팔로 방금 도망쳤던 코즈미를 붙잡고 있었다. 

     

     

     "...공간...도약."

     

     

     조금 뒤의 미래의 자신으로 도약하는 힘.

     크롬의 그것은, 모든 쓸데없는 시간을 통째로 생략한다. 그냥 생략하는 게 아니다. 상대를 그냥 놔둔 채로 일방적으로 미래로 도약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는, 크롬 이외를 과거로 날려버리는 능력이라고 해야 좋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크롬의 공간간섭.

     [무박자(無拍子)]의 정체였다.

     

     당한 적은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느낄 것이다.

     

     ".......읏!?"

     

     코즈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보다, 그 간섭은 인간을 만진 상태에서는 못 쓰게 된다. 그래서 여기까지 돌아온 것은 본인의 속도일 것이다.

     

     애초에 무박자라는 것은 크롬 자신이 다루는 노 모션 행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공간간섭이 없이도 최강 클래스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크롬의 강함인 것이다.

     

     "...이제는."

     

     크롬은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귀를 약간 움직였다.

     씰룩. 무슨 동물처럼.

     이윽고 목적의 것을 발견했는지, 크롬은 그 자리로 뛰어서ㅡㅡㅡ

     

     'ㅡㅡㅡ설마.'

     

     미리온은 자력으로 부서진 뼈를 복구해서, 크롬을 뒤쫓았다.

     코즈미를 안은 지금은 간섭을 쓰지 못할 터.

     미리온은 불안정한 자세로 어떻게든 앞질러서, 다시 크롬의 앞을 막아섰다.

     

     "...기세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답니다."

     크롬의 몸이 흔들림과 동시에, 옆구리에 블로가 꽂혔다. 둔하고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저의 간섭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6문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그 증거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미리온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다시 말해, 당신은 그 정도라는 뜻입니다."

     쌀쌀맞은 얼굴로 고하고서, 크롬은 조용히 미리온을 차 버렸다.

     

     어떻게든 현재 상황을 타개해보고 싶지만, 제대로 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크롬은 벽을 파괴하면서 나아가다가, 이윽고 어떤 휴게실에 도착했다.

     

     그 방에는, 나은 자가 한데 모여 피난해 있었다.

     누군가 지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 전투 중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ㅡㅡㅡ

     

     "ㅡㅡㅡ읏!!"

     정말 경계한 모양이다.

     먼저 성진의 숨통을 발동시키려고 한 엘리제가, 가장 먼저 어떤 술식에 의해 벽으로 날아갔다. 곧장 우토 미즈키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크롬이 한번 바라보자 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미즈키만이 아니다.

     모두가 적대감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대면한 몇 초만에, 이 상대와 싸우기를 포기한 것이다.

     

     호흡조차 정지된 이 방 안을, 크롬은 당당하게 활보했다. 이윽고 떨고 있는 미코를 지나쳐서, 타카츠키 코지의 어깨로 고개를 뻗었다.

     

     "타카츠키 코지 님 맞지요?"

     ".............큭."

     "다즈몬드 님이 부르십니다. 저항하지 않는다면, 동료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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