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7 숨어드는 고양이의 마수2022년 08월 04일 03시 17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62
"더워..."
화창한 날의 오후, 슈퍼마켓의 휴게실에서, 나인은 전율하는 표정으로 그런 신음소리를 내었다.
일단 말해두지만, 오늘은 그리 더운 편이 아니다.
확실히 덥기는 덥지만, 8월 중순의 타오르는 듯한 열기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이 방은 약간이지만 냉방도 되고 있다. 정말 쾌적한 공간이다.
나는 나인을 잠깐 보고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수중의 잡지로 눈을 돌렸다.
"사토 군... 더워어... 죽겠다구우..."
그래 죽어.
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이 방에는, 현재 사사미네 양도 있으니까.
"나인쨩, 괜찮니?
물 가져올까?"
나인이 알바로 들어온 이후, 사사미네 양은 그녀에게 성모와도 같은 사냥함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죄송해요... 미코 씨..."
"아니, 괜찮아. 아직 온 지 얼마 안 지났는걸. 일본의 환경에 익숙지 않은 건 당연해."
"미코 씨이..."
"착하지 착해."
사사미네 양은 미소 지으면서 나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참고로 근무 중에는 후드를 쓰지 않는다.
당연한가.
"그럼, 마실 것 갖고 올 테니 잠깐 기다리렴."
사사미네 양은 그렇게 말하고서 재빨리 휴게실을 나갔다.
남겨진 두 사람.
나인은 느릿한 움직임으로, 엎어진 채로 고개만 내 쪽을 향했다.
"사토 군..."
"왜."
"....나, 이 나라에서 지낼 수 없을 것 같아......"
나인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다.
최근 나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 아무래도 전에 있던 나라와의 기후 차이가 심신에 피로를 느끼게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상한데.
뭔가 아냐.
"너, 처음 만났을 때는 쌩쌩했잖아."
"그때는, 일본에 막 왔던 참이라..."
그렇다는 말은, 이 고온다습한 기후에 당해버렸다는 말인가.
하지만 기후 정도로 뻗어버리다니, 이 녀석 의외로 연약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사토 군은 모르나 보네... 영국의 평균 기온은... 이곳보다 10도는 낮다구... 그보다 난 원래부터 뜨거운 것에 약해..."
호오.
"그보다 너, 알바 중에는 용사라고 안 부르네?"
".........남의 앞에서... 용사 군이라니... 어떻게 불러..."
그건 그렇다.
"...그러고 보니 너, 결국 뭐하러 이 마을에 온 거야?"
"..........비밀."
기세를 타서 은근슬쩍 물어봤지만, 즉시 거부당했다.
뭐 어차피 변변찮은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어.
".......음."
문득 시계로 눈을 돌리자, 이제 슬슬 휴식시간이 끝나려는 참이다.
슬슬 북적이기 시작하니 화장실이라도 가서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겠지.
"아, 맞다 사토 군.. 오늘... 네 집에."
"그럼, 난 이제 간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그보다, 그냥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나? 라고 생각될 만큼 안색이 나쁘다.
아는 사람이 본다면 응급차를 부를 수준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거 자각하지 않는 거냐 이 녀석은.
"......뭐 됐어."
떠날 때 중얼거린 나인의 말을, 나는 마지막까지 눈치챌 수 없었다.
◇
나인 습격.
이것은 전미.....아니 나를 진동시킨 대사건이 되어서, 이 자그마한 슈퍼마켓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저 녀석이 왜 어떤 목적으로 여기까지 쫓아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녀석이 뭔가 하려고 왔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다.
나인이 뭔가의 목적의식을 갖고 날 대하는 것은 명백하니, 난 그걸 재주껏 회피하려고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이런 움직임을 보여올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할 정도로 한가하게는 안 보인다. 아무래도 저 녀석에게 있어 나는 생각보다 중요한 존재인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터 이외에서 나에게 접촉을 시도한 일은 없었다.
첫 대면을 가장하여, 그곳에서 착실하게 알바 동료로서의 위치를 습득해갔지만, 그것 뿐이다. 정말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집에도 안 오고, 밤길에 습격해오지도 않는다. 그 탓에 멋대로 쫄았던 나는 멋대로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고 마는 꼴이 되었다.
