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1 막간 - 제각각의 가는 길(1)
    2022년 08월 23일 13시 50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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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35 

     

     

     

     사사미네 미코가 눈을 뜨자, 흰 천장이 보였다.

     

     

     상반신을 일으켜, 가볍게 고개를 돌린다.

     거실, 이라고 부를만한 장소였다.

     오른쪽을 보니 부엌과 식탁.

     왼쪽에는 아래위로 이어지는 계단. 창문은 없다.

     아무래도, 자신은 소파에서 잠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내려다본 카펫에는, 모포를 덮은 자가 몇 명 누워있다. 그중 두 사람은 이리자키와 미리온.

     둘다 아는 얼굴이다.

     

     "..........."

     마지막 기억은 주문을 외운 직후까지다.

     그 이후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

     문득, 부엌 쪽에서 걸어오던 나인과 눈이 맞았다. 귀가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린이 다운 나이로 돌아가 있다.

     

     "일어났네."

     "나인쨩, 여긴..."

     "괜찮아. 추격자는 물리쳤어."

     나인은 천천히 걸어가더니, 그대로 식탁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여기는 노아. 어펙션이라는 조직이 소유한 뱃속이야."

     

     "정확히는, 소환수예요."

     

     갑자기 들리는 늠름한 목소리.

     돌아보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금발 미녀가 서 있었다.

     

     키는 약간 크다. 170cm 전후일까.

     

     "...당신이 도와주셨나요?"

     "네! 샤리아 님께서 직접 부탁하셨길래, 저, 기합을 넣고 터널을 팠거든요!"

     

     미코의 막연한 물음에, 금발 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만만한 미소가 아가씨 특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소개가 늦었네요!

     전, 어펙션에 소속된 특급 마술사, 베르베느 플랑크라고 한답니다!"

     터널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들어보니 은인은 맞는 모양이다. 미코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 숙였다.

     

     "베르베느 씨, 고맙습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답니다!

     저, 전 세계의 숙녀의 아군인걸요! 그보다 티아 님의 위기에 달려가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랍니다!"

     

     "티아...?"

     

     그 이름을 잘 몰라서, 미코는 되새기는 것처럼 입에 담았다.

     

     "저기, 제 이름은..."

     "네, 들었답니다. 미코 씨가 받은 고난도. 전부 들었답니다."

     

     베르베느는 의기양양한 말투에서 돌변, 어조를 낮추고는 살며시 미코의 손을 감쌌다.

     

     "본래라면, 마술사가 아닌 자를 휘말리게 하는 건 용서받을 수 없는 폭거예요. 바로 구해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뇨, 그런."

     "하지만! 제 옆에 있으면 이제 안심이랍니다!"

     베르베느는 눈을 부릅뜨더니, 한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당신의 증언이 있으면, 반드시 상층부를 무너뜨릴 수 있고요!"

     

     "아, 네..."

     "최악의 경우에도, 꼬리 자르기로 로긴스의 실각은 확실해요! 그럼 녀석에게 종속된 수많은 마술사를 구할 수 있답니다!"

     

     "저, 저기, 그.."

     "자 이제 법정으로 가서, 비열한 악에 맞서는 거예요!"

     미코가 대답에 궁색해하고 있자, 갑자기 나인이 베르베느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꺅, 하고 귀여운 비명이 울렸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날뛰지 말라구 바보야."

     

     "바, 바보라고 말하는 쪽이 바보라고요!"

     "이 소녀는 지금까지 유괴당해왔어.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서 부모님을 만나게 하는 게 최우선이야. 그런 귀찮은 일은 나중으로 돌리는 게 당연하다구."

     

     "...으."

     베르베느는 말문이 막혀서는, 축 처진 얼굴로 미코를 돌아보았다.

     

     "죄송해요... 제가, 그만."

     "아, 아뇨, 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

     

     

     거실 전체가 크게 진동한 것은, 그야말로 그때였다.

     

     [!?]

     

     모두의 중심이 기운다.

     흔들렸다기보다는, 전철에서 때때로 경험하는 급브레이크와 비슷하다.

     

     [미안~ 모두 괜찮아~?]

     

     "리베, 무슨 일인가요?"

     베르베느가 천장을 향해 말을 걸자, 곧장 허스키 보이스가 돌아왔다.

     

     [그게, 왠지 프랑스 주변에 물리 결계가 쳐진 모양이야]

     

     "결계...? 잠깐만요. 프랑스 주변이라니, 어떻게 된 일이죠? 그런 대규모의 마술..."

     

     [말한 대로 뉴욕까지 날아가려고 생각했는데, 육지에서 비스케 항까지 갈 수 없어]

     

     "뭐라고요...?"

     

     [....그보다 이거, 방송국에서 방송하고 있어. 세간도 꽤 혼란스러운 모양이야]

     

     목소리의 주인이 그렇게 덧붙이자, 베르베느와 나인은 더욱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일단, 샤리아 님과 프레데리카 님이 셸부르에서 대기하고 있다니, 그쪽으로 갈게]

     

     

     목소리는 그걸 끝으로 두절되었다.

     

     

     "이상하네요. 원로원이 마술을 세간에 공표할 리가..."

     

     "어쨌든, 착륙한 뒤에도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자구."

     베르베느와 나인이 대화하고 있자, 미코가 곧장 일어서더니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인쨩."

     "응, 왜?"

     "저기, 사토 군은 어디 있나, 싶어서."

     적당히 말미를 흐리면서, 가볍게 미소 지어 보인다. 하지만 나인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응? 왜 그래...?"

