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7 개벽의 왕(1)
    2022년 08월 22일 15시 51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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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002 

     

     

     

     "...........아."

     비비안 맥켄지는 눈을 뜸과 동시에, 즉시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서 있는 사람은 몇 명뿐.

     

     시키가미 코즈미와 나인 바스필드,

     그리고 남은 1명은.

     

     "............"

     호흡이 멎는다.

     시야 끝에 모르는 누군가가 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1개월이나 접해온 인물쯤 되면, 그래도 뒷모습 정도는 판별할 수 있다.

     그래서 저것이 사사미네 미코라는 사실을, 더욱더 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음..."

     

     미코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울리면서, 몸의 감촉을 확인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조금 미덥잖은 그 거동은, 뭔가를 떠올리는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정말, 심하게도 당했네."

     

     조용히 뇌까린 그녀는, 조금 전과는 정말 다른 사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엘리제까지 베었다니."

     시야 한쪽에 누워있는 엘리제를 바라보고서, 미코는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혀를 찼다.

     

     그리고 다음으로, 근처에서 가만히 서 있는 나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 거라도 보는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있다.

     

     "뭐냐고 나인. 괴물이라도 봤니?"

     "..........정말로, 선생님이야?"

     "그 외에 누구겠어?"

     미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인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놓았다. 미코의 얼굴을 한 그 사람은, 몸짓과 거동에 이르기까지 메리 노트와 흡사했다.

     

     "방금은 살았다고. 애썼다."

     미코는 한 마디만의 칭찬을 말하고서, 가볍게 발걸음을 돌려 저편에서 걸어오는 시키가미 겐사이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치한다.

     

     

     "여어 할배, 오랜만이야."

     냉담하게 입을 연 미코에게 두려움은 없고, 오히려 위풍당당하다.

     본 적이 있는 자세다.

     

     틀림없다.

     저것은 메리 노트 본인이다.

     

     "그런가. 네년, 무녀한테 빙의했겠다."

     확신을 가진 겐사이지만, 당장은 믿지 못할 이야기다.

     

     "하지만 연약한 그 몸으로는 불편할 테지. 이번에 또 죽어도 후회 마라."

     

     "해 봐."

     마주하는 양자의 마력은, 이미 계측할 수 없는 차원에서 고동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것은 겐사이였다.

     

     "잔잔한 태도-진."

     칼자루에서 빛이 방출된다.

     순간, 비비안의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독특한 자세에서 자아내는 거합베기.

     정도와는 먼 그것은, 비비안이 예전에 보았던 어느 검기보다도 빠르고 아름다웠다.

     

     베인다.

     그것도 두쪽으로.

     

     그렇게 확신함과 동시에, 메리의 팔이 사라졌다. 휘몰아치는 강풍.

     곶장, 엉뚱한 방향의 벽이 소리 내며 베였다.

     

     '!?'

     

     스윽...하며 흘러내린 벽의 일부가 지면에 추락한다. 피어나는 먼지. 어림잡아 직경 30m 정도일까. 빌딩만 한 크기의 거대한 덩어리가, 층계를 구성하는 벽에서 쏙 빠져나왔다.

     

     "뭐, 뭐지...!?"

     

     코즈미는 몸을 웅크리면서, 둔한 머리로 지금의 상황을 정리했다. 잔잔한 태도. 그 [진]의 형식은 겐사이가 가장 장기로 삼는 유운의 기본기다.

     안 보이게 번쩍이는 그것은, 일단 시야에 들어오면 막아낼 수단이 없다. 겐사이의 시야에 있는 한 무엇이든 쫓아간다.

     그래서 필살.

     

     그런 흉악한 기술을 받았는데도, 메리는 태연한 얼굴로 서 있다. 파리라도 내쫓는 것처럼 손가락과 손목을 약간 위로 들어 올렸다.

     

     "...설마."

     

     튕겨낸 건가? 맨손으로?

     

     "둔하네, 할배."

     "시끄러."

     겐사이는 경계하면서, 유운을 칼집에서 빼들었다.

     거합 같은 한정적인 용도가 아닌, 평범하게 칼집에서 빼냈다는 말은 그의 진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방금의 일합으로 그만한 역량을 느꼈다는 말이다.

     

     "봐줄 필요는 없는가."

     

     다가오는 나찰이, 코즈미와 비비안의 두 다리를 오므리게 한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전의가 깎이는 위압감.

     [약차]라고 자주 일컬어진다.

     저만큼 오니에 다다른 인간은, 전 세계를 둘러봐도 겐사이밖에 없을 것이다.

