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6 신의 방패(3)2022년 08월 17일 00시 58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810
"사토 씨, 정말로 절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생각하고 있어."
"그럼, 저를 좋아하는 거네요?"
"좋아하지 않으면, 애초에 널 구하는 전제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런, 어느 쪽인지 모를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닌데요."
"...뭐?"
드디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슬슬 돌아가 달라고.
"...뭐 어쨌든, 현시점에서 당신한테 가능한 최선의 수단은 열심히 자신의 봉인을 풀고 조부모님을 무시한 채 로긴스를 쓰러트리고 절 구하는 일이에요. 이것보다 현실적인 방법 있어요?"
의외로 멀쩡한 의견이다.
나 자신의 봉인을 풀 계산은, 사실 이미 되었다. 문제는 조부모다. 이것만은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해도 해결할 수 없다.
"것 봐요, 역시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잖아요."
사사미네 양의 혀는 더욱 가속하여, 희희낙락한 기색으로 기세를 더했다. 조금 무서울 정도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러니 조용히 저만 구하면 되는 거예요. 사토 씨라면 분명 그럴 수 있어요."
"..............."
"그리고 사토 씨도, 어찌저찌 말해도 노인네보다는 저처럼 젊은 여자를 구하는 편이 이득이잖아요? 안 그래요?"
"잠깐 닥쳐."
생각 외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창문에 한 줄기의 금이 간다. 사사미네 양은 불의의 일격을 받은 듯 어깨를 잠깐 떨고는, 뒷걸음질 치면서 다시 침상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더라?"
"...도울 것의 선택을 하지 않으면, 사토 씨는 분명 후회한다는 얘기예요."
"아아, 그거."
나는 손바닥을 탁 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사사미네 양한테 다가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 난 일절 타협할 생각은 없어. 이것만은 양보 못해."
"...그러니까, 그건 무리라는."
"아니, 가능해."
생각해보면, 이 정도쯤이야.
마왕에 비하면 문제도 안 된다.
나라면 해결할 수 있다.
갑자기, 뇌리에 스승의 기억이 샘솟았다.
내가 울면서 절망하던 때의 일이다. 어떤 궁지에 빠져도, 그 사람은 의연했다.
결코 약한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안심하세요. 당신은 아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뒷일은 제가ㅡㅡㅡ]
확실히 지금까지의 나는,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동료도 기대할 수 없는 이 상황. 내몰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관계없다.
내가 하는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만 한다.
온 힘을 다해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레 길을 열린다.
"사사미네 양.."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이 인격이 사사미네 양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그런 일은 상관없다.
"무, 뭐를..."
"두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안심해."
"...뭐어?"
그녀가 의아한지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렇게 말할 기회는 이제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안에 하고 싶은 말을 해두자.
"넌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반드시,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침묵.
그녀는 입을 떡 벌리고는, 어안이 벙벙한지 눈을 크게 떴다.
사사미네 양은 나와 당분간 서로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손을 쳐내고는 일어섰다.
"...왜 그래?"
"돌아가요."
"보내줄까?"
"됐어요."
"그것도 그래."
여기부터 저곳까지는 가깝고, 이곳은 불한당도 없으니까.
"그럼, 내일 보자."
퇴실하는 사사미네 양을,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녀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후우..."
조금 열을 내고 말았다.
"자, 나도 잘까..."
문에 손을 댄다.
그제야 처음으로, 저쪽 복도에서 켄쨩이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챘다.
"..............."
".............."
역시.
계속 보고 있었는가.
"여어, 켄쨩. 왜 그래, 안 졸려?"
"뭐 하고 있었어 소쨩?"
동공이 열려있다.
험상궂은 얼굴이다.
이 녀석은 켄쨩이 아냐.
켄 씨다.
"...아니, 지금, 무녀 씨, 맞지?"
"켄쨩, 아니야. 이건."
"뭐, 뭐가 아니야... 이, 이런 밤늦게...!"
켄쨩이 보면 확실히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부른 것이 아닌데.
