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9 사토 소스케의 가장 긴 하루(2)
    2022년 09월 02일 17시 05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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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312 

     

     

     

     "사람을 많이 죽일 셈이잖아요? 왜 그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 있어요?"

     

     "............."

     한 마디씩 또박또박, 티아는 로긴스에게 말했다.

     

     "...사람의 목숨은, 무거워야만 합니까?"

     "당연히요."

     

     무슨 허튼 말을...

     그런 의미를 담아서, 티아는 로긴스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애초에 성인이 버틸만한 수준의 마력이라면, 대비했다면 어떻게든 되었을 터. 국내의 결계를 보면 수년 전부터 준비했을 터. 지금보다 확실히 줄일 수단과 예비도 있었겠죠. 그런데도 당신들은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마술의 존재는 은닉되어 있습니다."

     "그건 협회의 사정. 억 단위의 생명과 천칭에 걸면서까지 지킬만한 것인가요?"

     

     "저기, 당신, 이름은?"

     

     "티아."

     

     "티아 씨. 당신의 질문에 대해, 제 생각을 간단히 가르쳐드리죠."

     약간 흥미가 동했는가.

     로긴스는 약간 어조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먼저 전제로서, 인간의 목숨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이건 누구나 잠재적으로 가진 공통된 의식입니다."

     "그런 일은ㅡㅡㅡ"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표면상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의 목숨은 평등하다고, 평등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말하는지, 그 말투는 지금 까지대로 가면을 쓴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저는 마술사가 훌륭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마술사라면 더욱 숭배받아야 합니다. 좋은 언니를 둔 당신이라면, 이 생각을 이해하겠지요?"

     

     "............"

     "그러니, 마술사 이외의 인간의 생사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근처에 널린 일반인은, 딱히 보존해야 할 부류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로긴스는 손가락을 세우며,

     

     "가축과 야생동물도 인간의 사정에 따라 늘어나거나 멸종하거나 하잖아요?

     싸구려틱한 예시이기는 하지만, 저에게 있어 인간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투둑.

     로긴스의 어깨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느 사이엔가 하늘이 비구름에 뒤덮여 있다.

     결계 속이라 해도, 나라를 뒤덮는 규모다.

     물은 제대로 순환하고 있다.

     

     "로긴스 씨."

     

     그때, 로긴스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겐사이보다 더 연상의 노인이, 고급진 신사복을 입고 서 있다.

     왠지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장신의 노구.

     마법협회 회장, 바니키스 베나리보였다.

     

     "...회장님? 무슨 일이시죠?"

     "그건 이쪽이 할 말이네. 제멋대로 돌아다니면 곤란하지 않나. 자네는 연락도 제대로 안 되니 말일세."

     

     "아아, 죄송합니다."

     

     "막바지이니, 적어도..."

     바니키스는 거기서 말을 끊고서, 뭔가를 눈치챈 듯 기둥 쪽을 올려다보았다.

     그대로 어느 소녀를 바라보자마자, 미간에 약간 주름이 생겼다.

     

     "오랜만이구나, 티아."

     "...큰 할아버님."

     

     티아의 얼굴이 두려움에 물든다.

     로긴스에게 강하게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두려운 듯 몸을 움츠린다.

     

     "설마 네가 맞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샤리아...가 아니군... 고양이한테 속았나?

     어쨌든, 어쭙잖은 정의감은 변함없는 모양이구나."

     "............"

     티아는 숨을 멈추면서, 볼에 한줄기의 땀을 흘렸다. 견디기 어려운 오한이 몸을 뒤덮는다.

     

     "?...바니키스와 티아 씨한테 무슨 접점이 있는 건가요?"

     "저 집안은 여러 일이 있어..."

     

     아나스타샤의 물음에, 미즈키가 씁쓸히 대답했다.

     미즈키가 저 노인과 만났던 것은 딱 한번. 협회 주최의 마술대회 때, 티아와 서서 대화하는 바니키스를 봤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날 무렵, 티아는 딱 지금 같은 표정으로 겁먹어하던 것을 떠올렸다. 사정을 들은 것은 그 뒤의 일이다.

     

     "너도 질리지 않는구나. 대의를 거론하며 정의의 사도라도 될 생각인가? 이런 짓을 할 틈이 있으면 마술의 수행에 힘써라."

     "큰 할아버님이야말로, 왜 이런 짓을."

     티아는 떨리는 사지에 힘을 줘서 근육을 경직시키는 걸로, 자세를 고쳤다.

     

     "이제, 그만하세요...

     마술은 악용되어서는 안 돼요.

     하물며, 민간인의 목숨을 부당하게 빼앗는 일은..."

     "...음?"

     

     바니키스는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으로 찌르는 것처럼 팔을 들었다. 기둥에 묶인 소녀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와중, 미리온과 아나스타샤만이 몰래 짜이는 술식을 깨달았다.

