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0 신역의 무녀(4)2022년 08월 15일 09시 1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707
한 박자 늦게, 게니슨의 배에 용암이라도 흘러든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입속에 피맛이 감돌더니, 시야가 불명확해진다.
갑옷은 아직도 그 건재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타격이 관통하였다. 충격을 전부 내부로 보내버린 것이다.
"쿨럭...!"
신비롭다고 말할 수 있는 묘타를 당하자, 이미 게니슨의 의식이 검게 물들어간다. 얻어맞은 횟수는 겨우 3발. 어느 것이나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마술인가.
아니면 체술인가.
아니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어쨌든 기분 나쁜 상대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오히려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이 이상의 교전은 목숨이 위태해진다.
게니슨은 희박해지는 의식 속에서, 이 여자와 싸우는 건 두 번 다시 사절이라고 생각했다.
◇
릿초는 밀리기 시작한 전황에 눈썹을 찌푸렸다.
이미 4명이 당했다.
이제 숫자의 유리함은 없다고 봐도 좋다. 세웠던 계획은 보기 좋게 틀어졌다고 봐야 한다.
섣불리 공격에 몸을 맡긴 게니슨 일행에게, 릿초는 멸시를 담아 잠시 바라본다.
"...정말이지, 그래서 나한테 맡기라고 했는데..."
릿초는 이 시합에서는 후방지원 담당이지만, 추격의 소양도 충분히 있다. 양쪽의 능력을 살린 자유자재의 전투가 그의 장기다. 그래서, 역할이 한정되었다는 사실에 약간 짜증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계속 지원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전부 아나스타샤라는 여자가 요격하고 있다. 손에 든 것은 라이플인가. 정말이지 건방진 계집이다.
하지만 이지스의 꼬마들의 공세에 그녀가 한몫 담당하는 것 또한 사실. 정말로 이지스함 같은 여자다.
그렇다면, 중앙 부근에서 싸우고 있는 녀석들은 일단 시야에서 제외하고 아나스타샤를 처리하는 일에 전념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한 릿초는 재빨리 술식의 구축을 시작했다. 불과 바람의 술식이 릿초의 주위를 마법진 모양으로 전개된다. 즉각 짜인 원환이 가속되자, 똬리를 틀듯이 마력의 밀도가 높아졌다.
"좋아, 그럼 간다~"
술식은 더욱 확대되어서, 눈부신 반짝임으로 연습장을 비추었다. 이미 장벽을 쳐놓았기 때문에, 적에 의한 발동 캔슬은 예방되어 있다.
"어이! 뭐 하는 거야 릿초!"
이제야 눈치챈 키리가 뭔가를 외치지만, 이미 늦었다. 릿초는 이미 목표를 불태우는 일만 신경 쓰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우려 하지 않았다.
양팔에 담긴 막대한 마력.
이제 곧 나올 마술의 이름은 [화접풍월].
산소를 증폭시키는 대폭발 마법. 생물에 대한 위력은 엄청난데, 그건 감안한 뒤에도 릿초는 술식을 중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아나스타샤가 경계하는 모양이지만, 늦었다. 막을 거라면 발동 중에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단단한 방벽 앞에 가로막히겠지만.
자, 과연 몇 명이 죽을 것인가. 아니면 릿초 이외는 모두 전멸할지도.
눈앞에 다가온 흉악한 결과에 만족하면서, 모으고 모은 마력을 해방시키려던 그때.
전방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있음을 깨달았다.
"...어?"
갑작스러운 등장에, 릿초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남자, 분명 이리자키라고 했었지.
이 녀석은 후위에서 조용히 있어야 하지 않나.
"히히...."
정신 차리자, 이리자키는 더욱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걸은 것인가. 아니면 달린 것인가.
거리감을 모르겠다.
"히, 히히힛...'
그리고 3걸음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릿초는 제정신을 되찾았다. 반격을 위해 술식을 해방하려고 양손을 향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히, 햐아하하핫....!"
이리자키는 보통이 아닌 속도로 릿초의 손목을 움켜잡고는, 비틀어서 손바닥을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 당황한 릿초는 다른 쪽 손으로 마술을 먹이려고 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리자키의 보디 블로가 작렬.
