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개벽의 왕(3)2022년 08월 23일 02시 24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18
"크ㅡㅡㅡ윽!!"
소스케는 한 손을 휘둘러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칼날을 흘렸다. 휘두른 칼은 유운이었다. 조금만 더 타이밍이 늦었더라면, 왼팔은 빼앗겼을 것이다.
슬슬 뒤가 없다.
갑자기 나타난 메리가 비비안과 나인을 끌어안은 것은, 그야말로 그때였다.
"이 녀석들은 내게 맡겨."
"잠깐, 선생님...!"
"알았으니 내 말을 들어."
억지스러운 태도로 그리 말하고서, 메리는 두 사람을 안은 채로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그대로 데리고 갈 모양이다. 그녀한테 맡겨둔다면 일단 괜찮을 것이다.
소스케는 멀어져 가는 메리의 등에다가, 개운한 마음으로 말을 던졌다.
"메리 씨."
"...왜?"
"사사미네 양을 부탁합니다."
메리가 겸연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하고서, 소스케가 앞을 돌아보았다. 이미 정면에는 겐사이가 없었다. 안구를 바삐 움직여서 시야 구석에 있는 겐사이를 포착한다.
정말 도망가게 두고 싶지 않은지, 동료가 어느 정도 이탈한 순간 소스케를 무시하면서까지 뒤쫓으려 하고 있다.
피아의 차이는 약 열 걸음.
그도 초조해져서 뛰쳐나갔는지, 소스케를 돌파하기에는 확실히 무리한 수였다.
"보낼까 보냐."
내디딘 기세로 겐사이의 옆구리에 발차기를 날린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나름대로의 느낌.
겐사이는 주춤거리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소스케를 노려보았다.
"우오오오오오오오!
기다려임마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머리 위에서 코린이 외치며 제트 분사 같은 것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어느 사이에 다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 모습을 보면 나인 일행을 앞지를 수는 없어 보인다.
소스케는 깊게 웅크리고는, 도약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같은 높이까지 도달하자, 마린을 파리처럼 쳐서 떨어트렸다.
"꺅!?"
비명을 지르며 낙하하는 마린.
소스케는 겐사이에게 신경을 할애하면서, 땅에 기는 것처럼 착지했다.
그대로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전이마법진은 안 보인다. 슬슬 로긴스가 나올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살아날 방법은 그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말해 가능성은 낮다.
"..이, 망할 새끼........!"
격앙하는 마린의 무장을, 소스케는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온몸에 중화기 같은 것이 빼곡히 장착되어 있다.
"...모르겠군."
겐사이가 오도카니 중얼거렸다.
시선을 옮기자, 그는 너무나도 의아하다는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째서 네가 최후미를 맡는 겐가?
자유롭게 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아니, 내 일은 상관없어."
"...뭣이?"
"당신이 조부모님을 구해줬잖아. 그럼 가족의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사사미네 양도 구할 수 있었다."
이제 충분히 목표는 이루었다.
"애초에 저주를 풀어준 시점에서 충분히 자유로워. 이 이상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너, 바보야?"
"실제 여동생을 죽인 녀석이 할 말이냐고."
태연히 흘려듣자, 마린은 얼굴이 시뻘겋게 만들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언뜻언뜻 생각했었지만, 화를 잘 내나 보다.
"다시 말해 이제 남길 말은 없다는 뜻인가?"
"...방금 전부터 생각했는데."
소스케는 목을 꺾어 소리를 내더니, 분노가 담긴 얼굴로 겐사이를 노려보았다.
"왜 내가 질 거라는 전제로 말하는 거냐고."
갑작, 검은 오오라가 일어난다. 직후, 소스케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ㅡㅡㅡ?"
조용하게 바람이 파도친다.
갑작스러운 일에 얼이 빠져있던 마린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깨달은 것은, 혹강을 방패 삼은 겐사이가 날아가버린 뒤였다.
"어, 뭐야...!? 뭐야!?"
동요하면서, 상황을 확인한다.
옆에는 어느 사이엔가 소스케가 주먹을 휘두른 형태로 서 있었다.
당황한 마린이 전속력으로 무장을 전개했지만, 탄막을 펼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가까웠다.
"아, 이런."
푹 하고, 말뚝 같은 것이 옆구리에 박힌다.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시야가 고속으로 회전한다. 그대로 마린은 벽면에 부딪히고는 지면에 엎어졌다.
"갸아아아아아ㅏㅏㅏ아아! 부러졌다아ㅏㅏㅏㅏㅏ! 이거 위험한데 부러졌어ㅓㅓㅓㅓㅓ!!"
발버둥 치는 마린을 내버려두고, 소스케는 겐사이를 추격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았는지, 반대로 겐사이 쪽에서 이쪽으로 향해오고 있다.
