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6 상대성 나인(3)2022년 08월 03일 23시 06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51
"ㅡㅡㅡㅡㅡ!"
그 자리에서 뛰어서, 다른 곳으로 회피한다
대지에 그의 주먹이 꽂힌 순간, 학교에 지진이 일어났다.
일어나는 비명.
구경꾼들은 혼란에 휩싸여서, 일제히 소란을 피웠다.
지금 것은 위험했다.
본체가 큰 대미지를 입으면 분신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지금 것은 그야말로 그럴 수 있는 일격이었다.
'지금의 반응으로 들켜버린 걸지도...'
일단 분신체를 집중시켜서, 그 안에 섞인다.
다시 한번 모습을 숨기고 착란시켜서, 소스케와 대치한다. 이미 표정에 웃음기는 없고, 창처럼 날카로운 두 눈으로 적을 포착하고 있다.
"그럼.."
어째선지는 모르지만, 방금 전보다 확실히 강하다. 아무래도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쪽도 간단히 이기게 해 줄 수는 없다.
이 수많은 잔상 속에서 실체를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
방금 것은 아마 우연이었겠지.
범위 공격이라도 하지 않는 한, 전투 속에서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다음에 그가 섣불리 손썼을 때가 승부다. 그때 즉시 반격을 먹여주마. 방금 했던 이상한 마술을 사용할 틈도 안 준다.
순식간이다.
전력으로 지면을 박차서, 소스케한테 달려간다. 그에 따르듯이 사방팔방에서 분신체들이 이를 드러냈다.
그가 얼마나 방어를 잘하건, 전부 동시에,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 공격한다면 막아낼 수 없으리라. 그리고 이것이 있는 한 그는 후수를 둘 수밖에 없다.
나인한테는 그런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소스케와 눈이 마주쳤을 때,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것이다.
"너냐."
턱 하고 머리를 붙잡힌다.
거머쥔 자는 소스케였다.
속도에서 압도적인 어드밴티지를 가졌을 자신이 쉽사리 붙잡혔다. 그것도 수많은 분신체 안에서.
그 사실에, 나인의 의식이 따라가지 않았다. 그걸 탐지한 분신체들이, 소스케를 막기 위해 전력으로 공격했다.
"비켜."
그가 그렇게 중얼거린 뒤, 분신들은 전부 사라졌다. 그가 특별한 공격을 한 것도 아닌데도.
그냥 손을 휘둘렀을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분신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소스케는 다리가 지면에 닿지 않을 정도로 들어 올려서, 나인을 공중에 붕 뜬 상태로 만들었다.
"잠깐..."
나인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무슨 일어났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소스케는 어디선가 그걸 본 기억이 들었지만, 지금은 관계없다.
마침 1초 정도 틈이 생겨서, 비어있는 손을 명치 부근으로 천천히 들었다.
어차피 강한 것이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대미지도 통하지 않겠지.
조금 강하게 때려 박아주자.
소스케는 그렇게 판단하고, 주먹에 마력을 집약시켰다.
들어 올린 오른손에 검은 오오라가 일렁인다.
너무 범위가 넓은 것을 사용하면 주위에 피해가 간, 이번에는 마력의 질을 바꾼다.
폭파가 아닌 관통.
작게 압축해서, 보다 단단히, 보다 빠르게.
"어, 잠깐, 만."
"소작대창(小灼大槍)."
사출 되는 기둥 모양의 마력.
허공에서 형성된 기둥은 순식간에 나인의 도망칠 곳을 없애며, 작은 몸을 뒤덮었다.
대창은 대지를 찢었고, 운동장을 두르고 있던 결계를 뚫고서는 그 앞의 산을 관통하여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
저질러버렸다.
넓은 운동장.
그 중심에서 나는 꿈쩍도 움직이지 않은 채, 자신이 범한 사실만을 곱씹고 있었다.
이건 너무 심했다.
그보다 바보냐고 난.
저런 짓을 하면 죽어버리잖아.
왜 여기서 필살급의 기술을 쓴 거냐.
운동장을 둘러봤지만, 나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나인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잠깐. 그 녀석은 은밀의 실력도 일류였다. 어딘가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방심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슬슬 나오는 편이. 모두 걱정하니까.
주로 내가.
"나, 나인. 슬슬 나오지 그래."
반응 없음.
저, 정말로 없나...?
어쩌면 마신 부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나?