릿초는 토했다.
"우웩."
의식이 끊어지면서, 릿초는 배에 작렬한 주먹을 응시했다.
의식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술식도 붕괴. 지금까지 모았던 마력은 확산하고, 완전한 무방비가 되어 무릎을 꿇었다.
"히, 히히힛....너 말이야...."
이리자키는 말한 뒤 한 박자 두고서, 옆머리에 발차기를 먹였다. 도끼 같은 발차기를 받아버린 릿초는 바퀴처럼 회전하더니, 머리부터 꽂히는 형태로 지면에 넘어졌다.
거기에 이리자키가 다가가서는, 릿초의 안면을 있는 힘껏 밟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머리가 약간 지면을 파고든다.
"너...이, 이런 좁은 장소에서, 자, 잘도, 그런 것을...히히힛.히힛..햐하핫...!"
이리자키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릿초의 안면을 연속으로 밟았다. 일정한 리듬을 새기면서, 고속으로.
"히히히...뭐, 뭐 이런 녀석이...주, 주일, 죽일 셈이냐고...히, 히히히힛...! 햐핫! 햐하하하핫!!"
미친 듯이 웃는 것에 비례해서, 이리자키는 더욱 거세게 짓밟았다. 그 무렵에는 이미 그는 전의를 상실했고, 단지 충격과 아픔을 받아들이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너....최악이라고...햐하하핫! 너!! 햐하하핫!! 햐ㅡㅡ핫핫핫!!"
짓밟기가 20을 넘어서자, 릿초는 의식을 완전히 놓았다. 어쩌면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 남자는 어떻게 다가왔는가. 어떻게 감지할 수 없었는가. 시종일관 무엇을 당했는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의문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
"내 승리네."
적의 목덜미에 칼날을 들이대며, ㅂ비안은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3분 14초.
그것이 결판이 나기까지의 시간이었다. 이미 동료 술사들은 쓰러지고, 비비안과 직접 겨루던 남자ㅡㅡㅡ이름은 샤기르ㅡㅡㅡ도 완벽하게 당하고 말았다.
압도적.
그 이외의 말을 찾을 수 없다.
본래라면, 지금 이렇게 내려다보는 건 자신의 역할이었을 터.
놀라운 점은, 이 여자가 육장검의 능력을 조금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뒷면베기의 사상전회도, 야앵의 중력배가도. 순수한 검술만으로 압도했다.
검사로서 명백한 침의 차이를 느낀 샤기르는,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청산유수와도 같은 발놀림과, 정교한 검놀림. 그리고 가느다란 팔에서 자아내는 격렬한 참격. 그 전부가 샤기르의 것을 상회한다.
이래서는 빈정댈 수도 없다. 아무래도 그녀의 말대로, 완패인 모양이다.
"...끝났네."
비비안은 중앙에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시시도와 키리를 일별하고, 다시 샤기르를 내려다보았다.
"순순히 항복하는 게 어때?"
"그건, 아직 모른다..."
샤기르는 갑자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입가를 들어 올렸다. 그 표정을 본 비비안은 묘한 언짢음을 느꼈다.
"뭐야. 이제는 저 대장을 때려눕힐 뿐이잖아?"
"아니. 키리 대장은 어디까지나 지휘능력이 뛰어날뿐... 확실히 강하지만, 최강은 아니지."
비비안은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며, 샤기르의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그렇다면 비장의 수가 아직 있다는 말인가.
"우리 부대가 자랑하는 흉수. 중세부터 이어져 온 암살가의 가계. 그 현 당주가 섞여있다."
"암살자?"
"그래. 너도 실베드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
비비안은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지 2년 하고도 조금밖에 안 되지만, 그 이름은 들은 바가 있다. 살인에 특화된 마술을 다루는 암살 일가. 살인청부업자 실베드 가문은, 그런 쪽에서 유명하다.
비공식적인 의뢰만 받아서 계급은 없지만, 그 실력은 특급 마술사에 필적한다고 한다. 시리얼 킬러로서도 유명하다.
그제야 비비안은 깨달았다. 미리온이 쓰러트린 4명과, 이리자키가 쓰러트린 1명.
