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76 5초(2)
    2022년 08월 14일 06시 40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673 

     

     

     

     조용하다.

     

     나무들 틈으로 비치는 햇빛은 희미하게 숲 속을 비추고 있다.

     

     전체적으로 습한 공기인 것은, 비가 멀지 않아서 그럴까.

     

     비비안은 그런 공간에 녹아드는 것처럼 조심스레 걷고 있다.

     

     들키지 않도록 발소리를 완전히 죽이고서, 동시에 주위를 냉정한 눈길을 보내며 감각을 예리하게 곤두세운다.

     

     흔들리는 낙엽의 움직임에도 주의하면서, 계속 숲 속을 종단하듯이 나아간다.

     

     수색을 시작한지 20분경. 거리로 보면 1km는 걸었을까. 여전히 목표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ㅡㅡ

     아무래도, 흔적을 숨길 정도의 두뇌는 없는 모양이다.

     

     비비안은 지면에 이어진 거대한 발자국을 바라보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

     

     낙엽이 그다지 쌓이지 않은 곳을 보니, 아직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그것이 숲의 안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농밀한 마력의 잔류. 강렬한 잔향 같은 마소가, 마치 지표처럼 이어져 있다.

     

     수색을 재개하려던 그때, 비비안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흔적이 너무 눈에 띈다.

     

     개 정도의 지능만 있다는 사이클롭스에 이런 의문을 갖는 건 기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비비안은 걸음을 멈출 수 없엇다.

     

     아직 기척은 없다.

     적어도 가까이에는.

     그럴 텐데.

     

     '보고 있어...?'

     

     확신에 가까운 위기감.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만일 사이클롭스가 자신의 존재를 탐지하고 이미 목숨을 노리고 있다면.

     

     그렇다면ㅡㅡㅡ

     

     ".........후우."

     근육을 완화시킨다.

     팽팽했던 의식도 풀고서, 마치 휴식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대로 깊은 한숨을 지으며, 비비안은 수중의 시계에 시선을 옮겼다.

     

     다음 순간.

     

     콰앙.

     지면이 폭발했다.

     

     

     '정말로 왔네...'

     

     

     비비안은 금발을 휘말리면서, 찰나의 순간 지중에서의 융기를 백스탭으로 회피했다.

     

     그리고 멈춰서는, 폭발한 지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틈을 보여서 적을 낚는 것까지는 예정대로였다. 하지만 설마 그런 곳에 숨어있을 줄은.

     

     뻥 뚫린 구멍에서 나온 것은, 사이클롭스.

     

     

     "......찾았다."

     

     비비안은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손가락을 과장되게 튕겼다. 목적의 괴물은 아무래도 지중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아아아아아ㅏㅏㅏㅏ아ㅏㅏ아아ㅏㅏㅏ!!"

     

     갑작스러운 포효.

     장난이 아닌 위압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충격으로 나뭇잎은 날아갔고, 주변의 나무들은 비명을 지르는 듯 삐걱거렸다.

     

     일단 소스케를 불러야만 한다. 그렇게 판단한 비비안이 허리춤의 주먼에 손을 뻗었던 그때.

     

     

     사이클롭스가 총알로 변했다.

     

     

     "ㅡㅡㅡ!"

     

     

     괴물의 스타트 대시에 의해, 다시 지면이 폭발한다.

     첫 수로 선보인 것은 돌진.

     놀랄 만한 속도.

     대형 트럭을 일방적으로 산산조각 내버릴 것만 같은, 무서울 정도의 순발력.

     

     정면으로 받아내기란 어렵다고 판단한 비비안은, 가장자리로 도망치려고 옆으로 도약.

     

     회피에 성공한 비비안은 허리에 차고 있던 쌍칼 중 한쪽을 꽉 움켜쥐며, 발을 디뎠다.

     반격에 나설.....터였다.

     

     

     "ㅡㅡㅡ"

     

     눈이 부릅뜨인다.