그, 그런 작은 여자아이를 죽ㅡㅡㅡ
"어, 어이 나인! 적당히 하라고!"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고!
"......나인?"
다시 한번 나인이 있던 지면을 바라본다. 방금 전에는 못 봤지만, 그곳에는 대량의 혈액이 흩어져 있었다.
"어?"
.............................어?
"...나인?"
어이 이상하잖아 이거.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어?"
거, 거짓말이지?
이 녀석 무진장 강했잖아?
어?
정신 차리고 보니, 주위가 조용해져 있다.
이미 말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나를 전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으음."
일단, 진정하자.
인간은 어떤 때라도 침착해야 한다.
나는 주위의 분위기에 견딜 수 없어져서, 스윽 손을 들었다.
"오늘 숙제가 있으니 돌아가도 되나요?"
"될 리가 없잖습니까..."
전력으로 돌아본다.
그곳에는 하얀 수증기 같은 것이 모여있었다.
뭐지 싶어서 놀라고 있자, 수증기는 점점 형태를 이루다가, 인간형으로.
그것이 세부까지 더욱 세밀하게 변형해가자, 이윽고 고양이 귀 후드를 쓴 소녀, 나인 바스필드가 서 있었다.
뭐, 뭐야 저거...
"아아...정말...이거 새삥이었는데..."
진저리가 난다는 기색으로 내뱉더니, 옷에 묻은 먼지를 재빨리 털어낸다.
사...살아있어?
아니, 애초에 죽지 않다는 건가?
어쨌든 저것은 틀림없는 나인이다.
"...너, 왜 살아있어? 유령? 어떻게 된 거냐고 그거?"
"그건 이쪽의 대사라구. 이런 귀여운 여자애한테 그런 기술을 쓰다니..."
나인은 정말로 언짢았는지, 둥그런 눈동자로 날 노려보았다. 대미지는 남지 않은 모양인가.
그제야 이 녀석의 이명이 불사묘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 녀석의 가짜 고양이 같은 코스튬은 제쳐두고서, 확실히 이건 불사신이라 하기에 어울리는 생명력이다.
그보다, 한번 죽었지.
확실하게 죽었지.
하지만 마술로 생명의 재생이 가능할 리가...
그럼 좀비라던가...
그렇게 응시하고 있자, 나인이 깜짝 놀란 얼굴로 시선을 맞췄다.
"...? 왜 그래? 용사 군?"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자. 살아있다면 됐잖아.
내 반응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나인은 입가를 들어 올리며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라라? 혹시, 이제 와서야 내 매력을 깨달았다거나?"
"저기, 그런 건 이제 됐으니 떨어지시죠."
"뭐야 이 노골적인 반응..."
저런 망할 꼬마가 미인계를 써도 기쁘지 않다고. 키도 내 명치에 닿을지 어떨지......
"....음?"
어라?
이 녀석, 방금 전보다 키가 커졌나? 옷도 조금 팽팽해진 듯한 느낌이.
"너, 혹시 살쪘어?"
"뭐어?"
그 순간, 나인이 브로리 같은 얼굴로 변모했다. 우왓 무섭다고 저거. 실언이었나.
"...그보다 이 승부는 내가 이긴 걸로 됐지?"
"...어? 아아, 승부...
응, 이거라면 불만 없어. 내 권한으로 네 처분 등을 말소시켜줄게."
"그러다는 말은..."
"응. 용사 군은 이제 자유야. 축하해."
자유라는 당연한 인권의 의미를, 둔한 머리로 천천히 곱씹는다.
다시 말해 나는.
"아....."
나는.
"앗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망연자실해하는 관객들을 내버려 두고, 나는 이 널찍한 운동장 중심에서 제정신을 잃고 기뻐했다.
기쁘다. 정말로 기쁘다.
이렇게나 기쁜 것은 오랜만이다.
솔직히 아직 걸리는 점은 몇 가지 있지만, 일단 지금은 기뻐하자.
그래,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해도, 지금은 기뻐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났던 요마.
타카츠키는 박살내고 잡아먹으려 했던 요마가,
사실은 나인이 보낸 요마였다고 깨달았다 해도, 지금은 기뻐해 두자.
성가신 일은 나중으로 돌리자.
군자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 법.
나인이 심술궂은 미소로 지켜보는 와중, 나는 단지 우직하게, 풀려난 기쁨을 맛보았다.
◇
"그럼, 용사 군은 이제 돌아가도 돼. 바이바이 또 봐."
