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3 일점 집중(3)
    2022년 08월 16일 04시 20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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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787 

     

     

     

     "시키가미의 말에 따르면, 그 사사미네 미코라는 사람이 신역의 무녀지?'

     

     "네, 나인 씨는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게 말하자, 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일단 묻겠는데, 그 사람 몇 살?"

     "우리와 같아요."

     "그럼 18..."

     중얼거리고서, 티아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이상하다. 

     정말로 신역의 무녀는, 사사미네 미코 본인을 가리키는 것일까.

     

     "............"

     

     "...역시,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대규모로 뭔가가 일어나고 있나 봐.. 협회의 전부를 휘말리게 하는, 정체 모를 음모가..."

     

     거의 같은 생각이었던 코즈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언니나 네코구미 사람들도, 그것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그래고, 사토도.

     

     티아는 슬프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시선을 코즈미에게로 돌렸다.

     

     "그래서 나, 언니를 만나기 위해 본부로 가려고 생각해."

     

     "겨, 견문의 탑에요...?"

     "응. 조금 전부터, 대성군의 모든 간부들이 견문의 탑에 모였다고 해. 원로원도 관련된 모양이라서, 시키가미가 지금 말한 것과 무관계하지 않다고 생각해."

     

     확실히 그 생각은 거의 맞을 것이다. 이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성군이 관련되어 있다.

     

     "여기서 이제야 본론인데, 나랑 함께 본부로 안 갈래?"

     "....뭐?"

     갑작스러운 제안에, 코즈미는 무심코 눈을 부릅떴다.

     

     "견문의 탑에 가면, 분명 뭔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사토 씨도 있을 가능성이 있고, 대성군의 다즈몬드가 있다면 네코구미도 거기로 모일 거야.'

     확실히 그렇다.

     

     "...조금, 생각하게 해 주세요."

     티아는 무표정하게 "그래." 라고만 중얼거리고, 마지막으로 홍차의 컵을 조용히 마시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난 이제 갈게. 대답은 천천히 해도 상관없으니까."

     

     

     

     

     코즈미가 기숙사로 돌아가자, 입구의 소파에 엘리제가 앉아있었다. 계속 돌아오기를 기다렸는지, 눈이 맞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코즈미 언니, 어서 오세요."

     "그래, 다녀왔어 에리쨩."

     

     다가온 에리를 끌어안고는, 부드럽게 머리를 매만진다. 나인이 떠난 이후, 에리는 약간 코즈미의 동향을 신경 쓰는 모양이었다.

     눈을 떼면 코즈미까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든, 이렇게 낙담해서 무기력한 자신보다는 훨씬 똑 부러졌다.

     

     "어디에 갔나요?"

     "...잠깐 밖에서 친구랑."

     "그런가요. 언니는 요즘 기운 없어보어서 걱정했어요."

     "...미안, 신경 쓰게 했네요."

     "아뇨 아뇨."

     엘리제는 고개를 젓더니,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에리쨩."

     "네."

     "...에리쨩은, 나인 씨를 만나고 싶나요?"

     그 물음에, 엘리제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만나고 싶지만...."

     엘리제는 뜸을 들이고서,

     

     "나인 씨라면 분명 괜찮아요. 아즈마 씨와 빅토르 씨도, 조만간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역시 뭔가 걱정하는 게 있는지, 표정에 그늘이 보인다.

     마음속으로는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에리쨩은 강하네요."

     "에이, 저는 아직 응애예요."

     

     그렇게 말한 에리제는 슬픈 미소를 짓던, 천천히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에리쨩은 정말 똑 부러졌다고 생각해요."

     본심이었다.

     코즈미와는 다르게, 이 소녀에게는 사람으로서의 심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이후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6년 전에 부모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심신 양면으로 건강하게 자랐다.

     

     "...코즈미 언니?"

     갑자기 말을 걸자, 의식을 되찾는다. 눈앞에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엘리제의 모습이 있었다.

     

     "혹시, 아직 몸이 안 좋은가요?"

     "...아니, 괜찮아요."

     "...그런가요."

