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9 절벽 위의 소스케(1)
    2022년 08월 05일 01시 23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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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88 

     

     

     

     그날은 빨리 일어나서, 낮 동안 제대로 몸을 풀었다.

     

     나인이 준 임무이니, 아마 싸우게 되겠지.

     싸우게 된다는 말은, 근육통의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알바가 끝남과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약속한 장소로 직행했다.

     

     여러 사람들이 귀가하는 와중에, 나만 역주행해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귀갓길의 혼잡함이라 부르기에는 약간 모자란 인파에 저항하면서, 나는 전철역에 도착했다.

     

     원하는 전철에 타기 전에 캔커피 하나를 구입. 환승 없이 20분 정도를 타면서, 커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 둔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가 살았던 시골보다도 더욱 시골이다. 그래서 약간 가깝기는 하지만, 난 이 마을을 방문한 일이 없었다.

     

     역은 무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역무원 이외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역 주변에는, 작은 상점가와 도로를 낀 정면에 있는 슈퍼마켓이 하나뿐.

     조름 더 둘러보면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 전에 역 앞의 광장에서 클락션이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차장에 회색 차량이 혼자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 마중 나온 차인가 보다. 코즈미가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이미 차 안에 들어간 건가.

     

     다가가서 보니 운전석이 내가 볼 때 오른쪽에 있음을 깨닫는다.

     외제차인가? 싶어 세세하게 훑어보니, 둥근 헤드라이트와 본넷 위에 플라잉 B의 문양이 보였다.

     

     어, 뭐야 이거 벤틀리잖아.

     황송하니까 다음부터는 자전거로 보내줘.

     

     핸들을 잡고 있는 자는 턱시도를 입은 초로의 남성.

     

     그 운전수가 또 기묘해서, 무슨 생각인지 검은 눈가리개를 장착하고 있다. 그걸 제외하면 검정 올백 머리에 늠름한 풍채가 특징이다.

     

     유리 너머로 미소 지으면서 인사하길래, 이쪽도 일단 고개를 숙여둔다. 그보다 보이는 거냐고.

     

     특수한 취미가 없기를 빌면서, 나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차내에는 이미 코즈미가 자세 바르게 대기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참인지 교복 그대로다.

     

     "안녕하세요, 소 군."

     안에 들어가자마자, 코즈미는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가벼운 인사에 대답하면서, 나는 보기보다 넓은 차내에 자리 잡았다.

     

     "사토 소스케 공이시지요?"

     "아, 예."

     갑자기 운전수가 말을 걸었다. 노령의 고풍스러운, 낮고 차분한 어조다.

     

     "이야기는 나인 님한테서 들었습니다. 피곤하신 차에 죄송하지만,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운전수는 내게 그렇게 전하고는, 천천히 기어를 바꿨다.

     가속 페달을 밟자, 저음이 드높게 울려 퍼진다.

     몸이 흔들리는 진동과 구에 거슬리는 배기음이 안 들린다. 조용히, 그러면서도 굳세게 가속하는 차체는 역을 나섰다.

     

     아아 정말, 멋있잖아 어이.

     차 갖고 싶다 진짜 갖고 싶다.

     하늘에서 안 떨어지나...

     

     "...소 군, 왜 그래요?"

     

     "아니...아무것도..."

     내 묘하게 들뜬 모습을, 코즈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았다.

     

     

     

     

     운전수가 향한 장소는, 교외에 있는 산속이었다.

     뭐, 이 마을 자체가 이미 교외 같은 것이니,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논밭이 사라지고 산이 가까워진 정도다.

     

     차는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 최종적으로는 등산로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주위의 시설이 정비되어 있고, 도로가에는 화과자점 같은 가게가 있는 걸로 보면 그럭저럭 유명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도착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보니, 해는 이미 기울었고 하늘도 청보라로 물들어있다. 슬슬 일몰이 가깝다.

     

     "그럼, 다음에는 저 휴식장에 있는 사람의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운전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리킨 곳에는 작은 아이가 벤치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외모로 보면 소녀인가. 아마 네코구미 사람일 텐데, 네코구미는 여자가 많구나.

     

     "그럼, 저는 이만."

     운전수는 그 말을 남기고 호쾌하게 떠나갔다.

     

     어, 돌아갈 때는?

     설마 도보로? 같은 항의도 할 틈을 안 주고.

     

     "소 군, 일단 말을 걸어봐요."

