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4 박은(拍隱)의 크롬(1)
    2022년 08월 28일 01시 25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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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154 

     

     

     

     비비안 맥켄지가 눈을 떠보니, 침대에서 자는 형태로 누워있었다.

     

     "............"

     쏟아지는 광원이 눈부시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동공이 자극된다.

     

     그리고 몸이 무겁다.

     호흡해보니, 가슴 언저리가 아프다.

     

     "맞아..."

     기억이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여태까지의 일을 대략적으로 떠올린다. 미코가 대성군의 자매한테 납치되어 서둘러 쫓아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전력은 막대해서, 전투에서 져버리고 말았다.

     

     패배라기보다, 완패를 거두었다.

     쿠와 수... 이 두 사람의 마술은 대단해서, 완전한 스펙 차이로 져버렸다.

     

     비비안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또 1명이 이 방에 있음을 깨달았다.

     웨이브가 들어간 긴 블론드 헤어는, 한눈에 그녀라고 알 수 있다.

     

     "미리온 씨..."

     "좋은 아침이에요."

     아무래도, 같은 방에서 잤던 모양이다. 이미 그녀는 로긴스의 주술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보기로는 무사히 성공한 모양이다.

     

     "다행이다. 무사했네요."

     "아아, 예에...뭐."

     

     흐릿한 미리온의 반응에, 비비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그... 신역 부근에서 시시도 군한테 조종당한 이래, 기억이 없어서요... 상황을 잘..."

     그건 무리도 아니다.

     미리온이 보기엔 혼란스러운 것도 당연할 것이다.

     

     비비안은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하고는 간단히 상황을 전했다.

     

     "...이렇게 된 거예요."

     "..........."

     

     미리온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확실히 회장의 연설. 아니 세계 규모의 공갈협박은 반응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비비안은 손발의 감각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벽에 붙은 거울을 보면서, 정면으로ㅡㅡㅡ

     

     

     "...어?"

     

     모르는 누군가가 그곳에 있다.

     머리카락을 붙잡는다.

     색깔이 다르다.

     자세히 말하자면, 백발이 되어 있다.

     비비안이 백발이 되어버렸다.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바, 비비안 씨!?"

     비명과도 비슷한 외침 소리가, 방을 쩌렁쩌렁하게 진동시킨다. 그때 복부의 상처가 약간 벌어진 느낌이 들었지만, 당사자인 비비안은 신경 쓰지도 않고 그대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뭐, 뭐야...이게..."

     자랑스러운 블론드 헤어가 흔적도 없이 변해버린 모습에, 단지 떨면서 동공을 연다.

     하얗다. 압도적으로 하얗다.

     은색이 아닌, 눈과 같은 순백.

     정체성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시집 못 가..."

     "괘, 괜찮은가요 비비안 씨...?"

     미리온이 부드럽게 비비안의 어깨에 손을 대지만, 불안감은 늘어날뿐이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지금의 절규가 들린 걸까.

     그곳에는 코즈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옆에는 나인도 서 있다.

     

     "무, 무슨 일인가요 비비안 씨!?"

     

     "무슨 일이냐구?"

     "코, 코즈미! 나인 씨!"

     비비안은 각각의 손으로 옆머리를 잡더니, 두 사라에게 보여주려는 것처럼 달려갔다.

     

     "머, 머리가... 머리가 새하얗게...!"

     코즈미는 눈을 번쩍 뜨면서, 나인은 비비안을 지긋이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뭐냐, 움직이는 성의 영화에서 이런 장면 있었다구."

     "그게 아니잖아요!"

     "알고 있어. 이것 봐, 나도 하얀색이니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구."

     진지하게 말하는 나인을, 비비안은 눈물지으며 바라본다.

     

     "나인 씨는, 원래 그 색이잖아요..!"

     "뭐, 가계가 그러니까."

     "이대로 대머리가 되면 어떡해...!"

     부들부들 떠는 비비안을 보다 못했는지, 코즈미는 미소 지으면서 등을 다독였다.

     

     "괜찮아요 비비안 씨. 마력 부족으로 한 때만 그러니,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요."

     

     "...진짜?"

     "네. 그러니 다시 안정을 취하세요."

     "...알았어."

     비비안은 불안한 듯 그렇게 말하면서, 터덜거리며 침대로 돌아갔다. 놀랄 정도로 순순해진 비비안을 보고, 나인은 의외라는 것처럼 코즈미한테 눈길을 주었다.

     

     "...어느 사이에 사이좋아졌어?"

