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2 막간 - 제각각의 가는 길(2)
    2022년 08월 23일 15시 43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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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41

     

     

     

     "................네?"

     

     코즈미의 침묵은 나름대로 길게 이어졌다.

     눈을 부릅뜨고, 입을 굳게 다물고, 등은 철봉을 끼운 것처럼 미동도 안 한다.

     

     "켄...쨩?"

     "그래. 비비안 맥켄지라서, 켄쨩."

     

     "아니 하지만...어라? 켄쨩이라면."

     "그래. 확실히 알기 어렵겠지만."

     "아, 그럼 실제 성별은 남자인가요?"

     

     "진정해."

     코즈미는 비비안의 온몸을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그렇게 하는 사이, 점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 어ㅓ어ㅓㅓ어ㅓ어...!?"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노, 놀란다구요! 그야!"

     "남자라고 생각했어?"

     

     비비안이 미소 지으며 물어보자, 코즈미는 기세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랄까, 본명이나 성별은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12살부터 마법사 학교에 갔던 모양이라서, 그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세상은, 좁네요..."

     "나도, 규슈집 아가씨가 마법소녀였다고 들었을 때 충격으로 공중에 떠 있었거든."

     그건 과연 어느 시절이었던가.

     어펙션에 들어가 조금 지나서, 어떤 파티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던 기분이 든다. 우연히 발견한 일본옷의 영애가, 소스케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 시키가미 코즈미였던 것이다.

     

     "그럼 그, 소 군과 자주 놀았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거 둘이서 그런 건가요?"

     "으으으으으으음~글쎄에에에에에."

     "뭐, 뭔가요 그 반응..."

     당황하는 코즈미를 보며, 비비안은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는 다른 친구도 있어서 둘만 있는 상황은 우발적으로만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사소한 일이다.

     

     "뭐 그런 거니까, 이제부터 잘 부탁해."

     "네...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나이니까 말야, 코즈미라고 불러도 되려나?"

     

     "아, 그럼.

     저는 켄 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때린다."

     "뭐, 뭔가 거슬렸나요...?"

     "아니 그, 켄쨩이라면 몰라도 켄 씨라고 하면 중년 남자 같잖아."

     왜 장년 남자의 호칭으로 불려야만 하는가. 비비안은 잠깐 고민하고서, 일단 '비비 씨' 로 교정해줬다. 솔직히 씨도 붙일 필요도 없지만, 코즈미는 그러는 편이 부르기 쉬운 모양이다.

     

     "그럼, 내려갈까."

     "그래요."

     코즈미가 발을 돌려 걸어가려고 할 때, 갑자기 밑으로 이어지는 계단의 문이 열렸다.

     

     "아..."

     사사미네 미코는 잠깐 넋이 나간 듯 입을 벌리다가, 곧장 둘을 향해 걸어왔다. 계단에서 올라오는 그녀의 얼굴은, 이마에 약간 땀이 맺혀있다. 복장은 잠옷이며, 걸쳐놓은 얇은 카디건이 나풀거리고 있다.

     

     "시키가미 씨, 비비안쨩..."

     

     "사사미네 씨..."

     "왜 그래? 안색 나쁜데."

     "...저, 저기."

     

     미코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서,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사, 사토 군이...그 장소에 남았다고...나인쨩이..."

     

     미코가 더듬더듬 전하자, 코즈미는 조용히 듣고 있었고, 비비아는 못마땅한지 입을 구부렸다. 그 반응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미코는 더욱 안색이 핼쑥해졌다.

     

     "사실, 이야...?"

     

     "응, 사실이야."

     딱히 감추지 않고, 비비안은 바로 긍정했다.

     

     "그, 그럼 도우러 가야."

     "지금부터는 무리야."

     "하, 하지만...!"

     당황하는 미코는, 완전히 혼란에 휩싸여 있다.

     비비안은 그녀의 어깨를 탁 쳤다.

     

     "괜찮아. 소쨩이라면 무사히 돌아올 거야."

     한치의 근거도 없이, 비비안은 확실하게 단언했다.

     

     "비, 비비안쨩..."

     "아마가 아니라, 반드시 돌아올 거야."

     "하지만..."

     "알겠지? 미코쨩."

     

     믿을 수 없는 것은, 옆에서 보는 코즈미의 눈길로 보아도 무리한 이야기였다. 약간, 아니 꽤 억지스러운 설득이다. 이제는 선입견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압도당했는지, 뭔가를 느꼈는지, 미코가 다소나마 진정된 것은 사실이었다.

     

     "뭐 근거 없이 말하는 건 아냐. 한 달 전부터 봤으니 알겠지만, 소쨩은 그리 잘 지지 않아.

     아무리 그 할아버지가 상대라 해도, 몇 시간 벌면서 도망치는 정도라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아."

     정신 차리고 보니, 미코는 순순히 비비안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비비안은 그런 미코의 손을 잡고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사람은 그리 간단히 쓰러질 종자가 아닌걸. 그러니 지금은, 믿고 기다리자."