     걸음이 느리다고 유명한 사이클롭스가, 고속의 몸통박치기를 한다.

     

     그것만으로도 보통 개체와는 동떨어진 스펙이지만, 다음 행동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

     

     "ㅡㅡㅡ이아아아앗!!"

     

     직진하던 사이클롭스가,

     갑자기 꺾었다.

     변화구처럼 완만한 방향 전환이 아닌, 직각으로. 비비안을 향해서.

     

     다가오는 대질량의 포탄.

     감속할 기색을 안 보인다.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

     

     

     이겼다.

     

     

     적어도 사이클롭스는 그리 확신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빠졌음에도, 비비안의 머리는 무섭게도 냉정했다.

     

     "ㅡㅡㅡㅡㅡ"

     

     찰나의 순간 이루어지는 목표의 포착.

     

     왼손으로 검집을 잡고, 오른손을 손잡이에 갖다 댄다.

     오른발은 앞, 왼발은 뒤.

     발과 발의 거리는 주먹 하나만큼.

     뒤꿈치는 지면에 두지 않고.

     

     

     거합의 자세.

     최속의 검섬.

     

     

     비비안은 사이클롭스가 육박할 때까지의 잠깐 사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신경을 송곳니처럼 날카롭게 하였다.

     

     

     그리고ㅡㅡㅡ

     

     

     "싯."

     

     압축된 시간 속.

     비비안은 허리에 차고 있던 뒷면베기를 발도.

     공중에 나타나는 보라색 섬광.

     울어제끼는 소리의 벽.

     

     

     비비안은 그대로 단번에 도신을 가속시켜서, 눈앞에 있는 거대한 그것에게 참격을 자아냈다.

     둔색의 선이, 괴물을 향해 일직석으로 뻗어나간다.

     

     

     후수이지만 선수로 내지른 그것은, 일방적으로 사이클롭스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마치 입장이 뒤바뀐 것처럼.

     어느 사이엔가, 비비안이 맞아들이는 형태로 공격을 해버린 것이다.

     

     

     "이앗!?"

     

     괴물이 깜짝 놀랐을 때는 이미 늦었다.

     

     어찌할 도리도 없이, 사이클롭스는 두쪽으로 분단되었다. 잘려나간 단면이 빛에 닿자, 기분 나쁜 광택을 발한다.

     

     그럼에도 비비안의 공격은 끝나지 않는다.

     

     "ㅡㅡㅡ훗."

     뒷면베기를 치우면서, 이번에는 허리의 뒤에 찼던 칼을 움켜쥔다. 빼내는 것은 [흑도 야앵].

     

     양단된 두 사이클롭스의 몸체가 자신을 지나가는 것보다 빠르게, [야앵]을 일문자로 휘두른다.

     

     정말 간단히 사등분이 되는 사이클롭스. 곧장 뒷면베기를 다시 휘두른다.

     

     간격을 두고서, 이제야 엄청난 양의 피분수가 튀어 오른다.

     

     비비안은 그것조차도 쌍칼로 베어버리고는, 괴물의 육체를 집요할 정도까지 절단해나갔다.

     

     참격을 참격으로 뒤덮고, 공기와의 마찰로 도신에 열기가 깃든다.

     

     후방의 지면에 도달했을 무렵, 사이클롭스는 무수한 편육으로 변해있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쉰 비비안은, 이마에 땀이 맺혔음을 깨달았다.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손등으로 닦고, 조용히 뒷면베기를 납도한다.

     챙.

     태도가 수납되는 소리가 숲 속에 울린다.

     

     비비안은 사이클롭스를 흘끗 바라보고는, 하나의 확신을 품었다.

     

     틀림없는 강적이었다.

     

     하지만, 이쪽도 고난을 거쳐왔다. 오니가시마에서 상대했던 풍신에 비하면 이런 것쯤이야. 그 말도 안 되는 괴물과 천칭에 매달기도 미안할 수준이다.

