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3 울려 퍼진다(3)
    2022년 08월 31일 15시 49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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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40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풍신이 그렇게 묻자, 모모코 씨는 조금 뒷걸음질 치더니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순조롭게 쓰러트리고 있자, 갑자기 요마가 단번에 늘어났어요. 그래서 케텔 씨가 그에 맞춰 지나치게 해 버려서..."

     "아하..."

     그 사람이...

     케텔 씨는 가끔 큰 실수를 저지른 다니까.

     

     "하지만 모두 경상이에요. 원래 있던 사람들도 후유증이나 목숨에 지장이 가란한 부상 없이 끝났다고 하네요."

     "그거 다행이다."

     달려왔던 보람이 있었다.

     멀리서 그 요마의 대군을 보았을 때는 늦었나 싶었지만, 어떻게든 된 모양이다.

     

     나와 풍신은 그대로 건물 안에 안내받게 되었다. 그녀 왈, 이제 안 쓰는 지부를 헤르벨 씨가 임시 거점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항도 헛되게 원로원한테 위치를 발각당해서 공격당하던 것을 필사적으로 항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단, 사토 씨는 아버지한테 가주세요."

     "그래."

     인질이었던 여성을 모모코 씨한테 맡기고, 잇신사이 씨가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도중에 간호실을 지나치자, 회의실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방에는 십여 명의 남녀가.

     아마도 상1급에서 특급 마술사들이다.

     

     "오, 사토잖아."

     의자에 앉아있던 키드가 내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 자리의 모두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내 등장보다도, 내 옆에 둥둥 떠 있는 5명에게 정신이 팔린 모양이다.

     

     "사토 군. 빨리 왔구나."

     "예. 일단 찾아낸 만큼은 붙잡아왔습니다."

     "그래, 잘했다."

     누군가가 부하 같은 사람한테 지시해서, 그대로 붙잡은 5명을 어디론가 데려갔다.

     어딘가에 결계 감옥이 있는 모양이다.

     내 일은 일단 이걸로 끝인가.

     

     "그럼, 저는 이만.'

     

     이후의 일은 직속상사인 케텔 씨가 말해줄 것이다. 다시 인사하고서 재빨리 퇴실했다. 이대로 난 모모코 씨가 가르쳐 준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리자키, 있어?"

     

     입구를 지나가자, 늘어선 침대 중 한 곳에, 아는 사람이 누워있었다. 그 주위를 간호사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있다.

     

     "아아, 소스케냐..."

     다가가자, 이리자키는 상체를 일으켰다.

     꽤 괜찮아 보이지만, 팔에 감긴 붕대를 보니 아파 보인다.

     

     "몸은 어때?"

     

     "보기보다 심하지는 않다더라."

     "그거 다행이다."

     주변의 의자를 갖고 와서 걸터앉는다.

     입으로는 저렇게 말하지만, 역시 몸상태는 나쁜 모양이다.

     

     "합류가 늦어서 미안."

     "아니..."

     

     이리자키는 "그건 됐어." 라며 고개를 젓고는,

     

     "그보다,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건데."

     "아 그거..."

     지금까지의 일을 간략히 말했다.

     이리자키는 그 사이 팔짱을 끼며 침묵했다.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너는 정말 끈질겨."

     "뭐, 그게 장점이니까."

     전장에서 살아 돌아와야 비로소 어엿한 병사라고 스승한테서 배웠다.

     

     "...그런데, 여동생은 정말로 무사한 거냐?"

     역시 신경 쓰이는 건 그건가.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해서, 여동생의 메시지를 받아 왔어."

     

     "뭐라고?"

     이건 이리자키도 예상 밖이었는지, 평소에는 반쯤 감고 있던 눈꺼풀을 크게 뜨고는 놀라고 있다. 일본을 출발하기 전에 받았기 때문에, 나도 조금은 당황했었다.

     품에 손을 넣어서, 약간 두꺼운 종이를 꺼냈다.

     

     "이거다. 이...뭐라고 말했더라.."

     "투영술식인가."

     

     그거다.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입의 술식.

     놀랍게도 여동생이 서둘러 내편으로 보냈다고 한다.

     

     "아마 너에 대한 감사도 있을 거다. 함께 보고가."

     "알았어."

     그럼 조금 보도록 하자.

     

     "...시작한다."

     이리자키는 종이를 펴서, 영상이 나오게 했다.

     평면이 아닌 입체영상인 모양이다.

     투영된 공간에서, 엄청난 미인이 나타났다.

     

     "누구야 이 사람."

