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 사토 소스케의 가장 긴 하루(1)2022년 09월 02일 12시 16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284
훈련을 끝낸 무렵에는, 어느 사이엔가 아침 해가 솟아 있었다. 케텔 씨가 숲을 불태운 탓에, 동쪽 하늘에서 비치는 햇살이 제대로 보인다. 옅게 떠오른 수증기가, 뿌연 흰색으로 빛나는 태양을 더욱 잘 보이게 한다.
근처에 있던 나무 밑동에 앉아서는, 손으로 땀을 닦는다. 시각은 5시 정도. 목에서 새어 나오는 숨결은 짙은 흰색이다. 기온은 영하로 보이지만, 내 몸은 손끝까지 열을 내고 있다.
몸은 가볍다. 손발도 잘 움직인다. 술식의 상태도 좋다. 상상하는 자신보다도 한걸음 앞선 퍼포먼스를 실현할 수 있어 보인다. 절호조다.
"빨리 일어났네요."
고개를 돌리자, 얇은 성의를 입은 금발 미인이 서 있었다. 잘 보니 발치에 놓아뒀던 성검의 칼집이 약간 빛나고 있다.
"있었냐 엘레인."
"네. 저는 이계에 살고 있지만, 의외로 당신 근처에 있답니다. 현계도 쉽게 할 수 있고요."
다시 말해 의외로 간단히 나올 수 있다는 소린가.
이 녀석과는 어제 막 계약한 참이지만, 소환에 대해서는 역시 잘 모르겠다. 그보다 마술적인 계약을 맺은 경험이 희박한 것이다.
부수는 방법이라면 알고 있지만.
엘레인은 앞머리를 살짝 쓸고는,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왠지 가라앉은 분위기가 생겨난 기분이 든다.
"수행인가요. 이런 새벽부터 하다니 감탄했습니다."
"그러는 너도 빠른데.
아니면 정령은 잠들지 않아도 되는 거라던가?"
"잠들어요. 지금부터."
"밤샜냐."
뭔가 이 녀석 인간과의 차이점 너무 적지 않아?
신성한 것은 외모뿐?
"소스케한테 진 일이 생각보다 분해해서요.
휴대전화로 친구인 운디네한테 계속 불평했었답니다."
"그거 본인의 앞에서 말해도 되냐고?"
"그 애 끝내는 [적당히 해두라고 이 년아] 라는 말까지 했었다니까요..."
"화낸 거잖아."
그보다 휴대전화도 갖고 있나.
요즘 정령은 스마트폰도 갖고 있는 건가.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보다 너 오늘 면허시험 있다고 하지 않았냐?"
"아~ 그런 것도 있었지요. 하지만 아직 여유... 어, 지금 몇 시죠? 5시!? 세상에!? 이럼 분명 일어나지 못해요!"
엘레인은 아침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앗차~" 라고 중얼거리며, 이마를 탁 쳤다.
"엘레인쨩, 철야로 대실패했다는 에피소드."
"너 이제 돌아가."
왜 닌자 핫토리 군을 아냐고.
네 탓에 긴장감 있는 아침이 사라졌다고.
모처럼 훈련 후 몸에서 수증기를 내고 있었는데.
"아~ 오후까지 듬뿍 자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됐어요. 소스케, 9시경에 깨워주세요."
그런 말을 남기고, 엘레인은 칼집의 구멍을 넓히고는(말도 안 되게 늘어났다), 확대된 칼집 안으로 포복전진을 하며 돌아갔다.
오, 그런 느낌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렇게 물리적으로 돌아가는구나.
이젠 됐다. 나도 옷을 입자.
모처럼 강자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는데.
샤워를 하고서 아침식사나 할까.
그러자, 그때.
내 앞을 뭔가 둥근 것이 휙 지나쳤다.
모래먼지를 일으키면 지면에 넘어진 그것은, 금발의 소녀. 아니 유녀라고 해야 할까.
흙투성이가 된 뇌신이 그곳에 있었다.
"아, 아요요..."
뇌신은 일어나면서, 옷에 묻은 흙먼지를 간단히 털었다. 그러면서 이를 가는 소리가 확실히 들렸다.
"너, 넘어뜨렸겠다 후쨩?"
