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개벽의 왕(4)2022년 08월 23일 08시 03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26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명백한 살의가 깃들어 있다. 지금이라도 죽을 듯한 부상을 입은 주제에, 조금 전부터 조금도 겁먹은 기척이 없다.
설령 몸이 으스러져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저것은 그런 각오를 품은 눈이다.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여분의 물건을 잘라내는 건 불복인가?"
"...딱히 당신 생각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그 대답도, 생각 없이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한테도.'
아직 필요한 사람이 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관없다.
단지 장래에 어엿한 사람이 된 자신을 보고, 이제부터는 혼자서 해나갈 수 있겠다며 안심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은혜를 갚아주고 싶은 가족이 있다.
그 사람들을 다치게 하려는 녀석을 용서 못하는 것은, 과연 죄가 되는 걸까.
"...내게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게 있다고.'
낮고 쉰 그 목소리는, 겐사이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압도된 것이 아니고, 그 말에 감명을 받아서도 아니다.
단지 피를 토하면서 맞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예전의 친구와 비슷해서다.
[너도 그렇잖아, 겐쨩]
갑자기 소스케와 겹쳐 보이는 환상을, 겐사이는 사뭇 가증스럽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겐스케."
"...뭐?"
"...아니.'
겐사이는 조용히 고개를 젓고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무기를 꽉 움켜쥐었다.
"어쨌든, 방해할 거라면 봐주지 않으마. 죽여줄 테니 덤벼봐라."
"거 좋지. 틀딱이 되어도 원망 말라고."
소스케는 있는 힘껏 위세를 부린 뒤 주먹을 중단으로 들었고, 겐사이와의 거리를 신중히 재었다.
겐사이 또한 싸움의 끝을 직감했는지, 감각을 서서히 예리하게 연마해갔다.
건드리면 깨질 듯한 침묵을 유지하면서, 하지만 긴장을 밀도는 두 배로 늘린 양자는 조금씩 발을 끌며 간격을 좁혔다.
거합베기가 온다.
그것이 소스케가 예감한 겐스케의 다음 수였다.
몇 번 본 바로는, 유운에는 절호의 위력을 발휘하는 거리가 있다.
겐사이도 슬슬 한계다.
결판을 서두르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거합베기가 가장 강해지는 간격을 찾아낸다면, 저것을 유발시키는 것은 가능. 물론, 이론상의 이야기지만.
"..........."
끊어질 듯한 의식에 반해, 소스케의 감각은 극한까지 연마되었다. 쓸데없는 계산 없이도, 겐사이의 사정거리는 이미 시각화되어있다.
"ㅡㅡㅡㅡ"
소스케는 마지막으로 폐의 공기를 갈고서, 천천히 첫걸음을 내디뎠다.
"잔잔한 태도 - 진]
세로의 일문자로 달리는 섬광.
칼날은 순식간에 신속에 도달하여, 다짜고짜 대기를 가른다.
하지만, 그것은 예상하던 공격이다.
소스케는 몸을 순간적으로 굽혀 더킹으로 참격을 피하고, 그대로 겐사이의 품으로 달려 나갔다.
유운을 휘두르기 전에 겐사이의 의식을 뺏는다.
그것이 승부의 갈림길이다.
다시 말해 겐사이가 회피했다고 인식하는 것보다 빠르게, 이 주먹을 녀석에 때려박아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마력의 태반을 두 다리에 집중시켰다. 그리하여 소스케는 믿기 어려운 속도로 스타트를 끊고, 단 한 걸음만에 거리를 좁히려 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경과는 괜찮았다.
피하면서 정면으로 파고든다.
그 타이밍이 정말 절묘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스케가 예상한 순간에 겐사이가 거합베기를 썼다는 이유가 크다.
"ㅡㅡㅡ"
그런데도, 어째선지 오한이 달렸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가.
너무 잘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맥없이, 손쉽게.
겐사이는 이 정도로 쉬운 상대가 결코 아니다.
소스케의 그 위화감은, 결과적으로 말해 실로 적절했다.
"ㅡㅡㅡ읏!"
눈을 의심한다.
휘두른 것은 유운이 아니다.
내지른 것은 도신이 부러진 혹강.
유운은 아직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칼집 속에 담겨있다.
유도당했다.
"끝이다."
겐사이는 혹강을 놓고, 유운에 손을 대었다.
처음부터 그럴 셈이었는지, 그 동작은 정말 부드럽게 이루어졌다.
브레이크를 걸고 싶지만, 지금부터 그러면 오히려 목이 날아갈뿐이다.
그렇다면 더욱 빠른 가속.
적어도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좁혀 도신의 근원에 달라붙는다면, 일단 치명상은 면한다.
어쨌든 칼의 끝은 절대 못 막는다.
하지만 겐사이는 그 생각조차도 꿰뚫어 봤는지, 갑자기 자세를 바꿔 거합이 아닌 단순한 찌르기를 해왔다. 이 궤도ㅡㅡㅡ배를 찌를 셈이다.