     

     "뭐야, 아직도 말버릇을 못 고쳤나?"

     쉭, 하고 약간 기분 좋은 바람 소리가 들렸다.

     아나스타샤가 제지하는 것보다 먼저, 티아에게 검은 뭔가가 날아들었다.

     

     "ㅡㅡㅡ큭...!?"

     격통.

     그리고 흔들리는 시야. 혼란스러운 사고.

     등을 찌르는 듯한 아픔은, 배에 강타란 채찍 모양의 흑띠에 의한 것이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재빠른 강타가 추가된다. 팔, 다리, 몸통, 그리고 관자놀이. 연이어 후려치는 흑띠의 연타는, 마치 금속 방망이의 타격이었다.

     

     "너...!"

     갑자기 폭풍 같은 마력이 휘몰아쳤다. 분노에 몸을 떠는 미즈키가, 거의 반사적으로 술식을 짜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술식은 캔슬되었고, 마력은 주위에 흩어지고 말았다.

     

     마력의 무효화ㅡㅡㅡ

     이 정도의 출력으로는 떨쳐낼 수 없다.

     결국 미즈키와 다른 동료들은, 티아에 대한 공격에 경악하면서도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쿨럭...쿨럭...!"

     이마에서 피가 떨어진다.

     입에는 피가 고여있다.

     맨몸으로 버틸만하게 봐줬다고는 해도, 자칫 잘못하면 중상으로 이어질만한 타격을 10번.

     그런 폭력을, 바니키스는 아무 주저 없이 휘둘렀다.

     

     "내게 따지다니 정말 잘난 모양이군.

     그건 그렇고 네 권선징악의 가치관에는 실망했다. 내가 악을 짊어진다 해서, 상하관계는 변함없다는 걸 모르겠느냐,"

     

     바니키스는 팔을 들어올리고서,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귀를 막고 싶어지는 소리가 모두의 고막을  때린다.

     

     "그, 그만하세요! 이런 일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다고...!"

     "그, 그래요...!"

     보다 못한 미코와 미리온이 말하지만, 바니키스는 듣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그녀에 대한 악감정이라도 있는지, 하나하나가 매우 공들인 공격이다. 기절하지 않도록 절묘한 힘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

     

     "당신... 적당히 좀ㅡㅡㅡ"

     

     임계점을 초과한 비비안의 혈관이 불거진다.

     하지만 화난 채로 포효하기 전에, 엄청난 격분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만두라고 했지이!!"

     

     끼기긱.

     미즈키의 구속구가 강하게 비틀린다.

     그 기세에, 손목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숨은 거칠고, 눈동자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비비안이 냉정함을 되찾을 정도의 분노는, 야생동물의 그것과 흡사했다.

     

     "너, 그 이상은 그만둬어! 진짜 죽여버린다....!!"

     

     "...야만스럽긴. 덜떨어진 녀석은 친구도 이모양인가.

     이것이 일본까지 가서 네가 얻은 것이더냐? 티아."

     이미 기력이 다했는지.

     티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밑을 바라본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비에 섞인 피가 지면을 두드리고 있다.

     

     "저기..."

     쓴웃음 짓는 로긴스가, 말릴지 아닌지 당혹해한다.

     본래 이것은 자신의 일이기는 하지만, 설마 바니키스가 티아를 괴롭히기 위해 여기까지 왔을 줄이야. 그렇다면 정말 깊은 집념이다.

     

     "...뭐냐, 벌써 끝인가? 수행의 나날을 떠올려봐라. 아귀였던 시절이 더 끈질겼을 게다."

     축 처진 티아를 올려다보면서, 바니키스는 더욱 채찍의 개수를 늘렸다. 죽이지는 않지만, 뼈가 부러질 정도의 아픔은 줘도 될 것이다.

     

     "...뭐 좋다. 오랜만에 깨닫게 해 주마."

     

     흔들리는 흑띠에 마력을 담아서, 일제히 휘두른다.

     미즈키의 수갑이 손목에 파고들지만, 그럼에도 구속은 풀리지 않는다. 갑자기 시작된 일방적인 유린은, 부외자를 제쳐둔 채 이어져갔다.

     

     그녀 답지 않게 아나스타샤가 말리려고 했지만, 못 움직이는 건 못 움직인다.

     

     

     

     예정과는 달라졌지만, 다행히 이런 여흥은 로긴스도 싫지는 않았다. 말하고 싶은 바는 있지만, 일단 하품을 하며 바니키스의 폭행을 바라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 회장님.'

     

     소녀를 때리고 있는 노인을 불러본다.

     집중하고 있는지, 로긴스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이제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로긴스는 충고를 그만두지 않았다.