"애송이가...!"
일갈.
뒤얽히는 혼강과 유운이, 그물 같은 참격을 펼쳤다. 여기서 후퇴할 수는 없다. 소스케는 검은 오오라를 오른손에 두르고는, 참격 중 하나를 노려 냉정하게 손날을 뻗었다.
"음!?"
반짝이는 불꽃.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검은 불꽃과 맞부딪힌 최강의 장벽 무기인 혹강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두 쪽이 나버렸다ㅡㅡㅡ
"그런가, 그것이 네놈의ㅡㅡㅡ"
확실히 대단한 위력이지만, 비장의 수를 쓰면 아직 뒤집을 수 있다. 겐사이는 남은 유운을 양손으로 꽉 붙들고는, 물 흐르는 것처럼 검섬을 날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소스케의 반사 쪽이 빨랐다. 그는 검은 오오라를 순식간에 왼손에 지피고, 방패처럼 배도 감쌌다.
저것에 닿으면 위험하다.
몸통을 베었어야 할 백색의 칼날은 제비처럼 휘어져서 날아갔지만, 그것이야말로 소스케의 노림수였다. 참격의 궤도를 바꾸자마자, 소스케는 단번에 거리를 좁혀서 작게 팔을 모았다.
"소작대창."
맹렬하게 내지른 창이, 겐상의 명치에 주저 없이 파고든다. 하지만 이쪽도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
순식간에 유운을 교묘하게 다루어서, 주먹의 옆에서 쳐내는 형식으로 도신을 휘두른다. 내지른 것은 잔잔한 태도. 그 두 번째ㅡㅡㅡ
챙.
양자 사이에서 막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굉음을 울리며 격돌했다. 칼을 왜곡시켜 막은 것도 있어서, 결과적으로 겐사이는 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났지만 아픔의 둔한 저림만은 뼛속까지 남게 되었다.
대치에서 진 것은 겐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모한 쪽은 분명히 소스케 쪽이었다.
"....?"
이상하다.
소모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지금 사용한 마력은, 코즈미한테서 받은 것과는 또 다른 것이다. 그럼 이상하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왜 처음부터 이 힘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소스케는 호흡을 몰아쉰 채로 거리를 좁혀왔다. 미간에 주름을 만든 두 눈은, 호랑이처럼 날카롭다.
하지만 움직임 자체는 직선적.
타이밍만 맞추면, 따라잡지 못할 속도는 아니다ㅡㅡㅡ
"우웃!!"
크게 내리친 유운을, 소스케는 딱히 많이 움직이지도 않고 피했다. 그리고 참격의 보답이라는 것처럼, 즉시 발사된 주먹이 겐사이의 볼을 고속으로 스쳤다.
일격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정권에서 이어지는 권격, 축격의 폭풍우.
막힘없이 중격을 자아내는 소스케는, 마치 망가진 엔진 같다.
'이 녀석ㅡㅡㅡ'
처음과는 달리, 완전히 이쪽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끝을 모를 저력.
그렇다면 그것들은 전부 참작한 다음, 이쪽도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행동한다ㅡㅡㅡ
"우쭐대지 마라."
구불거리는 팔의 궤도를 피하면서, 자세를 낮춰 소스케의 발목에 발차기를 날린다. 뚝심이 있는 소스케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한 박자 자세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충분한 틈이다.
겐사이는 순식간에 유운을 고쳐 잡고서, 찰나만에 도신을 빛으로 바꾸었다.
거의 영거리에서 자아내는 잔잔한 태도 - 찬 바람.
날아다니는 나뭇잎처럼, 무수한 참격으로 대상을 구속한다.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유운은 소스케의 몸을 그야말로 전단지처럼 잘게 잘게 베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소작, 대포오!"
검은 오오라가 겐사이의 명치에서 폭발한다.
순간적으로 공간을 왜곡시켜 간섭 자체는 상쇄했지만, 그럼에도 단순한 물리적 충격까지는 커버할 수 없다.
그야말로 혼신의 일격.
그것도 완전한 급소에다가.
늑골이 부러지고, 내장이 압착된다.
이 폭력은, 겐사이조차 후퇴하지 않을 수 없는 위력이었다.
"ㅡㅡㅡ커....억!"
겐사이는 뒷걸음질 치면서 칼을 다시 들었지만, 소스케가 쫓아오는 기척은 없었다.
아니, 쫓아올 체력이 없는 것이다.
분명히 죽어가는 몸이다.
그리고 점점 그을려가는 소스케의 피부를 보고, 겐사이는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것이 네놈이 짊어진 업인가."
마장질환.
