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6 박은(拍隱)의 크롬(3)
    2022년 08월 29일 10시 19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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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170 

     

     

     

      크롬은 담담한 어조로 말한 뒤,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가늘고 나긋나긋한 손가락이, 타카츠키의 살에 파고든다.

     

      "당신은... 대성군의...!"

     타카츠키는 애써 상황을 이해하고 하는 모양이었다.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는 코즈미나 주변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타카츠키는 오른손에 깃들게 했던 하얀 불꽃ㅡㅡㅡ농화를 움켜쥐어 끄면서, 반항의 여지가 없음을 말없이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크롬은 왠지 안심한 느낌으로 그에게 손을 뻗었다.

     

     "...좋아요. 그럼, 이쪽으로."

     

     타카츠키가 그 손을 붙잡기 위해 손을 내민다.

     찰나. 

     크롬 옆의 벽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ㅡㅡㅡ읏!!"

     벽에서 튀어나온 것은, 피투성이의 미리온이었다. 등 뒤에는 비비안도 서 있다.

     둘 다 눈에 보일 정도로 외상이 심하다.

     한방에 누운 비비안은 몰라도, 미리온은 그로기 상태였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위험하다며, 코즈미에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ㅡㅡㅡ

     

     

     "박식 - 뇌전."

     

     이미 감지하고 준비한 모양이다.

     그녀들이 온 뒤의 티아의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로 민첩했다.

     수중에서 날아간 빛의 띠는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먼저 코즈미의 손목에 휘감겼고, 다음으로 크롬의 목의 동맥을 제대로 조여서 개목걸이처럼 구속시켰다.

     

     그 틈에, 미즈키와 미리온이 공격을 감행했다.

     

     미즈키는 내려치기.

     어깨를 노려서.

     반면 미리온은 올려차기.

     통천포를 높게 차올린다.

     

     그 공격은, 어느 것이나 요마를 쓰러트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공격해 오는 타이밍은 다행스럽게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절묘했다. 한쪽을 쳐내면 다른 쪽에서 도망칠 수 없고, 또한 그 반대도 그렇다는 경우로서, 완전히 허를 찔렸다.

     

     유일한 오산은, 상대가 요마보다 아득히 강한 괴물이라는 사실이다.

     

     

     "무박자."

     

     가장 먼저 미리온이.

     다음으로 비비안이.

     한 박자 두고서, 미즈키와 티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제각각 손바닥에 얻어맞았다.

     

     

     "...조금, 시간을 잡아먹었네요."

     

     크롬은 마지막으로 벽에 고정된 엘리제를 흘끗 바라보고서,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코즈미의 신발에 뭔가가 걸린 것은, 그야말로 그때였다.

     

     "......시키가미..."

     

     돌아보니, 티아가 엎어진 채로 코즈미한테 손을 뻗고 있었다. 하지만 손끝을 걸어놓은 것뿐이다. 무해하다고 생각했는지, 크롬을 그걸 발로 쳐내고는 그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순간, 방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벽과 바닥에 이르기까지 붉은 문양이 내달린다.

     

     "...역시, 지나쳤던 걸까요."

     노아가 크롬의 존재를 이제야 탐지한 모양이다.

     선내 전부가 구속용 결계로 바뀌어 있다.

     아마도 노아가 적이라고 인식한 자한테만 작용하는 타입의 봉인술식. 가둬둘 생각이다.

     

     

     "ㅡㅡㅡ훗."

     

     팍.

     손바닥을 섬광으로 바꾼 크롬은, 벽을 쳤다.

     격장은 순식간에 벽을 무너뜨리고, 폭격이라도 한 것처럼 산산조각 내버렸다.

     

     "자, 두 분. 가죠."

     

     파괴된 벽을 건너 배 밖으로 뛴다.

     그대로 낙하하나 싶더니, 크롬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고속으로 달려서 도약했다.

     술식을 쓴 기척은 없다.

     여기까지 오면 놀라움보다 경외의 마음을 품고 만다.

     

     

     그리고,

     

     

     [!?]

     

     

     바깥으로 나온 코즈미와 타카츠키가 본 것은, 거대한 그림자의 무리와 그에 필사적으로 응전하는 나인 일행이었다.

     

     

     "코즈미쨩ㅡㅡㅡ!?"

