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5 상대성 나인(2)
    2022년 08월 03일 20시 5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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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40 

     

     

     

     "소 군!"

     

     "선생님!"

     

     음식을 오물거리면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학생들한테 손을 흔든다. 여기서 뛰면 안 된다고?

     

     "잘도 여기 있다는 걸 알았네?"

     

     "소, 소 군하고 교장선생님이 여기 갔다는 걸 본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런 일은 상관없어!

     그보다 너 체포되었다는 거 진짜야!?"

     

     "진짜라고."

     가볍게 말하자, 여자 3명의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어째선지 타카츠키만은 신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벌써 전해졌나 보네. 언제야?"

     

     "점심시간에 티아가 가르쳐줬어! 그랬던 그다음에 교장선생님이랑 네가 같이 걷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고!

     그리고 운동장에는 어째선지 6문 중 한 명이 있고!

     대체 뭐가 일어나는 거야!?"

     

     미키가 안색을 바꿔서 단번에 여러 질문을 늘어놓았다.

     아니, 그보다도 여기로 오는 도중에 누군가가 봤단 말인가.

     오고 나서 그리 시간은 지나지 않았는데, 정보가 퍼지는 게 빠르네.

     

     

     "한번에 얼마나 질문을 하는 거냐고 미키..."

     "그러니까 미키는...

     이런 때까지 잘도 농담하고 있잖아 너..."

     어이없어하는 미키를 놔두고, 티아는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건다.

     

     "사토 씨... 그럼 마술면허가 없다는 이야기도."

     "그것도 진짜야. 애초에 누군가한테 마술을 배운 일도 없고."

     딱 잘라서 말하자,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 어라? 웃으라고.

     

     조금 지나자 코즈미가 내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이다.

     

     "...이, 일단, 소 군은 사정을 설명해주세요."

     "알았어."

     

     

     그 후로, 일단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말했다.

     이세계 관련의 화제는 생략하고서, 마술면허가 없는 탓에 협회에 체포되었다는 것을 간략하게 말해줬다.

     

     

     

     모두 말하자, 미키는 곧장 머리를 감쌌다.

     

     

     "어이가 없어... 별난 녀석이지만, 나쁜 사람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누구에게도 존재를 들키지 않고 마술을 습득했을줄은...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너는 진짜 좋게좋게 생각하는구만 타카츠키.

     

     "마술 관련의 정보는 절대 흘리지 않도록 협회가 관리하고 있는데... 학교에도 안 가고, 후천적인 재능도 아니면, 대체 어떻게..."

     티아도 그녀 나름대로 중얼거리고 있다. 교장도 말했지만, 이 시대에 마술면허가 없는 마술사는 정말 드문 모양이다.

     

     "...뭐, 내가 어떻게 마술을 배웠는지는 일단 제쳐두자고."

     코즈미 이외의 사람들한테 이세계에 대해 말할 생각은 없다. 쓸데없는 혼란을 일으키는 행동은 좋지 않아.

     

     "그보다도 선생님. 나인과 싸우게 된다는 거, 정말이십니까?"

     

     타카츠키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런 일까지."

     "역시 진짜인가보네요..."

     

     "아니, 근데 이건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교장을 바라보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보다 그조차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겠지. 나인은 싸우겠다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대체 누가...

     

     "방금 나인 본인이 말했거든."

     본인이냐고. 뭐 하는 거냐 그 녀석.

     

     "소 군... 왜 그런 대단한 사람이랑 싸우나요?"

     "...이기면 석방시켜준다고 해서."

     "그런..."

     

     표정이 어두워지는 코즈미. 이 녀석은 예전부터 싸움을 싫어했으니까.

     

     "...어쨌든 지금 바로 사과하지 그래. 천위 마술사와 싸운다니 바보 같은 짓이야."

     "그렇게나 강해...?"

     미키는 그다지 사람을 칭찬하는 성격으로는 안 보이지만, 그런 그녀가 극찬하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아니, 확실히 대단한 마력이기는 했지만.