     

     그렇게 이번에야말로 연락을 하려고 주머니에 손을 뻗은 순간.

     

     사이클롭스의 손이 뛰어올랐다.

     마치 개구리처럼.

     

     "우왓.'

     

     비비안의 등에, 오한이 날카롭게 달린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전개다.

     

     날아오는 사이클롭스의 오른손.

     이 궤도, 안면을 향하고 있다.

     으스러뜨릴 속셈인가.

     

     비비안은 아직 납도하지 않은 야앵의 끄트머리를 향하며, 그대로 향해오는 손을 찔렀다.

     움찔거리며 경련하는 괴물의 오른손. 마치 갓 잡은 물고기 같다.

     

     "으으음...?"

     갑작스러운 기습에, 비비안은 한 박자 늦게 눈썹을 찌푸렸다.

     

     시체 치고는 이상하게 활발하다.

     스스로 움직이는 건가, 아니면.

     

     "아..에...아, 아아, 아."

     고막을 친 것은, 들릴 터가 없는 울음소리였다. 기세 좋게 돌아보니, 잘게 썰렸을 사이클롭스가 점점 형태를 갖추고 있다.

     

     비비안은 고민했다.

     절명했을 사이클롭스가 재생하다니,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다.

     적어도 자신은 이런 개체의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이 회복력.

     최근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나 할까, 이것은....

     

     '아니, 자세한 건 됐어...'

     

     꿰어놓았던 거인의 오른손을 지면에 패대기치고, 전력으로 대지를 내딛는다.

     사이클롭스는 아직 하반신이 재생되지 않았다.

     기회는 지금.

     

     "하앗!"

     공중을 나는 흑도.

     야앵으로 첫 수를 가하면서, 뒷면베기로 참격을 거듭한다. 날카로운 검격이 살점을 격하게 베자, 선혈이 크게 튀어 오른다.

     

     "에아아아아아ㅏㅏ아아ㅏ아!!"

     

     그것이 상관없다는 듯, 사이클롭스는 엉망진창인 몸으로 반격을 했다. 뻗은 왼주먹은, 폭력의 상징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느리다.

     비비안이 공격을 젖혀 회피하자, 헛손질한 왼팔이 단번이 신축.

     

     왼팔은 그대로 고무처럼 늘어나더니, 저편에 떨어져 있던 오른손을 재빨리 회수. 아무래도 이게 목적인 모양이다.

     

     "이....아아아아앗!!" 

     

     사이크롭스는 비비안한테서 거리를 벌리면서, 마치 부품인 것처럼 오른손을 손목에 대었다.

     

     곧장 일어서는 사이클롭스에는 상처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방금 베었을 외상도 깔끔히 나아있다.

     

     역시 이것은, 오니가시마에서 목격했던 오니족의 특성에 가깝다. 그것도 뇌신과 풍신 같은 상위 오니족에 가까운 면이 있다. 경이적인 재생속도.

     그야말로 그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아무래도, 당황하는, 모양이군.'

     

     

     그것은 정말로, 정말로 낮은 목소리였다. 잠시 누가 말했는지 몰랐던 비비안은,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잠시 사고가 정지되었다.

     

     "...........어?"

     

     "얼빠진 얼굴, 놀라기는. 그 녀석들과 마찬가지구나, 케케케."

     말하면서 껄껄 웃는 사이클롭스.

     사이클롭스가,

     

     "...말했..."

     

     말하려다가, 비비안은 입을 닫았다.

     

     "뭐라고, 말하면, 어떤가? 아앙?"

     

     ....일단,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무기를 드는 비비안을 보고, 사이클롭스는 싱긋 웃었다.

     

     "할 생각이로군. 하지만, 소용, 없다고."

     "뭐가 말인데."

     "이몸은, 체내에 있는, 작은 핵을, 파괴하지 않는 한, 몇 번이든, 되살아난다고. 너로선, 무리다."

     과연.

     그런 원리였나.