     

     "간다."

     

     얼어붙는 살의를 양분 삼아, 겐사이는 뛰었다.

     그 몸을 질풍으로 만들어, 메리를 재빨리 베어버린다.

     그의 가속에 상한은 없는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당연히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ㅡㅡㅡ웃!!"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유운이 밑으로 튕겨 났다. 자세를 무너뜨리면서, 겐사이는 불현듯 메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빌린 집이라고. 살살해."

     오한을 느끼면서, 겐사이는 크게 고개를 기울였다.

     직후, 대포 같은 주먹이 고속으로 볼을 스쳤다. 참지 못하고 엉거주춤해버린 다리를 고정시키면서, 유운을 다시 휘둘러 검격을 자아낸다.

     

     날아드는 4마리의 제비를, 메리는 다시 손날로 응수했다. 어떤 식으로 칼을 휘두르는지 제비처럼 불규칙하게 날아다니는 그것을, 메리는 정확하게 포착하여 전부 격추시켰다.

     

     "ㅡㅡㅡ음."

     뒤쫓듯이 메리에게 더욱 칼을 휘두르는 겐사이였지만, 검격은 전부 방어당했다.

     

     메리의 주위가, 폭죽이라도 터진 것처럼 물들어간다. 그럼에도 메리는 걸음을 그치지 않는다. 검의 간격이 좁혀지는 겐사이가, 즉시 뒷걸음질로 후퇴했다. 단번에 벌어지는 간격. 그것을 메리는 싱긋 웃으면서, 조용히 손가락질했다.

     

     "Rewind."

     

     1절의 마언에 응하여, 시계형 술식이 전개된다. 그제야 처음으로, 겐사이는 후퇴가 악수였다고 깨달았다.

     

     "웃ㅡㅡㅡ!?"

     

     강력한 인력에 빨려 드는 것처럼, 겐사이의 몸이 메리의 앞으로 복귀한다. 갑작스러운 일에 반응이 따라가지 못한 틈에, 메리는 주먹을 움켜쥐고는 혼신의 구타를 먹였다.

     

     "커억ㅡㅡㅡ"

     

     가느다란 팔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일격에, 폐의 공기가 단번에 방출된다. 하지만 이걸로 쓰러질 정도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겐사이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면서, 유운을 양손으로 잡았다. 메리는 이미 추격의 자세에 들어가 있었다.

     

     "Accel."

     도약.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가속하는 메리에게, 유운으로 반격한다. 여전한 강함이지만, 계집의 몸을 사용하는 이상 주저함은 있을 것이다. 추격이라면 이쪽이 유리하다.

     그걸 조소하는 것처럼, 메리가 다시 검지 손가락을 향했다.

     

     "Stasis."

     순간.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겐사이의 움직임 전부가 감속되었다. 휘두르는 유운도, 낙하하는 속도 조차도, 그 모든 것이 정체되었다.

     그 무방비한 모습을 메리가 그냥 놔둘 리도 없어서, 겐사이는 달게 이격을 받아들였다.

     

     "큭!?"

     등을 관통하는 범상치 않은 충격.

     겐사이는 쏜살같은 속도로 날아가서, 조금 전 파였던 벽 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충돌했다.

     

     곧장, 메리는 단번에 마력을 방출.

     다시 나타난 시계형의 마법진을 전개하면서, 술식의 범위를 선정.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마언을 입에 담았다.

     

     "Rewind."

     

     층계가 진동한다. 1초도 지나지 않아, 앞서 먼지를 피워 올렸던 잔해의 무리가 단번에 떠올랐다. 잔해는 스스로 결합되더니, 떨어졌을 대와 같은 궤도를 그리면서 상승하며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재생한 벽의 일부는 더욱 가속하여, 겐사이가 있는 벽에 마치 퍼즐처럼 끼워 맞춰졌다.

     

     그곳에ㅡㅡㅡ

     

     "오라앗!!"

     겐사이가 있을 벽의 내부.

     그곳을 목표로 한 메리의 주먹이, 폭격하는 것처럼 작렬한다. 이번에는 파괴가 일부에 그치지 않았다. 대파된 벽은 형체를 잃고,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ㅡㅡㅡ큭!!"

     잔해 투성이에서 겐사이는 생각했다.

     

     최강으로 군림하는 공간간섭 중에서도 특히나 강력한, 시간이라는 개념에 직접 간섭하는 시작이자 끝의 힘.

     

     이것이, 메리 노트의 [공간조작]인가.