     

     코즈미가 어안이 벙벙해하던 내 옷소매를 약하게 잡아끈다. 뭐 다시 한번 마중 와주겠지. 그보다 안 오면 반쯤 미쳐버릴 자신 있다.

     

     다가가 보니 그녀의 전체적인 윤곽이 보였다. 등은 나인과 통통이라고 말해야 할까.

     

     

     허리까지 오는 기다란 금발.

     잘 빠진 긴 팔다리.

     그리고 피부가 하얗다.

     이것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얗다.

     

     복장은 검정 머플러와 두터운 원피스. 감기에 걸렸는지 입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두텁다.

     딱히 춥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다가가는 사이 소녀와 눈이 맞는다. 유럽 쪽 유전자를 총괄한 듯한 얼굴이다.

     

     푸른 느낌이 있는 눈동자는 왠지 졸려 보이고, 아직 앳티가 남아있다. 외모로 보면 중학생 정도일까. 뭐라고나 할까, 매우 어린애 다운 어린이다.

     

     소녀는 우리를 깨닫자마자 일어서더니, 재빠르게 달려와서 꾸벅 하고 깔끔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딸랑이을 울리는 듯한, 약간 작은 목소리. 하지만 듣지 어려운 게 아닌, 매우 유려한 일본어였다.

     어쩌면 일본에서 자랐을지도 모른다.

     

     "저기...안녕."

     "안녕하세요.'

     

     "사토 소스케 씨와 시키가미 코즈미 씨 맞죠? 이야기는 나인 씨한테서 들었답니다.

     제 이름은 엘리제. 올해로 12살이 되는 네코구미의 조원이에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열......"

     

     담담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소녀를 보고, 무심코 말문이 막힌다.

     

     12살이라니. 바보 같은.

     

     그보다 이 녀석, 왠지 위화감이 있는데.

     위화감이랄까, 묘하게 이질적이다. 어린애가 요마 사냥을 하는 시점에서 이질적이기는 하지만...

     

     엘리제와 정면으로 시선을 부딪힌다. 어째서 바라보는지 궁금한지, 그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니, 잠깐만.

     

     설마 이 녀석.

     

     "......저, 저기...왜 그러세요...?"

     

     문득 정신 차리자, 엘리제라고 소개한 소녀는 겁먹은 얼굴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무서운 얼굴을 했는지, 나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엿보인다.

     

     조금 아차 싶어 하자, 코즈미가 어깨를 두드렸다.

     

     "소 군, 무서워하잖아요."

     "...미, 미안. 이상한 생각은 없었어. 용서해 줘."

     

     "아, 아뇨... 제 쪽이야말로 멋대로 무서워해서... 죄, 죄송합니다.."

     "섬세한 아이니까, 너무 자극하면 안 된다고요."

     그렇게 못을 박으면서, 코즈미는 몸을 웅크리며 엘리제와 시선을 맞췄다.

     

     "엘리제 씨. 임무 내용의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아, 네... 여기요."

     엘리제는 말하자마자 허리춤에 차고 있던 파우치의 내용물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다급한 움직임이다.

     지금 보기로는 평범한 아이 같다.

     

     "...역시 이 아이도 유명할까?"

     

     물어보자, 코즈미는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엘리제 폰 제켄돌프. 사상 최연소로 특급이 된 천재마술사예요.

     어린이라고 해서 실례하면 안 된다고요?"

     "올..."

     

    말을 들어보니, 특급 마술사는 전 세계에 40명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버그 캐릭터인가.

    재미있어졌구만.

     

    "그, 그런... 천재라니...

     에헤헤..."

     

     이야기를 들었는지, 엘리제가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지었다.

     

     ".............."

     ...이 녀석, 약간이지만 어린 시절의 코즈미를 닮았는데.

     말투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순수하고 무방비하다는 점이 특히.

     

     "크흠... 저, 저기 말이죠. 이번 임무는 산에 정착한 요마의 소탕이 목적이에요.

     그걸 두 분이서 협력해서 쓰러트려주세요. 예상 범위는 이쪽에 적혀있어요."

     

     설명을 재빨리 끝낸 엘리제는, 우리들한테 몇 가지의 짐을 건넸다. 하나는 전에 타카츠키가 갖고 있던 것과 비슷한 지도.

     또 하나는 스톱워치다.

     

     "이번에는 시간제한이 설정되어 있어서, 나인 씨가 30분 안에 끝내라는 명령이에요.

     참고로 이미 이쪽 일대에는 결계를 쳐놓았으니, 일반인이 들어갈 염려는 없어요."