"조금은 머리를 식히면 어때?"
굵은 목소리에 돌아보자, 풍신이 손가락 뼈를 기분 좋게 꺾으면서 전진해오고 있었다.
뭐야 저거. 싸움인가?
"어이 풍신."
"오 사토. 훈련은 이제 됐어?"
"뭐 하고 있냐 너희들."
"뭐냐니, 설득이야~
저 애가 조금 말을 안 들어서~"
손가락을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숨을 거칠게 내쉬는 뇌신이 짐승처럼 으르렁대고 있다.
그때 뇌신과 눈이 맞았다.
그녀의 눈은 홍련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어서, 미친개 같다. 무서워.
"사토, 소스케에...!!"
"왜."
"전 인정 못해요. 당신의 말 따위, 들어줄 수 없어요!"
"...아하, 그 일."
결국, 시시도한테서 해방된 뇌신의 힘은 일부만이었다. 9할은 시시도한테 남겨진 채 녀석을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뇌신이 죽어버릴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푸신의 부탁으로 계약을 해서 나와 마력을 공유하며 요양하고 있는 것이다.
죽여도 괜찮았지만, 육왕 시대의 마술과 사정에 밝은 풍신과 척을 지는 것도 뭣해서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뇌신의 입장에서 난 살해한 장본인이다.
태연히 있을 수 없는지, 어젯밤부터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풍신도 풍신대로 감정이 있는지, 일단 나와 재주껏 지내도록 설득해본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 싸움까지 발전한 모양이다.
...그보다 뇌신의 반응이 올바르지만.
풍신은 이 정도로 자존심을 죽여서까지 우리한테 협력해주고 있다.
"애초에!"
뇌신은 이쪽을 바라보며 내게 손찌검을 했다.
"후쨩은 왜 이 녀석한테 협력하는데!?"
"나도 사토를 매개체로 써서 몸을 치유하고 있어. 너와 같은 이유지."
정확히는 견문의 탑에 도착할 때까지가 기한이다.
그럼에도 잇신사이 상대로 손을 잡고 싶어질만한 정보를 보여주는 걸 보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은 귀신님을 구하는 편이 우선이야. 지금의 우리들로 마술사의 총보산에 쳐들어가는 건 무모해."
"뭐어!? 그런 변명이나 하면서, 보나 마나 마음에 든 남자를 찾았다며 기생하는 거지!?"
"뭐 그것도 있지만."
"뭐!?"
뭐야 그거. 처음 듣는데.
뭐야? 그런 이유로?
전혀 몰랐다.
"일부러 대등한 계약을 맺지 않고, 그 녀석을 내쫓고 뒤에서 조종하면 되었잖아."
"말은 간단하지."
"비밀리에 일을 진행시키면, 협력 같은 쓸데없는 일 자체가 불필요했어! 그래ㅡㅡㅡ"
갑자기, 눈앞에 벼락이 내리쳤다.
"ㅡㅡㅡ사실, 지금부터 해도 늦지는 않아."
사라락, 하며 긴 금발이 공중에 나부낀다.
나이도 안 들어찬 어린애가 아니다.
그때, 오니가시마에서 나와 싸웠던 뇌신이 그곳에 있었다.
"나와 조금이라도 마력을 공유한 것이 실수였어! 중요한 영핵을 잃었다고는 해도, 한 번의 정투 정도는 문제없거든!"
싸울 생각인가.
풍신에게로 눈을 돌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알았다, 싸우자 뇌신. 하지만 넌 상태가 안 좋으니, 핸디캡으로 왼팔 이외엔 안 써."
"뭐어!?"
"그 대신, 내가 이기면 내 말을 들어."
"............! 좋아! 내가 이기면 뭐든 말하는 걸 듣게 할 테니까!"
◇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승부는 한방에 결정됐다.
첫 수에 뻗은 카운터가 뇌신에 클린히트한 것이다.
제대로 주먹을 받은 뇌신은 [크, 크로코다인!] 처럼 날아갔고, 동시에 체구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뭐, 뭐야, 너어....!"
그렇게 말한 뇌신은 기절했다.
다음에 일어나면 순종까지는 안 바래도 조용해지기를 빈다.
"너 강하네.