그리고, 나인이 준 영향은 나로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싹싹한 미소로 언제나 즐겁게 웃으며, 남녀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가 되었다.
알바 동료, 손님,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조리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고 녀석은 사사미네 양하고도 친해져서, 나인이 인기인으로서의 지위를 얻어 원하는 대로 할 때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열흘이 지났다.
9월 중순.
그녀가 움직임을 보인 것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
알바가 끝나고 귀가하자, 웬일로 할머니가 현관까지 마중 나왔다.
왠지, 초조한 기색이다.
"어서오려무나.
네게 손님이 왔단다.'
"...손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코즈미인가?
그러고 보니 오늘, 그 녀석이 제반 사정으로 집에 온다고 말했었지. 예정 시간보다 조금 빠른 느낌도 들지만.
가방을 들고 거실로 향한다.
그곳에는 붉은 테 안경의 검은 보브컷 누나가 예의 바르게 정좌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본 적이 있는 누나다.
"실례하겠습니다."
순간, 진심으로 주먹이 나갈 뻔했다.
조건반사라고나 할까, 적이 본거지까지 침입한 듯한 기분이 든 것이다.
왜 이 녀석이 여기 있는 거냐고.
"저기...당신은 분명..."
"아즈마입니다. 아즈마 쿄코."
그래, 맞다.
아즈마 씨였다 아즈마 씨. 세계마법협회에 소속된 사람으로, 날 붙잡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방을 부엌 의자에 내려놓고, 그대로 다다미 위에 앉는다.
"내 방에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누가 들으면 위험한 이야기지?"
"그렇네요, 저로서도 그러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장을 내 방으로 이행. 어제 청소해 둬서 다행이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가려던 때, 접시를 든 할머니가 불러 세웠다.
"잠깐 소스케. 올라갈 거면 이거 들고 가려무나."
들은 대로 받아 든다. 접시 위에는 차와 꽤 비싸 보이는 화과자가 있었다.
"그럼, 무슨 일이 생기면 부르렴. 그리고 너무 소란 피우지 말고."
"예이."
내 방에 들어가자마자, 아즈마 씨는 의외로 불쑥 내뱉었다.
"...의외로 정돈되어 있네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일단 "그렇지?" 라고 대답했다.
"흐음.."
신기하다는 듯 방을 구석구석 바라보는 아즈마 씨.
어이, 너무 두리번거리지 마.
"만화... 꽤 많이 갖고 있네요..."
"뭐?"
그러자, 그때였다.
내 방의 입구가, 엄청 호쾌하게 열린 것은.
"안녕~!
이야~ 미안 쿄쨩!
여기까지 오는 길을 좀처럼 찾기 어려워서! 좀 헤매
닫았다.
"너무해 용사 군. 이 누나가 모처럼 놀러 와줬는데."
(문틈에 억지로 몸을 끼워놓으며) 방에 들어온 나인은, 얼굴을 부풀리면서 귀여운 분노를 드러냈다.
일단 나가라고 해둘까.
이 녀석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니.
"너, 이제 와서 뭐하러...응?"
나인을 창으로 던져버리려 했을 때, 그녀의 등 뒤에서 잘 아는 사람이 튀어나왔다.
"저기... 안녕하세요."
놀랍게도 코즈미였다.
무슨 조합이냐고 이건.
현관에서 마주쳤나?
그보다... 아니, 정말. 좁은 방에 4명이나 들어오다니.
"아즈마 씨. 방석 갖고 오 테니 잠깐 비켜봐."
"아, 죄송합니다..."
장롱에서 방석 몇 장을 꺼내서, 그녀들한테 나눠준다.
생각한 대로, 두 사람이 앉은 것만으로도 바닥은 꽉 차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책상 위에 걸터앉게 되었다. 다음은...
"나인이 남아버리네."
"아, 난 침대도 괜찮아."
"그러냐. 복도나 계단 어디가 좋아?"
"침대도 괜찮다고 말했다구."
음~ 싫은데~
하지만 어쩔 수 없나.
"헤어볼은 토하지 마. 오빠하고의 약속이다?"