     "네? 아, 탈출하고 바로 다음에 대화할 기회가 있어서요..."

      

     "흐음~"

     나인은 그대로 신발 소리를 내며 미리온의 침대맡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괜찮아 보이네."

     "네, 덕분에요."

     

     미소 짓는 미리온에게, 나인은 겸연쩍은 듯 눈을 내리깔았다.

     

     "...멋대로 구해버려서 미안."

     "...아뇨."

     미리온을 구한 것은 이쪽의 독단인 것이다.

     

     "너, 이제부터 어쩔래?"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미리온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 넌 조금 더 쉬어. 난 노아의 유지를 돕고 올 테니까, 앞으로 이틀은 편히 쉬어도 된다구."

     

     나인의 말에, 비비안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이 배,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전혀. 그냥 아무렇게나 날아다니고 있어. 항상 이동하지 않으면 협회에 들키니까."

     섣불리 거점을 만들면 즉시 공격받는다는 것은 항만도시에서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그 녀석들은 이 나라...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영맥을 장악하고 있을지도 몰라. 지상에 내려가는 건 리벳의 마력이 소진될 때만 그러기로 했다구."

     

     하지만, 그것조차도 언제까지 버틸지 확실하지는 않다. 지금 높은 전력으로 공격당하면 위험하다.

     

     "...아마, 다른 마술사들이 여기로 오고 있을 테니, 일단 구원을 기다리자구."

     그것만 말하고서, 나인은 떠나갔다.

     그녀 또한 너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반요의 피가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놀라운 스태미너다.

     

     "............"

     비비안은 팔짱을 끼고서 혼자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완전히 걸리적거린다.

     원로원 측의 실력자를 상대로는 기껏해야 시간 벌이 정도에 불과하다.

     

     "저기 코즈미."

     "네?'

     

     "뭔가 쉽게 강해지는 방법은 없으려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긴 해~"

     

     어떤 일이나 그리 간단히 되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비비안이 2년 만에 상1급까지 강해진 일이, 주변에서 보면 이상한 것이다.

     

     "미리온 씨 정도로 강하다면, 나도 도움이 될 텐데..."

     갑자기 자기 얘기가 나와서 놀랐는지, 미리온은 의외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비비안 씨는 이대로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비비안은 기본적으로 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틈만 있으면 검을 휘두른다. 뛰어난 재능도 있지만, 애초부터 정신이 강인한 것이다.

     

     "....그걸 배울 수밖에 없겠네."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비비안에, 코즈미와 미리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라뇨?"

     "도약검. 내 스승님이 쓰는 검기야."

     "아, 들어본 적이 있어요. 특급 마술사인 프레데리카 씨는 독특한 기술을 쓴다고요. 대체 어떤 기술인데요?"

     "뭐 간단히 말하자면 검이 뿅뿅 뛰어다녀."

     ".........뿅.."

     

     "아니, 뭐, 그렇게 보일뿐이지만."

     그녀 왈, 불규칙한 궤도를 그리는 참격이 대상의 급소를 계속 노리는 기술이라고 한다. 프레데리카는 그 기술로 애검을 휘둘러서 야마타노 오로치의 목을 여러 번 베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비안 씨는 프레데리카 씨의 제자잖아요? 안 배웠나요?"

     

     "배웠고, 제대로도 쓸 수 있어. 하지만 난 술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못 쓰니까, 쓰게 되면 뼈에 금이 가버려.'

     물론 위험성이 없는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쨌든 비비안은 위험을 부담하는 형태로만 도약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애초에 프레데리카는 '아직 빠르다' 는 이유로 수박 겉핥기 정도만 가르쳐준 모양이라서, 원리를 완전히 파악한 것이 아니다.

     

     "저기..."

     비비안이 혼자서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미리온이 손을 들었다.

     

     "왜?."

     

     "그 기술... 요령 정도라면, 저도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어? 어떻게?"

     이상한 제안이었다.

     

     "미리온 씨, 혹시 검도 쓸 줄 알아?"

     

     "아니요. 하지만 그것은 저의 스ㅡㅡㅡ"

     

     순간.

     크게 배가 흔들렸다.

     

     

     흔들렸다는 미지근한 정도가 아닌, 방 전체가 기울어졌다. 선반은 단번에 내용물을 쏟았고, 침대는 공중에 떴다. 그중에서 가장 빨리 자세를 바로잡은 자는, 미리온 데드라인이었다.

     

     "ㅡㅡㅡ윽."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다.