     그래서 그렇게까지 조각을 내도 안 죽었구나.

     

     "너 말이야, 스스로 약점을 밝히다니 바보야?"

     "케케케. 상관없어."

     

     말하자마자 갑자기 불손해진 괴물한테, 비비안은 약간 짜증을 느꼈다. 묘하게 말을 끊는 것도 불쾌하다.

     

     "재생핵은, 돌멩이보다도 작은 데다가, 체내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네가 아무리 잘게 잘라도, 죽지 않는 것도, 좋은 증거다."

     ".........."

     비비안이 본격적으로 철수를 고려하기 시작한, 그 순간.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앗..."

     상공에서 날아온 그것은 비비안의 눈앞에 착지. 충격으로 나뭇잎이 흩날린다. 그때 생겨난 진동은, 주위를 마구 뒤흔들었다.

     

     비비안은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했다.

     

     소스케다.

     

     소스케는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서, 천천히 비비안을 바라보았다.

     

     "켄쨩, 무사해?"

     "으, 응..."

     아직 연락은 못했지만, 아마 방금 전의 포효를 듣고 날아온 모양이다.

     그래도 빠르다.

     어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속도로 온 모양이다.

     

     "증원인가...? 케케...이번에는 조금 적구, 만."

     소스케나 나타나도 사이클롭스는 딱히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뭐야 이 녀석..."

     "이몸보다도 작은 주제에, 숫자에서도 불리하다면, 대체 너희들한테 뭐가 남지? 으응?"

     사이크롭스의 도발적인 말을, 소스케는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일단 수다를 잘 떠는 녀석인 모양이다.

     

     "소쨩, 하자. 이 녀석은 아무리 상처 입혀도 재생하니 조심해."

     "뭐? 그럼 전력으로 때려박아주마."

     "핫! 두 명 모두, 저민 고기로, 만들어주지! 케케케케케케!!"

     웃음소리를 신호로.

     

     사이클롭스가 달려갔고,

     소스케가 주먹을 들었고,

     비비안이 칼을 휘둘렀다.

     

     비비안은 승리에 강한 확신을 품으면서, 제2라운드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해냈다."

     

     5초 만에 끝났다.

     

     

     주위에 널린 것은 고깃조각의 초원.

     그것은 마치, 편육 더미를 실수로 엎지르고 만 것 같은 광경이었다.

     

     "..............."

     그의 유쾌한 목소리가 그립게 생각된다. 끝난 것은, 비비안이 첫 일격을 쓰려고 한 순간의 일이었다.

     

     천천히 자세를 잡던 소스케가 돌연 모습을 감추더니, 다음 순간에는 사이클롭스가 파열되었다.

     

     파열은 폭죽처럼 연속으로 일어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요마의 원형은 남아있지 않았다.

     

     핵은... 부서졌을까.

     고민하고 있자, 사이클롭스의 조각이 검은 연기가 되어 그대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아무래도 쓰러트리면 사라지는 타입인 모양이다.

     

     

     사이클롭스가 죽었다.

     

     

     "이걸로 끝인가?"

     "어? 아, 응. 아마도..."

     "그럼, 헤르벨 씨한테 보고하러 가자. 기다리게 하면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한 소스케는 재발리 발걸음을 돌려 숲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놀랐어, 그렇게나 빨리 쓰러트리다니."

     

     "아아, 그거 매일 운동하고 있으니까."

     "그, 그래...?"

     

     비비안은 시계를 흘끗 바라보며, 현재의 시간을 확인했다.

     임무 개시로부터 딱 25분.

     이건 보너스가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비비안이 사이클롭스와의 전투에 대해 전해야 할 정보는 나름 많았다. 평범한 것들보다 강력한 육체. 통상의 개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생능력.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말을 쓴다는 점이다. 이건 믿기 어려운 사태라는 걸 보면, 역시 전례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군..."

     

     보고를 끝내자, 헤르벨은 무표정하게 몇 차례나 끄덕였다. 둔탁하게 빛나는 안경의 안에는, 괴이해하는 감정이 깃들어 있다.