     

     "이제 그만두시는 편이ㅡㅡㅡ"

     

     갑자기 눈에 빗방울이 들어가서, 로긴스는 눈을 깜빡였다, 눈꺼풀을 뜨자, 몇 천에 달하는 하얀 띠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아...이거 이거."

     광역동결은 늦어 보인다.

     로긴스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몫만큼 장벽을 둘러쳐서 공격에 대비했다. 바니키스가 죽지 않기를 멍하니 기대하면서, 가까스로 흰 띠의 수렴을 견뎌내었다.

     

     "박식 - 나월(羅月)"

     

     바니키스를 중심으로 단번에 수축하는 흰 띠.

     그것은 로긴스조차 지각하지 못할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런데다 공격을 감지 못했던 바니키스에게 회피는 불가능한 일이어서ㅡㅡㅡ

     

     찰나를 기다리지 않고 흰 띠의 수축은 끝났고, 바니키스는 순식간에 미라처럼 붕대에 휘감기는 결과가 되었다.

     

     이대로 가면 바니키스가 압살당한다.

     로긴스는 먼저 달라붙은 흰 띠를 떼어내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갑자기 느낀 오한에 몸에 경계를 내려서, 반사적으로 몸을 뺐다.

     

     순간, 눈앞의 대지에 한 줄기의 균열이 생겼다.

     

     참격. 확신한 순간에 목덜미에 폭이 넓은 장검이 나타났다.

     마치 순간 이동한 것 같은 속도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대응은 가능.

     로긴스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검을 수중에 불러들여서, 장검과 부딪히게 하려고 재빨리 팔을 휘둘렀다.

     

     귀를 뒤흔드는 금속음. 튀어 나는 불꽃.

     이 느낌, 그리고 이 무기.

     어펙션의 특급 마술사.

     불타는 것처럼 붉은 머리.

     프레데리카 셰스타가 그곳에 있었다.

     

     

     "오랜만인데, 로긴스."

     "여전히 인사만은 정중하시군요 당신."

     

     재빨리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마력을 수렴한다.

     하지만 프리즈를 경계했는지, 검압의 기세로 거리를 벌리고 말았다.

     

     

     "...엇차...차..."

     

     밀려난 로긴스가 뒷걸음질을 친다.

     프레데리카는 그 틈에 방향을 바꿔서, 기둥에 묶여있던 모두의 구속을 베어냈다.

     여섯 명이 공중에 떴다.

     

     

     "스승님...!"

     "미안해요 비비안.

     늦었습니다.

     ...티아 님 이외에는 부상자가 없는 모양이네요."

     

     제자에게 막연한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프레데리카의 눈에 딱한 모습의 티아가 들어왔다.

     곧장 다가가서 몸을 부축한다.

     정말 많이 얻어맞은 모양이다. 호흡이 불안정하다.

     

     

     "프레데리카...씨..."

     "아가씨, 가만히 계세요."

     

     

     환부에 손을 대고 치유를 발동시킨다.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마술사의 범주에서 보면 그리 심하지는 않다.

     그래서 치유가 전문이 아닌 프레데리카여도 쾌유는 가능했다.

     

     하지만, 그녀를 다치게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지만.

     

     

     "좋아... 베르베느, 뒤는 맡기겠어."

     

     "알겠어요!"

     

     프레데리카의 말에 호응해서, 드레스 차림의 가인ㅡㅡㅡ베르베느가 광장에 내려섰다.

     그대로 롤 모양으로 말린 좌우의 머리카락을 일제히 움직여서, 단번에 가속. 롤빵머리는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확산하더니, 선회하는 전투기 같은 궤도를 그리면서 6명의 몸통에 휘감겼다.

     

     

     "여러분! 제대로 붙잡으세요!"

     

     말하자마자, 베르베느가 맹렬하게 땅을 박찼다.

     머리카락은 6명을 제각각 들어 올린 채, 베르베느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머리카락의 모습을 한 황금의 촉수, 혹은 메두사 같은 기묘한 광경이기는 했지만, 로긴스에게 있어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박식.

     이제는 단정해도 상관없다.

     그 여자가 와 있다.

     아니, 아마 모두가.

     

     생각보다 빠르지만 문제없다.

     여기서 모두 끝장낸다.

     로긴스는 손바닥에 마력을 모으면서, 프레데리카를 방치한 채 도망치는 베르베느에게 프리스를 연속으로 발사했다.

     

     

     "놓치지 않습니다."

     

     총 30개에 달하는 공간동결탄.

     도망칠 수 없도록 가능한 한 광범위로 사출한다.

     하지만 갑자기 지표면에서 솟아 나온 검은 벽과, 그에 따르는 것처럼 나타난 빙벽이 베르베느를 완전히 덮어서 숨겨주려 했다.

     

     

     "아앗!?"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대부분 막혔지만, 아무래도 1발은 명중한 모양이다.

