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8 그 하늘은 개었는가(1)
    2022년 08월 02일 14시 46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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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96 

     

     

     

     산꼭대기에서의 사건에서 이틀이 지났다.

     이틀이나ㅡㅡㅡ다.

     

     그 사이 나는 계속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원인은 그거다.

     마력을 이용한 육체강화에 몸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이번에는 전력에 가까운 출력이었다.

     

     뭐 괜찮겠지 하며 낙관하고서 빗장을 풀었지만, 역시 쓰러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답지 않게 열심히 해버렸다고 해야 하나. 크으~ 수고하셨습니다!

     

     

     

     일이 일인지라 가족한테서 추궁당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탓하는 일은 없었다.

     

     듣자하니 코즈미가 협회 녀석들한테 부탁해서 여러 가지로 넘어가게 해 준 모양이다.

     

     뭐 그래도 입원한 정도라서 혼나긴 했다. 특히 할아버지한테 단단히 혼났다.

     

     가족한테 걱정을 끼치는 건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다.

     

     뭐, 나 자신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아..."

     

     몸이 나른하다.

     그보다 무겁다.

     

     용사를 할 무렵에는 조금 전력을 낸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이런 꼬라지.

     

     스승도 풀잎 뒤에서 슬퍼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제부터는 매일의 일과에 운동을 추가하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내 증상은 가벼워서, 내일 즈음엔 퇴원할 수 있어 보인다.

     

     뭐 딱히 다친 것은 아니니 당연한가.

     

     뒤집어 보면, 내일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요즘 뻑적지근하니 확실히 피로가 쌓이긴 했다.

     좋은 기회이니 제대로 쉬어두자.

     

     하지만 심심한데.

     1인실이니 대화할 상대도 없고.

     

     할 일이 없어서 멍하니 공중을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가족은 이미 왔었으니, 이제는 친구 녀석들인가.

     

     "실례합니다."

     기세 좋게 연 문짝 뒤에는, 은발의 어부 같은 녀석이 서 있었다.

     

     라기보다 타카츠키였다.

     

     내 속에 있던 기대감이 썰물처럼 사라졌다.

     

     "사토 씨. 전날의 사례와 병문안을 겸해 왔습니다."

     "그, 그래... 잘 왔어."

     

     뭐 앉으라면서 근처의 의자를 가리킨다. 그는 순순히 끄덕이고는,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어라? 괜찮아 보이네?"

     타카츠키에 이어서, 그의 등 뒤에서 작은 사람이 빼꼼 나타났다.

     

     트윈 테일을 휘날리는 그 소녀는, 고잉이 같은 눈매로 내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너 미키잖아!"

     

     "미츠키."

     미츠키라고 한답니다.

     

     "미츠키, 병원에서는 조용히."

     미키의 뒤에서 비취색 장발이 문 열 때의 바람으로 살랑인다.

     티아다. 아무래도 그녀도 와준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미키가 왔다는 쪽이 내게 있어서는 놀랄 일인데.

     

     신경 써서 사식까지 갖고 왔는지, 티아의 양손에는 과일이 든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병문안하러 왔어.

     사토 씨, 상태는 어때?"

     

     "아직 나른해."

     "그래....

     괜찮으면, 협회의 마술사... 부를래?"

     "아니, 됐어."

     

     이 녀석들은 몰라도, 난 [협회]라는 놈들을 아직 믿고 있지 않다.

     

     이세계에서도 그랬지만, 비밀결사라는 것들은 제대로 된 것들이 없어서다.

     

     "당신...

     아아... 본명은 사토였지?"

     "그게 어쨌다고."

     

     미키는 잠시 시선을 두리번거리다, 다짐한 듯이 입을 열었다.

     

     

     "사토.......당신 정말로 늙어ㅡㅡㅡ"

     

     "뭐? 뭐라고?"

     

     응? 하며 듣지 못했다는 몸짓을 한다.

     안 들려. 전혀 안 들려.

     

     

     "어이, 무슨 말했는지 다시 한번 말해봐."

      "미, 미안.... 실언이었어..."

     "왜 사과하는 거야 미키. 딱히 이상한 말한 것도 아니잖아?"

     

     

     하하하하하, 하며 경쾌하게 웃는다.

     매우 미묘한 분위기가 되었다.

     다른 두 사람도 딴 방향을 보고 있고.

     

     

     어이, 너희들 웃으라고.

     재밌지 않아도 일단 웃으라고.

     

     

     얼마 후.

     

     

     "그러고 보니 코즈미는? 같이 온 거 아냐? 그리고 시시도라는 녀석도."