     엘리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코즈미의 온몸을 훑어보았다.

     

     "...그럼 코즈미 언니. 전 슬슬 졸려서...그..."

     "네, 잘 주무세요."

     방으로 돌아가는 엘리제의 등에서, 불안한 기척을 약간 보았다.

     

     "...후우~"

     

     이후의 일을 생각하자, 무심코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어쩌면 사태를 악화시킬뿐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고집을 피우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대로 가면 나인 일행이 안 돌아올 거라는 확신도 가졌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전개는, 소스케가 사라졌을 때와 조금 비슷하다. 그리고 소스케 본인도...

     

     "........."

     각오를 다진 코즈미는, 곧장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설마, 당일에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티아는 의외라는 얼굴로 말하고는, 목덜미의 머플러를 천천히 고쳐 감았다.

     

     장소는 어느 공항의 주차장.

     겨울 하늘 아래서, 코즈미는 오늘 티아와 두 번째의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정말 괜찮겠어? 이렇게 급히 정해버리면."

     "...솔직히, 이 행동이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코즈미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는.

     

     "그래도 내버려 둘 수 없는 걸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면, 이제 두 번 다시 못 만날 느낌이 들어서..."

     

     "...그렇구나."

     

     "그리고, 소군이 사라지는 건 이제 싫어요."

     

     떠올리는 건 5년 전의 그날.

     소스케와 이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밤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도달했다. 그때의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건 이제 사절이다.

     

     "나도 그 마음은 이해해. 그리고 사토 씨한테는 제대로 보답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티아 양..."

     "변변치 않지만, 이제부터 잘 부탁해."

     티아는 미소 지으면서, 코즈미의 차가운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표현할 길이 없는 온기가 퍼지자, 자연스레 용기도 샘솟는다.

     

     "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요."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던 그때, 맞은편 간판 뒤에서 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대화는 끝났나 보네?"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다.

     코즈미는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를 확인했다.

     어느 정도 다가오자, 익숙한 실루엣이 떠올랐다.

     

     "타, 타카츠키 군!?"

     "여어, 오랜만. 잘 지냈어?"

     

     "다, 당신도 온 건가요...?"

     "그보다도, 이것 자체를 타카츠키 군이 제안한 거지만."

     티아의 말에 따르면, 언니가 사라져서 전전긍긍하던 차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타카츠키가 소스케의 건을 상담한 모양이다. 그 후로 당사자인 코즈미한테도 제안하는 것이 이번 일의 흐름이었다.

     

     "선생님한테는 의리가 있으니까. 로긴스는 마술사 중에서도 특히나 평판이 나빠. 도우러 가는 건 당연해."

     "...그런가요, 소 군을 위해... 정말 감사해요."

     "감사할 필요 없어. 시시도의 안부도 신경 쓰이니까."

     시시도 료우야도 로긴스의 부하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타카츠키한테도 전해진 모양이다. 아마 우토 미츠키를 경유해서 연락이 온 걸까.

     

     하지만, 인원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이다. 그것이 동창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바로 출발하자. 시키가미의 말로는, 시간이 그다지 없다며?"

     "그래."

     티아는 시계를 흘끗 보며 확인하고는, 타카츠키와 함께 공항 쪽으로 걸어갔다. 코즈미 또한 뒤늦게 두 사람과 나란히 섰다.

     

     "본부로 갈 루트는 어딜 경유할까."

     티아가 묻자, 타카츠키가 대답했다.

     

     "일단, 프랑스 지부겠지."

     

     

     

     

     시체가 널려있다.

     인간의 것은 아니다.

     

     호랑이와 소, 거미와 지네.

     짐승과 곤충과 비슷한 하얀 거대 생물들이, 이 끝없는 공간 안에 빼곡히 누워있다.

     

     충만한 죽음의 기척.

     그 광경은, 예전에 보았던 전장과 조금 비슷했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을 대비한다.

     원수와의 전투가 시작된 지, 대략 6시간이 지났다. 죽인 수는 이미 500을 넘었을까.