     

     "그건 그렇고, 임무 수고했다. 정말 잘해주었다."

     임무의 성과는 상당했다.

     

     "너희들이 와줘서 행운이었다. 다른 자였다면 아직 손에 부쳤겠지."

     "아뇨, 그런..."

     비비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옆에 선 소스케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딴 사람 일인 것 같은 반응을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헤르벨 씨. 제가 조금만 더 준비를 잘했다면, 요마의 사체를 조금은 갖고 돌아왔을 텐데..."

     "아니, 상관없다네 비비안 군. 그쪽은 해석반이 도출해내겠지. 그보다도, 이렇게 빨리 처리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역시 소문으로 듣던 호걸이군."

     "호, 호걸..."

     비비안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눈썹에 경련을 일으켰다. 칭찬하는 것 같지만 솔직히 기뻐할 수 없다.

     그렇게나 팔뚝이 강하게 보이는 걸까.

     

     "딱히 저 혼자서 쓰러트린 것도 아니니까요...맞지?"

     "아아, 그렇지. 사토 군도 수고했습니다."

     헤르벨은 텐트의 소파에 앉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두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이번 임무는 이걸로 종료한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정말 덕분에 살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와주게."

     

     

     

     텐트를 나와보니, 아직 해가 떠있는 상태다.

     

     "모처럼 빨리 끝났으니,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가자."

     

     "그래."

     소스케는 수긍하면서, 손바닥의 감각을 확인하려는 듯 쥐락펴락했다.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으니, 아마 저 손으로 요마를 분쇄했을 것이다.

     설마 당일치기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비비안이 떠올린 것은, 오니가시마에서의 일. 귀신이 발동한 덫에다, 뇌신의 강습. 단순한 역량 차이와 결정타 부족으로 절체절명의 궁지에 빠졌던 그때, 형세를 혼자 뒤집은 자가 소스케였다.

     

     샤리아가 주워준 그날로부터, 비비안은 철저하게 마술사로서 살아왔다. 강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그 결과 비비안은 겨우 2년 만에 고우의 퇴마사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같은 세대로 한정한다면 시력으로 그리 패배할 일도 없으리라.

     

     좋은 스승을 두고, 한가한 시간을 전부 전투훈련에 쏟고 거듭된 고난을 헤쳐나가 겨우 도착한 상1급이라는 명예로운 자격.

     

     방금 전의 소스케는, 그런 비비안을 가볍게 능가하였다. 한눈에 봐서는 판단을 못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 이 정도가 아닐 것이다. 그 신비롭다고도 말할 수 있는 육체강화의 밀도.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타버릴 것 같은 밀도였다. 그 영역에 이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련을...

     

     "켄쨩?"

      거기서 비비안의 사고가 중단되었다. 정신 차려보니, 옆에 선 소스케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그를 응시한 채 생각에 빠져든 모양이다.

     

     "스핑크스 같은 얼굴인데, 몸상태라도 안 좋아?"

     "아니, 괜찮아."

     대충 말하며, 비비안은 눈을 돌렸다.

     묻고 싶은 일은 몇 갖 있다.

     하지만 가장 알고 싶은 것은 하나다.

     실종 중,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저기, 소쨩."

     "왜?"

     "저기 말이야."

     "응."
     

     ".............."

     ".............."

     ".............."

     

     ".............."

     

     "뭔가, 먹고 싶은 거 있니?"
     

     "고기랑 야채."

     "그래."

     딱딱한 미소를 지으면서, 비비안은 강한 자기혐오에 빠진다. 이런 간단한 물음도 못하는 자신이 정말 밉다.

     

     다시 말해 두려운 것이다.

     그가 뭔가 엄청난 과거를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뜻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그럼 좋은 가게를 알고 있어.

     그곳으로 가자."

     그래도 비비안은.

     이렇게 다시 그와 만난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