     

     "나인 씨는 여섯 명 중에서는 두드러지는 이야기가 적은 분이에요.

     하지만, 현대 기술로 만든 전함 정도라면 수십 척 정도는 어렵지 않게 침몰시킬 수 있다고 해요."

     

     사기꾼이냐고.

     

     

     "하지만, 성격이 잔혹한 녀석은 아니지?"

     "............."

     잉? 왜 가만히 있어?

     

     "사토, 너 다시 생각해볼 수는 없어?'

     

     "나도... 이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해..."

     거듭 나를 말리는 티아와 미키. 어이 잠깐, 무서우니까 그만두라고.

     

     이제 와서야 일의 중대성을 이해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냉정히 생각해보면 세계 챔피언 같은 녀석과 싸운다는 말이다. 그것도 꽤 진심으로.

     

     아니,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난 이대로 가면 범죄자가 되니..."

     

     "범죄가 어때서? 죽으면 다 소용없잖아."

     넌 이런 때 상냥한 말 하는 거 금지.

     

     

     모두 나인과의 승부를 철회하라는 충고를 듣고 있다가, 문득 시계에 눈길이 갔다.

     

     그때 30분 전후로 운동장에서 집합이라고 들은 것을 떠올렸다.

     지리고 지금은 그 30분을 넘어서 있었다.

     

     "이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 먹은 식기를 반납구에 되돌렸다.

     

     "미안 모두들. 슬슬 갈게."

     "잠깐, 너.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는걸."

     "이제 와서 거절 못해."

     "그냥 순순히 감옥에서 지내. 면회 정도라면 또 가줄 테니까."

     "봐준다 해도, 후유증이 남아버리면 큰일."

     

     내가 교장을 재촉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려던 그때, 갑자기 오른손을 붙잡혔다.

     

     

     "소 군..."

     "왜."

     

     

     설마 너까지 말릴 셈은 아니겠지.

     

     

     "다치지만은 말아야 해요?'

     

     "...알았어."

     

     이 녀석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겠는데. 일방적으로 패 죽이도록 노력하자고 결심했다..

     

     

     "선생님이라면 걱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운을."

     

     넌 슬슬 선생이라 부르는 것 좀 그만했으면 하는데.

     하지만 믿어준다는 것은 기쁘다. 좋아~ 소스케 군 진심을 내자~

     

     

     "아아, 정말! 왜 모두..! 너 정말 어떻게 되든 모른다!?"

     

     

     미키는 미키대로 내 무모한 도전에 열받는 모습.

     누군가한테 걱정받는 일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그때였다.

     

     

     "늦어, 용사 군."

     

     갑자기 후드가 휘날린다.

     우리들의 등 뒤에, 나인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마치 RPG의 인카운터처럼.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뒤를 잡혔다.

     

     교장 이외의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모두의 근육이 단번에 긴장되었다.

     

     

     "이야기는 끝났지? 이제 준비도 끝났으니, 가자구?"

     

     

     "...그래."

     

     

     이렇게, 천위 마술대 vs 범죄자라는, 정말 걸맞지 않은 매칭이 이루어졌다.

     

     

     제3 운동장.

     정식 명칭 제3 마술 연습장.

     

     기본적으로 사용은 5학년부터.

     다시 말해 어느 정도 학년이 올라가지 않으면 못 쓴다.

     이 연습장은 하교 내에서 가장 넓고, 가장 결계가 튼튼하다.

     

     그것은 여기서 고위력, 광범위의 마술을 쓰는 것을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인 왈, 지금까지 그걸 더욱 강화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서 주위를 돌아본다.

     등 뒤에는 어느 사이엔가 수많은 구경꾼들이 날 응시하고 있었다.

     

     남학생, 여학생.

     심지어 교사와 잡부 같은 사람의 모습까지 있다.

     소문의 천위 마술사를 한번 보려고 몰려든 모양이다.

     

     그런 것보다, 내가 어떤 식으로 당할지 보러 온 거겠지. 녀석들의 눈에서는 기대감과 동시에, 연민과 동정에 가까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참고로, 입회인은 교장이 해준다는 모양이다.

