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7 그 날의 계속(1)
    2022년 08월 19일 23시 51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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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917 

     

     

     

     비비안은 눈앞의 광경에 넋을 잃었다.

     

     

     공중에서 다투는 흑과 백.

     소스케와 나인의 공방은, 그것 자체가 일종의 재해인 것처럼 주위의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어느 사이에 생겨난 크고 작은 크레이터는, 양자의 힘을 드러내고 있다.

     

     여담이지만, 신역은 파괴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아무리 전투를 되풀이해도, 어떤 마술을 써도 하얀 바닥은 대리석 같은 광택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비비안은 이 공간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결국은 위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예상보다 더하군요."

     

     문득 고개를 든다.

     그곳에는, 옷이 다 떨어져 나간 아즈마 쿄코가 서 있었다.

     

     "그,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요?"

     

     떨리는 어조로 묻자, 아즈마 쿄코는 비비안을 일별하고는 다시 폭우 같은 전투를 바라보았다.

     

     "폭왕의 목띠의 효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그는, 거의 전자동 살인 머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뭐, 뭔가요 그게...!?"

     소스케한테 들은 바로는, 기껏해야 약화시키는 정도의 저주였다. 그것만으로도 성가시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식으로 자아를 잃는 것은 듣지 못했다. 아마 소스케 자신도 몰랐던 사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아하니 주박이 너무 셉니다. 이대로 가면 후유증이 남을 우려도 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간단히 말하자면 뇌 손상입니다. 로긴스도 그러는 편이 다루기 쉽다고 생각했겠죠."

     담담하게 말하는 아즈마 쿄코를 보며, 비비안은 이제야 사태의 중대성을 이해했다.

     

     "어떻게 해야 그를 구할 수 있나요...?"

     "당신, 방금 전까지 칼을 들이밀어놓고는...

     아니, 그건 이제 됐습니다."

     아즈마 쿄코는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젓고서, 낮은 어조로 대화를 재개했다.

     

     "안타깝지만, 이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샤리아한테서 구조해달라는 부탁은 들었으니, 일이 끝날 대까지 조용히 계시면ㅡㅡㅡㅡ"

     

     대사를 억지로 차단하는 것처럼, 쿄코의 등줄기에 오한이 달렸다.

     눈에 안 보이는 뭔가가 접근해오고 있다.

     그렇게 확신했을 무렵에는 비비안을 묶어놓았던 다리의 얼음이 깨져있었다.

     

     반응하는 것보다 빠르게, 비비안은 어디에선가 나타난 기분 나쁜 남자한테 안겨져서 납치되는 것처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응원입니까.'

     

     그럼 마침 잘 됐다.

     저쪽에서 알아서 분단해준다면 바랄 나위 없다.

     

     "...본 적이 있군요. 특급 마술사인 이리자키가 아닙니까?"

     "...힛, 히힛, 히엑."

     "예?'

     

     갑자기 나온 말에, 쿄코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헤힛, 힛,히히히하, 힛히히."

     "저기..."

     

     "[네 목적은 사토의 구출인가?] 라고 말하고 있어요.'

     

     도움의 손길은 방금 지면에 내려온 비비안한테서 나왔다. 아무래도 통역해준 모양이다.

     쿄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힛, 히힛...히히히."

     "[그게 사실이라면, 도중까지 너희한테 협력해주마] 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기,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

     "...그 정도는 알아서 들으라고 바보가."

     "예?"

     "[그 정도는 알아서 들으라고 바보] 라 말했어요."

     "아니 지금 것은 복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상 밖의 대답에 조용히 화내면서, 쿄코는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기, 이리자키 씨."

     

     "...뭔데."

     

     "친구 사이인 그녀가 이 상황에서 사토 군을 도우려는 건 이해하지만, 왜 아무 관계도 없는 당신이 사토 군을?"

     

     "...타인한테 쉽게 가르쳐줄 것 같냐 바보 녀석."

     "갑자기 말이 유창해졌군요."

     "...어쨌든, 이쪽은 수단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

     믿을만한 인물이라 단정하기에는, 이리자키에 대한 정보가 적다. 비비안은 저렇게 말하지만, 로긴스한테 회유되었을 가능성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다.

     접근하는 여러 마력.

     시선을 돌려보니, 남은 이지스 대원이 이쪽으로 향해오고 있는 것이다.

     

     '...역시, 모두 막아내지는 못한 겁니까.'

     

     오히려 몇 분이나 버텨낸 빅토르는 역시 대단하다고 해야 할 맹자였을 것이다.

     기습 작전은 실패했다.

     여기서부터는, 나인이 소스케를 어떻게 하는지가 열쇠가 된다.

     

     사망하는 미래도 시야에 넣으면서, 쿄코는 발키리 스탬프를 구현시켰다.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그런 계산을 하고 있자, 갑자기 비비안이 어깨를 쳤다.

