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2 사토 소스케, 전과 1범(2)2022년 08월 03일 02시 23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24
세계마법협회 부속학교
관동교 고등부.
시간은 점심시간.
수업에서 해방된 떠들썩함 속에서, 우토 미츠키는 턱을 괴고는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미츠키 양."
갑자기, 미츠키의 뒤에서 구슬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어깨너머로 돌아보니, 시키가미 코즈미가 사각형 꾸러미를 들고 서 있었다.
"여기서 먹어도 돼요?"
"상관없어."
시선을 맞추지 않고 승낙하자, 맞은편 의자에 앉은 그녀는 꾸러미를 펼쳤다. 나온 것은 아담한 도시락통이다.
'작아...'
미츠키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다.
"점심 안 들어요?"
"식욕이 없거든."
"제대로 먹지 않으면, 저녁까지 버틸 수 없을 텐데요?"
"됐어. 난 저연비니까."
코즈미는 "그런가요." 라고 중얼거리고는, 도시락의 뚜껑을 열고서 합장의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고는, 소량의 도시락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있으니, 며칠 전의 그 살육전이 거짓말 같아."
미츠키가 그렇게 불쑥 중얼거리자, 코즈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요. 모두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마술로 회복이 빠르다 해도 돌아온 다음 날에 바로 수업에 나오게 하다니."
"졸업도 가까우니까요.
벌써 2개월 후라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맞아."
맞장구를 친 미츠키는, 말없이 작은 도시락통을 바라보았다.
"넌 좋겠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서."
우토 미츠키는 기숙사 생활이란 것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츠키는 등하교가 가능한 거리에 있는 코즈미의 집을 부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왕복 3시간 정도는 걸리지만, 자신에게는 차라리 그 편이 훨씬 낫다.
"그러고 보니... 너 사토 하고는 화해했어?"
"네...?"
문득 떠올라서 물어보자,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하는 코즈미.
"어라? 싸웠었잖아? 아닌가?"
"저, 저기...왜 미츠키 양이 아시는지..."
"얼굴에 다 드러났어. 넌 알기 쉬우니까."
"그, 그랬나요..."
"그래서, 어땠어?"
"어떻다뇨?"
추궁하자, 코즈미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비비 꼰다.
"소 군하고는, 그.... 그 후에 여러 가지가 있어서."
"잘 된 거네?"
"...네."
좋아, 하고 미츠키는 오른손으로 작게 승리의 포즈를 지었다.
이걸로 시시도 료우야가 그녀를 포기하고, 그가 자신에게 신경 써준다면 더욱 좋다. 그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건 그렇고, 왠지 묘한 녀석이었어."
"소 군 말인가요...?"
"응. 왜냐면 사토 소스케라니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
마술학교는 이미 졸업한 모양이었지만, 대체 어느 학교를 나온 걸까."
"외국 쪽 아닐까? 서구 쪽은 마술사의 수준이 높아. 그만한 실력이라면 유학도 하겠지."
"그래, 그 가능성도..."
말하다가 멈춘다. 누가 말했나 찾아보니, 옆자리에서 타카츠키 코지가 단팥빵을 무표정하게 씹고 있었다,
"너 있었네?"
"방금 전부터."
"소리 없이 숨어드는 거 하지 마."
"미안. 버릇이라서."
암살자라도 되냐고 너는.
"뭐 타카츠키는 내버려 두고, 코즈미는 사토에 대해 뭔가 알고 있어?"
"아, 아뇨... 저도 정말 요즘 알아서..."
"소꿉친구인 너한테까지...
뭔가 이상한데."
"뭐가?"
"그렇게나 강한데 무명이라는 점 말이야. 나, 실력 있는 마술사라면 대부분 기억해두고 있는데. 그보다, 그 녀석 4년 반 정도를 행방불명이었다지? 어느 틈에 마술을 배웠을까."
지금은 마술에 관련되는 걸 그만뒀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있을 것이다. 그가 마술사로서 행동했던 시기가.
"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고 하더라. 선생님은 불필요하게 돋보이지 않으려는 성격일지도 몰라."
"그래? 나한테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런 것보다는, 마치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는 말투였다.
그래, 험난한 일을 계속 해 온 듯한. 그 탓에 어딘가 싸우기를 겁먹은 자세였다.
깨달은 것은 마침 그런 때였다. 눈앞의 코즈미가, 어느 틈에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왜 그래?"
"어제부터 소 군, 왠지 연락이 닿지 않아요...
그보다, 휴대전화가 통화권 밖인 모양이라서.."
"...? 왜?"
"그 이상은 좀... 어제는 저도 마침 바빠서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오늘 집에 가볼 생각이기는 한데요..."