     

     비비안의 말에 흔들림은 없었다.

     

     "............응. 그래...사토 군, 꽤 튼튼하니까."

     "맞다. 소쨩은 트럭에 치여도 괜찮았었다니깐."

     "그래요. 소 군, 말벌한테 쏘여도 근육이 붓는데 그쳤었어요."

     "그, 그랬구나..."

     그건 좀 무섭지만, 그렇게까지 튼튼하다면 확실히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미안...나, 조금 혼란스러웠어."

     "당연하지. 도시에 내려선다고 하니, 거기서 천천히 쉬자."

     "...응."

     비비안은 어린애라도 데리고 돌아가는 것처럼 미코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명랑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을, 코즈미는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뭐야 너."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코즈미는 고개를 돌리면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태양에만 보이는 것처럼 표정을 가라앉혔다.

     

     

     저렇게는 말했지만, 역시 걱정은 가시지 않는다.

     지금은 괜찮지만, 이 허세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소 군...'

     

     바라건대, 소스케는 빨리 무사한 소식을 보내줬으면 하는 것이 코즈미의 본심이었다.

     

     

     

     

     [오니가시마 - 신전 부지]

     

     

     온몸이 녹아버린 것은, 2개월 전의 이야기다.

     용암이 직접 흘러드는 아픔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보다는, 영혼조차 융해된 [그것]에게 있어서는, 통각만이 과거를 구축하는 유일한 재료였던 것이다. 그래서 누구한테 당했는지, 그 기억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뭔가에 찔렸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독. 그래, 독이다.

     독과 비슷한 무언가를 맞았다.

     독은 [그것]의 온몸에 돌아서, 녹여버렸다.

     

     즉사ㅡㅡㅡ였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떻게든 사고하고 있으며, 이렇게 혼백의 잔해가 되어 떠 있는 것은 위대한 주인이 패배의 순간 구제해준 덕분이다.

     

     재생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 평범한 방법으로 죽인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사신으로 군림하는 우리 일족이 이 정도로 부활에 애먹을 리가 없다.

     

     부활. 그래. 거의 죽어갔던 [그것]은, 지금 그야말로 부활의 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연이 거듭 중첩되었다.

     

     먼저, 녀석들이 일족의 생태에 대한 지식이 적었던 것이 첫 번째의 행운이다.

     

     결전 후, 뒤처리를 하러 온 사람들은 누구도 마소로 의태한 [그것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2주일 동안의 조사를 숨어 지낸 후에 기다렸던 것은, 생존과의 싸움이었다.

     

     최강무적을 자랑하는 주인도 죽는 순간 힘을 양도하는 것은 힘들었는지, 보내온 마력과 그릇은 아주 조금. [그것]은 건네받은 그것에 다가 떠있는 미약한 마소를 담아서, 묘목처럼 자라온 것이다.

     

     결코 도중에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존율 쪽이 너무 적었다.

     하지만 이것은 요행이 아닌 필연.

     빼앗긴 주인과 동포를 구하고, 어리석은 인간에게 보복하라며 신이 살려낸 것이다.

     

     밝아오는 시야.

     몸에 새겨지는 자연의 연주.

     맥동하는 사지의 감각.

     

     그리고 되살아나는 기억.

     빠져있던 조각은 정말 간단히 맞춰졌다.

     

     이 신명은 재난 그 자체.

     위대한 오니의 권속이며 악귀나찰의 왕의 종복.

     받아 든 이명은 풍신.

     그 진명은 후우기.

     

     "아.........."

     천계는, 지금 여기에 강림했다.

     

     

     "그오오오오ㅗ오오오ㅗ오ㅗ아아아아!!"

     

     

     포효.

     반쯤은 곡성에 가까운 그것은, 본래라면 하늘을 가를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도 진동시킬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오니의 일갈이 아닌, 연약한 잡음.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생명의 외침이었다.

     

     "...하아...! 하아...하아..."

     

     무릎을 꿇는다.

     풍신은 가장 먼저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장 먼저 동포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없어...'

     

     예상은 했지만, 영역 내에 오니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풍신이 당해버리기 직전, 뇌신을 포함한 동포의 마력이 모두 사라졌던 것은 역시 틀림없었던 모양이다.

     

     "씨,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너무 분했던 나머지, 바닥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오니가 인간에게 패배한 것은, 이걸로 세 번째다.

     첫 번째는 가증스러운 롬그리스한테.

     두 번째는 모모타로와 그 종복한테.

     그리고 세 번째는, 인간의 무리에게 져버렸다.

     

     패배에 의한 굴욕과 분노.

     주인을 지키지 못한 자기혐오.

     

     특히 세 번째는 내몰렸던 것도 있어서, 그 회한도 배가되었다.

     

     "죄송.... 죄송합니다...!"

     이를 간다.

     지금 바로 인간한테 보복해주고 싶지만, 이 몸으로는 그렇게 안 된다.

     풍신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주먹은 피에 젖어있었다.