     

     "...그럼, 적당히 관중도 모여들었으니 슬슬 시작해보자구."

     나인은 그렇게 조용히 선언하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며 팔짱을 천천히 풀었다.

     

     확실히 말해 내키지 않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다. 방심하지 않고 신중히, 움직임을 잘 보면서.

     

     그러자, 그때였다.

     

     운동장 가득히 귀를 찌르는 노호성이 울려 퍼진 것은.

     

     "기다려어어어어!!"

     

     모든 학생의 시선이, 내게서 그 녀석으로 바뀌었다.

     

     그곳에는 하얀 탱크톱을 입은 30대 정도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각진 근육을 자랑하는 거한.

     검게 빛나는 상완이두근이 눈부시다.

     

     

     알겠다.

     너 체육교사지.

     

     

     근육남의 시선은 내ㅡㅡㅡ가 아닌, 나인에게 향해 있었다. 명백한 적대심을 드러내면서.

     

     

     "오랜만이다, 나인."

     

     "........누구?'

     

     근육의 질문에, 나인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질문으로 답했다.

     아마 정말로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보다, 진짜 누구냐고.

     

     "누구시죠.......?"

     

     영문을 몰라서 일단 교장 선생한테 상황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이 학교에서 백병술을 가르치는 사이몬 선생입니다. 나인 씨와는 동기인데, 학생 시절부터 사이가 나빠서..."

     "학생 시절이라니.."

     그렇게나 오랜 악연이었다는 말인가.

     확실히 나인한테는 여러 곳에 적이 많아 보인다. 그보다 진짜 몇 살이냐고 이 녀석.

     

     "저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볼일이 있으니, 나중에 해주지 않을래?"

     "푸하하하하하하! 내 모습을 보고 무서워졌는가!? 하지만 도망치려 해도 그렇겐 안 되지! 왕년의 굴욕, 여기서 갚아주마!!"

     

     그 대화에, 나인이 참지 못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 정말 성가시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천천히 몸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나서 굵고 긴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한쪽은,

     

     "거기 너!!"

     

     놀랍게도 나였다.

     

     "...나?"

     

     "사토 소스케였나? 네놈이 전날 붙잡힌 범죄자라는 것은 이미 들었다! 뭐, 걱정 마라! 나인을 쓰러트린 후, 대신 내가 상대해서 감옥에 돌려보내 줄 테니, 거기서 가만히 보고 있어!!"

     

     반론할 틈도 없이,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 나인! 그때의 내 분노를 맛보도록 해라!!"

     

     "잠깐, 멋대로 진행시키지 말라구."

     "말은 필요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단련된 나의 철권! 그 눈에 제대로 새겨둬라!!"

     

     운동장에 휘몰아치는 마력의 격류.

     사이몬 선생은 점점 그 팔을 비대화시키더니, 온몸을 곰에 뒤지지 않을 만큼 굵게 변화시켰다.

     

     "하아..."

     그제야 말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았는지, 나인은 귀찮다는 듯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사이몬 선생은 멈추지 않는다.

     근육을 팽창시키고 붉은 오오라를 두르며, 운동장에 깔린 지면이 파이게 하며 직진하고 있다.

     

     마치 파성추의 돌진이다.

     

     주위에 동요가 전해진다.

     설마 이런 사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모양이다.

     

     한편 나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결심했는지, 사이몬 선생을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작은 입가에서 작은 송곳니를 보이면서,

     

     

     "냐인."

     

     귀엽게, 울었다.

     

     도약한다.

     마치 고양이처럼.

     정말 가볍게.

     그리고 유려하게.

     

     모든 일거수일투족에서 과격함을 빼버린 듯한, 그런 움직임.

     

     사실, 나인이 서 있던 지면에는 약간의 흙먼지도 일어나지 않았고, 애초에 그녀한테서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녀석의 움직임은, 그렇게나 조용했던 것이다.

     

     그녀가 간격을 좁혔다는 사실을, 대체 어느 정도의 사람이 눈치챘을까.