     

     

     티아가 깎아준 사과를 베어 물면서 그런 물음을 한다. 왜 이런 어중간한 멤버로 온 걸까.

     

     "료우야는 얘기했지만 오지 않았어. 코즈미는 아마 이제 곧.."

     "뭐야,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잘 모르겠지만...

     시키가미 양, 고민하는 얼굴로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었어."

     "왜?"

     이미 왔었냐고.

     

     "그보다... 당신 임무 전에 코즈미랑 무슨 일 있었지?"

     

     미키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날 노려본다. 이 녀석 에스퍼인가.

     

     "뭐, 조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대화하도록 하란 말야. 안 그럼 나중에 후회할 테니까."

     

     "그, 그래..."

     물론 그럴 셈이었지만, 설마 미키한테 맞는 말로 혼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 녀석 엄마 기질인가.

     

     "그러고 보니... 결국 그 사람은 뭘 하고 싶었던 거래?"

     

     문득 신경 쓰여서, 갑자기 화제를 바꿔보았다. 츠치무라 선생...? 이었나.

     

     "코즈미의 소환술과 료우야의 성검. 그리고 타카츠키의 불을 노렸던 모양이야."

     "헐."

     

     자른 사과를 깨물면서 적당히 맞장구를 친다. 모르는 단어를 늘어놓아도 솔직히 모르겠다.

     결국 유괴가 목적이었나. 요즘 교사는 무섭네.

     

     "뭐...그래서..

     어찌저찌해도 당신한테는 감사하고 있어.

     구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서, 약간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는 미키.

     의외다. 생각보다 솔직한 녀석인가.

     

     "저도 감사를 말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도, 도와줘서 고마워."

     다음으로 타카츠키와 티아도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이런 식으로 감사를 들으니 나쁜 느낌은 안 든다. 그보다 기쁘다.

     

     "...그런데, 사토 씨한테 하나 묻고 싶은 일이 있어."

     내렸던 고개를 들더니, 티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왠지 진지해 보이는 얼굴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뭐를?'

     

     "너만 괜찮다면, 우리 집의 전속 마술사로 고용하고 싶다고 생각해."

     "............뭐?"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녀석.

     전속... 마술사?

     뭐야 그게.

     고용해? 계약사원?

     그보다 너무 갑작스럽다고.

     

     "어이 티아. 새치기는 용서 못 해. 사토 씨는 내 스승님이라고."

     아니, 그건 아닌데.

     단언할 수 있다.

     

     "그런 것 관계없어. 정하는 것은 사토 씨."

     티아 양도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주십쇼.

     

     "말해두자면, 난 이후로도 마술을 쓰지 않는다는 자세를 바꿀 생각은 없다고."

     그 말을 한 순간, 방이 썰렁해진다.

     티아는 약간 아쉬워하며 고개 숙였고, 타카츠키는 진지한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따분하게 보고 있던 미키가 한 마디.

     

     "..저기 말야, 호기심으로 묻겠는데, 어째서?"

     

     "위험하니까."

     

     "위험해? 당신 개쎄잖아? 웬만한 일이 아니면 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죽는다고. 실제로 너희들도 이번에 위험했잖아."

     목숨을 거는 것은 이세계에서 용자를 했을 때만으로도 충분하다.

     

     "뭐... 내가 싸움을 회피하는 건 그런 이유라고."

     "...그랬구나."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아까워. 당신 정도의 실력이라면 곧장 유명해질 텐데."

     그 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별 것 아닌 잡담을 30분 정도 이어가고 있자, 갑자기 미키가 시계를 보며 일어섰다.

     

     "그럼... 우리는 슬슬 돌아갈게. 보고서를 써야만 해서."

     "그래. 또 보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티아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다고 생각해."

     "그래?"

     "응... 우리들은 그, 역시 지하 세계의 사람이니까...

     일반인과는... 역시 관련될 기회가 적어..."

     

     그렇군.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난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면 정말 기쁠 거야."

     "...그래. 또 만나면 차 정도는 같이 마셔줄 수 있어."


     "너희들..."

     

     어이 그만하라고.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해버리면 울 것 같잖아.

     특히 미키는 이 타이밍에 친근해지지 말라고.

     

     "아, 선생님. 저는 언제든 연락을 기다리겠으니."

     "그, 그래.."

     타카츠키 군 진짜 변함없네...

     

     

     ◇

     

     

     셋이 돌아가서 할 일이 없어졌길래 다시 한번 자볼까 생각했지만, 또 내 병실을 찾아오는 기묘한 사람이 하나.

     

     "안녕, 사토 군."

     사사미네 양이었다.

     내 수면욕이 확 날아갔다.

     

     "와줬구나..."