이 이질적인 마력을 보면,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그 내용인데, 그것도 대략 짐작은 간다. 인체는 마력을 생성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식물과 물 등의 토대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 남자는, 그와 비슷한 것을 불태워서 마력으로 변환하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점점 쇠해지는 육체.
여기까지 오면, 원리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아마 이 남자의 몸은, 이미 대량의 에너지를 연소시켰을 것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대가가 이상하다.
인간이 위장에서 흡수하는 식량으로는 전혀 부족할 정도의 칼로리가 기본 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부족한 몫을 몸을 깎아서 보충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불이 너무 강한 촛불.
화력이 강하고 열도 대단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쇠하는 것도 빠르다. 소스케의 몸은 그야말로 그런 것이다.
그 은총이 저 규격 외의 운동능력과 괴력.
보통은 뭔가의 봉인으로 억누른 모양이지만, 한계까지 내몰리자 해방했다는 것이겠지.
"...결국, 본래 있을 수명을 끌어다 써서 억지로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그런 거겠지?"
"글쎄, 어떨까."
자연스레 웃는 소스케지만, 얼굴은 중독된 것처럼 보라색으로 변색되었다. 조금 전까지 코웃음 쳤던 그 모습도, 이제는 웃으래야 웃을 수 없다.
아직 젊은 코린은 제대로 봐준 주제에, 이 노구한테는 전력의 주먹을 뻗어왔다. 이래서는 움직일 시간도 한정된다.
"...그러고 보니, 아직 묻지 않은 일이 있었네."
소스케는 뭔가 생각난 것처럼 중얼거리더니, 겐사이를 노려보았다.
"뭔가?"
"...너희들. 손녀딸과 일반인까지 말려들게 하고서, 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거냐?"
"뭐야, 고양이한테서 아무것도 못 들은 겐가?"
겐사이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찌푸리더니, 딱히 주저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말했을 텐데, 원로원과 대성군의 목적은, 이 세계의 구제라고."
"그건 다즈라는 녀석한테서 들었어. 구체적으로는 뭘 한다는 건데."
"대량살인이다.'
소스케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이윽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건데.'
"살육이다. 그것도 인류 규모로.
전 세계의 영맥을 가동해서, 전 인류의 마력을 접수한다. 하지만 마술사와는 다르게, 일반인은 약하지. 어린애나 노인은 물론, 경도의 병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간이 숨이 끌어질 게다."
머리가 아파질 듯한 내용을, 겐사이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말했다.
"츠치무라 나에한테 영맥의 비술을 가르친 것도, 영맥을 써서 귀신들을 부활시킨 것도, 전부 그것의 시운전에 불과하다."
피가 싸늘해진다.
"사람들을 공물로 삼아, 이 황폐한 세계에 은총을 준다.
그것이야말로 제0공간간섭. 수많은 시체를 뛰어넘어서야, 처음으로 우리들은 신수에 도달한다"
"무슨 생각이냐 너.'
꽉.
클램프 같은 손가락이, 겐사이의 목덜미에 파고들었다.
목을 꺾어버린다ㅡㅡㅡ
소스케가 내놓는 너무나 명확한 살의에도, 겐사이는 지극히 냉정하게 대응했다.
흔드리는 유운.
팔꿈치가 잘리는 미래가 뇌리를 스치자, 소스케는 즉시 몸을 뺐다.
"흠, 잘도 피하는군."
"...그 영문모를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말려들게 하는 거냐."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겐사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하고는, 소스케한테서 시선을 돌려,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40년인가, 50년인가.
그리 머지 않아, 이 세계는 멸망한다.'
"................"
마치 나쁜 농담이라도 들은 듯, 소스케는 즉시 얼굴을 찌푸렸다.
"원인은 마력의 고갈이다. 항간에서 일컫는 지구온난화, 오염 가스, 자원문제. 그런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ㅡㅡㅡ이 세계를 구성하는 마력 자체가 소진되고 있다."
"....마력은 영맥이 무한정 만드는 게 아니었냐?"
"반대다. 그것이야말로 만악의 근원. 아득한 옛날에 어딘가에서 생겨난 종. 그것이 지구 전체에 뿌리를 뻗어서, 태곳적부터 이 별을 침식하고 있다."
겐사이는 조용히 이어 말했다.
"위기를 눈치챈 아덴로브가 뿌리에 술식을 새겨서, 빼앗긴 마력의 일부를 배출하도록 개량했지만, 그것도 연명에 불과하다. 마소의 농도는 점점 내려갈뿐. 더 나쁜 것은, 이제 와서 영맥을 파괴한들 멸망은 피할 수 없다. 이제 유예의 시간이 없는 게다."
