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8 신역의 무녀(2)2022년 08월 14일 23시 11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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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즈몬드는 언짢은 듯이 눈썹을 찌푸리고는, 갖고 있던 잔을 조금 난폭하게 테이블에 두었다.
"이건 내가 말할 의리는 아니지만... 그 녀석 말이지, 예술적인 쓰레기라고. 원하는 것을 위해선 수단을 안 골라."
여태까지 쾌활했던 다즈몬드의 어조가, 갑자기 부루퉁한 것으로 변모했다. 내뱉는듯한 말투다.
"니들 두 명도 그렇지? 아가씨의 사정은 샤리아한테서 들었지만... 사토 쪽은 억지로 끌려온 데다 가족까지 인질로 잡혔을 걸?"
놀랐다.
정답이다.
감이 날카로운가.
"정답인 모양이네. 정말이지 그 녀석... 이거 다음에 만나면 바로 안면 펀치를 날려주마. 어때, 크롬?"
크롬 씨는 "네." 라며 수긍하고서, 다즈몬드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런 모습을, 켄쨩은 정말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저기, 다즈몬드, 씨..."
"음? 왜 그래 아가씨."
"저기, 그...괜찮은가요?"
"뭐가?"
"그는 저래 뵈어도 육가예요. 만일 누군가가 들으면, 항쟁으로 발전하지 않나요?"
"아니, 그건 괜찮아. 그 녀석, 이번에 대성군에 가입하니, 거의 내 부하 같은 거다."
"...네에?"
경악을 품으면서, 켄쨩은 다즈몬드에게 다시 질문했다.
"가입이라니, 대성군은 이 이상 또 무슨 일을...?"
"뭐, 전력의 보강이랄까?"
"보강이라니, 세상에..."
켄쨩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거, 이상하지 않나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아가씨."
"지금도 대규모의 확장은 원로원에서 막고 있을 텐데, 대성군은 어째서..."
"그건 말이야, 아가씨."
일말의 틈.
"원로원이 우리한테 마술계의 질서를 지키라고 말하니까 그렇지."
순간, 켄쨩의 눈썹이 높게 올라갔다. 그녀의 커다란 눈은 명백한 적대감을 띄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걸까. 아니면 방금 깃든 걸까. 어쨌든 말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질서를 지킨다니... 당신, 평소에도 그렇게나 부정을 저지르고는, 잘도 그런 말을..."
"그래, 가슴 펴고 말할 수 있다고."
열기를 더해가는 켄쨩의 말을, 다즈몬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영맥폭주 사건 때, 대요마의 태반을 사냥한 건 우리들이니까."
"................."
그러고 보니 그렇다.
다즈몬드가 신의 늑대를.
이가라시 겐조가 히드라를.
그리고 시키가미 겐사이가 중국에서 황룡을 쓰러트렸다고 들었다.
어느 것이나 귀신급의 강적이었다고 한다. 그런 3체를 처리한 대성군의 공적은, 확실히 대단하다.
그런 점은 켄쨩도 같은 생각인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몇 초 동안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래도, 최근의 대성군은 아무리 그래도..."
"어이어이, 그렇게 깊게 생각 말라고. 남자가 한 명 늘어난 것뿐인데? 조금은 이 아저씨의 고생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맞지, 크롬??"
"네, 다즈몬드 님."
크롬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다즈몬드의 잔에 술을 따랐다.
"...전력증강의 목적은 뭔가요?"
"세계평화."
"웃기지ㅡㅡㅡ""자, 잠깐만 아가씨."
다즈몬드는 켄쨩한테 천천히 손바닥을 향하고는, 다른 쪽 손으로 잔을 입에 기울였다. 그대로 깊은 한숨을 짓고는 정면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래. 확실히 나는 세계의 안녕이랄까, 안정적인 질서를 구축하려는 건 아냐."
다즈몬드는 우리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똑바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술에 취한 눈이 아닌, 찌르는 듯한 시선.
"대성군의 목적은, 세계의 구제다. 대성군의 전력 확대도, 로긴스가 이지스를 세운 것도, 전부 그 일환이다. ....뭐, 그 녀석에 관해서는 장난기가 대부분이겠지만."
켄쨩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찌푸렸다.
"저기...다즈몬드 씨.
...의미를 잘 모르겠네요."
"....뭐, 갑자기 말해도 와닿지 않겠지."
다즈몬드는 "그렇군~" 하고 중얼거리면서 턱을 괴고는, 갑자기 딴 방향으로 시선을 바꿨다.
"어이, 아가씨."
"...뭔가요?"
"내일 세상이 확실하게 멸망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넌 그걸 믿을 거야?"
"............네?"
아무래도 선문답 같은 물음에, 켄쨩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보통은 믿겠는데요..."