     

     그 자리에 존재하는 여러 사람들의 인지 속도를 뛰어넘어서, 회색 점퍼를 입은 고양이는 사이몬 선생의 코앞까지 육박했다.

     

     마치 순간이동이었다.

     

     말 그대로,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그녀는 결코 근거리가 장기가 아니다. 오히려 원거리 부류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그 거리를 좁히는데 1초의 절반도 안 걸렸다고 생각한다.

     

     "읏ㅡㅡ!?"

     경악하는 것보다 빠르게, 반사적으로 자랑하는 철권을 내리친다.

     

     그러자 나인은 미끄러지며 사이몬 선생의 등뒤로 돌아갔다.

     

     돌아갔다기보다, 그냥 사이몬 선생의 옆을 지나갔다. 그것도 걸어서. 하지만 너무 빨라서 주위의 누구도 그걸 깨닫지 못했다.

     

     강속구를 놓치고 만 뒤에 생기는 공진을 거쳐서, 이제야 사이몬 선생은 나인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그 무렵에는 이미, 나인은 그의 뒤에서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진 나인의 모습을 찾으려 했을 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비기, 냥냥 펀치."

     

     손끝에서 백색의 마법진이 전개된다.

     

     나인이 그때 무슨 마법을 썼는지는,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다만 적어도 고위 마술은 아니다.

     아마 바기나 메라 정도.

     그 정도의 마술이다.

     

     그 정도로도, 사이몬 선생은 날아가더니 나인이 쳐놓은 결계에 격돌하였고, 그대로 미식축구공처럼 튀어다닌 뒤에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어..."

     

     

     구경꾼 중 누군가가, 문득 그런 소리를 냈다.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저런 짓이 가능한 자는 대뜸 대마왕 버언 뿐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미키와 티아가 말하려 했던 바를, 진정한 의미로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 용사 군. 방해가 들어온 모양이라서."

     나, 이 싸움이 끝나면 결혼할 거야.

     

     

     

     

     그렇게나 술렁였던 운동장이, 통금 시간처럼 조용해졌다.

     

     싸움은 극단적으로 짧았지만, 관객의 수는 줄지 않았다. 역시 흥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식으로 당할지. 어떤 식으로 욕보일지.

     

     "저 녀석 죽었다..."

     "그보다 누구야 저거?"

     

     "그, 요즘 붙잡힌..."

     "아하, 그 무면허..."

     "불쌍해..."

     "죽었구나, 저 아저씨."

     

     좋아~ 아빠 진심 내버린다~

     

     

     "용사 군, 준비는 됐어?"

     

     "그래."

     "그래, 다행이야."

     나인은 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아니었다.

     단지 조용하게, 싱긋 미소 짓는다.

     양갓집 규수처럼.

     

     

     "부탁해 바렐."

     

     나인이 교장선생한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교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시작."

     

     내려간 오른손과 동시에, 나인이 그 자리에서 도약. 그리고 그대로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30명 정도로 늘어났다.

     

     뭐야 이건.

     

     보이고 보이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다. 아마 잔상이 만들어지기 쉽도록 속도에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소리는 없음. 거기다 30명이 제각각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것들이 일제히 뛰어왔다. 암살 선생이냐고 너.

     

     마치 다중잔상권.

     확실히 보통이 아니다.

     

     역시 속도가 장기인 모양이다.

     이 녀석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니, 속도로 대항하지는 않는다.

     

     나인한테 유일하게 파고들 틈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방심할 때인가. 솔직히 버겁다. 이걸로 버겁다는 것도 무섭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인이 눈앞에서 멈췄다.

     그보다 30명 전부가 날 둘러싸고 있다. 왠지 몰매맞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쁜 광경이다. 그런 데다가 모두 실실 웃고 있잖아.

     

     나인의 공격은 곧장 시작되었다. 둘러싼 분신 중 하나가 등 뒤에서 돌진. 돌아보며 후려 패자, 배경에 녹아들어서 바로 사라졌다.

     

     "꽝이야."