비비안이 2명을 쓰러트렸으니 총 7명. 여기에 시시도와 소스케가 상대하고 있는 자를 합해도, 계산이 안 맞는다.
한 명 부족하다.
그런 초조함을 느꼈는지, 샤기르는 다시 싱긋 웃었다.
"어이, 비비안 맥켄지. 우리가 귀신을 쓰러트렸다고 하는 괴물을 노 마크로 뒀을 거라 생각해?"
"당신, 설마 사토를."
조금 걱정되어서, 비비안은 샤기르에서 잠시 시선을 떼었다.
아무리 소스케라 해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를 품으며 연습장을 두리번거리고 있자, 소스케의 발치에 사람이 두 명 쓰러져있었다.
비비안이 그 비참한 광경에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자, 문득 이쪽을 바라본 소스케가 따봉을 날렸다. 아무래도 본 그대로 처리한 모양이다.
한편, 샤기르는 눈을 휘둥그레 만들며 놀라고 있다. 그도 이 전개는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바...바보 같은... 특급 마술사 급의 전력을 자랑하는 실베드를..."
샤기르는 이 궁지에서도 여유는 잃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만큼이나 저 실베드라는 남자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저래서야 동요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저 남자는, 대체 뭐하는 자인가...?"
아연실색하여 중얼거리는 샤기르의 옆에서, 비비안 또한 같은 생각을 품었다.
"그런 거, 내가 알고 싶을 정도야."
사이클롭스 때도 그랬다.
대체 뭘 하면 저 정도의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매일 운동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뇌리에 스친 말에, '아니 그건 좀...' 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스케의 강함의 진상을 고찰했다. 애초에 본 적도 없는 묘한 무술을 쓰는데 그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연습장의 주앙에서, 한층 더 커다란 전격이 작렬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시합이 끝나지 않았다며 광원을 바라보니, 금발의 남자가 맹렬한 기세로 키리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엑스칼리버가 황금의 궤적을 그릴 때마다, 키리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저 검속은 상당해서, 멀리서는 잔상밖에 안 보인다.
그러는 한편, 주변의 이지스 대원은 어째선지 방관하는 태도였다. 분위기를 읽고 일기토를 시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의향인지. 어쨌든 저 상태라면 문제없이 이길 수 있어 보인다.
비비안은 칼자루로 샤기르의 머리를 친 뒤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서, 잠시 전투의 행방을 지켜보기로 했다.
호드먼의 근위대가 전원 전투불능이 된 것은, 시합 개시로부터 4분 하고도 12초가 지날 무렵이었다.
◇
"잘했습니다. 합격입니다."
그렇게 말한 로긴스는, 왠지 만족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소란스러웠던 연습장은 한적해졌고, 지금은 우리들만 남아있다. 근위대들은 모두 병원에 데려갔다고 한다.
호드먼 원로원 의관은, 마지막까지 불복하는 자세였다. 뭐, 그건 화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걸로 당신들은 정식으로 그분의 호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로긴스는 실실 웃으면서, 호드먼이 떠나간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난 피곤했기 때문에 빨리 끝내 달라고 생각하면서, 문득 의문이 떠오른 점을 물어보려고 손을 들었다.
"어이, 결국 누구의 호위인데?"
묻자, 로긴스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턱을 매만지는 것처럼 쓸어올리더니,
"후후, 뭐 초조해하지 마시죠. 바로 만날 테니까."
라고 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우리들은 곧바로 호위 대상이 있는 장소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더 탑을 올라가나 싶었지만, 예상을 뒤엎고 가는 곳은 지하였다.
여기는 지하도 있냐며 의외롭게 생각했지만, 애초에 견문의 탑에 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은닉되어있던 모양이라서, 모두 꽤 놀라고 있었다. 그때 아나스타샤만은 유일하게 놀란 척을 하고 있었다. 아마, 이 녀석 뭔가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언정, 이 아저씨는 못 속인다고.
그렇게 전이마법진을 써서 수백 미터나 지하로 들어가자, 말도 안 되게 넓고 하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대체 여긴 뭐냐고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공간의 중앙에 거대한 비석이 둥둥 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딘가에서 봤다 싶더니, 대신 로긴스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천위의 비석의 원전.