     "여동생."

     "헐."

     장난 아닌데.

     금발과 하얀 피부는, 마치 귀족영애 같은 아가씨 같다.

     그리고 가슴도 크고.

     

     "미인인데?"

     "손대면 죽인다."

     놀랄 정도로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무심코 침을 삼켰다.

     그렇군 이 녀석 시스콘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영상 속의 여동생이 갑자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프란카입니다]

     

     이리자키가 어깨를 움찔거린다.

     

     [먼저, 치료를 도와주신 사토 씨한테 감사를. 약,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별말씀을."

     [전까지는 이렇게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토 씨께서 보내주신 이상한 복숭아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답니다]

     

     말도 못 했었다니.

     그러고 보면 근육이 쇠하는 병이라고 했었지.

     

     [이렇게나 몸상태가 조아진 것은 오랜만이라서, 스스로도 실감이 들지 않네요. 언젠가 제대로 감사를 전하고 싶으니, 부디 만나러 와주세요]

     

     프란카 씨는 약간 죄송하다는 기색이었다.

     아직 완쾌가 아님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저주는 보통 치유가 불가능하니까.

     저것도 연명에 불과하다.

     역시 캐럿의 힘이 필요한가.

     아피아가 연말에는 돌아온다고 말했지만, 어떻게든 연락을 취하고 싶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란카 씨는 깊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고 나서 잠시 뜸을 들이고.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오빠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찍어두겠습니다.

     사토 씨가 만일 오빠를 만난다면, 보여주세요]

     

     프란카 씨는 "그럼 이만." 이라 말하고서 내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여기서부터는 오빠한테 보낸다는 뜻인가.

     

     [으음...이제 됐으려나?]

     

     프란카 씨는 눈을 두리번거리다가, 약간 볼을 붉히면서 입을 열었다.

     

     [오빠]

     

     팍.

     이리자키가 술식을 쳤다.

     뭔가 온오프 스위치라도 달려있는지, 투영된 영상이 갑자기 사라졌다.

     

     "...혼자서 봐도 될까?"

     "그래."

     왠지 이리자키가 무서워서 바로 승낙하고서, 방을 나섰다. 조금 신경 쓰이지만 내버려 두자.

     

     

     

     

     그리고 어찌저찌해서 밤이 되었다.

     사실은 조금 더 행군할 수 있었지만, 주위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시 말해 협회 녀석들이 일반인에 대한 피해를 끼치지는 않았나에 대한 확인이다.

     

     에크란 국립공원에 올 때까지 두 차례나 요마를 목격했다.

     처음에는 결계를 파괴했을 때.

     다음에는 여기로 달려왔을 때.

     그것도 후자는 엄청난 군세였다.

     뭐 샘플용으로 붙잡은 개체 이외에는 전멸시켰다지만.

     

     내일부터는 프랑스 내의 각 지부로 흩어지면서, 주력부대는 단번에 견문의 탑까지 걸어간다는 방침이다.

     

     뭐 그건 그렇고.

     일단 주둔지는 이곳 구 지부로 결정됐다.

     이 정도까지 전력이 모이면 어중간한 각오로는 그 녀석들도 공격해오지 못할 것이다.

     시야 바깥에서의 공격에도 버텨내도록 강력한 결계도 쳐놓았다.

     

     이제 엑스칼리버의 관리인과의 약속을 이행해야만 한다. 나는 보존식을 휴대한 다음, 모모코 씨를 데리고 바깥으로 향했다. 검의 시련을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토 씨는 운이 좋네요. 성검과 계약할 수 있다니."

     그때, 어째선지 마르타 씨도 따라오게 되었다.

     리더한테 한 마디 전해 두자, 일단 어른도 동행하라...는 느낌이다.

     

     사전 정보 없이 가는 것도 뭣해서, 모모코 씨한테 엘레인의 일을 물어보기로 했다.

     

     "호수의 정령이라고 하면, 신수 중에서도 정말 강력한 부류로 알려져 있어요. 계약자를 선별하는 기준도 엄격해서, 기록상으로는 천위 마술사인 아서 이젤리아, 그리고 원로 마술사인 시시도 료우야 씨 이외에 계약을 맺은 자는 없거든요."

     술술 나오는 걸로 보아, 역시 메이저급인 모양이다. 아니면 모모코 씨의 머리가 좋던가. 둘 다 맞는 모양이다.