     기척을 감지하고, 즉시 고개를 숙인다. 후두부에 뭔가 예리한 것이 통과하는 감각이 지난다. 시선을 옮기지 않고 나인에게 손을 뻗었지만, 느낌 없음.

     

     "후후, 다시 꽝."

     

     즉시 소리 난 쪽을 보니, 다섯 명의 나인이 제각각 다른 방향에서의 공격을 하고 있었다.

     모두 때렸지만 모두가 잔상이었다.

     

     "비기 냥냥 펀치."

     

     어느 틈엔가 나인이 뒤에 서 있었다. 손끝에는 이미 백색의 마법진이 전개되어 있었다.

     즉시 사선에서 벗어났다.

     그 기세로 포위망에서도 탈출.

     몇 초 뒤, 운동장 일부가 폭발했다.

     

     어디선가 여학생의 비명이 들려온다.

     

      방금 전과 전혀 위력이 다르다.

     그리고 이펙트도 다르다. 이번에는 고양이 손에서 충격파가 날아간 것이다.

     

     그보다 그런 일은 별로 상관없다. 이 수준의 강화면 조금만 방심해도 당해버릴ㅡㅡㅡ

     

     "...!"

     

     자세를 가다듬을 무렵에는, 다시 나인한테 포위되어 있었다.

     많은 수로.

     그것도 분신 수가 은근히 더 늘어나 있다.

     

     "간다."

     짧은 대사와 함께, 나인이 분신과 함께 일제히 공격했다.

     지금 탈출할 수 없어 보여.

     맞설 수밖에.

     

     여러 공격에서 손톱에 의한 참격이 되풀이된다. 난 그걸 닿기 직전에 피하거나, 혹은 흘리거나, 혹은 받아냈다.

     

     마치 수십 명의 인간한테서 공격받는 느낌이다. 폭풍 같은 참격이 끊임없이 날 향해온다.

     

     때를 봐서 주먹을 내지르지만, 전부 헛수고에 그친다.

     

     아무래도 방금 전부터 낌새가 이상하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잔상 정도라면 간파할 수 있을 텐데, 뭐지 이 위화감은.

     

     어쨌든 지금 이대로는 위험하다.

     몸의 일도 있어서 강화도 그리 큰 것은 못 쓴다.

     

     벌써부터 위기다.

     이대로 가면 오래 못 버텨.

     물량으로 압살 된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샌들로 지면을 짓밟았다.

     

     대지는 쿵,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날 중심으로 꽃받침처럼 퍼진 운동장이 들썩인다.

     

     "어라~"

     

     충격에 따라, 나인의 작은 몸이 떠오른다. 기회라고 생각하여 주먹을 있는 힘껏 움켜쥔 차에, 어떤 사실을 눈치챘다.

     

     분신이 전부 사라지지 않았다.

     7체 정도 남아있다.

     

     녀석은 지금 공중에서 몸을 못 움직일 터. 실제로도 나인은 지금 못 움직인다.

     그렇다면 저것들 전부 진짜인가.

     

     잔상에 마력으로 짠 분신체를 섞은 것인가.

     이것이다, 위화감의 정체는.

     

     "빈틈 발견."

     생각하는 틈에, 나인은 나를 향해서 하늘을 박찼다.

     분신 중에서 두 명이 내게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서, 사지의 자유를 빼앗았다.

     

     아뿔싸.

     

     "큭...!"

     

     즉시 억지로 풀어버린다.

     

     그때에는, 수십에 달하는 하얀 마법진이 내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초조해하는 날 보고, 나인은 싱긋 웃었다.

     

     "냥냥 멍석말이."

     

     순간적으로 팔을 교차하여 충격에 대비한다.

     

     직후, 모든 것이 날아갔다.

     

     

     

     

     학교를 진동시킬 정도의 마술을 목격한 학생들은 모두 확신했다.

     

     그 남자는 당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운동장에 바람이 한번 불자, 전장을 뒤덮은 흙먼지가 가신다.

     

     그곳에는, 운석이라도 떨어졌는지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그 이상한 위력에 숨을 멈춘다.