거기까지 말하고서, 이제야 겐사이는 소스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마력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정도의 대마술ㅡㅡㅡ제0공간간섭을 일으킬만한, 대량의 마력이."
지상에 있는 모든 생명은 좋은 비료. 연료가 없다면, 뭔가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다. 겐사이의 말은 그런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네놈, 언뜻 알아채고는 있었겠지? 안 그런가, 용사여."
"...당신."
지금의 겐사이의 발언은 몰라도, 소스케가 딱히 당황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었다.
일상적으로 싫어도 느끼는 마력농도의 저하.
이세계와 지구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야말로 그것이다. 생각나는 부분은 찾아보면 끝이 없다.
"국지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나? 아니면, 이것이 세계의 올바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나?
둘 다 오답이다.
디 그리피아가 특별히 뛰어난 것이 아닌, 이 별이 이상한 게다."
"디 그리피아라니, 당신...."
언뜻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역시 이세계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상층부는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이세계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인데, 그것은 지금 여기서 생각해도 별수 없다.
"...결국, 인간을 양분으로 세계를 구한다는 말이냐?"
"나로서는 그럴 생각은 없지만, 대략 그런 인식으로 봐도 된다."
"그러냐."
소스케는 딱히 화내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처음으로, 겐사이는 필요 이상으로 말해버렸음을 깨닫고, 자조 섞어 미소를 흘렸다.
"...조금, 수다를 떨었나."
겐사이는 약간 겸연쩍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서, 유운의 하얀 검봉을 향했다.
마치 대화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겐사이의 시작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내딛음은 조용히, 소리 없이, 그리고 빠르게.
1초도 지나지 않아, 겐사이는 일진의 광풍으로 변했다.
"ㅡㅡㅡㅡ"
허를 찔렸는지, 소스케는 휘두르는 일태도를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받아들였다. 어깨에서 옆구리에 걸쳐 새겨진 자상이, 성대하게 피를 분사한다.
통각은 물론, 여기 와서 대량의 출혈. 이 두 가지가 소스케의 움직임을 매우 둔하게 만들었다. 회복의 마술이 없는 그는, 이제 상처를 막기 위해 애쓰게 될 것이다.
형세 역전.
몸의 무너짐에 따라서, 겐사이는 목에다 칼날을 들이밀었다. 즉시 몸을 빼낸 소스케는 직격을 면했지만, 목 주변에 결코 작지는 않은 자상을 입었다.
"........윽..."
그럼에도 겐사이가 손을 늦추는 일은 없었다. 다시 도신을 가속시켜서, 베고 베고 또 벴다. 소스케도 간발의 차이로 회피는 하지만, 그럼에도 상처는 일방적으로 늘어갈뿐.
"조금 전의 기세는 어쨌나?"
겐사이의 도발에, 소스케는 말없이 노려보았다.
지금의 이야기, 적지 않게 동요하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절호의 기회.
그의 가족에 대해 책임을 진 지금, 이제 목을 따는 일에 아무 우려도 주저도 없다.
"...이 정도로 마음이 흐트러지다니, 조금 과대평가했나 보군."
크게 휘두르는 참격을, 소스케는 맞기 직전에 피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불완전. 칼날을 흘리는 손목 주위는, 제대로 배여있다. 저래서야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으리라.
"ㅡㅡㅡ윽...!"
전투 종료까지 얼마 안 남았다며 의기양양했지만, 너무 움직인 모양이다. 망가진 내장에서 분출되는 혈액이, 식도를 통해 역류한다.
반쯤 경직되는 겐사이.
그 틈을 소스케는 놓치지 않았다.
"오라앗!!"
관자놀이에 파고든 철권이, 겐사이의 두개골을 뒤흔든다. 칼로 왼쪽을 찔러보지만, 그와 거의 동시에 소스케의 오른쪽 주먹이 겐사이의 볼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자석처럼 반발하여, 충격으로 무릎을 꿇었다.
찰나의 침묵.
"...당신, 그래도 좋은 거냐고."
아무런 맥락 없이 내던진 소스케의 말을, 겐사이는 몇 초의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애송이가, 설교인가? 우쭐....대지 마라."
"더 나은 방법은 없는 거냐? 당신 말대로라면, 억 단위의 사람이 죽는다고."
"...잔혹한 이야기지만, 그것밖에...확실한 길은 없다."
확실히 단언하는 겐사이를 보고, 소스케는 왠지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네놈이야말로 이 이야기에 찬성해야 하지 않는가? 용사여."
".............."
소스케는 초점이 안 맞는 눈동자를 잠시 방황시키다가, 이제야 찾았다는 듯 겐사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방식이면, 내 소중한 사람이 죽어."
"..........."
"그러니 정말로 실행할 셈이면, 너희를 전부 죽여서라도 말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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