     

     슬슬 진형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감을 느끼자마자, 로긴스가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슬슬 끝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들의 피로를 알아챘는가.

     아무래도 오늘은 끝인 모양이다.

     그에 따라서 모두의 긴장감도 풀리기 시작했다.

     사사미네 양도 이제야 마법진을 해제해서 평범한 상태로 돌아갔다.

     

     나도 술식을 해제하고서, 긴장된 의식을 완화시켰다. 역시 이렇게 오랫동안 싸우면, 조금 힘들다. 아니, 체력 자체도 조금 떨어졌다. 스승의 훈련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천천히 로긴스에게 돌아가는 도중에 보니, 켄쨩이 주저앉아 있다.

     큰 외상은 없지만, 매우 지쳐있다.

     

     "켄쨩, 괜찮아?"

     "...좀, 위험할지도."

     손을 내밀어서 일어나는 걸 도와준다. 켄쨩의 잘 뻗은 두 다리는 갓 태어난 사슴 같아서, 작게 떨고 있다. 정말 지친 모양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리자키도 그 기분 나쁜 미소를 짓지 않고 있다. 그것은 베테랑인 미리온과 용병 출신의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여서, 걷는 자세가 조금 불안정하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시시도만이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걷고 있다. 옷에는 얼룩이 보이지만, 그한테서는 대미지도 피로도 느껴지지 않는다.

     불가사의하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눈이 맞았다.

     

     "왜 그래?"

     "아니, 의외로 터프하다 싶어서."

     "아아, 그 거..."

     시시도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짓더니, 허리춤에 찬 호화로운 칼집을 가볍게 쳤다.

     

     "난 엑스칼리버의 칼집이 있으니까. 상처와 피로를 느끼지 않아."

     "헐...."

     잘 모르겠는데.

     일단 회복장치 같은 모양이다. 그보다 그런 대단한 걸 가졌으면서도 왜 츠치노코한테 진 거냐 이 녀석.

     

      "뭐 보고 있으라고 사토 군. 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니까."

     시시도는 그렇게 선언하고서, 켄쨩을 잠깐 바라보고는 먼저 로긴스에게 걸어갔다.

     

     지금 자연스럽게 사토 군이라고 말했는데, 역시 날 기억하고 있던 거였나. 그때라는 건 아마 여름의 현지실습의 일이겠지.

     

     그럼 지금까지는 모른 체 하고 있었다는 건가.

     

     조금 모르겠다.

     어느 의미로 이리자키보다도 친근해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어쩌면 날 싫어하는 걸까. 그런 행동을 한 기억은 없는데.

     

     "소쨩...? 안 가?"

     

     멈춰 서자, 켄쨩이 그렇게 물어보았다.

     

     "미안. 빨리 가서 쉬자."

     "응...그러자."

     그리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로긴스가 중아에서 사사미네 양과 나란히 서 있었다.

     

     "오늘은 일단 해산입니다. 앞선 예정은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근처에 전용 기숙사가 있으니 내일을 대비해 쉬도록 하십시오."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도 잘 부탁해요."

     로긴스와 사사미네 양은 그것만 고하고는, 문을 열고는 왔던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들을 따르듯이, 다른 멤버들도 이 하얀 공간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사토 소스케."

     

     

     돌아가려는 때, 갑자기 이름을 불렸다. 돌아보니, 옆에서 아나스타샤가 서 있었다.

     

     "뭔데."

     "당신, 뭐하는 사람이지요...?"

     "....뭐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무심코 고개를 기울인다.

     

     "움직임이 너무 전쟁에 익숙한 느낌입니다. 과거에 용병이라도 했나요?"

     "........."

     예리한데 이 녀석. 역시 동업자라면 간파하고 마는 걸까.

     

     "...그리고, 처신이 약간 부자연스럽다고나 할까."

     아나스타샤는 내 몸을 가볍게 둘러보더니, 매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마치, 전장에 마술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듯한.."

     "안나, 왜 그래? 빨리 가자."

     아나스타샤의 대사를 가로막듯이, 저쪽에서 시시도가 불렀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시시도 쪽을 바라보고는,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런데 사토 소스케."