     

     그리고 운동장 전체에 내달리는 동요. 하지만, 그들이 주목한 것은 크레이터가 아니었다.

     

     "아팟..."

     

     마술이 작렬한 중심지.

     생존과는 가장 멀어야 할 터인 그 장소에, 그는 서 있었다.

     

     살아있다.

     

     천지를 파괴한다고 일컬어지는 6문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있는데, 거기다가 의식까지 유지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이, 살아있는데..."

     

     "세상에나..."

     "뭐냐고 저 녀석..."

     

     구경꾼들이 놀라는 한편, 나인의 감정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표정이 풍부했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재미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소스케를 바라본다.

     

     ".........."

     

     엉망진창이 된 그를 보고, 그녀는 눈썹을 찌푸린다.

     

     피도 흐르고 있다.

     대미지는 준 모양이다.

     

     어느 정도만.

     

     "약하네...

     의외로 별 것 아니잖아 너."

     힘도, 속도도, 단단함도.

     지금은 자기보다 나은 점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드물게도 칭찬하길래, 조금은 기대했는데...'

     

     안 되겠다.

     이래선 전력이 안 되겠어.

     

     결국, 기대 밖이었다는 말인가.

     

     나인은 손가락을 튕겨서, 흩어져 있던 분신을 해제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때, 낮은 목소리에 제지당했다.

     

     "어이, 기다려."

     어깨너머로 돌아보자, 소스케가 크레이터에서 기어 나왔다. 저 뒤처리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인은 소스케한테 물어보았다.

     

     "왜 그래? 또 하려구?"

     

     "당연하지."

     "아 그러셔."

     모처럼 신경 써줬는데.

     바보 같은 남자.

     

     그만큼이나 감옥을 나오고 싶은 걸까. 그는 나름대로 집념이 느껴지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럼, 빨랑 끝내볼까."

     이번에는 조금 전의 두 배로.

     20의 분신을 만들어낸다.

     

     

     "Temporary lives"

     

     

     계속하여 나타나는 가짜 생명.

     순식간에 나인 바스필드의 집단이 형성되었다.

     

     그것 전부 허상이 아니다.

     

     성능은 본체보다 뒤떨어지지만, 누구나가 자신과 감각과 의사를 공유하고, 사고한다.

     

     나인이 가진 특수마법 중 하나다.

     

     "그럼, 간다. 크게 다쳐도 원망 말라구?"

     

     도약하여, 분신에 잔상을 짜넣는다. 분신이 분신을 만들자, 100을 넘는 대규모 집단으로 변모한다.

     그에 섞여서, 나인은 순식간에 소스케를 향해 육박했다.

     

     너무 빨라서 동요하고 있는 건지, 지금은 돌아보지도 않는다. 아니, 다가오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정말이지 기대에 못 미치는 남자다. 나인은 끝장낼 생각으로 그의 목덜미에 손칼을 먹인다.

     

     하지만, 그 일격은 손쉽게 빗나갔다.

     

     "...!"

     

     곧이어 다른 분신들도 소스케를 덮쳤다. 순식간에 100을 넘는 공격을 받아도, 소스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모든 것을 피했다.

     

     이상해.

     갑자기 맞지 않게 되었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조금은 하는걸."

     이대로는 끝나지 않음에 짜증을 느꼈는지, 나인은 강화술식의 기어를 하나 전환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깃드는 농밀한 마력.

     나인과 분신들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소스케를 공격했다.

     

     공격이 맞기 직전, 그가 작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조금만 소작대포(小灼大砲)."

     

     직후, 위험을 감지한 나인은 단번에 소스케한테서 거리를 두었다.

     그곳에서 뒤늦게 다가오는 폭풍.

     

     일어선 불기둥이, 결계의 천장을 종이처럼 파괴했다.

     

     "앗...!?"

     

     뭐지 지금 것은.

     지금, 무엇을 한 거야.

     

     결계가 저렇게 부서질 리가 없어.

     

     대체 어떤 마술을ㅡㅡㅡ

     

     정신 차리고 보니, 소스케가 바로 옆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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