"그렇지. 그게 보통이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다즈몬드는 약간 목소리에 열기를 깃들이며 어조에 기세를 더했다.
"그건 대체 누가 약속한 거지? 내일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누가 확약이라도 해줬어?"
기세에 압도당했는지, 켄쨩이 조금 곤란한 얼굴로 겁먹기 시작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끼어들었다.
"확약이고 뭐고, 지금의 평온함이 그야말로 내일을 보증하는 거 아냐?"
"음~? 결국은?"
"만일 당신이 말했던 것처럼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면, 이렇게 천천히 밥도 먹을 수 없을 거라고."
"그 평온을 유지하는 게, 우리들 대성군이라고 한다면?"
"뭐어...?"
왠지, 갑자기 이야기가 비약했다.
다즈몬드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켄쨩을 바라보았다.
"비비안 맥켄지."
"...네?"
"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용기는 있나?"
몇 초 동안의 침묵.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그건 용기가 아니에요."
무거워지는 공기.
"이상한 말인데. 고뇌어린 결단을 내리는 것 또한 용기라고 생각한다만."
"나중에 후회할만한 행동은 용기가 아니에요."
"하."
다즈몬드는 어째선지 자조하는 것처럼 웃고서, 술잔 안의 얼음을 빙빙 돌려 소리 냈다.
"...젊구만, 아가씨. 묘한 이상만 바라보다간, 현실에 뒤처진다고?"
"...제가 말하는 것은, 이상 같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글쎄, 어떨지."
다즈몬드는 그런 말을 남기고, 잔에 남은 술을 비운 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다미에서 일어나는 그의 거구를, 곧장 크롬 씨가 부축하였다.
"돌아가시려고요?"
"그래.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로 괜찮으신지요?"
"어. 솔직히 조금 나올 것 같아."
"알겠습니다."
크롬은 다즈몬드와 두세마디 나는 뒤, 우리들 근처에 다가와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두 분. 아무래도 다즈몬드 님은 편찮으신 모양이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돌아가는 거냐고.
이건 또 갑작스런 이야기다. 온 지 아직 30분도 안 지났는데.
"비용은 충분히 남겨둘 테니, 두 분이서 적당히 즐겨주세요.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크롬 씨는 그런 말을 남기고, 점주에게 뭔가를 건네고 바로 돌아가버렸다.
켄쨩도 갑작스러운 일에 놀랐는지, 조금 놀란 얼굴로 현관을 바라보고 있다.
"왜 그래?"
"아니...왠지 직접 대화해보니, 압박감이 대단해서...."
"그래?"
나는 평범한 아저씨로 보였는데.
"소쨩은 아무것도 못 느꼈어?"
"그래. 오히려 소인배처럼 보였어. 쓸데없이 말만 잘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더 말하려는 순간, 켄쨩의 어이없어하는 얼굴을 보고, 난 무심코 입을 닫았다.
"...소쨩이 첫 대면의 사람을 그렇게나 싫어하다니, 왠지 신기하네."
"....그, 그래?"
"응. 소쨩은 그다지 남의 험담 안 하잖아."
그랬었나. 확실히, 그다지 그런 말은 안 했던 기분이 든다.
뭐, 그런 일은 상관없다. 밥 먹자 밥.
"실례합니다. 주문 좀 할게요."
"예이."
"이 모둠회 같은 것하고, 그리고 간 하나. 그리고 미역 샐러드."
"알겠습니다."
"켄쨩도 뭔가 시키지?"
"그럼, 난 슈토와 카라스미."
"예이. 바로 준비하겠슴다."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 그건 그렇고 대단한 초이스다.
"좋아, 그럼 맘껏 먹어보자. 켄쨩, 컵."
"정말, 금세 좋아하기는..."
내 하이텐션에 질린 기색이지만, 싫지는 않은 모습이다. 여기선 적당히 빗장을 풀기로 하자.
"자, 켄쨩. 예~이! 예ㅡㅡㅡㅡㅡ이!"
"그래그래...아, 잠깐만."
켄쨩은 손으로 기다리라는 사인을 하고서, 천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아무래도 문자가 온 모양이다. 여긴 전파도 제대로 통하는가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켄쨩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뭔가 다른 사람들도 모였으니, 일단 중층으로 집합이래."
예~이.
"저기, 어쩔래...?"
"갈 수밖에 없잖아."
난 선술집 주인한테 사과를 한 다음, 그대로 가게를 나와 목적지인 중층으로 향하기로 했다. 집합장소는 아침에 모였던 그 건물이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이미 우리들 이외의 모두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2명.
한 명은 탈모가 있는 아저씨다.
복장으로 보면 매우 고위의 마술사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지친 아저씨다.
또 1명은 적갈색 피부의 청년.
아저씨의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다. 호위인가 보다.