     "왜."

     "저의 여자로서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뭐?"

     무슨 말 하는 거냐 이 녀석.

     갑자기 화제가 바뀌었다고.

     그보다 무슨 이야기냐.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빨리 대답하시죠."

     "가슴."

     "앗...!?"

     솔직히 대답하자, 아나스타샤는 얼굴에 홍조를 띠고는 부들부들 떨며 날 가리켰다.

     

     "....여, 역시 불량한 사람이었군요. 무, 물어본 제가 바보였습니다."

     그런 말을 남기고, 아나스타샤는 재빨리 시시도한테 달려갔다.

     

     지금 것은 조금 부주의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크다고 저 사람. 역시 러시아인이라고 해야 할까.

     

     "...소쨩은, 커다란 편이 좋아?"

     

     "응."

     

     "어... 그럼 작은 것은 취향이 아닌 거네."

     

     입가를 들며 뭔가에 이겼다는 것처럼 미소 짓는 켄쨩은, 약간 기분 나빴다.

     

     

     

     

     공항의 로비를 걷고 있자, 코즈미는 갑자기 코를 간지럽히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엣취."

      

     입을 양손으로 덮으며 재채기를 했다. 작게 코를 풀자, 티아의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코즈미를 바라보았다.

     

     "시키가미, 감기...?"

     "아뇨, 그런 것은..."

     묘한 기분이다.

     일본을 떠난 뒤로 반나절 가까이 지났다.

     비행기에 오래 탄 정도로 몸상태가 나빠질 정도로 약한 몸은 아닐 텐데.

     

     "본부에 가기 전에, 어딘가에서 하룻밤 묵을까?"

     타카츠키가 그렇게 배려하자, 코즈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오늘 중으로 본부에 가도록 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타카츠키는 알았다고 하고는 휴대전화로 지도를 켰다. 프랑스 지부까지의 루트를 재확인하는 모양이다. 어찌저찌해도, 그는 정말 똑 부러졌다.

     

     "하지만 시키가미. 정말로 괜찮겠어? 엘리제는 지금 혼자 있잖아."

     전날, 세피로트의 기숙사에는 편지만 두고 나온 상태다. 리더와 티파니아, 마르타한테는 나중에 혼날 것을 각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엘리제를 슬프게 할 행위를 나서서 하는 것은 이번만이라 생각하고 있다.

     

     ."오랫동안 혼자 둘 생각은 없어요. 최악의 경우 소 군과 나인 씨를 만날 수 없어도, 오래 있지는 않을 거예요."

     

     티아는 "그래?" 라며 대답하고는, 드물게도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함께 힘내자."

     "네."

     이렇게 동창생 세 명은, 동료와 재회하기 위해 견문의 탑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수십 초 후.

     코즈미 일행이 로비에서 떠나고 머지않아, 어느 소녀가 같은 길을 통과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금발의 미소녀다.

     하지만 사이즈가 안 맞는 선글라스와 입가의 마스크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역시 머네요..."

     

     소녀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체구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아갔다.

     

     그것을 미아라고 착각한 여직원이, 재빨리 금발의 소녀에게 달려갔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부모님은 어디 계신가요?"

     

     "없어요. 혼자 여기 왔는데요."

      "그렇다는 말은, 처음부터 혼자서 탑승하셨다는?"

     

     "네, 갈 곳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어요."

     

     소녀가 쾌활하게 대답하자, 여직원은 곧장 고개를 숙였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만일 곤란하시면, 카운터까지 찾아와 주세요. 그럼 좋은 여행을."

     "네, 배려 감사해요."

     

     소녀가 정중히 인사하자, 여직원은 흐뭇한 것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떠나갔다.

     소녀는 작게 손을 흔들어주고서, 세 명의 남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걸어간 방향으로 보건대, 아무래도 지하철을 경유해서 프랑스 지부로 향할 모양이다.

     

     "후우...."

     

     소녀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서, 선글라스를 척 들고는 유리 너머의 태양을 우러러보았다.

     

     "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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