     지금의 비명, 멈춘 것은 베르베느로 봐도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프리즈로는 멈출 수 있는 시간이 1분 남짓.

     

     완전히 끝낼 수 있는 마무리 일격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벽이 전개되기 전에, 로긴스는 빅토르와 아즈마 쿄코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걸로 4명.

     나오지 않은 자는 앞으로 절반.

     저주를 가진 소녀, 고양이, 율인형, 그리고 방주 노아의 계약자.

     

     이대로 전부 끌어낸다.

     이번에는 마력을 온몸에 충만시켜서, 광역동결의 준비에 들어섰다.

     

     일단은 반경 500m.

     멈추는 건 몇 초면 된다.

     이 타이밍이면 프레데리카는 확실하게 도망칠 수 없다.

     

     

     "ALLㅡㅡㅡ"

     

     마언영창.

     로긴스가 다음 구절로 이어나가려 하던 그때, 시야 구석에 하얀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ㅡㅡㅡ오옷."

     

     

     오른팔에 방패모양의 장벽을 전개.

     잠시 후, 들어 올린 방패에 눈부실 정도의 섬광이 작렬했다.

     온몸에 충격이 달린다.

     정말 무겁다.

     장벽 너머로 전해지는 이 위력.

     하지만, 뚫리지 않는 것은 변함없다.

     

     방어를 끝낸 순간.

     반격의 때를 주지 않겠다는 듯, 이번에는 로긴스의 한쪽 팔에 하얀 띠가 감겼다. 어느 사이에 접근했는지, 진지한 얼굴의 샤리아가 로긴스의 간격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니, 고양이 귀가 돋아난 나인이 빛의 속도로 질주. 앞에서는 프레데리카가.

     선회한 빅토르가 뒤에서.

     아즈마 쿄코는 위에서 해머를 휘두르고 있다.

     잘 보니 저주를 가진 소녀도 작은 배 같은 것에 타서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사방팔방에서의 기습.

     바니키스의 도움을 바랄 수 없는 이상, 자력으로 반격할 수밖에 없다.

     

     광역정지를 쓰려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나인을 필두로 재빨리 공격당하면 반격의 수단은 한정된다. 그럼 무적의 능력을 가진 로긴스를 토벌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라고 생각했습니까?"

     

     

     모을 필요가 있는 것은 강력하게 간섭할 경우만.

     범위를 좁히고 정지시킬 시간을 조절한다면 충분히 즉발도 가능.

     

     다시 말해 노타임으로 쓸 수 있다.

     

     

     "All freeze."

     

     정지하는 세계.

     공기 중에 있는 티끌까지 얼어붙는다.

     멈추는 시간은 0.5초.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로긴스는 팔의 하얀 띠를 파괴하고서, 땅을 박차서 단번에 후방으로 도약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늦게 달려올 대성군과 원로 마술사들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여기선 일단 포로를 담당하고 있는 베르베느를 무력화하는 것이 먼저인가.

     

     

     "잠깐."

     

     

     목소리가 들렸다.

     대기의 유동조차 멈춘 이 세계에서도 잘 들리는 목소리였다.

     

     

     "어...?"

     

     

     로긴스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뭔가에 의해 움직임이 막혔다.

     두 다리에 띠가 휘감겨 있다.

     아니, 양손에도.

     사지가 이미 구속당해 있다.

     

     그리고 눈앞에는, 메마른 미소를 짓는 샤리아가 수백에 달하는 띠를 전개시키고 있다.

     

     

     "놓치지 않아."

     

     

     세계가 다시 움직인다.

     동시에 로긴스가 마검을 휘둘렀다.

     검봉은 부드러운 궤도를 그리며, 쫓아오는 띠의 무리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쳐냈다.

     하지만 이 물량.

     한 걸음씩 후퇴하는 것은 반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리즈는 맞았을 터인데...

     과연, 당신과 능력을 부딪히면 이렇게 되는 건가요."

     

     로긴스의 농담도 아랑곳하지 않고, 샤리아는 띠를 계속 휘둘렀다.

     충돌은 열량을 높였고, 폭격에 비견될만한 굉음을 일으켰다.

     귀기 서린 박력... 하고는 조금 다르다.

     샤리아의 가면 같은 미소가 왠지 기분 나쁘다. 진심으로 화내고 있다.

     

     그리고 등 뒤에 있던 나인 일행의 기척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성가시게 되었으니, 슬슬 전력으로 유린해줄까 생각하기 시작한 찰나.

     

     샤리아의 등 뒤에 어떤 사람의 형체가 흔들린다.

     나타난 것은 1명의 노인.

     위기를 감지한 샤리아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다음 순간, 노인은 아무 주저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일본도를 가볍게 휘둘렀다.

     

     

     석둑.

     

     

     광장 주변의 건물이 야채처럼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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