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15 고철 모습의 데드엔드(1)
    2022년 08월 01일 16시 54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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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167 

     

     

     

     "......어째서..."

     심히 혼란스러워진 코즈미는 가장 먼저 그 질문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츠치무라 선생님은..."

     죽었을 터.

     

     "그래, 확실히 그랬지... 너희들이 본 것은 틀림없는 생물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는 대로ㅡㅡㅡ"

     

     "..........더미겠지요."

     츠치무라 나에가 말을 끝내기보다 빠르게, 티아가 핵심을 짚었다.

     선생의 눈썹이 움찔거린다.

     

     "원숭이 요마가 썼던 변신의 마술... 인간으로 위장한 요마를 처음부터 우리들한테 섞어놓은 거야..."

     "뭐... 하지만 그건..."

     그렇게 하려면, 요마의 협력이 필요 불가결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협회에서 관리하는 기채라면 몰라도, 자연 발생한 요마와 협력하다니...

     

     자연발생?

     

     "시키가미 양... 이번 임무는, 처음부터 조작되어 있었어..."

     

     티아가 코즈미의 질문에 대답한다.

     

     "...전에 날 공격한 요마가, 타카츠키 군으로 변장해 있었다는 건 들었지?"

     

     "아...네..."

     "그때, 타로 씨가 말했어. 변신 수준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정교하다고... 항상 그를 보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정도의 퀄리티가 될 수 없대..."

     

     한 박자 두고, 티아는 츠치무라 나에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이해가 정말 깊은 사람이었죠.. 혹시 이걸 위해서였나요...?"

     "글쎄...과연 어떨지? 넌 어떻게 생각하나?"

     

     되묻는 츠치무라 나에한테, 티아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요마는 제가 학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죠..."

     

     [학생 치고는 꽤 하네]

     

     그 요마는 말했다. 틀림없이 말했다.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티아는 그때부터 눈치챘다. 이 일련의 사건의 범인이, 가까운 자라는 것을.

     

     "저희들이 쓰러진 요마의 중에서, 식으로 조종당하는 개체가 있었습니다. 원숭이 요마는 성격과 마술이 그대로 원래의 요마의 정신에 덧씌워진 모양이었고요..."

     그렇다, 그 요마는 츠치무라 나에와 같은 계통의 마술을 썼었다.

     

     흙의 마술.

     그리고 어조와 태도가 그녀와 비슷한 점이 몇 가지 보였다.

     

     아마도 식에 자신의 기억과 마력을 담아둔 것이다. 그럼 그다음에는 풀어두는 것만으로도 목적을 실행한다.

     

     미묘한 차이가 있던 것은, 아마 원래의 인격과 혼합된 탓일 것이다.

     

     "애초에 이 임무는 처음부터 이상했어... 협회가 이런 억지 임무를 학생한테 줄 리가 없으니까. 자세한 일은 모르겠지만, 지금 이 마을에 있는 요마는 전부 선생님이 준비한 거 아닌가요?"

     

     "...그런 일을... 한 명의 인간이..."

     

     말하고서야, 코즈미는 문득 깨달았다.

     

     요마를 마음대로 만드는 마술이란 것은, 전에 강의에서 들은 바가 있다.

     

     악마술.

     

     협회에서 금지되어있는, 가장 금기시되는 방법이다.

     

     츠치무라 정도의 실력자가 그 금기를 범하고 오랫동안 주도면밀히 준비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협회는 증원을 안 보낸 게 아냐. 애초에 선생님은 협회에 연락도 안 했어... 이 임무 자체가, 전부 당신이 꾸민 것. 지금까지의 보고는 전부 당신의 거짓말. ...맞나요?"

     

     여기까지 말해도 츠치무라 나에는 아무 대답도 없다.

     

     티아는 그것이 참을 수 없이 불쾌했다.

     

     "목표는... 시시도 군의 성검이죠?"

     "...그 생각에 다다른 근거란 뭔가?"

     

     "반대로... 성검을 원하는 사람을 찾으면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별의 수만큼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엑스칼리버의 보호는 엄중하다. 보통은 이공간에 있는 어떤 샘에 봉인되어 있어서, 소유주인 시시도 조차 간단히 꺼낼 수는 없다.