나인은 그 한 마디만 남기고 혼자 돌아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점프해서.
뿅~ 하고.
혼자서, 말이다.
놀랄 정도로 손쉽게 풀려났다.
확실히 말해 맥 빠진다.
그보다 나도 함께 데리고 돌아가라고. 여기 내버려 두다니 괴롭힘에도 한도가 있잖아.
그렇게 생각했지만, 여기는 내 집과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코즈미는 집에서 매일 다니고 있으니, 굳이 협회로 돌아가는 것보다 무난하게 돌아갈 수 있겠지.
다행히 돌아가는 법을 교장한테 물어보니, 고맙게도 매우 친절히 가르쳐줬다.
아무래도 교문에서 전용 버스가 몇 대 출발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가장 가까운 역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그보다 전용 버스라니 뭐냐고.
유치원이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갑자기 교장이 불러 세웠다.
"사토 씨, 잠깐 괜찮습니까?"
딱딱한 목소리였다.
어깨너머로 돌아보자, 아무래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지요?"
"아뇨, 보아하니 정말 훌륭한 움직임이라서... 설마 정말로 이긴다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왠지 반응하기 곤란하다는 말투다.
일단은 "감사요." 라고만 대답해두었다.
"나인 씨 덕분에 당신의 처분은 사면되었지만, 면허가 없다는 점에는 변함없습니다."
교장은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는,
"당신은 지금, 마술을 사용할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는, 매우 불안정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 말대로다.
"이제부터 협회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가늠이 안 됩니다. 주의하시지 않으면... 또 성가신 사태에 휘말리고 말겠지요."
"추, 충고, 감사..."
그리고, 근처의 산을 무너뜨려서 죄송하다고 일단 사과해둔다.
마음속으로.
"아뇨... 그리고 이 학교의 일을 일반인에게 발설하면 매우 무거운 죄가 내려지니, 부디 그 점을 잊지 마시길."
"조심하겠습니다."
눈이 진심이었다.
◇
"소 군!"
코즈미 일행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러 가자, 안색이 바뀐 코즈미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내가 뭔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내 몸을 여기저기 만지기 시작했다.
잠깐, 어이.
"심한 부상... 지금 고쳐줄게요."
코즈미는 그렇게 말하더니, 양팔을 내 허리에 감으며 크게 안아버렸다. 나와 코즈미의 상반신이 밀착한다.
부드러워.
섬유유연제도 쓰고 있나.
"가만히 있어요."
코즈미를 통해서 옅은 빛이 날 감쌌다. 약한 불의 벽난로 같은 따스한 빛이다.
몸에 있은 외상은 순식간에 막혔고, 고민거리였던 근섬유의 손상까지 말끔히 사라졌다.
"뭐...라...고...?"
엄청난 치유다.
이런 것은 이세계에서도 그리 본 적이 없다고.
이 녀석, 이렇게나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따로 아픈 곳은 없나요?"
"아, 아니...없어.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말을 흐리면서, 슬프다는 듯 고개 숙인다.
일단은 "미안." 이라고 사과해뒀다.
"사, 사토 씨."
문득,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티아가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귀여워.
"왜 그래?"
"바, 방금 싸움, 대, 대단했어. 저, 정말로."
티아는 양손을 붕붕 흔들면서 흥분의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얼굴이 묘하게 빨갛다.
그레이몬의 초진화를 보았을 때의 내 얼굴과 비슷했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저, 정말, 대단해, 너무 대단해."
"그, 그러냐."
나도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네 상태도 좀 대단해.
괜찮은 거야?
"역시나 선생님. 6문을 그리도 쉽게..."
"타, 타카츠키..."
너도 있었냐고. 그리고 그 옆에서 미키도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대단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오늘이라는 날을, 저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냐..."
뭐, 대단하다고는 들어도, 나인도 그다지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이니, 자랑해도 좋을지는 미묘하지만.
"...말로는 들었지만, 너 진짜 장난 아니네..."
그렇게 말한 미키는 내 복근 부근을 응시했다.
어이어이, 그렇게 빤히 보지 말라고. 부끄럽잖아.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을 사과할게. 그런 말을 해서 미안."
"아니, 하하하. 이제 신경 안 쓴다고."
"그보다도 사토, 좋은 돈벌이 이야기가 있는데, 어때?"
어때?
가 아니라고.
◇
"후우..."
코즈미 일행과의 대화를 끝내고 교문으로 나와보니, 이미 3시를 넘기고 있었다.