     

     '적ㅡㅡㅡ'

     

     코즈미는 심한 흔들림 속에서 경악에 휩싸였다.

     전의 습격에서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고전은 했지만, 수와 쿠, 그리고 야마타노오로치는 격퇴했다. 그 후의 도주 경로도 괜찮았다.

     추격자에 대한 대책은 완벽에 가까웠다.

     

     빈틈은 없었을 터.

     

     '너무 빨라...!'

     

     나인과 샤리아, 그리고 어펙션의 간부들은 야마타노오로치와의 싸움으로 어느 정도 피로해졌다.

     특히 리벳은 한계에 가깝다.

     

     사고를 가속시키는 도중.

     갑자기 코즈미의 머리 위ㅡㅡ천장이 무너졌다.

     눈길을 빼앗긴 찰나.

     무언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노아의 갑판.

     밤하늘이 유성처럼 흘러가는 이 장소에, 몇몇 남녀가 굳은 표정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결국 국내에서는 도망칠 곳이 없다는 뜻이냐구."

     나인은 진저리가 난다는 얼굴로,

     

     "...연이어 오다니, 너무 많잖아요."

     베르베느는 가만히 앞을 바라보면서,

     

     "징징대는 소리는 나중에 해."

     프레데리카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이렇게 싸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요."

     빅토르는 어둠을 두르면서,

     

     "하필이면 이건가..."

     아즈마 쿄코는 망치를 움켜쥐면서,

     

     "본인은 없는 모양이네요."

     샤리아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

     

     

     노아의 후방에 전개된 8체의 거인.

     산옥지장으로 목표를 정했다.

     

     나인은 내심 혀를 찼다.

     여전히 엄청난 마력이다.

     개인이 거느릴 허용량을 가볍게 넘고 있다.

     

     소환술에서, 이가라시 겐조를 뛰어넘는 마술사는 그리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인. 어떻게 할 거지요?"

     앞을 바라보면서 내놓은 쿄코의 질문에, 나인은 지금까지의 기억과 경험을 대조하여 현재 상황을 냉정히 분석했다.

     

     "일단, 배가 추락하면 끝장이야. 먼저 그걸 염두에 두자구."

     말하면서, 나인은 자신에게 건 술식을 조심스레 해제했다. 본래라면 제약이 걸린 상태의 nine lives는 평소보다 강도가 낮다. 한 호흡 쉴 무렵, 나인은 어린이의 모습을 버리고 묘신 본래의 힘을 되찾아 있었다.

     

     "...저 지장보살 하나하나가 특급 마술사라고 생각해도 좋아. 움직임 자체는 단조롭지만, 맞으면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구."

     평소라면 몰라도, 네코구미는 연전을 거듭하는 상태다. 어펙션의 멤버들도 그건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결코 격하가 아닌 상대가 8체.

     

     숫자로도 이쪽이 불리.

     거기다 승리한다 한들, 상대한테는 여력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다.

     

     

     샤리아는 미소 지으면서,

     

     "여기서 싸우면 뒷일이 감당 안 되겠네."

     "맞아요. 제대로 상대해서는 끝이 없겠어요."

     다시 한숨을 쉬고서, 한쪽 귀에 손바닥을 대었다.

     

     "리벳, 앞으로 어느 정도 날 수 있니?"

     [제 마력으로 보면, 앞으로 2시간 정도가 한계 같네요. 하지만 장벽은 강도가 많이 떨어져 있으니, 저걸 상대하게 되면 한대도 못 버틸지도]

     

     "알았어. 너랑 노아는 비행에 전념해줘."

     통신을 끊고서, 전방으로 눈길을 준다.

     처음의 한 방 이후로, 아직 상대한테는 움직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부채꼴로 퍼져 있던 지장보살이 일제히 움직여서는 선체에 주먹을 내리쳤다.

     

     여덟 개의 거격.

     가속하는 주먹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운석 같은 속도로 접근했다.

     

     "ㅡㅡㅡ읏!"

     

     요격을 위해 팔에 혼신의 마력을 담은 나인을, 샤리아는 슬쩍 한 손으로 제지했다.

     

     "박식-천개."

     

     자아내는 마언과 동시에, 수천에 달하는 빛의 띠가 샤리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띠는 제각각 방직물처럼 짜 맞춰지면서 윤곽을 띄고는, 노아의 위를 우산처럼 뒤덮었다.

     

     순간.

     여덟 주먹이 단번에 작렬했다.