전국시대도 아닌데, 잘 싸워."
".............."
확실히 몸상태가 좋다.
짬짬이 연습한 덕분에, 마력의 컨트롤도 섬세하다.
공간간섭이 폭주할 우려는 없다.
오늘, 우리는 견문의 탑 탈환작전을 이행한다.
기나긴 하루가 될 것 같다.
◇
바다에 떠 있다.
햇빛을 받으면서, 단지 바다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원인은 명백. 방금, 배가 고장 난 것이다. 추락 시에 선체가 대파되지 않아서 바다에 내동댕이쳐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 대해원에서 독립되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마린님]
문득 몸을 돌리자, 저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른한 몸을 일으켜서 눈을 비비자, 메이드복 차림의 여성이 손짓을 하고 있다.
"...뭔데, 0호."
[시키가미 겐사이 님의 연락입니다]
"할배가?"
농화의 재촉일까. 마린이 귓가의 수신술식을 가동시키고서, 0호ㅡㅡㅡ 시스터 마린과의 통신을 끊었다.
"네~ 여보세요?"
[마린인가?]
"옙, 마린쨩입니다~ 다친 데는 이제 괜찮아?"
마린은 딱히 곤란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리를 꼬았다.
[결과는 어떤가?]
"방금 끝났어. 농화는 제대로 확보했고.
하지만 술식이 자동으로 아저씨한테 반응해버려서, 배가 부서졌어."
[데리러 가줄까?]
"아니, 필요 없어 보이는데?
아저씨가 있으니 뭐. 그보다 난 날 수도 있고.'
마술병장은 몇 개 쌓아두고 있다.
지중해의 한복판이라 해도, 이 정도는 조난이라 할 수 없다.
[그런가. 조금 서둘러라. 마술사 녀석들이 결계를 부쉈다. 국내로 쳐들어오고 있다]
"뭐어? 공간간섭으로 부술 수 없도록 제대로 조절했는데?"
[이음새를 뚫은 모양이더군. 태극결계를 잘 아는 녀석이 있다]
"씨이! 뭐야 그게."
듣자 하니, 특급 마술사를 비롯한 수백 명의 마술사가 프랑스 내에 들어온 모양이다. 애초에 쫓고 있던 반대파를 도와주면서 한 곳으로 결집하고 있는 모양이다.
[총력을 기울이면 격퇴할 수는 있지만, 의식을 끝내면 문제도 안 돼. 알겠지, 서둘러라]
"네네, 알았다고요. 할아버지야말로 돌아갈 때까지 죽지 말고."
[흥]
통신은 거기서 끊겼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농화를 회수하는 사이 성가신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이제는 나인 일행을 쓸어버릴 뿐이었는데, 성가신 일이 늘어났다.
"그렇다네, 아저씨.
슬슬 배는 버리고 출발하지 않을래?"
흑발의 대장부ㅡㅡㅡ다즈몬드 기라트는 여전히 배 위에서 수평선 저편을 바라보고 있다.
참을성이 부족한 그 치고는 조금 드문 광경이다.
"그리고, 사토가 살아있대.
할아버지한테서 치명상을 몇 번이나 당했는데도."
결계를 부순 것도 아마 그 남자의 짓이겠지.
"아저씨, 슬슬 뭐라고 좀 말해봐. 방금 전부터 뭐야."
뒤에서 돌아가서, 오른쪽에서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부릅떴다.
"자고 있네..."
선 채로 자고 있다.
일을 끝냈나 싶더니 이렇다.
이거라면 크롬을 데리고 올 걸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린은 돌아가는 항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
그야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밤도 깊어져서, 모두가 취침을 시작하려던 도중.
미리온이 전방위를 경계하던 그때. 마력의 경계망이 경보를 고하는 것보다 빠르게, [그것]이 나타났다.
"freeze."
그 시점에서, 미리온은 소리 없이 무력화되었다.
다음으로 폐허에서 뛰쳐나온 비비안과 티아가
다음은 사사미네 미코를 데리고 도망치던 아나스타와 미즈키를. 두 명째의 자객이, 결국 3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의 신병을 어렵지 않게 확보했다ㅡㅡㅡ
"그런 겁니다."