     

     "잠깐만요."

     "...뭡니까."

     "...제가 다함께 소쨩을 막도록, 모두를 설득하겠어요."

     

     저주에 따른 뇌의 후유증.

     비비안은 그걸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이리자키도 편승했다.

     

     "...뭐, 우리는 당신들이 뭘 하려는지 모르겠고, 지금은 그걸 설명할 틈도 없어."

     

     한 박자.

     

     

     "...하지만 시간 정도는 벌어줄게. ....진짜 부탁이니까, 빨리 소스케를 어떻게든 해줘. ....그 녀석이 없으면 곤란하다고."

     

     말릴 틈도 없이, 두 사람은 다가오는 이지스를 향해 달려갔다. 아즈마는 그걸 복잡한 기분으로 바라보고서, 등 뒤의 나인과 소스케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잔상조차 없었고, 단지 커다란 불꽃만이 미친 듯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이, 이제 끝이냐?"

     

     로긴스는 입가를 들어 올리며, 무릎을 꿇은 노병을 내려다보았다.

     

     로긴스의 참격이 빅토르를 쓰러트린 것은, 조금 전의 일이다. 그 흑기사도, 천위가 포함된 사면초가의 공격에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농담은. 아직 할 수 있소이다."

     어조는 속일 수 있어도, 이마에 솟는 식은땀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빅토르는 한눈에도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불규칙한 호흡을 되풀이하고 있다.

     

     막상 대치하고 보니, 이런 꼴이라니.

     로긴스는 약해진 빅토르를 코웃음 치며, 이지스의 3명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들은 아즈마 쿄코를 붙잡아 오십시오."

     그녀가 소스케의 손에 의해 대미지를 입은 것은, 이미 확인하였다.

     이 썩은 나무는 로긴스 혼자로도 충분하다.

     그 정도의 여자, 맡겨도 문제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두, 날 따라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을 선도하기 시작하는 시시도.

     빅토르가 보내지 않으려고 움직였지만, 재빨리 덤벼드는 로긴스에 의해 가로막혔다.

     

     

     

     

     그 전투는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규격 외라는 걸 알 수 있는 규모였다.

     무언가가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계속 폭죽급의 불꽃을 터트리고 있다.

     

     

     한쪽은 역도인 나인 바스필드.

     또 한쪽은 사토 소스케.

     역량이 비슷한지, 둘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아즈마 쿄코는, 바로 근처에서 이리자키와 비비안과 대치하고 있다.

     

     "...........사토 씨?"

     

     소스케는 못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그리고 방금 전의 그 문양, 빈번하게 본 느낌이 든다.

     그런 의문이 미리온의 뇌리를 스쳤지만, 지금은 눈앞의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좋아, 안나. 둘한테 맞지 않도록 선제를 부탁해."

     "알겠어요."

     

     아나스타샤한테 지시하고, 미리온한테는 대기를 말하려 했을 대, 갑자기 어떤 남녀가 시시도 일행을 가로막았다.

     

     비비안과 이리자키다.

     지금까지 아즈마 쿄코와 전투하는가 싶었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상황은 모르겠지만, 비비안 쪽은 아무래도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침 잘 됐어, 비비. 나랑 함께."

     

     "시시도 군, 잠깐. 소쨩의 사태가 이상해...!"

     그렇게 듣고, 시시도를 포함한 3명은 소스케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소스케가 정상이 아님은 명백했다. 마치 야수처럼, 영문 모르게 날뛰고 있다.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다.

     팔과 배에는 아직도 검은 문양에 뒤덮여서, 몸의 이상도 약간 보인다.

     

     하지만 시시도는 그리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뭐가 이상해? 그는 이지스로서의 의무를 다할 뿐이잖아."

     "아, 아니, 아무리 봐도 조종당하고 있잖아!? 그리고, 저대로 가면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라...! 그러니 멈추는 걸 도와줘!"

     시시도는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지금 그게 관련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비비,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과, 관계없다니..."

     "일단 사토 군은 내버려 둬, 비비."

     시시도의 그 발언을, 아나스타샤가 즉시 긍정했다.

     

     "그 말대로입니다 비비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우리의 사명은 나타난 침입자를 제거하는 게 아닐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 그 말에, 비비안은 분노보다도 먼저 심하게 동요했다.

     아나스타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투였기 대문이다.

     

     "뭐, 뭐야 그게! 왜 그렇게 딴 사람인 것처럼 굴어!? 저런 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우리의 상사인데도!?"

     

     비비안은 어조를 높였지만, 아나스타샤는 무표정하게 코웃음 쳤다.

     

     "...그렇지요. 로긴스의 행동은, 나중에 벌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그럼..."

     "하지만 그는 원로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협회의 법을 정하는 것도 원로원.