     음색이 떨리고 있다.

     몸의 진동이 안 그친다.

     

     "음, 쓰러졌다고 들어서 병문안 왔어. 사실은 어제 오고 싶었지만..."

     

     "일부러 와줘서 미안."

     "그, 그런. 사토 군한테는 항상 신세 지고 있으니 당연한걸."

     얼굴을 귀엽게 붉히면서 말하는 사사미네 양. 하마터면 신으로 모실 뻔했다.

     

     "...그, 그런데 말야, 사토 군."

     

     "응?"

     

     "방금 저쪽에서 몇 명과 지나쳤는데..."

     아마 그 세 명을 말하는 거겠지.

     설마 그 녀석들 사사미네 양한테 뭔가 하지는 않았겠지.

     

     "그 사람들은... 사토 군의 친구... 맞아?"

     "뭐, 아는 사이."

     "그...그렇구나. 다행이다. 아는 사이였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사미네 양.

     

     

     예상 밖의 반응에 약간 놀란다.

     

     "저기, 다행이라니 왜...?"

     "그...그야, 저런 인형 같은 외국인이랑 모델 같은 여자가 상대라면, 나 승산이 없어서."

     "...승산이라니 무엇의?"

     

     "아, 아니...!"

     되물어보려고 하는 순간, 사사미네 양의 얼굴이 단번에 빨개지더니 양손과 얼굴을 있는 힘껏 내젓기 시작했다.

     

     "지, 지금 것은! 달라! 다른 이야기니까!

     팔씨름 이야기였어!!"

     

     "무, 무슨 말 하는 거야..."

     

     너 팔씨름꾼이었냐고.

     실화냐.

     

     "그, 그런 일보다도 이거. 점장님의 사식이야! 이쪽은 내 거!"

     

     "오오, 고마워."

     "아, 아아니! 됐어! 저기... 나도 사토 군이 빨리 좋아졌으면 해서..."

     

     비닐봉지와 약간 작은 종이봉투를 건네받는다. 점장이 보낸 봉지의 안에는 과일과 편지가, 사사미네 양의 것에서는 작은 컵이 몇 개 들어있었다.

     

     "뭐야 이게."

     "포도 젤리.

     내가 만들었거든."

     

     "올..."

     뭐냐 이 사람.

     쿠킹 사사미네인가.

     

     생각보다 상당한 병문안 선물을 받고 말았다.

     

     양이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문제없다. 전부 먹자.

     

     "사, 사토 군.

     괘...괜찮다면 점장님의 사과 깎아줄까?"

     

     "부탁합니다."

     방금 먹었지만, 사사미네 양이 깎아준다면 부디 바랄 나위 없다.

     그보다 부탁합니다 진짜로.

     

     "~~~♬"

     

     사과를 하나 손에 들어서, 익숙한 기색으로 나이프를 쓰기 시작하는 사사미네 양.

     

     

     "들었어, 사토 군. 열사병으로 쓰러졌다며."

     열사병?

     잠깐 되물으려 했지만, 분명 그런 걸로 되어 있었지.

     

     "축구 연습을 좀 열심히 해서."

     "세팍타크로가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그런 설정이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ㅡㅡㅡ그때 중요한 점을 하나 떠올렸다. 그보다 떠올리는 게 너무 늦었다.

     

     내게 학생들의 위기를 가르쳐 준 그 전화. 그 전화의 소유주는 대체 누구였던가.

     

     "...사사미네 양."

     "응, 왜?"

     

     "이틀 전 밤, 내게 전화했지?"

     

     "뭐?"

     사사미네 양은 갑자기 내 얼굴이 진지해졌음에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면서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저기, 아마... 걸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렇구나."

     "아, 이거 이제 먹어도 돼."

     다 깎은 사과를 내 앞에 놓아두고서,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아마 발신 기록을 확인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사사미네 양의 안색이 확 변했다.

     

     "어, 어라? 이상하네...?"

     "왜 그래?"

     "저기, 사토 군이 말한 시간대에, 내 전화가...그......"

     

     화면을 보여준다.

     그러자 마침 그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 내역이 남아있었다.

     

     이걸로 증거가 생겨나고 말았다.

     

     "어, 어째서...? 이 시간... 난 자고 있었을 텐데...?"

     모르는 사이 자기 전화가 사용되었다면 그야 무섭겠지. 당연한 반응이다.

     

     사사미네 양을 어떻게 달래줄지 생각하던 차에, 병실의 문이 열렸다.

     

     익숙한 검고 긴 머리카락ㅡㅡㅡ이 아니다. 어깨 위에서 끝나는 선명한 흑발이 흔들림과 동시에, 나와 사사미네 양의 시선은 그 녀석한테 빨려 들었다.