     

     그녀를 기습적으로 포위공격했다고는 해도, 쓰러트렸던 대성군의 간부들은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자신은 최악의 제비를 뽑아버리고 만 모양이다.

     

     하지만ㅡㅡㅡ

     

     "재밌군."

     

     겐사이는 갑자기 어린애처럼 입가를 들었다.

     이 정도의 강적, 그리 쉽게 만날 수 없다. 예상 밖이기는 하지만, 수풀에서 나온 뱀은 돌려보낼 수가 없다.

     그럼 적어도, 이 싸움을 즐기기로 하자.

     

     겐사이는 몸을 날려서, 낙하하는 잔해를 디딤대 삼아 상공의 메리를 재빨리 포착했다. 끝장낼 셈인지, 거대한 마법진이 전개되어 있다.

     

     겐사이는 낙하하는 잔해에 몸을 숨기고서, 무릎을 굽히고 유운을 뒤로 모았다.

     녀석과의 거리는 조금 멀다.

     확실히 죽이려면, 진이 아닌 [창]으로 공격해야만 한다.

     

     "잔잔한 태도 - 가라취(迦羅吹)."

     유운의 검봉을 쿠나이처럼 세워서, 목표를 향해 단번에 찔러든다. 자아내는 공기의 대포가 마력을 두르자, 가로막는 대량의 잔해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맹진하는 불가시의 철창. 이 반격은 메리로서도 예상외였는지, 상쇄를 위해 내지른 폭염의 마술은 분명히 타이밍이 늦고 있었다.

     

     "흐음?"

     낙하하지 않는 사이 다리를 굽혀서, 잔해를 뛰어오르며 녀석에게 접근한다. 폭연 덕분에 들키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눈앞에 메리가 나타나기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일섬.

     

     

     "엇차."

     즉시 휘두르는 손칼이, 정확하게 유운을 노린다.

     

     "Stasis."

     반짝이는 정체의 마술.

     이것을 당하면 이번에야말로 끝나버린다.

     하지만, 이것은 예상했던 공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응할 수 있는 거리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겐사이는 근처의 잔해를 밟으며, 그대로 직선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했지만, 그걸로 어떻게든 마술을 피할 수는 있었다.

     

     "일부러 근거리에서 공격하는 걸 보면, 그다지 강력한 간섭은 못하는 게냐."

     "그거 남말 할 때가 아닐 텐데."

     

     메리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멀리서 봤음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거면 됐다.

     엄포가 아닌 한, 이제부터 녀석의 간섭은 닿지 않는다.

     

     겐사이는 유운을 납도하면서, 땅에 떨어지며 거합의 자세를 취했다. 튼튼한 바닥 따윈 불필요. 공기 정도의 응력만 주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ㅡㅡㅡ슛."

     겐사이의 거합베기는, 중력에 따르고 있음에도 광속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딱히 검속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메리는 고개를 비틀어 섬광을 피하고서, 이번에는 소행의 술식을 짜냈다. 칼을 완전히 휘두른 지금, 이때가 최대의 기회다.

     

     "Rewiㅡㅡㅡ"

     

     한번 입에 내놓은 마언은, 메리는 무의식적으로 중단했다.

     공격의 끝에는 틈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상식에 기반한 경우의 이야기.

     겐사이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운의 특성은 중력변화.

     무게를 0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 반동도ㅡㅡㅡ

     

     "잔잔한 태도 - 두 번."

     

     노타임으로 되돌아온 칼날이, 메리의 목덜미를 향한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이격은, 오히려 더욱 가속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몸은 빌린 것.

     허가를 받았다고는 해도, 다치게 하면 미안하다.

     

     "ㅡㅡㅡAccel !!."

     

     자유낙하속도를 과도할 정도로 높인다. 그럼에도 도신은 머리카락을 스쳤다. 한발 늦게, 옆의 벽면에 기다란 일문자가 새겨진다. 평소라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다행히 여기는 그렇게 허술히 지어지지 않았다.

     

     "엿...차."

     중력에 몸을 맡겨, 가뿐하게 착지한다.

     메리는 떨어지는 잔해를 장벽으로 쳐내면서, 이미 자세를 잡은 겐사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아무래도, 딱히 반격하지 않고 먼저 내려온 모양이다.

     

     "역시 네년은 빨리 처리해뒀어야 했다."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겐사이는 유운을 칼집에서 빼냈다.

     

     "할 일이 있으니까. 간단히 죽을 수 있겠냐고."

     "...요마가 되어서까지, 네놈은 다시금 그 지옥을 이루려는 겐가."

     "잘도 말하네. 니들이 말하는 이상향이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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