아나스타샤의 담백한 설명을, 티아와 비비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팔다리는 십자가 같은 기둥에 매여있다.
장소는 견문의 탑, 정문 광장.
의식이 돌아온 것은 방금 전의 일이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빠르게, 이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일렬로 늘어서서 기둥에 묶여있다.
사사미네 미코까지도.
"로긴스가 직접 오다니 예상도 못했습니다. 간섭병기를 꺼낼 틈도 없었지요."
"그보다, 이거 어떻게 해? 큰일 났잖아."
비비안은 주위를 둘러보고서, 현재 상황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 오랫동안 묶여있었는지, 주위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니, 있기는 있다.
로긴스다.
여기 있는 모두를 데리고 온 장본인이, 조금 멀리서 가만히 서 있다.
"안나 씨, 어떻게든 못해요?"
"무기고의 액세스가 막혔습니다. 애초에 구속구 탓에 술식 자체를 못쓰는 상황입니다."
아나스타샤의 말대로, 비비안도 가진 칼을 못 꺼내고 있다.
아직 눈을 못 뜬 멤버도 적지 않게 있다.
대체 여기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건지.
비비안이 어떻게든 도망칠 방법을 궁리하던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로긴스."
목소리의 주인은 아나스타샤였다.
그녀는 고개를 앞으로 향하고는 로긴스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의 성격으로 보아 무시할까 싶었지만, 일부러 이쪽까지 걸어왔다.
"뭔가요?"
"당신은 왜 이런 짓을 합니까? 조금 이유를 모르겠는데요."
"일단은 위에서의 명령이라서요. 고양이를 끌어내도록 이가라시 씨한테서 들은 탓에."
"끌어낸다?"
로긴스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주저 없이 아나스타샤를 가리켰다.
"당신 말입니다, 당신. 당신이 성검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이런 성가신 일은 안 했어요."
"그건 애초에 시시도 료우야한테 들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파괴될 위험도 생각지 않고 자유롭게 쓰게 했던 것이 잘못된 것이다.
"그건 사용을 허가한 저희한테도 문제는 있었지만..뭐 그 부분은 놔두고서.
어쨌든 당신이 성검을 파괴한 탓에 계획이 대폭 변경되었지요. 고양이와 율인형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이쪽으로선 나쁜 일이고요."
로긴스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들을 묶은 것은, 뭐 문제의 하나를 처리하기 위함이지요."
"적당한 미끼라는 말입니까."
"뭐 그렇죠. 서성거리게 두는 것도 뭣하니까요."
지금 와 있는 잇사이 일행과 합류시키면 더욱 성가시다.
말로는 내놓지 않았지만, 로긴스는 그런 우려도 있었다.
"그보다, 당신들은 뭘 하고 싶은 건데?"
비비안의 질문은, 이 자리의 모두의 공통된 의문이었다. 성검을 부순다는 목적을 지녔던 아나스타샤조차도, 그들이 성검으로 뭘 하려는지는 모른다.
"무엇, 이라뇨?"
"말 그대로의 뜻이야. 이런 일을 벌여서 뭐가 하고 싶은 건데?'
아마 군대가 움직일 것이다.
소동이 잦아든다 해도, 세계적으로 비난받을 터.
"이렇게 전 세계에 싸움을 거는 듯한 짓을 하다니, 전쟁이라도 일으킬 셈이야?"
"그쪽은 뭐 원로원 분들이 잘해주겠지요.
저는 전부 상대해도 문제없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뜻인데."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할만한 대비는 되어있습니다."
로긴스는 약간 어깨를 들썩이고는, 비비안에게 코웃음 쳤다.
"세계정복을 하는 것이니,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요."
"............"
아무 주저 없이 말하는 로긴스를, 비비안은 기이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속 좁고 오만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말을 할 사람으로는 생각하지 못해서다. 이런, 이런 유치한 망상을 주저없이 말하다니, 비비안조차 예상 밖이었다.
한편 아나스타샤는, 로긴스의 말을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세계정복...?
전 세계의 영맥을 조종한다는 뜻입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사전 준비. 저희들이 하려는 일은, 좀 더 근본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지요."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그 봉인이다.