"방에 틀어박혔다거나."
별로 흥미가 동하지 않아서, 미츠키는 적당히 대답해둔다. 스스로 말해도 조금 그럴 법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때였다.
드르륵, 하고 교실의 문이 약간 난폭하게 열렸다.
뭐지 싶어 세 사람이 함께 돌아보니, 의외로 그곳에는 티아가 서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몇 방울의 땀을 흘리면서. 그리고 약간 숨이 거칠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왜 그래 티아?"
"...큰일."
"큰일이라니, 뭐가?"
"사토 씨가, 협회에 체포되었어."
그 소식을 들은 순간, 타카츠키가 옆에서 먹던 빵을 찌그러트렸다.
◇
~소스케 시점~
유폐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하루 정도는 지났을지도 모른다. 바깥 경치가 전혀 안 보여서, 정확한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하아..."
뭐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상해질 것 같은데.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모든 것이 협회한테 유리하게 진행된다는 기분이 든다.
"나, 나쁜 일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데굴데굴 구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그대로 상반신을 일으켜서, 감옥 저편을 바라본다.
"저기, 너한테 묻고 있는데."
억양을 낮춰서 말을 건다. 방향은 감옥의 바깥쪽. 아무것도 없을 터인 허공.
갑자기, 그 장소의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곧장 사람의 윤곽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뚜렷해진 것은, 머리에 있는 동물의 귀였다.
"아하하, 들켜버렸네.
단순해 보이면서도 의외로 예민하구나."
유쾌하다는 목소리를 내며 나타난 자는, 후드에 고양이귀가 달린 커다란 점퍼를 입은 흰 살갗의 소녀.
입은 것에서 약간 드러나 보이는 모발은 은색에 가까운 백색인데, 실처럼 가늘다.
계란형 얼굴에 달린 청색의 눈은 커다랗고 투명하다.
체형은 펑퍼짐한 옷 위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녀리고, 키가 작다. 아마 내 어깨 정도도 안 되겠지. 다시 말해 꼬마다.
요즘 봤던 사람들 중에서는 미키보다도 더욱 작은, 천진난만하고 활발한 미소녀였다.
"처음 보네.
네가 소문의 그 범죄자야?"
고양이귀 소녀가 다가와서는 곧장 이히히, 하며 미소를 가득 지었다. 어린애가 짓기에는 매우 숙련도가 필요한 웃음이다.
누구냐 이 녀석.
여기 뭐하러 온 거지.
어쨌든 몸의 기척을 숨기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근거리에 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말라구.
걱정 안 해도, 난 수상한 자가 아니니까."
귀엽게 미소 지으면서, 삐죽 내민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댄다.
이런 몸짓은 소악마 같다고 하던가. 하지만 외모가 너무 로리라서 그다지 확 와닿지는 않네.
일단 가슴 주변을 늘리고 다시 오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근육이라도 상관없으니.
"쿄쨩한테서 들었어~
너, 이세계의 용사님(킥킥) 이라며?"
"쿄쨩...?"
누구냐 그 녀석은.
아니, 분명 아즈마 씨의 이름이 쿄코였던 기억이 난다. 아마 동일인물일 터.
그보다 킥킥이라니 뭐냐고.
꿀밤을 먹여버린다 망할 꼬마.
"이런 시대에 이세계 판타지라니 드물기도 하지. 어딘가의 RPG처럼 드래곤이라도 쓰러트렸어? 괜찮다면 조금 들려주지 그래?"
"뭐어...?"
갑자기 무슨 말이냐 이 녀석은.
그런 걸 들어서 어쩌려고.
"죄송합니다.. 지금 천장의 얼룩을 세는 중이라 바빠서요."
딱 잘라 거절하고는, 데굴 굴러서 등을 보인다.
저런 것은 무시다 무시.
대놓고 무시하는 게 제일이다.
경험상, 상대해도 휘둘리기만 하지 제대로 된 꼴을 못 본다.
눈꺼풀을 닫고 슬립 모드로 들어서려 할 때, 고양이귀 소녀가 엄청난 말을 해왔다.
"여기서 내보내 줄까?"
마하의 속도로 돌아보았다.
내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반응이 정말 재밌었는지, 고양이귀는 싱긋 입가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
"오, 좋은데. 그런 알기 쉬운 성격, 나 좋아한다구?"
이히히, 하고 고양이귀가 다시 유쾌하게 웃는다. 아아, 그러셔. 이 녀석 반응 하나하나가 성가셔.
"날 여기서 내보낸다니, 네가 할 수 있겠냐고."
"응. 쿄쨩의 말로는, 넌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회에 녹아들어서 생활했던 모양이더라. 난 그걸 도와주고 싶어."
"왜?"