     

     "그리고 검의 시련이라고 하면, 역사와 소환, 신수학의 교과서에 실려있는 유명한 이야기예요. 무예, 지력, 용기의 세 가지 중 하나를 시험해서 인정받게 되면 계약이 이루어지는 조금 드문 스타일이죠."

     "자세히 아네요, 모모코 시."

     마르타 씨가 감탄하여 말했다.

     

     "아, 아뇨. 결국은 학생 수준이 지식이라서..."

     "그건 그렇고 모모코 씨는 가슴 크지 않나요?"

     "어, 어째서 갑자기 가슴 이야기를!?"

     "그게 눈에 들어와서 그만."

     가슴을 응시하는 마르타 씨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모코는 가슴을 팔로 가렸다.

     

     "그럼..."

     걷고 있자, 약간 널찍한 장소를 발견했다.

     아직 결계 안이라고는 해도 방심은 금물.

     재빨리 끝내고 돌아가자.

     

     지면에 칼집을 놓는다.

     그러자 곧장 칼집이 빛나더니, 일렁이는 지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이 나타났다.

     

     [...약속대로]

     

     엘레인은 머리를 매만지면서,

     

     [검의 시련을 받으러 온 모양이네요]

     

     "맞아."

     [좋아요. 바로 시작하죠. 먼저 시련을 고르세요. 무예, 지혜, 용기... 어느 것도 상관없습니다. 제게 보여주세요]

     

     그렇게 말하자, 엘레인의 앞에 세 가지의 보물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일단 물어보지만, 시련의 내용을 가르쳐 줄 수 없을까?"

     

     [딱히 상관없어요.

     가르쳐준들, 영향은 그리 없으니]

     

     오오.

     지금까지 시련까지 도달한 녀석은 딱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보가 너무 적으니, 이건 고마운 일이다.

     

     [무예란 저와 싸우는 일입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네요. 참고로 죽일 기세로 싸웁니다]

     

     "흠."

     [용기는 최면에 걸려 악몽을 보게 만듭니다. 이겨낸다면 당신의 승리.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으니 그다지 추천은 못하겠네요]

     

     "과연."

     [지혜는 제가 만든 특수한 미로에 도전하게 됩니다. 두 번 다시 못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헐."

     [자, 골라보세요, 용사여]

     

     "그럼 무예로."

     

     대답하자, 엘레인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무예라니 대담하게 나왔네요. 그렇게나 실력에 자신이 있나요]

     

     엘레인은 대담하게 웃으면서, 검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부채꼴로 펼쳐져 있던 머리카락이 하나로 묶여서, 포니테일로 변모했다.

     

     [하지만 저도 이름난 정령 중 하나.

     먼 옛날 신에게서 받은 신검...의 칼집쯤 되면, 그리 간단히 건네드릴 수는 없는 일]

     

     자연스러웠더 그녀의 원피스가, 단단하고 강인한 갑옷으로 변형되어간다.

     왼손에는 창이, 그리고 오른손에는 장검이.

     

     [당신한테는 해방시켜준 은혜가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 호수의 정령을 토벌하고, 멋지게 진대의 보검을 이겨보세요]

     

     이 마력. 과연 입만 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마 어중간하게 힘을 얻은 시시도보다 강해 보인다. 왜 이 녀석은 지금까지 부려 먹힌 것일까. 그리 생각될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진다.

     

     마르타 씨는 팔짱을 끼면서, 모모코 씨는 약간 불안하게. 제각각 지켜보는 와중, 나와 엘레인은 싸움을 시작했다.

     

     

     [그럼, 갑니다]

     

     

     싸움의 불씨를 댕기자마자, 엘레인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에 따라 이쪽도 낮은 전진을 시작했다. 우뚝 서서 대비하는 일은 이번에는 그만두자.

     단기결전으로 단번에 끝내버리자.

     

     

     [덤벼보세요, 인간의 아이여]

     

     

     

     

     [지나쳤어요]

     

     시련은 30초 정도만에 끝났다.

     겨뤄보니 정말로 강하길래, 딱 한번 진심으로 때리고 말았다. 그래서 날아가서 결계 안을 튀어 다니던 엘레인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여자는 좀 더 조심스레 다뤄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 여친 없지요?]

     

     나뭇가지에 끼워진 엘레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도와주는 게 어때요?"

     

     그렇게 마르타 씨가 말해서, 일단 나무에 올라 엘레인을 확보했다.

     갑옷이 부서졌지만 무사해 보인다.

     조금 충격이다.

     

     [아....아야. 이건 내장이 댄스댄스레볼루션하고 있네요. 틀림없어요]

     

     "아니...미안했다고.