     원로원이 원로원을 벌할 거라 생각합니까?"

     아나스타샤는 "애초에." 라고 덧붙이고는 다음을 말했다.

     

     "저는 보수만 들어오면 상관없습니다. 돈만 받을 수 있다면, 나쁜 행동도 어느 정도는 묵인합니다."

     확실하게 단정지은 대답에, 비비안은 무심코 말문을 잃었다. 지금까지 이지스를 이끌어 온 그녀의 인간상이, 소리 내어 무너진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지스의 리더를 맡아온 그녀에 대한 실망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리자키. 당신도 그녀와 같은 의견인가요?"

     

     아나스타샤가 추궁하자, 이리자키는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솔직히, 난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으면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그래서?"

     "...뭐 이번에는 여기까지인 걸로."

     "그렇습니까."

     그럼 문답은 필요 없다.

     일부러 적대를 고른다면,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결심했는지, 아나스타샤는 말없이 어설트 라이플을 꺼내서 조준을 이리자키한테로 향했다.

     

     3대2.

     수의 유리는 이쪽에 있다.

     

     "그럼 미리온, 당신은 먼저 선공을..."

     

     

     아나스타샤가 작게 지시를 내리려던 때, 미리온은 작게 떨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미리온?"

     

     동료 사이의 싸움에 주저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시선 끝에서는 미친 듯이 날뛰는 소스케가 있었다.

     

     그런 소스케를, 미리온은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각오한 듯한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죠, 미리온."

     "....저건 확실히 위험한 술식이에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요, 미리온.'

     "...비비안 씨의 말대로, 여기선 일단 사토 씨의 안부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에는 아나스타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어서, 약간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미리온, 지금 불사묘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사토 소스케밖에..."

     "괜찮아, 안나."

     

     아나스타샤를 달랜 자는 시시도였다.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서, 미리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손바닥을 향했다.

     

     그건 아나스타샤의 위치에서는 안 보인다.

     안 보이지만,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다면, 미리온의 얼굴이 절망에 물들 일은 없을 테니까.

     

     "........!?"

     괴물을 앞에 둔 어린애처럼, 미리온이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며 뒷걸음질 친다. 작게 이를 떨면서, 완전히 냉정함을 잃어버렸다.

     

     ".......왜, 당신이 그걸?"

     

     "목띠의 제어술식이야. 만일의 때를 위해서, 로긴스 씨한테서 맡아두었거든."

     미리온은 전율한 표정 그대로, 시시도한테서 도망치려는 듯 몸을 날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회피가 불가능하다고 깨달았는지, 이번에는 기세 좋게 비비안 쪽을 돌아보았다.

     

     "둘 다, 도망ㅡㅡㅡ"

     

     "소용없다."

     

     시시도의 오른팔에, 검은 번개가 달린다.

     번개는 전염되는 것처럼 미리온에게 달라붙어서, 1초도 지나지 않아 온몸을 뒤덮었다.

     

     "ㅡㅡㅡ아...큭!"

     확실히 이상하다고 느낀 아나스타샤였지만, 그렇다 해서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아마 비밀리에 시시도가 받았을 로긴스의 명령 따위, 지금은 간섭할 생각이 안 들었던 것이다.

     

     "...아...아앗!!"

     

     절규하면서, 미리온은 자신을 끌어안으며 무릎을 굽혔다. 전개되는 흑뢰는 덩굴처럼 미리온을 휘감았다.

     

     이윽고 중력에도 버틸 수 없게 되었는지.

     미리온이 지면에 쓰러질 때까지,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미리온 씨...?"

     "...너, 미리온한테 무슨 짓한 거냐...!"

     먼저 비비안이.

     다음으로 조금 전까지 태연했던 이리자키까지도, 이제야 동요를 드러냈다. 그런 이나자키를, 시시도는 시끄럽다는 듯 바라보면서 음?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저기. 너, 이름 뭐였더라?"

     "...진심으로 말하는 거면 머리부터 쪼갠다."

     이리자키의 추궁도 개의치 않고, 시시도는 흥미 없다는 표정으로 "뭐 좋아." 라고만 내뱉은 다음,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원래 상냥한 성격이라서, 저것도 꽤 무리해서 싸우고 있는 거야."

     이리자키는 노골적으로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그런 그녀가 왜 [목베기]라는 뒤숭숭한 이명이 붙었다고 생각해?"

     시시도의 물음과, 미리온이 일어선 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소스케와 비슷한 것이다.

     

     "...너 그거구만. 생각보다 더 쓰레기구만."

     "나한테 화풀이하지 마. 봉인을 건 사람은 로긴스 씨니까."

     "아아 그러셔."

     여태까지의 느긋했던 느낌과는 다르게, 이리자키는 목쇠를 낮추며 조용히 땅을 박찼다.