"아하하하, 용사 군. 오늘 좀 쌓여있지 않아? 어쩔래? 옥상 갈래?"
방 안에서 좀 그런 공기가 전개되었을 때, 조용히 무릎 꿇고 있던 코즈미가 쭈뼛거리는 기색으로 손을 들었다.
"저기...아즈마 쿄코 씨였죠? 그리고 나인 씨도. 왜 그런 유명한 사람들이... 소 군의 집에?"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당신 정도의 사람이 왜 이 집에.."
"아니, 그냥 집이 가깝다고."
"...집이 가까워? 혹시 아는 사이입니까? 그 시키가미 가문과?"
"그래. 맞지, 코즈미?""네. 소 군과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어요."
약간 초조한 대답을 하는 코즈미. 아즈마 씨는 그 대화를 보고,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과연... 그랬습니까. 사토 씨한테 그런 교우관계가...."
"쿄쨩. 그런 건 됐으니 빨리 대화 시작하자구~"
자기만 빼놓고 대화하는 게 따분했는지, 나인은 재미없다는 얼굴로 두 다리를 파닥거렸다.
오오, 제멋대로 하기는.
일단 먼지 나니까 그만하라고.
아즈마 씨는 수중의 차를 홀짝이고는, 조용히 접시에 놓고서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뭐하러 왔는데?"
"조금, 보고가 있습니다."
"보고? 무엇의?"
"사토 씨의 처우에 대해섭니다."
"뭐....?"
듣고서, 있는 힘껏 눈썹을 찌푸린다.
처우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사토 씨를 완전히 자유롭게 하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무슨 뜻이지?"
"그것은.."
"이 세계의 구조도 제대로 모르는 널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게 협회의 판단이라구."
아즈마 씨가 대답하기 전에, 나인이 못 참겠다며 내뱉었다. 정말 흘려들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어이 잠깐. 그건 말이 다르다고."
뭘 위해서 내가 대중들 앞에서 살인 쇼를 벌인 거냐.
"그보다 말이죠.. 나인의 판단이 너무 제멋대로였습니다. 아무리 천위 마술사라 해도, 뭐든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즈마 씨는 힘겹게 말을 늘어놓으면서, 곁눈질로 나인을 흘겨보았다. 뭐라고나 할까, 매우 무뚝뚝한 얼굴이라 알기 어렵지만, 조금 화내고 있다.
"이야~ 하하하. 난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나는 꽤 높으니까."
"나인... 하마터면 대참사가 날 뻔했다고요... 좀 더 6문으로서의 자각을..."
"미안 미안."
말하려는 아즈마 씨와, 그걸 이리저리 회피하려는 나인. 이래서는 이야기가 안 나간다고.
"...결국, 난 어떻게 된 거냐? 또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냐고?"
그건 절대 싫은데.
다음에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발광하면서 프리즌 브레이크를 할 자신이 있다.
그런 내 물음에, 아즈마 씨는 "아니요." 라며 고개를 저었다.
"윗선과 교섭한 결과, 사토 씨는 협회에 보호대상으로 인지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보호대상?"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후천적으로 마술의 재능에 눈뜬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 협회에 보호되게 된다던가 뭐라던가.
자세히 물어보니, 보호대상이란 특급 이상의 마술사의 감시하에 있는 경우에 한해, 마술의 사용을 허락받는 특별한 처우라고 한다. 그 대신 감시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만 한다.
아즈마 왈, 지금 협회는 나의 존재를 꽤 위험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 이미 츠치노코의 일로 주목하는 모양이지만, 학교에서 나인을 직접 쓰러트린 것이 더욱 인상을 짙게 만든 모양이다.
그 결과, 나인의 독단은 취소되고 나를 다시 체포하려는 계획이 세워졌다. 역시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해서, 아즈마 씨가 여러 가지로 생각하여 나인한테 맡기도록 재주껏 설득시킨 모양이다.
"보호대상이 된 사토 씨의 관리를 맡게 된 자는, 나인을 중심으로 한 퇴마 그룹, 통칭 [네코구미] 입니다."
"...뭐야 그게."