     그렇게 말을 끝낸 엘리제는, "으음..." 하며 조금 생각하는 몸짓을 보이며 손가락을 하나씩 굽히기 시작했다. 설명한 내용의 확인일까.

     

     "....이, 이걸로 설명은 끝이에요.

     요즘은 왠지 강력한 요마가 늘어났으니, 조심하세요."

     

     

     

     엘리제의 배웅을 받고, 나와 코즈미는 등산로로 향했다.

     급한 경사면이었지만, 초반부터 조금 긴 계단이 이어져 있다.

     

     엘리제 왈, 여길 들어가면 자동으로 스톱워치가 작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면 폭발한다고 한다.

     다음에 나인을 만나면 절임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럼, 가볼까."

     "아, 잠깐만요."

     

     계단에 발을 대기 직전, 코즈미가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코즈미의 양손에 레코드판 정도 크기의 마법진이 전개되어 있다. 색채는 심플해서, 오른손에는 흰색, 왼손은 보라색이다.

     

     보아하니 소환하는 건가.

     오, 그럼 볼 수 있다는 말이네?

     소환마법이라는 것을.

     

     마법진이 옅게 발광하자, 손의 끝에서 두 마리의 작은 동물이 나타났다.

     

     흰 마법진에서는 하얀 강아지.

     

     보라 마법진에서는 연보랏빛 뱀.

     길이 1m 정도의 약간 기다란 파충류였다.

     

     

     "............"

     

     ...정말 작은데.

     애완동물이냐고 이거.

     과연 싸움에 도움이 될지.

     

     [케케케케케케케...

     오랜만이구나 코즈미.

     오늘은 무슨 일로...]

     

     처음으로 입은 연 것은 연보라색 뱀 쪽이다. 뱀은 갑자기 껄껄 웃다가, 약간 커다란 눈으로 코즈미를 응시했다.

     

     [...........근데, 누구냐 넌?]

     

     뱀은 날 보자마자 의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가느다란 혀를 내밀며 쉬익거리며 위협을 시작한다.

     

     [어이 너, 누구냐고.

     이몸이 묻고 있으니 빨랑 대답해]

     

     "아니, 나는..."

     "아롤, 말투가 그게 뭐예요. 그리고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뱀의 불손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코즈미가 보모인 것처럼 혼냈다.

     뱀은 나와 코즈미를 교대로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네, 그러니 제대로 인사하셔야 돼요?"

     

     [케케케...알았다고]

     

     의외로 솔직하다.

     완전히 태도가 나쁜 녀석은 아닌 모양이다.

     

     코즈미가 손을 뻗자, 뱀은 그 팔에 어깨까지 휘감겼다. 내 뇌리에 뱀 사용자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어, 어이 코즈미 씨.

     비주얼 적으로 그건 좀 무섭다고.

     

     "소 군, 이 조금 입이 더러운 아이가 아롤. 보조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아이예요."

     [아롤이다. 잘 부탁해 아저씨]

     

     "아로...!?"

     

     "아니, 됐어. 계속해."

     "미, 미안해요... 아롤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코즈미는 내게 꾸벅꾸벅 고새를 숙이고 나서, 또 한쪽의 소환수인 하얀 강아지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엿차."

     강아지의 앞다리의 겨드랑이를 품고서 휙 들어 올린다. 아무리 봐도 강아지를 안아 든 것으로만 보인다.

     

     "이 아이는 진. 주로 전선에서의 싸움을 담당해줘요.

     실제로는 더 크지만, 유지 마력이 격심해서 전투 중 이외에는 이 모습이 되게 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상황에 따라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편리하네.

     

     "진, 당신도 인사를."
     

     [내 이름은 진. 잘 부탁한다 인간]

     

     "자, 잘 부탁해."

     조금 더듬으며 대답하자, 진은 "그래." 라며 엄숙히 끄덕였다.

     약간 대하기 어렵네 이 녀석.

     

     

     

     

     준비가 끝났으니 우리들은 다시 요마의 제거를 시작했다.

     

     코즈미도 평소의(따스한 우유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선두에는 일단 내가 서고, 그 뒤에 코즈미와 팔에 감긴 아롤. 후미에는 진이 따라오고 있다.

     

     언뜻 보면 산책으로 보이는 광경이지만, 이 종대는 여러 가지로 생각되는 면이 있다. 이 부근은 좀 기니까 생략.