방어에 전념할 대 정도라면 몰라도, 지금의 소스케는 돌진하는 수밖에 모른다.
이래서는 피할 수가 없다.
푸욱.
소스케의 두꺼운 등에서, 붉은 것에 감싸인 흰 칼날이 돋아난다. 결과적으로 아무 변하 없이, 소스케의 돌진은 막혀버렸다.
겐사이로서 보자면 당연한 결과.
당연하다면 당연.
괜찮은 타이밍이라고 말할 정도도 아니었다. 오히려 찌를 대까지 한 호흡을 둘 여유조차 있었을 정도다.
그것들 전부를 깨닫자, 겐사이는 이제야 위화감을 눈치챘다.
"..........."
손맛이 약간 부족하다.
인체란 고깃덩어리다.
근육, 지방, 내장이 빽빽이 담겨있다.
하지만 소스케한테서 전해지는 느낌은, 겐사이가 아는 그것과 명백히 다르다. 살을 꿰뚫었다는 무게가 없다.
"ㅡㅡㅡ웃!"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소스케의 한 팔이 고개를 든다. 겐사이가 반응할 틈도 없이, 붉은 다섯 손가락은 멱살을 잡았다.
아무리 봐도 찔린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다.
설마.
아니, 틀림없다.
'이 남자, 내장과 등뼈만을ㅡㅡㅡ'
소스케는 완벽히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인체에 중요한 기관만을 칼에서 피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치명상을 면하고, 가까스로 반격할 수 있는 수준의 손상에서 그친 것이다.
"ㅡㅡㅡㅡㅡ악."
팔을 휘두르는 소스케의 얼굴은, 식은땀이 젖어있다. 목을 베이고, 온몸에 부상을 입고 배를 찔렸음에도 맞선다. 일본인의 정신력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겠지만, 자신이 짊어질 위험성을 도외시한 이 공격은 겐사이가 보기에 일종의 광기로 생각되었다.
"업, 련ㅡㅡㅡㅡ"
그렇다면 이 남자는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이세계에서는 용사로 취급받고, 그 강대함 때문에 주목을 받은 그는, 이 앞으로 살아남는다 해도 더욱 큰 시련이 기다릴 것이다. 그날 소환만 당하지 않았다면, 사토 소스케의 인생도 평탄했을 것인가.
"ㅡㅡㅡ소작, 대포."
일렁이는 묵빛의 검정을, 겐사이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
시키가미 겐사이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거의 십 초가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
호흡할 때마다 목에서 흐르는 피를 억누르면서, 발끝을 질질 끄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그 괴물을 상대하고서도 서 있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하............"
지금 이 시점에서 걸어가는 건 2,3분이 한계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 나인 일행의 뒤를 쫓는 것은, 조금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 해서 멈춘다면, 이번에는 로긴스가 나와버린다. 뭐 그 부분을 우려한 결과 나인 일행을 여기서 도망치게 한 것이지만.
"..........으."
가능한 일은 단 하나.
전이진을 찾는일 뿐이다.
이제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는 잔해를 들어 올려서 부근에 던져버렸다.
떨어지는 피가 발치에 웅덩이를 만들 때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서, 한결같이 잔해를 치워나갔다.
"...............아."
일사분란히 작업을 계속하고서 머지않아, 왼팔이 거의 움직이지 않음을 ㄲ달았다. 이래서는 작업이 매우 정체된다. 어떻게 할까 전전긍긍해하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어깨너머로 돌아본다.
".............."
등 뒤에는, 엉망진창이 된 시스터 마린이 서 있었다. 저쪽도 만신창이지만, 내쪽이 더 중증인 것은 한눈에 안다.
"....ㅏ린, 쨩...."
이제 제대로 말할 수도 없다.
[Gravity frontㅡㅡㅡ]
갑자기 자아낸 마언과 함께, 보라색의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이 기술, 분명 그라비티 유닛.
인공의 중력파인가.
지금 직격해서 벽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죽겠다.
아니, 잠깐.
중력이라는 말은, 모든 물질에 대해 평등하게 작용할 것이다. 결국 저 녀석이 손을 뻗는 방향이, 일시적으로 지면을 치워준다는 뜻.
".............으!"
난 발사되기까지의 수 초 동안, 있는 힘껏 어느 방향으로 다리를 끌고 갔다. 물론 그걸로 피할 수는 없고, 피할 생각도 없다. 날 노리는 마린쨩의 손바닥은 제대로 날 조준하고 있다.
자 와라.
그리고 가능한 한 봐줘.
[ㅡㅡㅡSingle]
어질러지는 물리법칙.
지면의 개념은 지금, 내 후방이 되어있다.
발치의 잔해를 한쪽 손으로 잡아서, 있는 힘을 쥐어짜 중력에 저항한다.
예상한 대로, 후방에 모여있던 잔해들은 가볍게 떠서 가속하며 날아갔다. 좋아, 이대로 사선 상의 잔해를 전부ㅡㅡㅡ
"아."
한순간의 이완.
그것은 방심이 아니라, 육체의 한계에 의해 찾아왔다. 잘 생각해보면, 이 상태로 한 손으로 매달리는 건 꽤 무모했다.