     

     "그때 원숭이 요마가 제게 끝장을 안 냈던 것은, 인질을 잡기 위해... 그것은 누구든 상관없고... 누군가를 방패로 삼으면, 시시도 군이 순순히 따를 거라 생각한 거죠?"

     

     그리고 그 노림수가 실패해서, 츠치무라 나에는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다. 그것이 도마뱀 요마다.

     

     "저기..."

     

     갑자기 티아가 불쑥 내뱉는다.

     왠지 짜증이 섞인, 진저리 난다는 듯한 어조였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고 좀 말하시는 게 어때요..."

     1초인가, 2초인가.

     그것은 정말 짧으면서도 긴 침묵이었다.

     

     "... 그래.... 그걸로 대략 정답이다."

     

     그렇게 들은 순간, 시키가미 코즈미의 얼굴이 깊은 절망의 색을 띄었다.

     

     "원래는 마지막까지 정체를 숨겨둘 셈이었지만. 우수한 학생을 가져서 난 자랑스럽구나."

     "웃기지 마세요..."

     갑자기, 티아의 음색이 변화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노가 새어 나왔다.

     

     "이만한 정보를 뻔히 흘려놓고... 잘도 그런 말을 하네요.."

     

     너무나 허술한 작전이다.

     애초에 원숭이 요마의 발언이 너무 부주의하다. 왜 그렇게 노골적으로 쓸데없는 말을 말한 것일까.

     

     생각되는 이유는 하나.

     

     이것은, 츠치무라 나에가 의식적으로 정보를 링크시켰다고밖에 볼 수 없다.

     

     마치 자신들을 시험하듯이.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즐기는 듯이.

     

     "선생님은 대체... 뭘 하고 싶었나요?"

     

     움직이지 않는 몸에 채찍질을 한다.

     억지로 상반신을 움직여서, 정면으로 강하게 말했다.

     

     "뭘 하고 싶었냐....고?"

     

     그제야 처음으로, 츠치무라 나에의 표정이 냉엄한 것으로 바뀌었다. 얼어붙은 듯한 시선이 티아를 찌른다.

     

     "반대로 묻도록 하지...

     너...거기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두근, 하고 티아의 심장이 뛴다.

     

     그만.

     

     그 앞은 말하지 마.

     

     "왜 그걸 동료한테 전하지 않았지?"

     

     이마에서 식은땀이 솟아 나왔다.

     

     "확신은 없어도, 누군가와 상담 정도는 가능했을 텐데. 왜 하지 않았지?"

     

     이 혼내는 태도에서 기시감을 느낀다.

     

     항상 그랬다.

     

     이것은 틀림없는, 평소의 츠치무라 나에다.

     평소 자신들이 접해왔던, 티아가 가장 존경했던 여성.

     

     "어쩌면 내 행동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라. 협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결국, 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째서지?"

     "그건..."

     

     "어이 버밀리온... 설마 너..."

     고동이 가속된다.

     입이 마른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날 믿고 있었다 같은 쓸데없는 말을 할 셈은 아니었겠지?"

     

     

     

     

     

     

     ◇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상황을 만든 것은 티아 탓이다.

     

     적어도 티아 버밀리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잘 들어... 세상에는 믿으라는 말 정도로 허튼 것이 없다. 세계는 언제나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차 있지."

     언제나라니...

     

     그렇게 츠치무라의 시선은, 티아를 완전히 업신여기고 있었다. 정말 차갑고 얼어붙은 듯한 눈동자.

     

     그리고 코즈미는 불현듯 깨달았다.

     옆에 있는 티아가 부들부들 떨고 있음을. 그 눈에는 눈물까지 짓고 있음을.

     

     겁먹고 있다.

     두려운 것이다.

     지금까지 존경하던 사람한테서, 명백한 적대심를 받아서.

     

     떠나갈 때 보았던, 소스케의 얼굴과 비슷했다.

     

     "너 같은 녀석은 말이다, 상냥한 게 아니라 안일하다고 하는 거야. 그러니 장래가 걱정되지 않겠어?"

     "이제 그만해주세요..."

     

     예상보다도 싸늘한 목소리에, 코즈미까지 놀란다.