     

     계단을 통과해서 산길에 도달했을 때, 문득 주변의 공기가 가라앉았음을 깨달았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마력이 짙어지고 있다.

     요마가 가까운 것이다.

     

     디 그리피아에 비하면 미량의 변화여서 감지하기 어렵지만, 간과하면 위험에 직결된다.

     집중해야만 한다.

     

     그러자, 그때였다.

     발치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시선을 옮겨보니, 아롤이 혀를 내밀면서 냄새를 맡는 듯한 움직임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동시에 묭, 하는 기괴한 소리도 내고 있다. 음원은 이 녀석인가.

     

     "뭐 하고 있어?"

     

     "마력을 탐지하고 있어요.

     반경 5km 정도라면 정확한 위치까지 알아채요."

     색적이 가능한가.

     티아도 사냥할 때는 쓰고 있었지만, 범위가 엄청 넓은데. 티아의 감지 범위는 500m 정도였다.

     

     보조에 뛰어나다고는 말했는데, 그 외에도 뭔가 있는 건가.

     

     어쨌든 나도 미력하나마 협력하자. 갈고 닦은 감이나 직감으로 근처의 생물이라면 기척을 찾는 정도는 가능하다. 더욱이 상대가 내게 살기를 향하고 있다면 순식간에 감지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바로 발견했다.

     빠른 호흡과 느릿한 발소리.

     

     2시 방향에 19m.

     

     가깝다.

     [가깝다고 진]

     

     뱀의 보고와 동시에, 눈앞에서 섬광이 달렸다.

     

     [카아아아!!]

     

     귀를 찌르는 짐승의 포효.

     뛰어들었을 때에는, 이미 진이 강아지에서 대형견 정도의 크기로 성장해 있었다.

     

     백은의 그림자는 나무들을 가로지르면서 달려 나갔고, 아직 모습도 안 보이는 적을 향해 전광석화처럼 질주했다.

     

     그대로 고속으로 숲의 수풀로 뛰어드나 싶더니, 그곳에서 새카만 연기가 피분수처럼 분출. 그리고 작은 비명.

     

     얼마 안 지나, 진이 천천히 수풀에서 뛰어나왔다. 입에는 고릴라 같은 요마가 물려있었는데, 이미 목이 깨물려서 절명해 ㅇ있었다.

     

     빨라.

     엄청난 반응속도다.

     

     [...너무 잔챙이로군]

     

     진은 요마의 사체를 잠깐 보고는 짧게 코를 울렸고, 코즈미의 앞으로 달려서 돌아왔다. 입가의 검은 피가 약간 거슬렸지만, 곧장 휘날려서 사라졌다.

     

     "진, 역시 대단해요."

     코즈미는 돌아온 진의 머리를 쓱쓱 문질렀다. 반응은 없었지만,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다음에도 잘 부탁해요."

     [그래. 이 정도라면 나만으로도 문제없겠지]

     

     "그럼, 앞으로 나아가죠 소 군."

     [소스케는 후방지원을 부탁한다]

     

     "예이."

     그런 말을 남기고, 진은 선두에서 걷기 시작했다. 아롤은 코즈미의 팔에 휘감겨서, 여전히 묭~ 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감지는 아롤이.

     전투는 진이.

     그리고 회복은 코즈미가 담당하고 있다.

     

     어라?

     나 필요 없네?

     그보다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미키가 명령했을 때의 그때.

     

     뭐, 저 소환수도 단기로는 언젠가 한계가 오겠지. 그때 도와주면 된다.

     어쨌든 일단 내 차례는 없어 보인다.

     

     언젠가 올 차례를 기다리면서, 나는 코즈미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정말로 난 필요 없었다.

     

     진이 전부 단독으로 격파해주기 때문에 내가 나설 차례를 찾을 수 없다.

     뭐, 그 녀석의 말대로 잔챙이만 나와서 확실히 진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사이즈도 전부 소형. 나로서도 쓸데없는 몸의 혹사는 피하고 싶으니 다행이다.

     

     그런 상태로 30체 정도 쓰러트릴 무렵. 갑자기 아롤이 주위를 확인한다. 이번에는 면밀하게 천천히.

     

     "왜 그래요, 아롤?"

     [...........5체 남았구만. 그리 멀지 않다고]

     

     [...5체인가]

     

     시간은 15분 정도 남아있다. 이 페이스라면 쉽게 이기겠지.

     

     하지만,

     

     "조금 맥 빠지는데."

     "...그렇네요. 좀 더 무리한 일인가 싶었거든요."