     

     땅을 두쪽 낼 기세로 쳤는데, 부서진 것은 이쪽이다. 어두워서 안 보이지만, 크기도 인간의 그것으로 쇠퇴하였다. 이래선 피부색 이외에 오니라 증명할 요소가 없다.

     

     되살아난 것은 좋지만, 아직 완벽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재발리 마력을 회복시킬 수단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 모습을 보면 주위에 생물은 없어 보인다.

     

     그럼 바다를 건너는 방법밖에 없어지는데, 그것도 상책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마술을 못 쓰는 지금, 육지까지 헤엄치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그릇이 형태를 이룬 지금, 뭔가의 양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고 만다.

     

     "큰일이네..."

     혀를 찬다.

     이래서는 손쓸 방도가 없다.

     붙잡힌 주인을 구출을 운운할 얘기가 아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났다.

     사태는 시급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풍신이 전전긍긍하던 그때, 먼 곳에서 뿌연 빛이 났다.

     

     "뭐지...!?"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마력원.

     오니ㅡㅡㅡ는 아니다.

     그보다 곧장 깨달았다.

     그보다, 지금이라도 사라질 듯한 약한 마력이다.

     어떤 의미로는, 풍신보다 미약할지도 모른다.

     

     풍신은 손의 아픔도 잊고 일어서서는, 몸을 웅크리면서 접근했다. 만일 협회의 추격자라면 도망치는 편이 낫다. 만일 그렇지 않아도 존재를 들키지 않는 편이 낫지만, 지금 온 자는 약하다.

     

     다시 말해, 사냥감일 가능성을 버릴 수 없다.

     

     신중히 접근하면서, 풍신은 눈을 의심했다.

     보아하니, 전이마법진으로 온 모양이다.

     그리고 저 문양...

     

     "....저건, 아덴로브의 술식인데."

     

     아무래도 모모타로한테 봉인당한 이래, 이 오니가시마에 여러 가지로 설치한 모양이다. 시공간 고정결계도 그렇고, 역시 그는 얕볼 수 없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점점 나타나는 것의 윤곽이 보였다. 역시라고나 할까, 빈사상태인지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전이마법진도 부숴준 모양이라, 그 시점에서 후속의 가능성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걸로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다.

     

     "...음~?"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짙은 피 냄새.

     누가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심하게 당한 모양이다.

     

     "...누구 있어요?"

     견제의 목적으로 말해보지만, 대답은 없다.

     그 시점에서, 풍신의 경계는 대부분 풀렸다.

     

     "...인간?"

     

     다가가서 확인한다.

     정체는 아무래도 인간 수컷 같다.

     공복으로 굶주리던 차에, 굴러온 떡이란 그야말로 이를 말한다.

     

     "자신의 불행을 저주하세요."

     

     직접적인 원한은 없지만, 오니족 부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풍신은 목을 쥐고서, 먼저 어디서부터 먹을까 둘러보았다. 먼저 여기선 무난하게 눈알부터ㅡㅡㅡ

     

     "...........음?"

     얼굴을 들여다본다.

     잘 안 보이지ㅡㅡㅡ만.

     풍신은 그 남자를 보고, 순식간에 그 대답에 이르렀다.

     

     "............인간 치고는, 꽤 괜찮은 남자네."

     

     

     

     모모타로는 졸린 눈으로 침상에서 기어 나와서, 세면장으로 향했다.

     

     시각은 4시 전.

     평소보다 빠른 아침이다.

     얼굴을 씻고 개운해진 모모타로는, 저택을 돌아 이윽고 정원에 도착했다.

     하늘은 아직 어둑어둑하다.

     해님도 아직 깨어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음~"

     기지개를 켜고, 싸늘한 공기를 폐에 가득 담는다.

     자 어쩔까.

     아침의 수련 시간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도장으로 빨리 가서 땀을 흘려도 좋고, 내년에 편입되는 마법학교의 예습도 나쁘지는 않다.

     

     그런 식으로 고민하는 사이, 문 쪽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 아마 신문일 것이다. 모처럼 빨리 일어났으니, 어머니가 바깥으로 나가 몸을 식히지 않도록 보기 쉬운 곳에 가져다 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우체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문을 열고서 바깥을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피투성이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뭐....!?"

     절규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광경.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길에는 핏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충격은, 남자가 잘 아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사, 사토 씨...!?"

     혼란에 빠지는 것보다 빨리, 모모타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했다. 도움을 불러도 되지만, 이건 일단 옮기고 나서 깨우는 편이 낫다.

     무인으로 유명한 모모야마다 가문에서 치유마술사라고 한다면, 이젠 누나 정도밖에 안 떠오른다.

     

     모모타로는 소스케의 거구를 들고서, 전속력으로 저택으로 달려갔다.

     


     

     ※ 귀신이 죽기 직전에 뭔가 쓰긴 했었는데, 이제야 밝혀짐.

     

     ※ 겐사이와 싸우면서 주인공의 몸이 변색되었는데, 그게 풍신의 취향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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