     

     나인이 이쪽의 존재를 눈치챘지만, 동시에 크롬이 단번에 가속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중을 지면처럼 차오르고 있다. 전투기 같은 속도였지만, 방어벽이라도 쳐놓았는지 바람과 중량의 영향은 없다.

     

     결국 노아가 점이 될 정도로 멀어질 때까지 십여 초 밖에 안 걸렸다. 이래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력으로는 못 돌아간다. 불타오르는 듯한 초조함이 코즈미를 괴롭힌다.

     

     뭔가 저항해야 하나 생각하는 사이, 크롬은 갑자기 진행의 각도를 바꾸어 비행기의 착륙처럼 지면으로 낙하했다. 숲에 섞여 도망치려나 싶었지만, 아니다. 그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ㅡㅡㅡ읏!?"

     타카츠키가 뭔가 느낀 것처럼, 표정을 굳혔다. 한 박자 늦게, 이번에는 코즈미가 전율했다.

     그 시선 끝에는 하나의 마법진이 있었다.

     크롬은 묵묵히 가속하여, 터널이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마법진을 지나갔다.

     

     다음 순간, 코즈미의 시야에 비친 것은 하늘까지 뻗은 길고 긴 그림자였다.

     

     "그런...!"

     견문의 탑ㅡㅡㅡ

     적어도 수백km는 떨어져 있었을 터.

     

     다시 말해 방금 것은 전이마법진.

     

     아무리 그래도 준비가 너무 철저하다.

     그걸 설치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미리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노아의 경로를 따라잡아서 기습을 완벽히 성공시킨 것은, 반쯤 필연적인 귀결인지도 모른다.

     

     "...후우."

     크롬은 한숨을 쉬면서, 근육을 풀려는 것처럼 이완시켰다. 이 태도, 이미 임무를 완수한 듯한 분위기다.

     

     코즈미는 지금 시점에 이 녀석한테 부탁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오른팔에 새겨진 세 번째 문양을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갑자기 팔이 단번에 빛났다.

     

     "...어?"

     그리고 코즈미의 팔이 강렬한 열기를 뗬다.

     열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철판에라도 댄 것 같은 아픔이 팔을 잠식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그 열에, 코즈미는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웅크렸다.

     

     "...코즈미 님?"

     

     크롬의 목소리가 왠지 멀리 느껴진다.

     어느 사이엔가,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다.

     열과 통증의 출처는 세 번째 소환 문양.

     지금까지는 전혀 대답하지 않았던 그것이, 갑자기 가열찬 섬광을 내뿜고 있다.

     

     "............윽....으!?"

     

     살이 탄다는 말이란 그야말로 이런 것이다.

     실제로 열은 발생하지 않지만, 어쨌든 통각만은 완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즈미 님, 무슨 일이신지..."

     

     덥석.

     엉뚱한 방향에서, 크롬의 머리가 붙잡혔다.

     

     

     그것은 잠깐의 틈.

     방심이 아닌, 코즈미에 대한 우려.

     타키츠키는 코즈미의 이변을 깨닫고 스스로 등을 보인 크롬의 후두부를 붙잡아서, 그대로 지면에 내동댕이쳤다.

     

     그 광경에, 코즈미도 눈을 부릅떴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자신의 상태를 물어보던 크롬이, 절이라도 하는 것처럼 지면에 머리를 갖다 대고 있다.

     그 뒤에서는 타카츠키가 귀기 서린 표정으로 크롬을 찍어 누르고 있다.

     

     

     그리고.

     

     

     "으랴앗!"

     

     노호성.

     그리고 충격.

     크롬이 행동하는 것보다 빠르게, 타카츠키의 손바닥이 폭파했다. 한 번이 아니다.

     여섯 번을 연이어 작렬한 화염은, 그야말로 불태워버릴 기세로 크롬에게 공격을 가했다.

     

     지금이다.

     지금 이외엔 없다.

     타카츠키는 손바닥을 두른 화염을 걷어내고는, 코즈미의 손을 잡았다.

     

     "가자."

     

     그녀는 타카츠키의 말대로 혼탁한 의식을 되찾고는, 아픔을 견디면 달려갔다.

     열기는 여전하지만, 지금 달리지 않으면 확실히 기회는 없다.

     

     한쪽 손에 마력을 담아서, 단번에 방출시킨다.