"나, 소쨩은 더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그래! 그게 맞아! 난 방금 전가지 정말 진지한 말을 했다니까!"
"Don't ※※※※ with me!"
"뭐라고!?"
뭐!? 뭐라고 한 거야 방금!?
뭔가 대단한 말을 한 거지!?
"켄쨩... 일단 진정해..."
"※※※kin' your b※by p※g!
son of b※※※※! motherf※※※※r!"
"그, 그만해 켄쨩! 지금 욕하고 있는 거지!"
"Get off of me! womanizer!"
"큭....!"
켄쨩은 그렇게 외치고는, 엄청난 힘으로 날 밀쳐냈다. 도무지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나도 저항하고 말아서, 좁은 복도에서 다투게 되어버렸다.
그 결과, 둘 다 함께 쓰러졌다.
켄쨩이 밑, 내가 위.
밀착된 형태로 우리들은 바닥에 쓰러져서, 숨소리가 닿을 거리까지 얼굴이 가까워졌다.
"힉....!?"
가장 먼저 켄쨩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당연하다. 이건 이제 성희롱이다.
"미안...."
"뭐, 뭐야...! 나, 나, 나까지 범할 셈이야...!?"
"아니...지금 비킬 테니까..."
"버, 범할 가치도 없다는 거야...!? 무, 무시하지 마!"
뭐냐 이 상황.
뭐 하는 거지 나는.
빨리 비켜나야지.
하던 그때.
"시끄럽잖아요!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거죠!?"
맞은편 방에서, 기세 좋게 아나스타샤가 나타났다.
아니 잠깐.
이 전개는 위험해.
"시끄럽..."
"무슨 일인가요~?"
차례대로 나타나는 이지스의 멤버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여실히 느낀다. 이제 어떻게 해도 변명할 기분이 안 든다.
"... 뭐 하고 있습니까, 사토 소스케?"
"..........."
별명이 미드나이트 사토가 되었다.
◇
견문의 탑에서 아득한 지하.
두터운 맨틀을 뒤덮은 지각. 그 중간 부근에, 영맥의 뿌리가 존재하고 있다.
그런 장소에, 시키가미 겐사이와 크롬이 도착한 것은 소스케도 잠든 야밤중이었다.
"...여기에 오는 것도 18년 만인가."
"저는 60년 만입니다."
꽤 감개무량하게 말하는 크롬을 곁눈질하며, 겐사이는 마법진에서 한걸음 내디뎠다.
바닥과 벽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마술로 가공된 특수한 석재다. 물리적인 강도에 더해 마력을 차단하기 때문에, 이곳의 은폐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겐사이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이 대공간에 홀로 놓여있는 호화로운 제단이었다.
크롬은 옥좌에 걸터앉은 갌ㄱ 머리의 소녀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녀가 당세의 무녀?"
"그래, 신역의 무녀다. 원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혈통이 약간 관련 있어서."
"그렇다는 뜻은?"
"놀랍게도, 영왕의 분가라고 하더군. 무녀로서 각성한 것도 이해가 돼."
"그렇군요."
납득하고서 일단 인사를 하려던 크롬을, 시키가미 겐사이가 부드럽게 제지했다.
"불필요하다. 저것에 의식은 없다."
"하지만..."
"애초부터 의식이 끝날 때까지의 사이다. 쓸데없는 정을 붙이는 건 네 나쁜 버릇이라고."
그걸 끝으로 겐사이는 고개도 안 돌리고 다시 안쪽에 있는 뿌리의 방으로 걸어갔다.
"........."
저 공허한 눈은, 애수가 깃들어 보인다. 듣자 하니 소녀는 로긴스가 납치 비슷한 강행 끝에 최면을 걸어서 이 자리에 눌러앉게 했다고 한다. 그걸 원로원도 승인했다니 더욱 질이 나쁘다.
극악무도란 이걸 말한다.
그제야 크롬은 제정신을 찾고는 자조 섞어 웃었다. 뭘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을 하는지. 양심은 이미 버려놓았다. 이 몸으로 악을 논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ㅡㅡㅡ
저것에게 의사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왠지 섣부른 판단일지도.