아즈마 씨한테서 처음 듣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런 내 질문보다 앞서, 코즈미가 기세 좋게 아즈마 씨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네, 네코구미요!? 네코구미라면 그!?"
라고 한다.
하지만 놀랐다는 말은 유명하다는 말인가. 어쨌든 코즈미가 자세히 아는 모양이라서 귓속말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거 대단하냐?)
(네, 네에... 인원은 적지만, 그만큼 정말 강한 사람들이 모인, 나인 씨가 리더인 단체예요. 멤버는 특급 마술사만의 정예라고 해요...)
"뭐, 다즈 아저씨의 녀석들한테는 당해낼 수 없지만."
나인이 그렇게 말한 순간, 코즈미의 어깨가 들썩였다.
꽤 작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귀가 좋은데 너.
"구성원은 나랑 쿄쨩을 포함해 4명. 너도 더하면 5명이 되겠네."
"적어."
한도가 있잖아.
몬헌이 아니라고.
그건 사실상 단체가 아니라 1반이라는 수준이라고.
"뭐 확실히 인원은 적지만, 실력은 다들 좋아. 그러니 네 관리도 맡게 되었어. 인원이 적으면 융통성도 좋으니까."
"그거, 거절하면 어떻게 돼?"
"아니, 거부권은 없는 모양이더라구."
나인은 확실하게 단언했다.
"용사 군은 지금, 협회에서 가장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 안 그러면 내가 일부러 개인을 감시하러 오지는 않아."
그건 또 정말 억지스런 이야기다.
"그보다, 그 네코구미라는 것에 들어가야만 하는 거냐? 목적은 내 감시잖아."
"아니, 감시라기보다, 나로서는 보호하는 거니까. 다른 녀석들한테 시비 걸리지 않게 꼬리표를 달아두는 편이 좋다구."
나인의 설명을 보충하려는 듯, 아즈마 씨가 입을 열었다.
"사토 씨는 1급 마술사의 자리를 습득할 때까지 저희 팀에 소속시킬 예정입니다. 그것이 보호대상의 마술사가 협회에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라인입니다. 그때까지는 참아주시길."
아즈마 씨의 말로는, 그 자격을 습득하면 법률상 협회에서 나에게 쓸데없는 간섭을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인데.
그런 긴 시간 동안 속박될 수는 없는데.
나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잖아.
"...내가 마술을 쓸 수 있는 이유를 모른다던가, 그런 쪽의 문제는 어떻게 되었냐?"
생각해보면 그게 발단이었다.
협회로서는 어떻게 마술을 배웠는지도 중요할 터.
"당신은 과거에 마술을 악용한 사실도 사용한 사실도 없어 보이니, 일단은 그 점에 대해서는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안 물어봐?"
"딱히 명령을 받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러냐."
팍팍 물어보진 않는구나.
혼자 결단을 내리는 것도 불안해서, 여기선 일단 코즈미한테 의견을 물어보자.
"...어떻게 해야 좋다고 생각해?"
물어보니, 코즈미는 잠깐 놀란 얼굴을 하다가, 곧장 진지하게 대답해줬다.
"일단은... 받아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소 군의 입장상, 거절하면 협회가 적대시할 가능성이..."
그런가. 그렇구만.
코즈미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마 그게 정답이겠지.
"알았어. 들어갈게."
대답하자, 아즈마 씨는 약간 의외라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꽤나 쉽게 결정했네요."
"거부권은 없다고 말한 건 그쪽이면서."
"아뇨... 사토 씨는, 좀 더 일상을 소중이 하는 이미지라서..."
그것도 그렇지만, 어차피 주목받고 말았다. 내가 도망칠 수 있는 범위라면 어디든 쫓아오겠지.
여기선 나인의 목적을 알아낼 때까지 어울려주자.
"아, 그리고. 그 네코구미라는 것에 들어가는 김에, 나도 조금 부탁이 있어."
"뭐지요?"
"내 가족을 휘말리게 하지 마. 이것만은 약속해줘."
"알겠습니다. 어떠한 이유건, 사토 씨의 가족은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죠."
"고마워."
"아뇨, 일반인에 대한 간섭은 이쪽에서도 금지되어 있으니."