     추진력을 얻은 두 명은 맹렬히 가속하여, 제트 분사처럼 숲 속을 달려 나갔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아무렇게나 나아갔다.

     

     

     "훌륭합니다."

     

     반사적으로 장벽을 전개했다.

     하지만 유리처럼 파괴되었다.

     장벽의 구멍에서 날카롭게 뻗은 주먹이, 타카츠키의 옆구리에 꽂힌다.

     

     

     "크윽...!?"

     

     위장이 뒤집어질 것 같은 충격ㅡㅡㅡ타카츠키는 어떻게든 다리로 넘어지는 것만은 버티며, 코즈미를 뒤에 숨겼다.

     

     

     "나쁘지 않은 공격이었습니다. 어린이한테 한방 먹다니, 저도 아직 멀었네요."

     

     절규했다.

     옷은 더러워졌지만, 크롬 자체는 멀쩡했다. 그보다 머리카락까지 완전하다.

     머리카락, 눈썹이 조금도 윤기를 잃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화장이 조금 벗겨진 정도랄까.

     

     

     "시키가미, 달려. 내가 시간을 벌게."

     "아니, 하지만..."

     

     등 뒤에서 주저하는 코즈미한테서, 타카츠키는 강풍 같은 마력을 느꼈다.

     싸울 생각인 모양이다.

     그 반응은 올바르다. 하지만.

     

     

     "괜찮으니 달려.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스승님을 뵐 낯이 없어."

     

     목소리는 점잖게. 하지만 어조만은 강하게 말하자, 코즈미는 잠시 뜸을 들인 뒤에 달려갔다. 그녀가 없어짐을 확인하고서, 양손에 불꽃을 지핀다.

     

     

     "용감한 것은 괜찮지만, 현명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이 영역에서 뭘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몰라. 하지만 가만히 붙잡히는 건 사절이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오른손에서 특대의 화염탄을 방출했다.

     

     전신전령.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한 점에 때려 박는다.

     

     모든 마력을 사용할 생각으로, 타카츠키는 화염을 계속 써댔다.

     

     그 모든 것을, 크롬은 부드럽게 쳐냈다.

     손바닥으로, 혹은 손등으로.

     

     '이 움직임ㅡㅡ'

     

     정면이라면 몰라도, 여러 방향에서 쏜 화염탄을 크롬에게 유도시켰다. 하지만  크롬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건 다시 말해, 회피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농화 자체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이네요."

     무아지경으로 마술을 쓰던 도중.

     갑자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대부분의 마력을 장벽으로 돌렸다.

     사이즈는 압축하고, 경도를 중시.

     간장 부근을 핀포인트로 방어한다.

     그랬음에도, 크롬의 주먹의 기세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장벽을 파괴한 주먹을 다시 타카츠키의 배에 직격.

     

     우지끈.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것은 크롬 쪽이었다.

     지금의 반응ㅡㅡㅡ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허를 찔렀을 것이다.

     속도에서 보아도, 반사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공격을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막아내었다.

     방패가 약했기 때문에 방어는 성립되지 않았지만, 정확하게 막으려고는 했다.

     그 사실에, 크롬은 한순간이나마 경직되었다.

     

     찰나.

     타카츠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번에는 화염을 두른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느리다. 너무 느리다.

     크롬은 순식간에 자세를 다잡고는, 내딛으며 뻗어오는 타카츠키의 팔을 붙잡기 위해 경쾌하게 팔을 움직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타카츠키의 주먹이 갑자기 멈췄다.

     

     "ㅡㅡㅡ"

     

     

     페인트.

     방어할 것을 눈치챘나?

     눈치챘을 때에는, 멈췄던 주먹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팔꿈치에서 화염을 분출시키는 것으로 부스트해서는, 제트기 같은 정권이 날아간다.

     물론 피하기는 피했지만, 타이밍에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후퇴한다.

     

     

     ",,,,,,,,,,,,,,,,,,,,,,"

     

     이번에는 가소롭게도 카운터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가 조금 더 근접전의 수양을 쌓았다면, 공격이 닿았을지도 모른다.

     

     

     "꽤 하네요, 타카츠키 님."

     "...그 움직임, 본 적이 있거든."

     

     크롬의 칭찬을 흘려들으면서, 타카츠키는 갑자기 그런 대사를 말했다.

