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5 신의 방패(2)
    2022년 08월 16일 20시 25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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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803 

     

     

     

     차라리 로긴스 본인의 틈을 노려 암살해버릴까. 그거라면 마력 공급이 끊겨서 모든 봉인이 단번에 해제될 것이다.

     

     아니, 살인으로 해결하는 건 위험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녀석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암살 자체는 머릿속에 담아두자.

     

     "미리온 씨, 오늘 밥은 뭐예요?"

     "오늘은 그라탕으로 할까 싶어요."

     "앗싸~"

     

     꽤 기뻤는지, 켄쨩이 어린애처럼 기뻐하고 있다. 어느 사이엔가 이곳 생활에 친숙해진 모양이다. 적응력 대단해.

     

     "히힛...느긋하기도 해라... 그렇지, 사토...?"

     켄쨩을 흘겨보며, 옆의 이리자키가 그런 말을 했다. 난 의연한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기운찬 여자애를 보면 나도 기운이 나니까."

     그러니 팍팍 저래줬으면 한다.

     

     그대로 이리자키와 여성의 쇄골에 대해 논의하면서 귀가하고 있자, 기숙사 근처에 낯선 흑발 미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 싶어 눈에 힘을 줘본다.

     

     

     놀랍게도 코린쨩이었다.

     

     

     "오~ 사토 군 아닌가~! 아하하핫!"

     날 눈치챈 순간, 미소를 가득 지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니 왜 있냐고 이 사람.

     

     "히힛...아, 아는 사람?"

     "그래, 오니가시마 때 조금..."

     조금이라기보다, 많이 신세 진 인물이다. 그러고 보니 바빠서 인사도 못했다.

     

     "류 씨, 왜 여기 계신가요?"

     미리온이 맨 먼저 그런 질문을 했다.

     

     "원로원의 의뢰로, 너희들의 전투를 돕기 위해 막 달려왔다네."

     "그럼, 류 씨도 이지스에 들어오나요?"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닐세. 어디까지나 난 외부에서의 지원이지."

     과연.

     확실히 고마운 일이다.

     그녀가 있다면 위험도가 확 줄어들겠지.

     

     그러자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아나스타샤가 날 지나쳐서, 코린쨩의 눈앞까지 걸어갔다. 약간 언짢아하는 분위기였는데, 아마 잘못 보지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그래. 자네도 잘 지내는 것 같구나, 안나."

     미소 짓는 코린쨩과, 보기에도 어두운 표정의 아나스타샤.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지만, 코린쨩은 여전히 태연하다.

     

     마주 보기를 몇 초.

     아나스타샤는 이 분위기를 견디다 못했는지, 그 자리에서 조용히 한걸음 내디뎠다.

     

     "...실례하겠습니다."

     스쳐 지나는 말은 작고 무거웠다. 먼저 기숙사로 향하는 아나스타샤를 바라보다가, 코린쨩은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제자였냐...?"

     그리 묻자, 코린쨩은 조용히 수긍했다.

     

     "맞네. 그렇다 해도, 사제관계라기보단 친구 쪽이 와닿지만ㅡㅡㅡ"

     

     그건 그렇고.

     코린쨩은 그렇게 말을 끊더니, 천천히 다른 말을 했다.

     

     "우리들도 안으로 들어감세. 저녁식사 전에, 자네들한테 보여줄 것이 있다네."

     

     

     

     간단히 휴식하고 땀을 씻은 뒤, 거실로 모였다.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코린쨩은 먼저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다시 소개하겠네. 오늘부터 이지스의 지원을 맡게 된 특급 마술사 류코린일세. 잘 부탁하네."

     정중히 숙인 고개에 화답하듯이, 우리들도 일제 인사를 했다. 곁눈질로 확인해보니, 역시 아나스타샤만 언짢아 보인다.

     

     "역할은 너희들의 전투 보좌 겸 전력증강. 그리고 이 시설의 운영에서 6명의 건강관리까지 다양하네."

     

     "그거, 코린쨩 혼자서 가능해...?"

     "불가능하지."

     딱 잘라 말한 코린쨩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니 그녀들도 돕게 할 걸세."

     순간, 방 안에 무수한 마법진이 단번에 전개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총 10명의 메이드가 나타났다.

     

     이건 그거다.

     그래, 분명 생체 안드로이드라는,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다.

     

     "참고로, 그녀들은 가사를 담당하게 되네. 그리고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인원의 보강은 전부 안드로이드로 할 예정일세. 0호, 인사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0호ㅡㅡㅡ아니 마린쨩을 선두로, 메이드들이 일제히 인사를 한다. 조금의 차이도 없는 통솔된 움직임에 감탄하고 있자, 갑자기 마린쨩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마린쨩은 윙크를 해줬다. 깜찍한 눈이 귀엽다. 정말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완성도다.

     

     "마린쨩, 고친 건가..."

     맨 처음 나온 말이 그거였다.

     귀신한테 파괴된 이래, 전혀 소식이 없어서 최악의 사태도 생각했었다.

