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9 그 하늘은 개었는가(2)
    2022년 08월 02일 16시 17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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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205 

     

     

     

     그 후로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몇 분을 계속한 뒤, 사사미네 양은 각오를 다졌는지 "휴우~" 하고 숨을 내쉬고는.

     

     "그... 그건 그렇고 시키가미 씨는, 그렇게나 미인이니 주변 남자들도 내버려 두지 않겠네요?"

     "네? 아, 아뇨...그런 일은..."

     "맞아, 그 녀석의 남친 완전 미남이라고."

     

     나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셈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코즈미의 반응이 대단해서, 대단한 기세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소, 소 군!? 무슨 말을...!"

     

     "아, 역시 남친 있나요? 어떤 분이죠!?"

     껄끄러워하던 얼굴을 반전시켜서, 반짝거리는 얼굴로 물어보는 사사미네 양.

     

     "아니...! 그, 그러니까요! 저는ㅡㅡㅡ"

     

     "키가 훤칠하고 손발이 길고 금발에 상냥해 보이는 미남이었다고."

     "오~! 좋겠다! 부럽네요!"

     

     진짜냐.

     나도 오늘부터 금발 미남을 목표로 해볼까.

     

     "호, 혹시 시시도 군의 일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 그런 이름이었지."

     "이 부근에선 금발을 그다지 못 봤는데... 아, 혹시 원거리 연애?"

     "약혼한 사이일지도?

     이 녀석의 집안이라면 가능해."

     "저, 정말!?"

     

     "어린 시절부터 약속한 사이였다거나."

     "그, 그거, 정말 로맨틱한..."

     "그, 그렇지..."

     그 후였다.

     자그마한 병실에, 귀가 떨어질 듯한 고함이 울린 것은.

     

     "나, 남친은 없어요!!!"

     

     귀가 얼얼하다.

     

     사사미네 양은 놀라서 눈이 점으로 작아졌고, 입이 반쯤 벌어졌다.

     나도 그렇다.

     갑작스런 일에 놀라고 있다.

     뭐야 이 애는.

     

     "저는 집안 문제 때문에, 남녀 교제가 일절 금지되어 있어요!"

     

     나와 사사미네 양의 경직은 풀리지 않는다.

     

     "그, 그보다! 그 일은 소 군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아니 몰라."

     

     처음 듣는다.

     

     "5년 전 그때, 제대로 설명했잖아요!?"

     

     "그때...?"

     

     5년 전이라 하면, 마침 내가 실종된 시기와 겹친다. 그보다 난 이 녀석의 집안에 흥미가 없어서 스스로 물어본 일은 거의 없다.

     

     "애, 애초에! 이런 집안이 아니었다면, 저는 한참 전에 소 군이랑...!"

     

     "사토 군과...뭐를요?"

     

     갑자기 끼어든 자는 사사미네 양이었다.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동공이 약간 벌어져 있다. 평소의 나긋나긋한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변모에 압도되었는지, 놀란 기색으로 머뭇거리는 코즈미.

     나도 좀 무서워.

     

     "아, 아뇨, 그..."

     

     "사...사토 군과, 어떻게 한다고요?"

     

     "아...으으으으..."

     

     점점 눈물을 지어가는 코즈미. 여전히 유리멘탈이다. 기본적으로 이 녀석은 바로 운다.

     

     하지만 사사미네 씨도 좀 무서우니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을지도.

     

     "어, 어쨌든! 저는 여태까지 한 번도 남친을 만난 적이 없어요!"

     

     "어이, 이제 알았으니까 진정해..."

     서둘러 코즈미를 달래려고 할 때, 병실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험상궂은 표정의 간호사가 얼굴을 내밀었다.

     

     "...병원에서는 조용히 해주세요."

     "네..."

     "...어린애가 꼬리치기는..."

     혀를 차면서 떠나가는 간호사. 어이, 너 다 들려.

     

     "너, 다음에도 하면 레드카드야."

     "죄송해요 소 군..."

     사과하면서 움츠러든 코즈미는, 소금을 뿌린 민달팽이와 비슷했다.

     

     

     

     

     "그럼, 난 슬슬 돌아갈게."

     사사미네 양이 그런 말을 한 때는, 저녁 해가 지평선에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오늘은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고."

     "응. 사토 군도 빨리 돌아와야 해."

     작게 웃으면서, 사토 양은 조용히 병실에서 떠났다.

     

     "귀, 귀여운 사람이었네요."

     "맞아. 좋은 사람이니, 친구가 되는 게 어때?"

     

     "네.

     하지만... 저는, 마술사니까요."

     "그렇구나."

     둘만 남은 방에,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깨어난 참이라 잊고 있었지만, 이 녀석과는 화해하지 않았지.

     

     "어이 코즈미... 넌 안 돌아가도 돼?"

     "네?"

     "아, 아니... 타카츠키네는 할 일이 남은 모양이라서."

     "아아.. 저는 회복이 빨라서, 보고를 끝내 놨거든요. 조금만 더 있을 수 있어요..."

     "그...래."

     

     아직 대화할 시간은 있다는 말인가.

     

     "어이..."

     "저기...!"

     

     "".............""

     

     멋지게 말이 겹쳤다.

     아니, 이런 거 필요 없다니까.

     죽여버린다 로맨스의 신.

     

     "머, 먼저 하세요...!"