     나인이라면 더 엄청난 임무를 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상태라면 정말 문제없이 끝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나인이 안 온 모양이네."

     "그야 천위 마술사니까요. 여러 가지로 바쁘겠죠.'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

     

     "천위 6문은, 천위 마술사의 통칭이었지?"
     

     "네, 그래요."

     "1위는 누구야?'

     

     불사묘, 율인형, 경계. 산옥. 중린. 전부 5명이다. 한 사람 부족하다.

     

     내 질문에, 코즈미는 약간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분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녀의 의외로운 대답에, 난 약간 어이가 없어졌다.

     

     "...죽었다고? 노환으로?"

     "아뇨, 누군가한테 살해당했어요. 증거사진도 많이 있는 모양이니, 그건 틀림없어 보여요."

     "하지만, 시계에서 제일 우수한 마술사잖아?"

     

     "...마법협회에 대한 반역행위라고 소문은 났지만, 진상은 잘 모르겠어요. 협회가 뭔가 숨기는 모양이라서."

     "흐음..."

     왠지 들어보기로는 수상쩍은데.

     위험한 짓이라도 해버린 걸까.

     

     "소 군은, 6문이 새겨진 비석을 본 적이 있나요?"

     

     "그래... 붙잡혔을 때."

     "애초에 그 비석은 초대 천위 마술사 중 한 명이 만든 것인데, 마술사로서 어느 일정한 선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이름이 새겨지는 구조라고 해요. ....원리는, 지금도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요."

     정말 편리한 마도구잖아.

     

     "하지만, 1위가 죽어서 이름은 지워졌는데도 어째선지 순위가 바뀌지 않아요. 변동도 없이 계속 그대로라서, 협회에서도 이 일은 이례로서 일단 방치해두고 있어요."

     

     코즈미는 잠시 뜸을 들이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메리 노트.

     예전에는 [벽왕]이라고 불렀던, 세계 최강의 마술사. 현대 마술사 중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벽왕."

     "그래서, 6문이 5명밖에 없는 것은 그런 이유예요. 조만간 협회 측에서 룰을 바꿔서 다시 6명이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렇구나..."

     다시 말해 6문이란 것은 협회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수다도 좋지만, 아직 방심하지 마라]

     

     우리의 대화에, 진이 못 박듯이 내뱉는다.

     코즈미가 신중한 얼굴로 수긍했다.

     그냥 네가 리더 먹어라.

     

     "...그럼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가볼까 코즈미."

     진과 아롤은 어느 정도 밤눈이 밝은 모양이지만, 코즈미는 강화 타입이 아니라서 밤 속은 위험할 것이다. 완전히 해가 저물기 전에 끝장내는 편이 좋다.

     

     그러자, 그때였다.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드물게도 코즈미한테서 대답이 없는 것이다.

     

     설마 일하지 않는 내게 싫증난 것인가.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코즈미 일행이 있을 등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소스케는 눈을 부릅떴다.

     

     "...코즈미?"

     

     숨었다거나 멀리 갔다던가 하는 수준이 아니다.

     

     없다.

     

     그리고ㅡㅡㅡ

     

     갑자기 [그것]은 소스케를 덮쳤다.

     

     "......!?"

     소리 없이.

     기척 없이.

     본래라면 말도 안 되는 각도에서, 검은 무언가가 사출되었다.

     

     사각에서 관자놀이를 향하는 그것을, 소스케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해 붙잡았다.

     

     손안에 있는 것은, 쿠나이 같은 작은 표창. 지금도 아직 약하게 회전하고 있다.

     

     "뭐야 이건...'

     고찰할 틈도 없이 다음 공격이 시작된다.

     

     주변의 나무에서 검은색 검이 단번에 생겨났다. 하지만 손잡이도 칼집도 없다.

     나타난 것은 검신만.

     주인 없는 투박한 장검.

     그것이 5자루.

     

     흉기들은 뱀 같은 움직임으로 일제히 소스케한테 이를 드러냈다. 잘 보니 어느 정도는 수축이 가능한 모양이다.

     

     흑검의 목표는 전부 급소였다.

     머리와 목은 물론, 심장과 폐.

     내장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노리고 있다. 그리고 약간 타이밍을 다르게 하고 있다.

     

     하나를 피하면 또 한 자루의 검이 맞추기 쉽도록. 그리고 그걸 피하면 또 다른 검이 맞추기 쉽도록.

     서로를 커버할 수 있는 위치. 목표가 자동적으로 내몰리는 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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