     왜 자신은 이렇게나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답은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이 사람은 자신과 비슷하다.

     어제, 소스케와 대화했을 때의 자신과 비슷하다.

     

     누군가를 믿지 않는, 그때의 시키가미 코즈미다.

     

     "그 이상 티아 양을 탓하는 건 그만하세요..."

     

     "시키가미 양..."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자신은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와 같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뭐야, 꽤나 싸늘한 말이군 시키가미. 우등생인 네가 교사한테 무슨 말버릇이냐."

     "...이제...그런 말하는 건 그만두세요."

     오만한 정도가 아니다.

     이 여자는 얼마나 깎아내려야 분이 풀리는 걸까.

     

     "......존경하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믿는 게 뭐가 문제인가요!?"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딱히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말도 안 되지.

     이 위기상황의 책임은 전부 그 녀석한테 있으니까."

     

     "그렇지 않아요."

     

     딱 잘라 내뱉는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 해도, 당신이 그걸 비난할 권리는 없어요. 누군가를 믿는 것은 결코 안이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코즈미는 티아의 옆구리에 손을 대었다.

     옅은 불빛이 티아의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했다.

     

     '과연...이미 어느 정도의 마력은 회복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체력이 돌아왔을뿐이니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다. 그래서 츠치무라는 딱히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해서 어쩔 셈인가? 이 상황에서 무얼 할 수 있다고."

     

     "그렇다 해도... 그게 포기할 이유는 안 돼요."

     

     코즈미는 츠치무라의 정면을 막아서서, 미량이지만 마력을 둘렀다. 그녀의 온몸이 희뿌연 빛에 휘감긴다.

     

     "이제 그만...  난 만용을 가르친 기억이 없다."

     

     냉정을 가장하면서, 츠치무라는 시키가미 코즈미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했다.

     

     어째서 싸우기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츠치무라가 고민하는 사이 코즈미는 티아에게 다가가서, 작게 귀띔한다.

     

     "이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티아 양은 제가 신호하면 도망치세요."

     

     들은 순간, 티아의 표정이 극렬한 것으로 바뀌었다.

     

     "시키가미 양...! 무슨 말을..."

     

     "티아 양도, 방금 제게 그런 말을 했잖아요."

     

     ".......!"

     

     "그리고... 함께 도망치면, 저는 오히려 발목을 잡아버릴 테니까요..."

     "시키가미 양... 하지만."

     

     그래.

     

     포기하기 전에, 굴하는 것보다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알았어..."

     그녀의 말에 용기가 솟았는지, 티아는 강하게 대지를 밟았다.

     

     이미 표정에서는 나쁜 기색이 모두 사라졌다.

     

     코즈미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 티아는 그대로 코즈미의 옆에 섰다.

     

     코즈미는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반쯤 연 채 침묵했다.

     

     "...티아 양......?"

     

     "왜?"

     

     "저기, 제가 미끼로..."

     "안 돼. 나도 싸울래."

     그것이 사뭇 당연하다는 듯, 티아는 확실하게 잘라 말했다.

     

     "어차피 이 사람이라면 나도 못 도망쳐. 그럼 둘이서 싸우는 편이 기분이 나아."

     

     그 눈에는 한 줌의 망설임이 없었고, 또한 체념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진지하게 눈앞의 적에 맞서려 하고 있다.

     

     "시키가미 양은 내 뒤에서 원호를 부탁해."

     "정말......알았어요...

     조금이지만 저의 마력을 건네드릴 테니, 마술도 몇 번은 쓸 수 있을 거예요."

     

     "응, 고마워."

     그런 두 사람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할 수 없었는지, 츠치무라는 매우 불쾌하다는 얼굴로 낮은 목소리를 냈다.

     

     "너희들... 날 놀리는 건가?"

     진심이다.

     

     이 두 사람은, 이 상황에서도 내게 맞설 생각이다.

     

     "...말해두지만, 난 방금 전의 요마보다 강하다고."

     "그래도 하겠어요."

     대사 하나하나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만드는가.

     

     "오늘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바보인가..."

     

     두 사람이 눈치챌 일은 없다. 

     츠치무라의 그 목소리가, 약간 비장감이 서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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