     

     "아니, 말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거기까지 말하다가 멈춘다. 이 이상 질질 끌면 좋지 않다.

     

     "...아니, 역시 내가 먼저 말할게."
     

     "그, 그런가요..."

     "그래. 중요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

     점점 내 목소리가 낮아짐을 느낀다.

     

     "코즈미."

     "네, 네에..."

     "전에는, 미안했다."

     "예...?"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신경한 말투로 널 화나게 만들었다."

     

     딱히 말을 돌릴 필요는 없다.

     이 녀석은 예전부터 사람의 성의를 놓치지 않는 녀석이다. 그러니 단지 심플하게 사과하면 된다.

     

     "미안. 용서해 줘."

     

     깊게 고개를 숙여서, 성심성의껏 사과한다.

     

     반응이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전해졌을 터인데, 그녀 쪽이 말이 없다.

     

     

     쭈뼛거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코즈미는 울고 있었다.

     

     "앗...!?"

     

     그렇다, 그녀는 폭발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왜 그래 코즈미?"

     

     "어째서..."

     "응?"

     

     "어째서... 소 군이 사과하는 거죠?"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나.

     

     "...그러면, 소 군이 나쁘다는 게 되어버리잖아요...?"

     

     흐르는 눈물을 양손으로 닦지만, 시선은 돌리지 않는다.

     코즈미는 내 눈을 바라본 채, 오열을 삼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쁜 쪽은 저인데.. 어째서... 치사해요..이런 거.. 전... 소 군한테 심한 말을 했는데... 상처 입혔는데..."

     "코즈미..."

     이 녀석도 나름대로 책임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됐잖아... 그런 일..."

     "...어?"

     

     갑자기 깜짝 놀란 얼굴을 하는 코즈미.

     

     "난 너랑 화해하고 싶었어. ....넌 어떤데?"

     

     "저도... 소 군과 화해하고 싶어요... 예전처럼, 둘이서 놀고 싶어요..."

     

     "그래, 내 쪽도..."

     지구로 돌아온 후로, 지금까지 이 녀석과는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이 녀석한테 쓸데없는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접촉을 피해왔다. 코즈미가 놀러 오라고 해도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그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그것도 끝내기로 하자.

     도망치는 것은 그만.

     코즈미와 정면으로 마주 하자.

     

     

     서로에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부터, 잘 부탁해."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코즈미는 미소 지으면서 내게 정중히 인사했다.

     

     

     서로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아서, 서둘러 창가로 고개를 돌려 경치를 바라본다.

     구름 하나 없는, 끝없이 펼쳐진 저녁노을.

     아마, 내일도 맑겠지.

     

     "소 군."

     

     "왜?"

     

     갑자기 이름을 불러서, 창문에서 시선을 뗀다. 눈물에 젖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정말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서 와요."

     

     "....다녀왔어."

     

     이렇게, 반년에 걸친 우리들의 문제는 우여곡절을 지나 끝을 맞이했다.

     

     

     

     

     이야기가 매듭지어진 차에, 후일담이라는 걸 말해보려고 생각한다.

     

     뭐, 후일담이라기보다는 다음 날의 일이다.

     

     이튿날 아침, 친가로 돌아온 내게 편지가 와 있었다.

     발신인은 티아.

     내용은 이미 이 마을에서 떠났다는 것과, 나에 대한 감사가 편지지 10자에 걸쳐 길게 적혀있었다.

     

     그 녀석들은 코즈미와는 다르게 마술학교의 기숙사에서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웬만한 일이 아니면 만날 기회가 없다고 한다.

     

     그 웬만한 일이 일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편지를 모두 읽고, 나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다다미 위에서 잠에 들려고 했을 때, 현간 쪽에서 벨이 울렸다.

     

     

     "...음?"

     

     누구지.

     

     조부모님은 날 집으로 데리고 온 뒤, 볼일이 생겼다며 나가서 현재 집에는 나 혼자다.

     

     무거운 몸을 채찍질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대로 하품을 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내가 나가는 게 늦다고 생각하는지, 문을 탕탕 치고 ㅇㅆ다.

     어이, 망가지니까 그만하라고.

     

     "예예, 누구세요?"

     

     문을 열자, 붉은 안경을 낀 보브컷의 누나가 무뚝뚝하게 서 있었다.

     

     누구지.

     정말 모르겠다.

     

     "저기...누구신지...?"

     쭈뼛거리며 물어보자, 안경녀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토 소스케가 틀림없습니까?"

     

     이름을 물어본다. 정말로 날 찾아온 모양이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가슴 주머니에서 꺼낸 명함을 내민다.

     

     받아 든 것을 보니,

     [마법협회 극동지부 소속. 특급 마술사.

     아즈마 쿄코]라고 적혀 있었다.

     

     "마법......?"

     ............협회?

     

     "저기, 제게 무슨 일로...?"

     

     내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두 손목에 기하학적 문양이 원형으로 떠올랐다.

     

     팔찌와 비슷한 그것은 다른 한쪽에 새겨진 같은 문양과 자석처럼 달라붙어서, 쉽사리 몸의 자유를 빼앗았다.

     

     뭐야 이거.

     수갑?

     

     아, 아니.

     

     수갑이라니, 어이.

     

     "잠깐, 당신..."

     

     "움직이지 마."

     

     그 여자ㅡㅡㅡ아즈마 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쭉 째진 눈 담긴 두 눈알이,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사토 소스케, 당신을 구속하겠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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