"둘 다, 정말 늦었네요~"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상석에 앉은 로긴스한테 혼났다. 오늘 아침에는 물방울이었는데, 지금은 흑백의 선이 뒤섞인 정장을 입고 있다. 너 그건 이미 정장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제일 빨리 끝났을 텐데... 후후, 어딘가에서 정이라도 쌓고 온 겁니까?"
"꺄~ 싫어! 노비타 씨 저질!"
그런 식으로 대응해보니, 로긴스가 대단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아니, 너 어떻게 반응해달라는 거였냐고.
"...뭐, 이번에는 눈감아드리죠. 그보다도."
로긴스는 우리한테서 시선을 떼더니, 갑자기 옆에 앉은 아저씨들을 바라보았다.
"호드먼 의관. 이 승부, 아무래도 제 승리인 모양이군요."
"...흥."
싱긋 웃는 로긴스에게, 호드먼이라 불린 아저씨는 언짢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거세게 혀를 찼다. 아무래도 험악한 기색이지만, 사정을 모르겠다.
"어이, 켄쨩, 무슨 이야긴데?"
"글쎄?"
그런 우리들한테, 미리온이 넌지시 사정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내기를 한 모양인데요."
"내기?"
"네."
미리온의 말에 따르면, 로긴스와 호드먼 원로원 의관은 이번 호위대상에 붙는 호위대의 일을 두고 다퉜다고 한다. 뭐 실제로는 로긴스가 호드먼의 부하의 출발 직전에 갑자기 끼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리고 대화한 결과, 이지스가 24시간 이내로 협회에서 주어진 고난도의 임무를 전부 해낸다면 이번 호위의 일을 맡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호드먼 의관. 이번 호위 임무는 이지스 부대가 이행하는 걸로 괜찮겠지요?"
"아니, 아직이다."
"호드먼은 고개를 젓더니, 테이블을 탁 쳤다.
"네놈의 부하가 우수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분의 호위는 맡길 수 없겠는데."
"다시 말해서?"
"내 슬하의 원로 마술사를 쓰러트려봐라. 내가 납득할만한 실력을 증명하면 된다."
"흠."
로긴스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턱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대로 우리들 모두를 일별하고는, 입가를 작게 들어 올렸다.
"뭐, 좋습니다. 그 정도로 물러나 준다면 다행이지요."
"뭐...! 크게 나왔구만. 어이, 키리."
"예."
호드먼이 턱으로 휙 가리키자, 키리라고 불린 갈색 청년이 로긴스의 앞으로 뛰어나왔다.
오, 이 녀석 미남이다.
"이 녀석을 포함한 우리 근위대와 승부하도록 한다. 이기면 호위의 권리를 넘겨주지. 어때?"
"예, 문제없습니다."
아니, 있다고.
"그럼, 바로 시작하시겠습니까?"
"...지금부터?"
호드먼의 주장은 당연하다. 모두 임무를 끝낸 직후라 지쳤을 것이다. 그보다 켄쨩은 술이 들어가서 과격한 운동은 정말로 위험하다.
"우릴 얕보지 마라. 임무 뒤의 피폐해진 상태로 뭘 할 수 있다고."
"그 정도로 쓰러질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론, 당신의 보디가드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없습니다."
"...호오.'
로긴스의 도발에, 호드먼이 미간을 찡그린다.
"...벼락출세한 풋내기 주제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후회 마라."
"명심해두겠습니다."
그 후에도 잠시 티격태격한 결과, 우리들은 근처의 연습장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다른 녀석들도 딱히 이의는 없는지, 순순히 로긴스를 따라갔다. 뭐, 미리온은 약간 떨고 있었지만.
출발할 때, 켄쨩한테 몸상태를 묻자 그녀는 미소 지으며 "괜찮아~ 오케~" 라고만 대답했다.
뭐 오바이트라도 하면 도와주자.
◇
연습장에 도착했을 대에는, 이미 호드먼 슬하의 친위대가 집합해 있었다.
원로 마술사인 키리를 포함해 10명 정도로 구성된 그것은, 전원이 체격 좋은 거한들이다.
"5분 만에 쓸어버리고 오십시오."
로긴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저쪽 진지에 자리 잡은 호드먼 일행을 가리켰다.
"규칙은 딱히 없습니다. 뭐, 살인은 성가셔지니 자제하시고. 가장 승리에 공헌 한 자한테는 리더의 자격을 부여하지요."
로긴스의 말에, 내 옆에 앉아있던 시시도가 노골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거 좋네요. 조금 힘내볼까... 응? 안나."
시시도는 활발한 미소를 지으면서, 옆에 앉아있던 아나스타샤를 바라보았다.
"시시도, 그 호칭은 그만두시죠."
아나스타샤는 태도에 변화는 없었지만, 싫지는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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