     마린쨩과는 교류한 시간이 짧았지만, 이렇게 만나니 정말 기쁘다.

     

     [네. 전날 무사히 메모리의 복구에 성공했습니다. 전부 마스터 덕분입니다]

     

     "코린쨩, 고마워."

     "훗...왜 자네가 내게 감사를 하는가."

     맞는 말이다.

     

    "뭐 재개의 인사도 이쯤 하고서, 다음으로 건너가세나. 0호, 그것을."

     [알겠습니다]

     

     코린쨩의 신호에 따라, 마린쨩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곧장 마법진이 전개되더니, 그곳에서 서류가방 같은 것이 나타났다.

     

     "페이린, 부탁하네."

     

     [예]

     

     페이린이라 불린 안드로이드를 필두로, 여섯 개의 서류가방이 우리들에게 전달되었다. 흥미 삼아 열어보니, 검은 재킷과 바지가 들어있다.

     

     재킷을 손에 들고 펼쳐보았다. 군복 같은 모습일까. 여성들 것은 약간 둥그스름한 디자인 같다.

     

     "모두의 체격에 맞춰놓았네. 활동성과 튼튼함, 그리고 마법 내성이 특징이지. 치유기능도 있어서, 일단 이걸 입고 있으면 즉사는 안 할 걸세."

     뭔지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데.

     

     "그리고, 제각기 쓸 무기를 갖고 왔네. 여러 가지 있으니, 잘 활용해보시게."

     코린쨩의 말이 끝나자, 모두한테 커다란 상자 같은 것이 배분되었다. 안에는 여러 무기가 담겨있는 모양이다.

     전투 스타일에 맞춰서 쓰라는 느낌인가.

     

     그건 그렇고 무기라.

     써본 일은 없는데.

     나한테는 어떤 걸 준비했으려나.

     

     라며 두근거리면서 기다렸지만, 왠지 나한테만 상자를 주지 않았다.

     

     "코린쨩, 내 무기는?"

     "아니, 자네는 섣불리 무기를 들면 오히려 약해질 것 같아서 준비 안 했네."

     약간 섭섭하다.

     

    "설명은 이상이다. 무기의 시운전은 내일 이후에 하기로 하고, 뭔가 질문은?"

     

    코린쨩은 누구도 손을 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 이야기를 매듭짓고 저녁식사의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아... 그리고, 사토 군한테는 잠시 할 말이 있네. 나중에 내 방에 오게."

     가볍게 어깨를 치면서 떠나갈 때 그런 말을 했다. 갑작스런 일이라 무심코 고개를 찌푸리고 말았다.

     

     이야기...란 뭘까.

     나한테만 말할 부류인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자, 옆에서 켄쨩이 날 흘겨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뭔데 켄쨩."

     "...소쨩, 박사님의 방에서 몰래 이상한 짓 하면 안 된다?"

     

     내가 그런 불순한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하지만, 마침 잘 됐다.

     나도 코린쨩한테 할 말이 있으니, 차분히 대화하기로 하자.

     

     

     

     

     저녁식사를 끝내자, 난 곧바로 코린쨩의 방으로 향했다.

     

     3층의 안 쓰던 방.

     책장과 탁자와 침대만 놓인 간소한 침실이다. 코린쨩은 안쪽 탁자에 앉아있다.

     

     "잘 왔네 사토 군. 밤중에 미안하게 됐네."

     "그건 상관없지만, 할 말이라니?"

     "사사미네 미코에 대해서 말인데."

     

     순간, 전류 같은 감각이 등을 지나갔다.

     

     "...여기선 신역의 무녀로 통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통했을 것이다.

     그녀 본인도 사사미네 미코가 아니라고 단언했었다. 적어도 여기선 그런 설정일 것이다. 유괴해서 최면을 걸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난 그 계획에 예전부터 연관되어 있네. 모를 리가 없지."

     "그럼 코린쨩은, 그 사람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도 안다는 거야?"

     "..그래, 알다마다. 자네와 그녀의 관계를 합해서, 전부."

     

     "그러면서도 그 녀석의 행동을 용인한 거냐고."

     정신 차리고 보니, 책망하는 어조가 되어있었다.

     

     코린쨩을 눈을 내리깔며 시선을 피하더니, 입가를 다물었다.

     

     "...물론 나로서도, 이 결과는 본심이 아니네. 원래는 승낙을 얻고 데려올 터였고. 로긴스가 그런 강제적인 방법으로 데려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그럼 그만두게 해, 지금 바로."

     가슴의 작열에 따라, 어조도 거칠어진다

     

     "...미안. 방금 말은 내가 지나쳤어."

     

     "...아니, 자네의 기분은 합당하네. 죄는 전부 우리들한테 있지."

     "...이 의식 같은 거, 전부터 계획되었던 거야?"

     

     "...그래. 거의 100년 전부터 역대 원로원이 이어온 비원일세."

     

     100년 전.

     한참 옛날부터 하고 있었다니.

     그 영문모를 의식의 밑준비가 100년 전부터...