잔해와 함께, 내 몸이 후방으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정도나 뒤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낙법도 없이 떨어지면 몇 미터도 위험하다. 그냥 죽어버릴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때 무언가가 내 다리에 휘감겼다.
"ㅡㅡㅡ1?"
반동으로 온몸이 아팠지만, 그럼에도 내 몸은 공중에서 멈췄다.
뱀. 뱀이 있다.
단순한 뱀이 아니다.
얼굴 부근이 평평한 원형으로 되어있는, 기묘한 형태의 검은 뱀.
크기는 나 정도나 되는 큰 뱀.
이른바 UMA로 분류되는 츠치노코다.
발목에 휘감긴 것은 그 녀석의 꼬리였다
[이런이런, 여전히 돌봐주지 않고선 못 배기겠네요, 용사님]
츠치노코는 입가를 들어 올리더니, 날 되돌리고는 내 얼굴을 금색 눈동자로 지긋이 바라보았다.
[...서둘러 왔지만, 이미 늦었나요?]
"보로....스...냐?"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검은 츠치노코ㅡㅡㅡ보로스는 마린쨩 쪽으로 향하더니, 그 기분 나쁜 입을 벌렸다.
[샤아!!]
포효한다.
마력은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특징도 없는 단순한 그 음압은, 마린쨩을 포함한 전방의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맞은편의 벽을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뚫어버렸다.
그리고 내 고막도 찢어졌을지도 모른다.
뭐 하는 거냐 너.
[...면목없네요]
"어째서...네가...? 아피아는?"
[주인님은 지금 왕도에 계시기 때문에, 구원을 올 수는 없답니다. 지구에 침입한 시점에 마력의 보급이 단절되어서, 저도 장기간의 현계는...]
보로스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하지만 안심하시죠. 몇 초만 있으면 지상까지 탈출은 가능해요. 당신이 신역에 가까이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아니...잠깐..."
지금 지상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
"보로스....저곳이다...아마 저 주변에..."
[...음? 아아ㅡㅡㅡ과연. 저곳이네요]
보로스는 딱히 의아해하지 않고 수긍하더니, 날 강하게 붙들고는 기어나가며 전진했다. 이 녀석은 마력의 감지도 잘한다. 술식을 찾는 것은 손쉬울 일일 것이다.
그때였다.
쾅.
무거운 굉음이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공간에 균열이 들어가 있다.
저곳은 신역의 입구다.
이런. 리미트다.
로긴스가, 나온다.
[...누구?]
"...도망쳐....빨리."
[잔챙이라면 제가...]
"아니, 그 녀석은 사천왕급이라고..."
[아아, 그건 좀 걸리겠네요]
그보다 너, 오래 있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냐. 아피아가 없으면 제 위력을 낼 수도 없고. 강력하지만 바보인 것이 이 녀석의 단점이다.
[이 부근이네요]
보로스는 갑자기 멈춰 서더니, 주저 없이 조금 전과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파편이 점차 나뭇잎처럼 날아갔는데, 바닥이 평평해질 때까지 계속 반복했다. 그 안에서 전이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거네요]
돌입하자는 타이밍에, 보로스는 나만을 마법진 안에 던져버렸다.
영문을 몰라 혼란스러웠다.
"어, 어이...!?"
[발을 묶어둘게요. 당신은 그 사이에]
보로스는 자신의 타이밍에 사라질 수 있으니 걱정도 필요 없다. 난 굴러가면서 술식의 패널을 조작하여, 즉시 전이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팡, 하고 세계가 왜곡된다.
무너진 하얀 공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시야는 암흑으로 뒤바뀌었다.
".............으."
눈이 잘 안 보여서, 드러누운 채 귀를 기울였다. 대지에서 전해지는 파도소리.
그리고 바다 내음. 모래의 감각.
틀림없다.
이곳은 오니가시마이며, 그때의 백사장이다.
"ㅡㅡㅡㅡ!"
주먹을 내리쳐서, 마법진을 분쇄.
원형의 술식은 거울처럼 깨져서, 반짝거리는 입자를 주위에 흩뿌렸다.
ㅡㅡㅡ부쉈다.
이걸로 일시적이나마 못 쓰게 될 터. 추적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이걸로 완전히, 나는 자유다.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시야도 점점 닫힌다. 이제는 움직일 수 없다. 아니, 지금까지 활동했던 게 이상할 정도이니, 잘 버틴 편이다.
어쨌든 도망친 것은 사실이다.
"...음?"
심장이 얼어붙었다.
환청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세하게 들리는 발소리가 그걸 부정한다.
누군가가 있다.
".....젠....장.'
계속해서 뭐냐고.
오늘 하루만으로, 얼마나 날 괴롭힐 셈이냐.
"...누구 있어요?"
누가 말하는지, 이제 그 목소리조차 제대로 안 들린다. 온몸에서 감각이 사라진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인간?"
그 녀석의 모습을 확인할 것도 없이, 내 의식은 어둠으로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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