     하지만 진검승부였으니..."

     [설마 핀볼처럼 날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를 이 정도로 만든 건 사상 처음이라고요]

     

     이 녀석은 조금 더 정령다운 행동에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그럼 계약을 맺어볼까요]

     

     엘레인은 몸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매우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목을 꺾으며 소리 내었다. 뭐라고나 할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만이 내 안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쪽이 본모습인가.

     

     "그래서,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건데?"

     [제가 지금부터 당신의 안면에 독무를 뱉겠습니다. 그걸로 계약은 끝입니다]

     

     "웃기지 마."

     [농담이라고요 농담.

     정말이지 요즘 애들이란..]

     

     엘레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고는, 내 오른팔을 붙잡았다.

     손등이 아파온다.

     

     조금 지나자, 본 적도 없는 문자로 엘레인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이 글자를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엘레인이라고 읽을 수 있다.

     묘한 감각이다.

     

     [자 끝났습니다. 이후는 당신의 마력과 교환해서 칼집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니, 부디 자유롭게 쓰시길]

     

     "그, 그런가."

     

     [아아 그리고. 당신만 좋다면 저도 호수에서 소환할 수 있으니, 내킨다면 그리 하세요. 뭐 솔직히 못 올 때는 못 오지만서도]

     

     의욕이 없네 이 녀석.

     뭐 칼집만 있으면 되지만.

     

     [그럼 저는 미래세기 지팡구를 봐야 하니 슬슬 돌아가겠습니다. 아듀~]

     

     엘레인은 그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처음 봤을 때는 아름다웠지만, 솔직히 지금은 근처의 여대생으로만 보인다.

     소환은 되려나~ 부르고 싶지 않은데.

     

     "축하합니다, 사토 씨."

     "멋졌어요!"

     

     마르타 씨는 감탄해서는 손뼉을 쳤고, 모모코 씨는 희희낙락하며 내게 칭찬을 전해왔다.

     미녀 두 사람한테서 칭찬받다니 남자로 태어나길 잘했다.

     뒷맛이 나쁜 승리도 이득은 보는 법이다.

     

     그럼, 볼일도 끝났으니 돌아갈까.

     너무 돌아다니면 망보는 사람한테 혼나니까.

     

     "그럼, 돌아갈까요."

     "그래요."

     마르타 씨는 수긍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아침 4시경에 출발하니 빨리 자자.

     

     "... 그전에, 케텔 씨한테 일단 보고해둘까나."

     

     "리더한테? 제가 대신해드리죠."

     "아니, 일단은 자세한 능력에 대해 말해야 둬야 해서요."

     칼집의 사용조건과 능력은 계약한 순간 전부 전해졌다. 이런 것은 상사한테 빨리 보고하는 편이 좋다. 이걸로 작전의 폭도 어느 정도는 넓어질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과 일단 헤어져서 회의실로.

     이 시간이면 확실히 아직 내일 작전의 의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칼집을 한 손에 들고 복도를 걷는다. 이걸 어떻게 들고 다닐지도 생각해두는 편이 좋겠다. 작아지면 좋겠는데.

     

     "오, 사토 씨 아닙니까."

     ㅡㅡㅡ앗.

     가는 도중에 반삭의 거한과 마주쳤다.

     베놈 레기온의 부총장, 히토야마 간지로다.

     이렇게 대화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맞다. 마침 부르러 가던 도중이었습니다."

     "저를요?"

     

     "예. 잇신사이 녀석이 불러서 말이죠."

     

     무슨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가.

     그러고 보면 식사 때 해석이 슬슬 끝난다고 말했었지, 음, 아마 그 일일 것이다.

     

     "여깁니다."

     간지로 씨의 안내로, 다시 지하를 향해 나아간다.

     지하는 감옥으로 쓰고 있다.

     

     지하 5층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층계 전체가 네 곳의 감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토 군인가."

     도착해보니, 한 감옥 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있었다. 잇신사이 씨, 케텔 씨, 쇼고 씨에다 키드.

     그리고 역시 헤르벨 씨인가.

     눈에 띄는 사람이 모두 있구나.

     

     "잘 와줬다."

     잇신사이 씨가 돌아보았다.

     "용건은요?" 라고 짧게 묻자, 그는 턱으로 가볍게 감옥 안을 가리켰다.

     

     감옥의 안에는 시시도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엉망진창이지만, 아무래도 뼈는 붙인 모양이다. 고무인간 같은 모습에서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시시도만이 아니다.

     오늘 붙잡은 사람은 이 층계에 전부 유폐시켜놓은 것이다.