◇
지하시설의 최심부.
끝없이 이어진 하얀 공간.
신역이라 불리는 장소에, 로긴스 메이브리드는 홀로 서 있다.
"늦었군요."
시선은 안 돌리고, 크롬과 겐사이에게 말했다.
"할 말이 있다면 짧게 부탁드립니다. 머지않아 이곳도 [닫을] 테니까요. 그럼 저도 돌아갈 테니."
요약하자면, 여기에서 나가서 대화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런 로긴스의 말투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크롬은 곁눈질로 겐사이의 기분을 살폈다.
이쪽은 이쪽대로 마음에 두지 않는지, 평소의 근엄한 표정으로 있다.
"로긴스. 사토 소스케의 건, 들었다."
"아아, 그 말입니까. 그가 무슨?"
"일반인을 휘말리게 했다지."
일반인이라 함은, 사토 소스케의 조부모를 가리킨다. 은닉을 우선하는 마술사에게 있어, 그 행동은 있을 수 없다.
"예. 이 일이 끝나도 그한테는 이용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풀어두기에는 조금 성가셔서."
아무런 뉘우침 없이 말하는 로긴스는, 역시 겐사이 일행을 돌아볼 기색이 없다.
"하지만 힘들었다구요. 고양이한테 눈치 차이지 않게 계획을 진행하는 건, 역시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그 토지는 내 관할이다."
"그래서요?"
크롬의 미간이 힘이 모인다.
전부터 무도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의 쓰레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동류의 인간이에는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그한테는 죄악감이 없는 모양이다.
"뭐 하고 싶은 말씀은 알겠지만, 이것은 회장의 결정과 동시에, 협회의 총의입니다. 시골에 은거한 노구 2명을 어떻게 한들, 문제는 없겠죠."
으드득.
어디선가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보다도 당신은 손녀의 걱정이나 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듣자 하니 행방이 묘연하다던데요."
겐사이의 눈썹이 씰룩였다.
여기에 틀어박혔음에도 정보는 전해지는 모양이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고양이와 공모해서 협회에 대든다면, 전 봐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아, 용모는 괜찮았으니 인형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마지막에 "농담입니다." 이라고 덧붙이고, 로긴스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순간.
휘잉.
한줄기의 질풍이 달렸다.
"웃을 수 없겠는데요."
중얼거리는 듯한 낮은 음성.
로긴스의 목에는, 어느 틈엔가 크롬의 얇은 손날이 닿아있었다.
"오늘은 꽤나 입을 잘 놀리는 모양이지만, 제가 당신의 목을 간단히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크롬의 손끝에 힘이 깃든다.
이 거리라면, 로긴스가 마술을 발동하기 전에 그녀는 말 그대로 목을 뚫어버릴 것이다. 천위 마술사를 그렇게 만들어버릴 힘이, 그녀한테는 있다.
하지만 모독당한 장본인인 겐사이의 반응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따분하다는 듯 한숨을 짓더니, 한 마디.
"그만둬라 크롬. 돌아가자."
"...베지 않습니까?"
"바보냐 너는. 됐으니 돌아가자."
크롬은 몇 초 동안 망설이더니, 아쉬운 듯 로긴스에게서 손을 떼고는 입구로 걸어갔다.
본래라면 빼놓지 않을 작별 인사도, 이 남자한테는 할 생각이 안 든다.
"왜 화내지 않죠, 겐사이."
"저것이 우리한테 필요한 인재라서다."
겐사이는 "그리고." 라고 덧붙이고는,
"일단 경고는 해뒀다. 뒷일은 이제 몰라."
겐사이는 단지 그것만을 입에 담았다.
두 사람이 떠나고 혼자 남은 로긴스. 하지만 할 일은 변함없다.
단지 계속 서서 하얀 지평선을 바라볼뿐. 단지 바뀐 일이 있다고 한다면, 딱 하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다."
두 눈이 광기로 인해 핏발이 섰다는 점 정도.
"이몸의 이상향까지,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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