     

     

     "움직임이라기보다, 방식이... 어쨌든 당신, 비슷해."

     ".............누구와?"

     "사토 씨와."

     

     갑자기, 이곳에 침묵이 찾아왔다.

     얼어붙은 공기가 여러 열기를 침식하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그 원인이 크롬이라는 것은, 아무리 감이 둔한 자라도 눈치챌 것이다.

     

     

     "...제가, 그것과?"

     

     "그래. 특히 방어가ㅡㅡㅡ"

     

     그것은 어처구니없음의 표현일까.

     혹은 분노를 담아서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마치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은, 이제부터 일어날 폭풍의 전조 같아서ㅡㅡㅡ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순간, 타카츠키는 바퀴처럼 돌면서 날아갔다.

     어디에 얻어맞았나.

     과연 맞긴 한 건가.

     염력이라도 쓴 것처럼, 갑작스러운 충격이 타카츠키를 덮쳤다

     크롬은 그가 지면에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공중에서 타카츠키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대로 지면에 패대기치고는, 동맥을 봉쇄하는 형태로 꽉 움켜쥔다. 이미 그 시점에서, 타카츠키한테 저항할만한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반푼이와 같은 취급하지 마시죠."

     "윽...........악...!?"

     

     무엇에 그리 화를 내는가.

     그것보다도 사토 소스케를 반푼이라며 멸시하다니, 타카츠키로서는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왜 그런 대사를 내뱉는 것인가.

     

     반격을 위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그보다도, 산소의 공급이 끊기는 쪽이 훨씬 빨랐다. 결국 타카츠키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 의식을 놓아버렸다.

     

     

     "......."

     

     

     크롬은 일어나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지나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대사였던 것이다.

     

     

     "...코즈미 님은."

     

     귀를 씰룩거리면서, 주위를 단번에 감지한다.

     반응은 셋.

     하나는 시키가미 코즈미.

     하지만 두 가지가 이상하다.

     아마 소환마겠지만, 생각보다 강대한 마력을 띄고 있다. 도망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공간에 간섭하면서 숲을 달린다.

     코즈미한테는 몇 초만에 따라잡았다.

     곧장 붙잡으려고 다가가기 직전, 그녀의 옆에 거대한 괴물이 서 있음을 깨달았다.

     

     

     [우...우우...!]

     

     [샤아아아....!]

     

     

     마력원의 정체는 틀림없이 이거다.

     하지만 듣던 것과는 다르다.

     뱀과 늑대는 확실히 강력한 신수지만, 시키가미 코즈미의 마력으로는 아직 상급 사역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두 마리 동시라니, 마력 고갈로 쓰러지고 만다.

     

     "하아...하아........!"

     

     그리고 예상한 대로, 시키가미 코즈미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안색은 핼쑥하고,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빨리 진찰받게 해야겠다고 크롬이 생각한 순간, 진이 고속의 몸통 박치기를 선보였다.

     

     

     "호오."

     

     예상보다 빠르다.

     직전에 방어했지만, 질풍 같은 거동은 그야말로 압권이라 말할 수 있다.

     흘리는 것이 아닌 막아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크롬은 보폭을 바꾸고는, 뛰어든 늑대의 두개골에 천장(川掌)을 내질렀다.

     내부까지 충격을 관통시키려 했지만, 여기서 죽이면 코즈미와 결정적인 마찰을 일으킨다.

     기절이 베스트다.

     

     그대로 연격을 퍼부으려 했지만, 사각에서 달려든 무언가에게 방해받았다.

     적 전체가 시야에 보이도록 후퇴한다.

     기습을 감행한 것은, 아무래도 뱀 쪽인 모양이다.

     

     오니가시마에서 봤을 때는 단순한 뱀이었는데, 지금은 본 적도 없는 큰 뱀으로 변모하였다.

     공격하는 느낌으로 보면 그리 민첩하지는 않지만, 재주껏 기척을 감출 수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날카로운 완급.

     

     

     [크르르르르...!]

     

     

     뱀에게 집중하고 있자, 이미 늑대가 회복했다.

     체력도 대단하다.

     이렇게 된 과정은 어쨌건, 적으로서는 상당한 부류다.

     

     

     조금 정도라면, 진심을 내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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