     

     "혼백을 흡수한 구조가 어느 정도 밝혀졌으니, 소스케 군한테 도움받을까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쇼고 씨의 얼굴은 왠지 구슬픈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니 생각해보면 시시도는 코즈미의 동급생이었지.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빨리 착수하죠."

     시시도의 안에는 아직도 뇌신의 혼이 들어있다.

     이걸 제거하는 것이 풍신과의 약속이다.

     

     "혼의 연결은 강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진 않다. 그와 요마 사이에 있는 회로를 절단해.

     그러면 적어도 핵 정도는 돌아올 거다."

     헤르벨 씨의 말로는, 일단 뇌신의 핵을 되돌리고 시시도한테서 차츰 뇌신의 힘을 빼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보다 자칫하면 시시도는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면의 능력자는 데리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해야만 하는 모양이다.

     

     뭐 이런 술식을 조심스레 파괴하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 해보자고.

     

     [실수하면 죽인다, 진짜로]

     

     풍신의 귓속말을 들으면서, 감옥 안으로 들어섰다.

     

     "넌가..."

     들어가자마자, 시시도가 날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

     

     "여어."

     "올 거라 생각했어.

     이걸 풀 수 있는 자는, 뭐 너 정도겠지 싶어서."

     

     "그러냐."

     손가락을 꺾으며, 시시도를 바라본다.

     헤르벨 씨의 말로는 분명 목 부근에 오인의 봉인이 있다던데.

     

     조사해보니, 확실히 점 같은 것이 있었다.

     시력을 강화시켜서 자세히 확인하니, 아주 작은 술식이 새겨져 있었다.

     이래선 육안으로 못 볼 법도 하다.

     감지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알아채겠지만.

     

     "봐줄 필요는 없어. 저항은 안 해.

     적어도, 폭력을 쓰는 건 그만둬."

      손끝에 불꽃을 지펴서는, 신중하게 술식만 파괴했다.

     그러자 개의 문장이 떠올랐다.

     

     "음?"

     [폭왕의 목띠]라니.

     왜 이 녀석이 이걸.

     설마 조종당했던 건가?

     

     [바보. 아니잖아]

     

     풍신이 부정한 순간, 개의 문장이 고속으로 시시도의 온몸으로 퍼졌다. 그야말로 굵은 밧줄 같은 검은 라인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뭐지 이건.

     

     [아마, 이걸로 라이카를 체내에 가둬두고 있는 거야]

     

     과연 이런 사용법도 있나.

     나를 완전히 봉쇄하는 스펙도 그렇고, 범용성이 풍부하다. 어쩌면 이것만 있으면 대다수의 녀석을 무력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핵부터 뽑아내. 최우선으로]

     

     "알고 있어."

     지시받은 장소를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조금 강한 흑염을 일으킨다. 약간 문지르는 정도면 된다.

     

     "...공간파쇄. 정말 대단한 힘이네."

     시시도가 흑염을 바라보면서, 자조 섞어 웃는다.

     이 녀석한테 보여준 기억은 없지만, 역시 적측에는 알려졌구나. 마린 녀석도 이것이 성가시다며 내게 봉인을 걸었던 것을 보면, 어딘가에서 누출된 모양이다.

     

     "신께 감사하도록 해.

     그 힘 덕분에, 넌 특별해졌으니까."

     

     시시도의 등으로 돌아간다.

     확실히 이 중심에서 무너뜨릴 수 있어 보인다.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능력은 사뭇 유쾌하겠지.

     저쪽에서도 당해낼 적이 없었던 모양이던데."

     

     "조용히 해. 상처 날라."

     

     "뭐 좋잖아. 조금은 어울려 달라고."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이 녀석.

     뭐가 그리 기쁜 건지.

     

     "하지만 놀랐어. 강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신역에서의 전투는 정말 적당히 했던 거였네."

     "뭐 로긴스한테 목띠로 속박당했으니까."

     그다지 진심을 낼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보다 너, 이상하게 나를 고집하는 모양이던데."

     생각해보면 만났을 때부터 시시도는 내게 반항적이었던 기분이 든다. 그건 분명 알바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던가. 그때부터, 묘하게 싫다는 태도로 접했었지.

     

     "난 딱히 네 기분을 상하게 할 일은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하고 있어."

     

     시시도는 확실하게 단언하고는,

     

     "네 존재가 거슬려."

     "어이 그건 지나치다고."

     

     정말 심한 말을 하는구만 이 녀석.

     내가 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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