     "...소스케 군은..."

     "호, 혹시 다쳤어?"

     

     그럼 상태를 보러 가야만 한다.

     미코는 제대로 설명도 안 듣고 몸을 돌려서,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 나아갔을 때, 뒤에서 손을 붙잡혔다.

     

     "...기다려."

     나인은 입가를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 분위기로 보건대, 상당한 부상인가.

     

     "그는..."

     

     

     

     

     비비안은 짜증이 나 있다.

     

     "................"

     장소는 노아의 갑판.

     그냥 널찍한 이 장소에서, 비비안은 한결같이 목도를 휘두르고 있다. 고속 순항을 하고 있지만, 방어막 같은 것이 있어서 다행히 기류의 영향은 없다.

     이 푸른 하늘은 연습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떠올린 것은 헤어질 때 소스케가 했던 말이다.

     그를 진심으로 화나게 한 것은, 아마 첫 경험이다. 그리고 그 말에는, 넌 도움이 안 된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었다.

     

     분함을 어금니로 짓이긴다.

     갑자기 최후미로 나선 소스케한테도 문제는 있지만, 그럼에도 거기서 가세하는 것은 상책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나인은 몰라도, 그대로 시키가미 겐사이와 대치했다면 곧장 베여 죽었을 테니.

     

     그래서 차갑게 내친 소스케가 아닌, 자신의 무력함이 짜증 난다.

     

     돌이켜보면 죽을 기세로 강해지고 싶다고 진심으로 결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지 어느 원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어서, 우연히 만난 샤리아와 프레데리카가 주워준 덕분에 마술사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것뿐이다.

     

     "...............아냐."'

     

     비비안은 고개를 내젓고는 곧장 생각을 고쳤다. 마술사로서 살아가기를 희망한 것도 자신이고, 그 삶을 긍정한 것도 자신이다. 결코 주위의 권유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피를 토하면서까지 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은 사실이다. 여태까지는 그렇게 안 해도 잘 나갔으니까.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자신을 인정해주는 동료가 있으면 충분했다. 수장을 노리는 일은, 비비안으로선 남의 일이다.

     누군가와 다툴 필요도 없었다.

     

     고민은 잡념이 되어, 비비안이 손끝을 미세하게 어지럽혔다. 이래서는 모처럼의 휘두르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프레데리카는 무심해지라고 말했었다. 아무것도 생각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움직임의 통찰과 간파, 습성 등의,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써야만 하는 일에만 주목하게 된다. 그녀의 지도는 매우 적절했다.

     적절하지만, 아무래도 강해지려면 짐승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싸워야만 하는 모양이다.

     

     지금도 그렇다.

     검을 휘두른다.

     무심하게 해보려 해도, 자꾸 자세가 흐트러진다. 흐트러지는 것이다. 본래 거울 앞에서 한번 확인하는 일이, 자세를 고치는 제일의 방법.

     

     "...안 되겠네."

     .

     검을 멈춘다.

     

     "비비안 씨."

     갑자기 부르는 목소리에, 어깨너머로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시키가미 코즈미가, 숨을 헐떡거리며 서 있었다.

     

     "아직 다 안 나았으니, 움직이면 안 돼요."

     "아, 미안..."

     그걸 말하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 그럼 미안한 짓을 했다. 비비안은 겸연쩍은 듯 땀들 닦고는, 인사치레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몸이 차니까, 빨리 맡으로 돌아가요."

     "...그래."

     "아직 상처도 안 아물었으니, 수련은 당분간은 자제하시고요."

     

     코즈미의 말투는 실로 엄했다.

     잡념이 없다고나 할까, 해야 할 일을 담담히 해내고 있다. 일단 이 엄마한테 혼나는 자식과 비슷한 구도는, 왠지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트러블이 있어서, 급히 항만도시의 교외에 착륙한다고 해요. 준비하죠."

     "시키가미 씨는 말야..."

     

     "네?"

     "왜 그때, 소쨩을 바로 보내줬어?"

     

     맥락 없는 질문.

     코즈미는 잠시 동안 눈을 휘둥그레 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비틀었다.

     

     

     "...글쎄요."

     "........."

     

     "저기...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소 군 나름의 승산이 있어 보여서, 저도 그에 걸어보고 싶었다...랄까."

     "..."

     

     "그, 그곳에서 말렸어야만 한다는 자각은, 물론 있지만요."

     "........"

     

     "하지만 소 군이라면,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당돌하게 묻는다.

     코즈미는 다시 눈을 번쩍 뜨다가,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국, 그런 신뢰관계의 차이일까. 

     

     "시키가미 씨, 소 쨩과 사이좋구나."

     "아뇨, 그런..."

     "숨기지 않아도 돼.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다며."

     돌이켜보면, 비비안이 소스케와 지난 날짜는 1년도 안 된다. 아마 이 여자는 소스케를 모조리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일, 소 군한테서 들었나요?"

     "응, 뭐..."

     말해야 할까 말까.

     오니가시마 때는 적개심이 들어서, 결국 정체는 밝히지 않고 끝났다. 처음부터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같이 싸우는 것도 이걸로 두 번째. 조금 자신을 알려도 될 것 같다.

     

     "시키가미 씨 말야, 켄쨩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켄쨩?"

     코즈미는 의이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는,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대었다. 곧장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들은 기억이 나나보다.

     

     "아! 그러고 보니 중학교 시절, 소 군한테 그런 친구가 있었네요."

     "그게 나야."

     ".............."

     여태까지 온화했던 코즈미의 표정이, 딱딱한 석상처럼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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