그래도 약속해준 것은 고맙다. 아즈마 씨는 의외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네코구미...?
에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 거냐?"
말하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나인이 이때다 싶어 몸을 일으켰다.
"간단해~ 나랑 함께 협회에서 주어지는 임무를 해나가면 되는 거라구. 물론, 성공하면 그만한 보수도 줄게."
"학교는 안 다녀도 되는 거냐? 다니지 않으면 면허 못 따잖아?"
"몇 명의 특급 마술사 이상의 추천이 있으면, 몇몇 공정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시키가미 씨가 그 좋은 예겠네요."
"네?"
갑자기 지명당하자 놀랐는지, 코즈미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묘한 소리를 냈다.
"저, 저 말인가요?"
"예. 분명 당신은 3년 전에 벌써 2급 마술사의 자격을 습득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역대를 통틀어 상당히 빠른 편이네요."
"그, 그런... 저 따윈..."
코즈미한테 시선을 보내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칭찬받아서 기쁜 모양이다.
"다음은, 어느 정도의 실적이겠군요. 시키가미 씨처럼 고위 신구와 계약하는 등, 어필의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초보자한테 갑자기 큰 자격을 주면 마술사의 가치가 내려간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최소한 필요한 요소라는 말인가.
아니, 취득하는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준 거다. 원래는 감사해야 할 일이겠지.
"설명은 이 정도겠네요.
따로 질문은 없으신지?"
"그래, 없어."
"그렇습니까. 나인한테서는 뭔가 말할 것은?"
"아니~ 전혀~"
"그럼, 사토 씨에 대한 보고는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그럼, 이제 해산하면 될까.
그렇게 말하려던 때, 나인이 막 생각났다는 듯 날 불러 세웠다.
"아, 잠깐만 용사 군."
나인은 약간 서두르는 기색으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꺼내 든 뭔가를 내게 내밀었다.
그것은 둥글고 중앙에 고양이 발의 마크가 들어가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검은색 칩 같은 것이다.
"자, 줄게."
"...뭐야 이거. 병뚜껑?"
"네코구미의 핀 배지. 조직원 모두가 달고 있어. 이것 봐."
그렇게 말하고서, 나인은 점퍼의 가슴 부근을 우리한테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방금 받은 배지와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나인은 여기서 혼신의 헤벌쭉한 표정을 드러내더니,
"쿄쨩하고 둘이서 생각했거든. 귀엽지?"
"아니, 촌스러운데."
"뭐, 뭐어!?"
유원지에서 놀 때 다는 거잖아 이거. 네 취향이 다 드러난다고.
"용사 군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냐!? 전미가 진동한 디자인이라고 이거! 글치!? 쿄쨩!!"
나인은 아즈마 씨를 향해 기세 좋게 돌아보면서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즈마 씨는 딴 곳으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어, 어라...? 쿄쨩, 배지는...?"
나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즈마 씨한테 물어보았다. 하지만 아즈마 씨의 움직임은 없었고, 겸연쩍다는 듯 딴 곳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쿄쨩...?"
"..............."
"...이거, 귀엽지?""...아니요."
아즈마 씨가 불쑥 내뱉었다.
그늘이 보이는 표정이었다.
"쿄, 쿄쨩 그때 귀엽다고 말했잖아..."
"너무 유아틱합니다."
"히이ㅡㅡㅡㅡㅡㅡ!?"
너희들, 꽁트할 거면 돌아가라고.
자리가 수습될 무렵에는, 이미 시곗바늘이 8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직 목욕도 못한데 더해, 슬슬 배도 고파온다...
다시 말해, 이제 좀 해산했으면 한다.
그보다 너희들 일이 끝나는 시간대에 남의 집에 있지 말라고.
코즈미는 별개지만.
참고로 핀 배지는 받아두기로 했다. 거절하는 것도 미안해서.
"그럼 사토 씨, 바로 당신께 네코구미에서 임무를 부여하겠습니다."
"...임무?'
정말 성급한 이야기다.
연수기간도 없냐고.
"3일 후의 밤에 시간 되십니까?"
"비어있어."
"그럼, 종이에 쓰인 시간에 이 장소로 집합해주세요. 자세한 것은 그때."