     

     "코린쨩은, 그 계획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어?"

     "전부."

     "... 그렇다는 뜻은?"

     

     "난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네. 품고 있는 문제도 포함해서, 전부."

     "문제라니 뭔데."

     

     "현시점에서, 내게는 그 정보를 전할 권한은 없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루어지는 의식은, 정말로 세계의 명운을 좌우하는 것이라네."

     그것은,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대사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다즈몬드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그래서, 사토 군. 사사미네 미코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했나?"

     "....그렇긴 한데, 그게 어째서?"

     "그대로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 주게."

     "...뭐?"

     무슨 말 하는 거야.

     

     "그건, 비밀로 하라는 거잖아."

     

     "...이 일을 이지스 멤버들이 알게 되면, 호위에 지장이 생기게 될 걸세."

     "자업자득이라고."

     

     "...사사미네 미코의 안전에 대해서는, 내가 반드시 보증하겠네. 그대와 그대의 조부모한테 걸린 봉인도, 일이 끝나면 해제하기로 약속하지. 그러니...."

     코린쨩은 잠시 뜸을 들이고서, 도게자 같은 자세로 탁자에 이마를 대었다.

     

     "그러니 협력해주게. 부탁일세."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린쨩의 부탁을 승낙하고 말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나로서는 사사미네 양의 비밀을 퍼트린다 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로긴스한테 방해당해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난 어쨌든 조부모님의 화제를 꺼내면 거절할 수 없다. 간단히 굴러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광명이 보인 것만으로도 크나큰 진보인 것이다.

     

     

     ".........."

     

     "안녕하세요, 사토 씨."

     

     내 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어째선지 사사미네 양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무릎을 껴안고 앉아있다.

     

     무심코 얼굴이 굳는다.

     

     "사사미네 양... 너 왜 이곳에."

     그녀는 다른 장소에서 숙박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의식 때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그 옥좌에 홀로 앉아있을 터. 그런데 왜 내 방앞에.

     

    "잠깐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서요. 조금, 방에 실례해도 될까요?"

     "싫은데요."

     딱 잘라 거절하고서, 바로 방에 들어간 다음 문을 닫았다.

     

     오늘은 코린쨩의 일로 여러 일이 있었으니, 빨리 쉬자.

     

     "여자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다니, 의외로 쫀쫀하네요."

     돌아보니, 어느 사이엔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열쇠는 잠그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닌 듯하다.

     

     "...사사미네 양, 오늘은 지쳤으니 진짜 돌아가 줘."

     "싫어요. 이야기를 들어줄 때까지 안 돌아가요."

     솔직히 그녀의 모습으로 이런 태도를 취하면 화가 난다.

     

     "그리고 사토 씨. 저는 신역의 무녀예요. 이름은 없어요."

     

     그렇게 사사미네는 치대에, 나는 구석에 있는 탁자에 걸터앉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니 뭔데."

     "류코린 박사의 제안. 왜 순순히 받아들였죠?"

     

     들었던 거냐.

     싫어지려고 한다.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한데.

     

     지금의 이야기는 여기 와야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금 말한, 내 방에 온 이유는 안 될 터. 여기 온 다음에, 나와 대화하자고 정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떨어진 그 옥좌에서 들었던 것도 아닐 테고.

     

     뭐 생각해도 별 수 없나.

     대화를 진행시키자.

     

     "지금 시점에서는, 따르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으니까."

     "흐음... 정말로 그게 잘 굴러갈 거라 생각하나요?"

     

     아픈 곳을 지르네 이 녀석.

     태연한 표정인 게 더욱 열받는다.

     

     "글쎄. 아마 제대로 되지 않겠지. 코린쨩의 의사가 어쨌건, 이 거래는 성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

     

     "그럼 어째서?"

     "거래 자체는 잘 안 되겠지만, 코린쨩과 접촉하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서."

     어쨌든 지금은 정보가 너무 적다.

     

     "알아서 어쩌려고요?"

     

     "널 여기서 데리고 나간다."

     "그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당연히 구해야지."

     "그럼..."

     

     한 박자.

     

     "사토 씨는, 누가 구하나요?"

     

     "나."

     침묵.

     

     사사미네 양은 의외라는 듯 입을 닫고는, 눈을 부릅떴다.

     

     왜 놀라지.

     뭘 물어보고 싶었던 거냐 이 녀석은.

     

     "허술해, 허술해요 사토 씨. 그래선 누구도 구할 수 없어요."

     "아니, 구해."

     "욕심이 많다고요. 뭔가를 버리지 않으면 실패해요."

     뭐야, 끈질겨.

     왜 그렇게 납득을 못하는 거야.

     

     "이건 제가 사사미네 미코라는 전제로,

     그리고 100% 선의로 하는 말이지만, 그래선 누구도 구할 수 없는 데다 사토 씨가 파멸하는 걸로 끝나요. 단언할 수 있어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아니, 알아요."

     사사미네 양의 목소리에 열기가 깃든다.

     정신 차려보니, 그녀는 어느 틈엔가 일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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