"응?"
내가 되묻자, 고양이귀 소녀는 의외라는 듯한 소리를 냈다.
"왜냐니, 뭐가?"
"아니, 날 꺼내서 어쩌려고? 내가 여기서 나가면, 너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어머나 용사 군.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지 마~ 이 누나는, 전 세계의 곤란한 사람의 아군이란다?"
"어이, 말 돌리지 마 꼬마."
순간, 소녀의 미소가 뚝 끊겼다.
"날 어떤 식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말했는지를 묻고 있는 거라고."
말을 끝내자, 이제 그녀한테서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업 스마일은 완전히 떨쳐버리고, 험악한 분위기만을 내보인다.
둥글고 커다란 눈을 좁히며, 품평하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헤에...."라고 중얼거린다.
"괜찮은데... 그렇게 첫 대면의 상대한테 적대심을 드러내는 거, 난 싫지 않다구."
소녀는 잠시 뜸을 들이고서,
"하지만, 조금은 입장을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비유가 아니라, 아마 물리적으로 흔들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진도2 정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꼬마 꽤 강하다. 적어도 츠치노코 선생보다는 훨씬.
주위의 공기가 메마른다.
나와 고양이귀는 당분간 노려보았지만, 결국 이대로 전투에 돌입하는 일은 없었다.
고양이귀 쪽이 먼저 물러난 것이다.
그것도 깔끔하게.
고양이귀는 냉엄한 표정을 풀고서, 미소를 가득 짓더니 다시 이히히, 하고 쾌활하게 웃기 시작했다.
방에 충만해 있던 답답함은 어느 사이엔가 사라졌다.
"아하하, 뻥이야.
농담이라구 용사 군. 농~담."
내 눈높이까지 웅크리더니, 얼굴을 가까이하며 이번에는 방긋 웃는다. 얼굴의 바리에이션이 다채로운 녀석이다.
"네가 말한 대로, 그냥은 못 꺼내. 조금 조건이 있어."
"조건?"
"그래, 조건. 클리어하면, 일단은 여기서 내보내 줄게."
"혼자서 진행시키지 말라고. 석방은 네가 간단히 정해도 되는 일이냐?"
"경범죄자 정도는, 내 손끝 하나로 챠챠챡이라구."
거짓말 마,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용사의 감이라고나 할까, 그 이전에 저런 대단한 마력을 보았으니 평범하게 대응할 리가 없다.
아마 외모상의 나이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이겠지.
"그래서, 할 거야? 안 할 거야?
참고로 협회는 일반 사회에도 영향력이 있다구. 이대로 가면 너, 진짜 범죄자야. 현실에서의 죄목은 적당히 둘러대겠지만."
"............."
아니 그건 듣지 못했다고.
아즈마 씨는 뭐 하는 거야.
"내 조건을 받아들이면, 그 죄도 없애줄지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뭐?"
무심코 말문이 막혔다.
파격적이다. 파격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알았어, 니 말대로 할게."
그렇게 대답하자, 고양이귀는 해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좋아. 그래야지. 나, 말귀가 통하는 사람은 싫어하지 않는다구."
"....그래서, 난 뭘 해야 되는데?"
"그전에 자기소개를 해두자. 네 이름은ㅡㅡㅡ아아, 말 안 해도 돼.
분명 사토 소스케였지?"
고양이귀는 어디에선가 1장의 명찰을 꺼내 들었다.
내면 명찰은 아즈마 씨의 것보다 무겁고, 온통 검은색이었다.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눈에 힘을 주면서 자세히 확인한다.
[세계마법협회본부 소속
천위 마술사 서열 6위
<불사묘> 나인 바스필드]
"천위 마술사...?"
뭐였더라.
마술사의 자격이라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지는 구체적으로 잊고 말았ㅡㅡㅡㅡ
ㅡㅡㅡㅡ아니, 여기로 오는 도중, 분명 그에 대해 적혀있는 커다란 석판을 본 듯한.
그래, 협회에는 천위 6문이라고 불리는, 높은 사람들이 인정한 가장 우수한 마술사가 있다.
그중에서도 불사묘라는 녀석이 분명 있었던 느낌이ㅡㅡㅡㅡㅡ
"어?"
아니 너, 확실히 고양이 같은 모습이기는 하지만.
"용사 군. 나랑 싸우자."
목덜미에 오한이 달린다.
곧장 올려다보니, 고양이귀가 기분 나쁜 미소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쥐를 눈앞에 둔 고양이는, 어쩌면 이런 얼굴일지도.
나로선 잘 모르겠다.
"이긴다면 내보내 줄게."
묘한 차림을 하고서 잘 웃는 이 소녀가, 바로 세계에 6명만 있다는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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