육왕이 목숨을 걸어 봉인한 이물질이라는 걸 부활시키는 일이, 로긴스가 말하는 세계정복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말하는지는 별개로 치고, 전 세계에서 마력을 긁어모은다면 확실히 가능한 선택지는 많이 늘어난다.
"당신..."
비비안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표정은 진지했지만, 동공이 열려있다.
"...당신, 그런 쓸데없는 짓을 위해 우리를 말려들게 한 거야?"
비비안의 말에, 로긴스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어펙션에 협박을 하고, 내 가족과 친구한테 손을 대고, 미키의 소중한 사람을 이용해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고...그리고 나서도 또 관계없는 사람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당신 웃기는 거야?"
"결코 웃기려는 건 아닙니다.
저희들에게는 그걸 실행할만한 힘이 있지요.
그리고 어딘가에 진을 치고 영토를 확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희가 실현하려는 것은..."
로긴스는 거기서 잠시 입을 닫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세계의 구제입니다.
세계를 지배하에 둠과 동시에, 저희들은 이 지구를 구하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설득력이 없었다.
뜬금없고, 또한 현실감도 없다.
"세계를 구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 보답으로 세계를 받아도 되겠지요."
입가를 비트는 로긴스에게, 아나스타샤가 태연히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수많은 피해가 나오는 시점에서 가슴을 펼 자격은 없습니다."
"필요한 희생이었죠. 사람은 물자를 소비해야 살아갈 수 있잖습니까?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인간의 목숨이 되었을뿐입니다."
태연하게 내뱉은 말에, 깨어있는 모두가 얼어붙었다. 의연하게 있던 아나스타샤 마저도.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큰일을 한다고 말하지 않았잖습니까.
영맥을 써서 전 세계의 사람한테서 마력을 갈취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지구 규모의 마술을 쓸 수 있게 됩니다.
뭐, 세계가 멸망할 정도의 접수는 불가능하지만.
성인이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살아남습니다.
물론, 마술사도."
"....여전히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그건 다시 말해 병자나 노약자는 죽는다는 뜻이다.
".................."
날뛰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던 비비안이, 이번에야말로 크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뇌리에 스친 것은 고향의 가족. 조부모님까지 피해가 갈 거라고 알게 된 지금, 조용히 있을 수는 없다.
"웃기지..."
"웃기지 마."
비비안의 옆에서 뭔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로 옆에서 기둥에 묶였으면서도 흔들거리는 그것은, 티아 버밀리온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었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하는 일은 단순한 학살이잖아요!"
"그건 아니죠. 저희들이 하는 일은 미래를 위한 희생입니다."
"그게 틀려먹었어요. 다수를 살리기 위해 다수를 죽인다는 것부터가 애초에 이상해요."
"으음~ 저기, 당신..."
로긴스는 입에 손을 대면서, 지금 말하고 있는 여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분명 샤리아 버밀리온의 의붓 여동생.
이번 납치의 [목표]인 그녀지만, 이름이 아무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다시 말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원한다는 뜻입니까?
그건 무리겠죠. 현실이 안 보이는 모양인데, 저희들이 실행하는 대책은 최선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약한 자부터 희생시키는 일이 희생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하지만, 저희들 이외에는 그들을 [희생시키는] 방법조차 모릅니다만."
그래서 손을 뻗어주고 있다며, 자신이 성자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로긴스는 이어 말했다.
"애초에,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들이 필사적으로 세계에 헌신하고 있는 저에게 뭐라 말할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말해두지만, 세계는 정말로 멸망합니다."
그렇게 말해도 실감이 안 든다.
"뭐, 이쪽 사정을 당신한테 말해도 별 수 없습니다만...
솔직히, 저도 정의의 아군이라고 둘러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순히 세계정복을 하고 싶을 뿐이니까요."
로긴스도 정당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지요?
간단히 말해두죠.
저의 목적은, 전 세계의 인간을 종속시키는 일입니다.
이상."
깔끔하게 말을 끝낸 로긴스를, 비비안은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기분 나쁘다기보다, 유치하다고 말해야 할까.
"...뭘 정색하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ㅡㅡㅡ
딱딱하게, 그리고 차가운 말을 내뱉은 자는, 아직도 안광이 둔해지지 않은 티아 버밀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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