     하나하나가 집 한채 급인 거대한 주먹은 굉음 같은 여파를 가져왔지만, 몇 겹이나 쳐놓은 박식-천개는 노아를 물리적인 피해에서 완전히 지켜내 주었다.

     

     "대략적인 방어는 맡겨줘요. 여러분은 아슬아슬할 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간략히 전하고서, 샤리아는 즉시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산옥지장은 감속했나 싶더니, 전투기의 편대처럼 부채가 펴지는 것처럼 퍼졌다.

     좌우로 각각 4체.

     공격 방법에 변화는 없이, 이번에도 단순한 스트레이트 펀치.

     

     "박식 - 팔지."

     지장보살의 공격보다 빠르게, 샤리아의 마술이 날아갔다. 빛의 띠ㅡㅡㅡ지만 보통 사이즈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열차 크기의 띠가 여덟 개. 띠는 제각각이 특이한 궤도를 그리면서, 마치 생물처럼 지장보살의 팔에 휘감겼다.

     

     모든 지장보살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하자, 샤리아는 팔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에 호응하는 것처럼, 띠는 단번에 지장보살들을 던져버렸다.

     

     지장보살들은 단번에 지면으로 낙하해서, 제각각 산더미 같은 흙먼지를 일으켰다.

     

     ".............."

     

     적을 붙잡고, 던져버린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샤리아의 양팔은 적지 않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중량, 총 수만 톤은 될까. 마력의 소모는 몰라도, 육체의 반동이 크다.

     

     

     "훌륭합니다."

     "역시 대단해요! 샤리아 님!"

     "...아직이야."

     정신 차렸을 때에는, 이미 지장보살이 노아를 포위하고 있었다. 낙하한 뒤의 회복이 너무 빠르다. 거체에 더해 이 기동력. 아무래도 떨쳐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즉시 결판을 내려면, 역시 공간간섭밖에 없다. 하지만 피폐해진 지금의 상태로 오의를 쓰면, 마력의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구원과의 합류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분명 악수지만ㅡㅡㅡ

     

     [아낄 여유가 있는 겐가?]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지장보살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온존하는 건 상관없지만, 잘 도망치지 않으면 금방 죽을 텐데?]

     

     "...당신이야말로, 본인이 없으면 제 위력은 못 낼 텐데?"

     

     [우쭐대지 마라, 계집]

     

     지장보살 중 5체가 가속한다.

     단번에 접근하는 지장보살들은 주먹을 휘두를 기색이 없다.

     이대로 돌진할 셈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남은 3체가 타이밍을 다르게 해서 역방향에서 마찬가지로 몸통 박치기의 준비에 들어가 있다.

     이후를 생각한다면, 큰 기술의 연발은 피하는 편이 좋다.

     

     "나인 씨."

     "알고 있다구."

     

     전하지 않아도 의도를 파악한 나인 일행이, 일제히 한쪽 지장보살을 요격했다. 이걸로 부담은 줄어들었다. 여기서 막아낼뿐이라면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박식 - 오행천륜.'

     

     샤리아의 뒤에, 매우 거대한 광륜이 전개된다.

     다섯 광륜은 순식간에 지장보살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그 자리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대로 압살하려고 시도했지만, 정말 단단한지 꿈쩍도 않는다. 역시 강력한 공격이 아니면 격파는 어려운 모양이다.

     생각대로 천륜의 구속은 10초 정도가 지나자 풀렸고, 지장보살은 다시 노아를 향해 접근했다.

     

     

     이대로 가면 끝이 없다.

     그보다, 이 질척거리는 소모전의 의도를 모르겠다. 이 기분 좋게 방어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듯한 단조로운 공격은 뭘까. 마력의 소모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샤리아와 나인이 진심을 내지 않을 아슬아슬한 선에서 공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시간벌이.

     하지만 그런 짓을 해서 무슨ㅡㅡ

     

     

     "............설마."

     

     

     털이 곤두선다.

     아직 리벳과 노아한테서 '그 종류의' 보고는 없다.

     하지만, 아니 그렇다고 밖에 안 보인다.

     

      노아란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다.

     그의 방어역장에 들어서면, 설령 벌레라 해도 감지된다. 그래서 침입자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고, 리벳 본인도 자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부자연스러운 전투 방식을 보고 그것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만큼, 깨닫는 것이 늦었다.

     

     

     "나인 씨!"

     

     바로 깨달은 사실을 동료에게 전하려는 순간, 갑판 전체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미리온 데드라인은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붉은 스트랩 슈즈를 울리면서, 크롬은 조용히 앞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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