말하면서 아즈마 씨가 내민 하얀 종이를 받아 든다.
그녀들은 이 시점에서 더 전할 말이 없었는지, 화과자에는 손도 안 댄 채 다다미에서 일어섰다.
"돌아가는 거냐?"
"응. 오래 있으면 미안하니까. 아니면 요사 군, 좀 더 내가 있었으면 해?"
"아니 돌아가."
뛰어서 돌아가.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제 오지 마.
"아 그러셔. 그럼 바이바이 용사 군. 또 봐. 아, 임무에 나올 때 배지 달아야 한다? 약속이다?"
"그, 그래."
나인은 마지막까지 실실 웃고 있었다.
◇
나인 일행이 돌아가서 겨우 한숨 놓나 생각했더니, 아직 코즈미와의 일이 끝나지 않았다.
애초에 오늘은 이 녀석이 온다고 해서 방을 청소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미안해요 소 군. 일하고 돌아오자마자, 이런 늦게까지 신세져서요."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코즈미를, 천천히 달랜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기다리게 해서 미안."
코즈미는 마시던 차를 접시에 되돌리더니, 온화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소 군의 방에서 차분히 말하는 거, 오랜만이네요."
"응? ...아아, 그렇긴 해."전에는 둘 다 화난 상태여서 차를 마실 틈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자주 이 방에서 놀곤 했었다.
게임과 트럼프와 영화감상.
그중에서도 일본 프로레슬링 놀이를 했었다며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그건 정말 지나쳤다.
코즈미의 가족한테 들켰다면 반드시 살해당했을 것이 틀림없다.
"...꽤 아팠었어요, 그거."
"아니, 미안... 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사과하는 내게, 코즈미는 따스히 미소 지었다.
"후후, 거짓말이에요. 소 군은 힘 조절을 잘해서, 아프지 않았는걸요?"
"그, 그래? 그럼 다행이다..."
"네."그림자 없는 얼굴로 미소 짓는 코즈미.
...........음?
"어이....너."
"아....저 구슬."
갑작스럽게 내 목소리를 가로막으면서, 코즈미는 책장에 놓인 구슬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립네요. 그때 그대로예요."
"......어, 가장 잘 만들어진 거니까. 가능한 한 소중히 보존하고 있어."
그 때라는 것은, 코즈미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이다.
그날로부터 벌써 약 10년.
서로가 마술이라는 영문 모를 것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인생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법이다.
그보다 내 인생은 너무 파란만장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 소 군이 함께 놀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언제까지나 소극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해요... 분명, 친구도 없었을 테고요..."
"그래? 넌 어찌저찌해도 싹싹한 성격이니,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그렇지 않아요. 소 군한테는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
언뜻 보면 아무런 문제없는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뭘까 이 위화감. 뭔가 못 참겠다.
"소 군."
"왜?"
"다음에, 둘이서 놀러 갈래요?"
...어?
"뭐야 갑자기."
"조금 먼 곳까지 가서... 쇼핑이라도..."
"어이 코즈미."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처럼, 내쪽에서 말을 꺼냈다.
"너, 오늘 뭐하러 온 거야?"
내가 질문한 순간, 코즈미는 어째선지 침묵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상해.
오늘이 나는 이전과 다르게 이상한 말은 하지 않았다.
이상한 짓도 안 했다.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묘하다고 생각하여 표정을 들여다보니, 매우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지."
그것도 꽤 무거운 문제가.
정답이었는지, 코즈미는 약간 눈을 치켜뜨면서 작게 한숨을 지었다.
"소 군은, 의외로 날카롭네요..."
"됐으니 말해봐.
그것 땜에 온 거잖아."
그 말을 끝으로, 나와 코즈미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다짐했는지, 코즈미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실은 저..."
"어."
"학교를..."
"학교를...뭐?"
"학교를 졸업하면..."
풍경이 메아리치는 방에서, 코즈미는 떨리는 입술로 작게, 중얼거렸다.
"저, 이탈리아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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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
이탈...리아?
"오란다?"
"아뇨, 이탈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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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이탈리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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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지, 그거."
결과적으로 그 커밍아웃은, 나를 매우 혼란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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