역대의 육문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로긴스의 말대로, 비석에 기재된 이름은 여섯 개만 있는 게 아니었다. 폭왕 롬그리스에서 시작해 성기사나 파계신 등의 대단한 이름이 나열되어있다. 저것이 전부 천위 마술사라면, 저것은 그대로 마술의 역사라고 해도 될 것이다.
"원전...?"
로긴스한테 가장 먼저 되물은 자는 켄쨩이었다. 모두 비슷한 반응을 하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지상에 몇 개 존재하는 그것은, 이것의 정보의 일부를 발췌한 것에 불과합니다."
로긴스는 혼자서 비석 쪽으로 걸어가면서, 그 거대한 석반을 바라보았다. 로긴스가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비석의 스케일이 명확해진다. 아마 전장 100m 정도일까. 말도 안 되는 크기다.
"옛날 박왕 아덴로브가 창조한 마도의 자리. 영맥과 동기하는 것으로 지구 전체에 [눈]을 퍼트리고, 세계에 대한 간섭을 허락받은 자를 기록하는 기적의 묵시록. 개발한 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원리는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미리온이 갑자기 "으음?" 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나 보다.
"저기, 로긴스 님.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요, 왜 박왕은 이런 것을 만들었나요..?"
그녀의 물음에, 로긴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무시하였다.
"저걸 보시죠."
로긴스가 가리킨 위치에는, 역대의 천위 마술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저걸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생각해보면, 아즈마 씨한테 연행되었을 때 이래다.
서열 1위 [...왕]
서열 2위 [중린]
서열 3위 [산옥]
서열 4위 [경계]
서열 5위 [율인형]
서열 6위 [불사묘]
"으음....?"
뭐지, 저건.
공백이었던 란의 1위가 약간이지만 채워져 있다. 분명, 벽왕이 죽은 이래로 돌에 버그가 걸렸다고 코즈미가 말했었는데...
그때 갑자기, 로긴스가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리며, 크게 양팔을 벌렸다.
"저 공백이 채워지는 때야말로, 세계는 본래 있어야 할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헐~
왠지 갑자기 이야기가 장대해졌다 생각하면서, 거대한 비석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제야 신경 쓰이는데, 이 공간은 광원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밝은 걸까.
"저기, 실례합니다."
손을 든 자는 아나스타샤였다.
"조금 전부터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호위 대상과 만나는 게 아니었나요?"
"자자,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로긴스는 무시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위치까지 비석에 다가가서 손등으로 두세 번 쳤다.
"이야기를 계속 하지요.
이 비석은, 애초에 어느 구세주의 도래를 고하기 위한 것입니다. 협회는 기능의 일부를 이용해서 몰래 인재를 발굴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로긴스는 또 영문 모를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시 비석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의문이 섞인 질문을 던졌다.
"구세주...?"
"그 말대로. 구세주의 강림이야말로, 마술사의 영구적인 평화와 최대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로긴스의 이야기에 묘한 데자뷔를 느끼고 있자, 문득 다즈몬드의 말을 떠올렸다. 그 녀석도 분명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래, 세상의 구세라니 뭐라느니.
"하지만 구세주의 존재는 오랜 기간 단서조차 없는 상황이었지만... 저희들은 전날, 드디어 구세주를 소환하는 마술을 확립한 것입니다."
신이 나서 우리들한테 말하는 로긴스지만, 아무래도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소환이라고 하면, 소환수라도 부르는 걸까.
하지만 구세주와 소환수는 왠지 이미지상 어울리지 않는다.
"자, 이쪽으로."
로긴스가 비석의 반대 측으로 안내하자, 그곳에는 옥좌 같은 커다란 자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옥좌의 스케일은 매우 거대하고, 벽과 일체화된 것 같은 만듦새다.
"소개하지요. 저분이야말로 이지스의 호위 대상. 구제주를 부르는 열쇠가 되는 인물입니다."
로긴스가 가리킨 곳에는, 어느 소녀가 옥좌에 걸터앉아 있었다.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은, 가련한 미소녀.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는 아름답게 넘실거리고, 쭉 뻗은 몸체는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 숨이 멎을 정도로, 그 소녀는 아름다웠다.
"신역의 무녀예요.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사사미네 미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싱긋 웃었다.
※ 제목 스포 에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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