     

     "소, 소 군...

     저기.. 벼, 병문안하러 왔습니.........다..."

     

     "................."

     얼굴을 붉히며 말한 시키가미 코즈미였지만, 그 대사는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즈미는 나와 사사미네 양을 보고 얼어붙었다.

     

     사사미네 양도 코즈미를 보고 얼어붙었다.

     

     5초 정도 시간이 멈췄다.

     

     이 내가, 더 시간을 멈춰 보이겠다...!!

     

     

     

     

     병실에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코즈미와 사사미네 양이 나란히 앉은 형태로 내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아있다.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첫 대면이라 긴장하는 건지, 시선을 방황하며 양쪽이 양쪽의 태도를 엿보고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 쪽은 사사미네 양이었다.

     

     "저, 저기, 당신도 사토 군의 친구...야?"

     

     갑작스런 질문에 놀랐는지, 코즈미가 어깨를 움찔한다.

     

     "아, 네. 시키가미 코즈미라 해요. 소 군과는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이로.. 그, 여러 가지로 신세 지고 있어요."

     "시, 시키가미면 그 시키가미요!? 시키가미 재단의!?"

     "마, 맞아요."

     "오, 오오~ 그, 그그그랬나요..."

     

     생각대로, 시키가미 양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안다. 나도 처음에는 저랬었다.

     

     "시키가미 씨는... 저기... 사토 군과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소, 소군... 이라니. 아, 아하하하하하."

     "그, 그렇지는..."

     

     코즈미와 갑자기 눈이 맞았다. 그러자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화했다.

     그리고 곧장 시선을 바꿨다.

     

     왜 저래.

     

     "저기... 당신의 이름은?"

     

     이번에는 코즈미 쪽에서 물어보았다.

     

     "아...저는 사사미네 미코라고 해요."

     "사, 사사미네 씨인가요."

     코즈미는 그대로 사사미네 양의 온몸을 둘러보다가, 거대한 가슴에 초점을 맞춘 순간, 노골적으로 반응했다.

     

     뭐 놀라겠지 저 사이즈는. 배구공 같으니까. 반면 코즈미는 가슴이 그다지 없으니까. 몸의 밸런스는 좋지만.

     

     "소 군 하고는.... 어, 어, 어, 어떤 관계로?"

     

     안색이 새파래진 코즈미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사사미네 양한테 묻는다.

     

     "저는 알바 동료인데, 사토 군한테 항상 신세 지고 있어서요."

     "아... 그, 그랬나요..."

     "............"

     "............"

     

     대화가 끊긴다.

     

     답답해.

     그렇지 않아도 내가 말하면 안 될 분위기인데.

     

     "저, 저기...!"

     그리고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튼 자는 사사미네 양이었다.

     

     "시키가미 씨는, 정말 예쁘네요."

     "어... 그렇지 않아요.

     사사미네 씨야말로, 진짜 귀엽고 몸매도 좋고..."

     코즈미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사미네 양은 자그마한 몸집이다. 그런데도 가슴만은 크다. 어떤 식생활을 하면 그런 특수한 진화를 이룰 수 있는 걸까.

     

     "그, 그그그그런... 전 그냥 살쪘을 뿐인걸요! 오히려 잘 빠지고 키가 커서 모델 같은 시키가미 씨야말로.."

     

     "그, 그런...! 전 사사미네 씨가 부러워요."

     "아뇨아뇨, 시키가미 씨처럼 스마트한 체격이었다면 저도..."

     "............."

     

     "............."

     

     양쪽 다 컴플렉스가 있는 모양이다. 코즈미는 양손을 가슴에 대고, 사사미네 양은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나도 근육에 힘을 줄까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그리고, 같은 타이밍에 한숨을 짓더니 다시금 침묵이 찾아왔다.

     

     그때, 화장실이 날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저어,

     꽃을 따러 갔다 오겠사와요."

     일어서려던 그 순간, 팟, 하고 팔을 붙잡혔다.

     

     양쪽의 팔을 말이다.

     오른쪽이 코즈미, 왼쪽은 사사미네 양.

     눈이 웃지 않는 미소로 날 이 자리에 고정시키려 한다.

     

     어이 놔.

     내 방광이 파열될 것 같다고.

     

     "소 군, 어디로 가는 건가요?"

     "그, 그래요 사토 군. 더 얘기해요."

     "그, 그래."

     

     두 사람의 박력에 못 이겨서 마지못해 앉는다. 평소엔 온화한 여자한테 꽤 진심으로 붙잡히니 무섭다고. 이것이 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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