태양에서 내려오는 햇살은 당연하게도 뜨거워서,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었다.
역과 교문을 잇는 정기 버스가 오는 시간은 수십 분 뒤일 테니,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자 갑자기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
시선만 돌리자, 본 적 있는 금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저 녀석... 왕자...? 그러고 보니 저 녀석과는 직접 대화한 일이 그다지 없었지.
좋은 기회이니 인사만 해둘까.
"어이~"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내가 다가가자, 왕자는 대단한 스피드로 방향을 돌리고는 그대로 학교 건물 쪽으로 떠나가고 말았다.
마침 그 타이밍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타고서 창문으로 바깥을 보니, 왕자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대체 뭐였던 거지.
그 녀석은 날 싫어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묘한 짓은 해오지 않는데.
뭐 됐다.
미움받는 것은 꽤 익숙하다.
여기부터 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그것은, 내가 잠에 들기에는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
이튿날 아침, 일요일.
체포당하든 고양이를 쳐죽이든, 내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날은 알바 시간대가 풀로 들어차 있어서, 아침식사를 끝내자마자 몸단장을 끝내고 8시 무렵에 집을 나섰다.
가는 도중에 보니, 코즈미한테서 문자가 5건 정도가 와 있었다. 어젯밤은 돌아와서 바로 목욕하고서 취침해서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몸의 상태나 협회의 동향에 대해 이거 저거 물어보길래, 일단 걱정 말라고 대답해뒀다.
언덕에서 평지로 내려가서, 근무지인 슈퍼마켓에 도착한다.
"안녕, 사토 군."
전날부터의 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지만, 알바처에 나가보니 사사미네 양 같은 천사가 있어서 뭔가 이득 본 느낌이었다.
1주일이나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그리움을 느낀다.
역시 익숙한 직장은 안심이 된다는 건가.
다른 파트타임 직원들한테도 민폐를 끼쳤으니 잠시 인사하러 돌아다니려고 하자, 점장이 드물게도 사원들 모두를 집합시킨다.
"여러분, 모여주세요."
개점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이 가게는 아침 조례 같은 것이 없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 웬일이지?"
일단 들은 대로 점장이 있는 곳으로 사사미네 양과 함께 향했다. 이미 종업원 대부분이 모여있어서, 약간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생각했더니, 구마가야 점장이 종업원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오늘부터 새로운 알바생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헐~
왜 또 이런 어중간한 시기에. 보통은 여름방학 사이에 하는 거 아닌가.
"아직 학생이니,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어쨌든 동료가 늘어나면 기쁘다. 거기다 일도 잘하는 사람이면 더욱 기쁘다.
"그럼, 슬슬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네, 점장님."
점장의 등 뒤에서 자그마한 체구가 빼꼼 튀어나온다.
눈처럼 하얀 백발이 휘날리는, 인형처럼 단정한 얼굴의 미소녀 등ㅡㅡㅡㅡ
"여러분 처음 뵙겠어요. 나인 바스필드라고 해요."
장장장.
"와아, 사토 군. 외, 외국인이에요~ 외국인."
사사미네 양이 옆에서 귀띔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여러분, 나인 양한테 뭔가 질문 있나요?"
"아! 저요! 나인 양의 고향은 어딘가요?"
기운 좋게 손을 드는 사사미네 양.
그건 나도 좀 흥미 있는데.
너 어디 사람이야?
이스칸달?
아니면 나메크 성?
괜찮다면 돌려보내 줄까?
"네. 고향은... 그리스인데, 일본에는 유학생으로 왔어요."
말하면서 부드럽게 미소 짓는 나인 양.
"그리고 이 땅에 익숙하지 않아서 고생하는 일도 많겠지만, 부디 잘 부탁할게요~"
나인은 사교적인 미소를 지으며 우리한테 정중한 인사를 해왔다. 아가씨라고 해야 하나.
인정하자. 넌 귀여워. 귀엽다.
귀엽지만 죽어.
"어라...? 왜 그래 사토 군?"
"아니... 딱히..."
사사미네 양한테 대충 대답하자, 갑자기 백발 소녀가 나를 향해 스윽 걸어왔다.
"당신.. 사토 씨라고 하나요?"
감옥에서 봤던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다.
"멋진 이름이네요!
같은 알바 동료로서, 이후로도 잘 부탁드려요! 사 토 씨!"
"............"
말도 안 돼.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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