     

     단번에 가속하는 몸.

     시시도의 목을 꺾어버릴 심산으로 한쪽 손톱을 맹렬하게 휘두른다.

     

     그런 냉철한 분노가 담긴 선공은, 정말 간단히 막혔다.

     다름 아닌 미리온의 손에 의해.

     

     이리자키한테 닭살이 돋는다.

     반사신경이 즉시 몸을 빼라고 재촉하지만, 저 나긋나긋한 손가락에 붙잡힌 발목은 마치 클램프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리자키 씨!"

     즉시 비비안이 지원에 들어가지만, 미리온이 즉시 자아낸 흘리기에 의해, 손쉽게 무릎을 꺾여 움직임을 봉쇄당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이리자키의 심장을 향해 내리친 천장은, 그야말로 대포에 달하는 예상 밖의 일격이었다.

     

     "커헉ㅡㅡㅡ"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착각을 느끼면서, 이리자키는 공처럼 지면을 굴러갔다. 일어서려고 해도,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확실히 평소의 미리온보다 위력이 증폭되어 있다.

     

     넉다운된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다.

     비비안도 그렇지만, 이리자키가 공격에 나선 순간 육체가 급격히 둔해지는 징후를 보였다.

     추궁해도 시시도가 태연한 표정으로 있던 것과 무관계하지는 않을 것이다.

     

     "ㅡㅡㅡ그리고 말하는 걸 잊었는데, 너희들의 재킷에도 비슷한 술식이 새겨져 있어. 쓸데없이 저항하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아."

     비비안과 이리자키는 놀란 얼굴로, 반면 아나스타샤는 딱히 놀라지 않고 제각각의 옷을 뒤졌다.

     

     사용법에 따라서는 느려질뿐인 갑옷ㅡㅡㅡ아나스타샤는 그렇게 해석했다.

     그런 그녀가 불안하게 보였는지, 시시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나스타샤한테 말했다.

     

     "안심해, 안나한테 피해는 끼치지 않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료우야."

     조용히 수긍하자마자, 검은 섬광이 달렸다.

     하지만 느리다.

     둔중한 일격을, 시시도는 성검으로 가볍게 받아냈다. 그리고 그제야 비비안의 행위였음을 깨달았다.

     

     "...그만해 비비. 네가 있을 장소는 그쪽이 아니잖아.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어."

     하지만 비비안은 시시도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그 옆에 선 아나스타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나 씨는, 이래도 저 남자를 다를 거야?"

     

     아나스타샤는 긍정했다.

     

     "예. 계약은 계약이니까요. 제 입장에서 보면, 배신자인 당신 쪽이 훨씬 추합니다."

     "....그럴지도."

     비비안의 맞장구와 거의 동시에, 아나스타샤가 한 손의 라이플로 3점사를 했다. 빨려들 것처럼 접근한 흉탄은, 즉시 휘두른 야앵에 의해 절단되었다.

     

     "후....."

     

     심호흡한 뒤, 비비안은 칠흑의 칼끝을 시시도와 아나스타샤 둘에게 향했다.

     

     "...이제 안 봐줄 거야."

     "눈을 떠 비비. 우리들은 동료잖아."

     "...너의 그 노골적인 여성편력, 확실히 말해 짜증 나."

     일단 너부터라는 듯, 비비안을 시시도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갔다.

     그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미리온.

     조준을 맞추는 아나스타샤.

     마지못해 성검을 구현시키는 시시도.

     

     이 사람들을 상대로, 이리자키가 설 때까지 앞으로 몇 초나 버틸 수 있을까.

     비비안의 그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투명한 꽃봉오리가 피어난다.

     싸늘해진 온도의 중앙에는, 거대한 해머를 든 여성이 비비안과 3명을 나누는 형태로 우뚝 서 있었다.

     

     "아, 아즈마 씨..."

     "그래서 무모하다고 충고했는데."

     

     아즈마 쿄코는 언짢다는 듯,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대견해하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덕분에 골절은 어떻게든 되었습니다. 다시 도울 생각이 있다면 원호를 부탁합니다."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 비비안이 몸을 웅크려 질주한다. 그들과 수십 분 전에 승리의 기쁨을 나누던 기억이, 불현듯 비비안의 발목을 붙잡았다.

     

     

     

     

     양자의 충돌은, 이미 천 자릿수에 달하고 있다. 

     

     "ㅡㅡㅡ!!"

     주먹과 손날이 작렬한다.

     타격과 참격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처럼 충돌하여, 찰나를 새기면서 번쩍인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만남. 닿을 때마다 반발을 되풀이한다.

     

     서로의 속도는 호각.

     하지만, 그것은 언뜻 보았을 때의 이야기.

     쏜살보다 빠르게 나아가는 신속은, 나인이 미세하게 우세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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