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1 절벽 위의 소스케(3)
    2022년 08월 05일 07시 30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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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09 

     

     

     

     "...그래...다행이네요...'

     코즈미는 안심한 것처럼 한숨을 짓더니, 나를 향해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어두워졌으니 슬슬 돌아갈까요. 근처 도로에 차를 주차시켜 놓았으니 가보도록 하지요."

     "도로에 방치하지 말라고..."

     하지만 돌아가자는 의견에는 찬성이다.

     알바에서 바로 온 터라 조금 지쳤다. 바로 귀가하고 싶다.

     

     빅토르한테 알았다고 하던 차에 문득 깨닫는다.

     그것은 코즈미도 마찬가지인지,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빅토르를 불러세웠다. 근본적인 일을 잊고 있었다.

     

     "저, 저기, 빅토르 씨."

     "무슨 일입니까 코즈미 공.'

     

     "아직 남은 요마가 산에..."

     그렇다, 우리들은 아직 요마를 전멸시키지 않은 것이다. 남기면 쓰나. 제대로 처리해야지.

     

     "오오, 그랬습니까.

     이거 실례. 바로 뒤처리 하러 가보도록 하죠. 갑시다 에리."

     

     "네."

     코즈미의 보고를 듣자마자, 빅토르가 재빨리 선행했고 그 뒤를 엘리제가 성큼성큼 따라갔다.

     

     "아, 찾지 않아도 돼요. 요마의 장소는 저의 소환마가 찾아놓았거든요."

     

     "그런가요.

     역시 환제 공의 손녀로군요."

     

     빅토르의 말에, 코즈미는 상당히 미묘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팔에 감긴 아롤한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단순한 것이었다.

     

     "아롤, 남은 요마의 색적을 부탁해요."

     

     "................"

     "...? ..........아롤?"

     

     갑작스런 무시에 코즈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당사자인 아롤은 눈을 감고 대답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몇 초가 지나자, 아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대로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인, 상태가 이상해]

     

     "...........뭐?"

     

     [영맥이 폭주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세 명이 제각각 안색을 바꿨다.

     하지만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비상사태 같은 분위기는 든다.

     

     이 영맥이라는 단어, 전에도 타카츠키가 말했던 느낌이 든다.

     결국 영맥이란 뭐란 말인지.

     

     "......뭐야? 위험한 거야?"

     

     나의 질문에, 빅토르가 대답해준다.

     

     "위험하지요... 영맥이란 다시 말해 요마를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

     그것이 폭주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그렇군요... 아마도..."

     [...온다!]

     

     빅토르의 대사를 가로막고, 아롤이 낮게 외친다.

     

     반사적으로 대비하기도 전에, 갑작스런 지진이 모두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흔들림 자체는 잠깐이었지만, 지반이 무너졌다고 생각될 정도의 진동이 있었다.  확실히 이상하다.

     곧장 자세를 바로 하고, 시선을 앞으로 되돌린다.

     

     

     되돌리고, 절규했다.

     

     

     순간.

     아주 잠깐 눈을 뗀 사이, 주변의 경치가 확 바뀌어 있었다.

     대체 뭐가 일어나면 이렇게 되는지.

     어느 사이엔가 사방팔방을 가득 메운 요마가 기분 나쁘게 굼틀거리고 있다.

     

     그 수는 이미 두 자리 수로 끝나지 않는다.

     크고 작은 것을 합해 수백에 달하는 이형의 무리는, 이미 군세라고 부를 규모다.

     덧붙이자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거리에 오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나? 아니, 그건 아니다.

     애초에 이만한 양이 다가오면 바보라도 눈치챈다. 그러니 이 녀석들은 다가온 것이 아니다.

     

     

     지금 막, 이 장소에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됩니다."

     "...그렇구나."

     

     약간 긴장된 어조로 말하면서도, 빅토르는 그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아니면 이 정도는 그다지 상관없는 건가. 단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는 한편으로,

     

     

     "가, 가득 있어요...!

     진짜 많이 있어요...!"

     

     "에, 엘리제 양. 진정하세요..."

     

     

     엘리제는 코즈미의 옷에 달라붙어서는, 어깨를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코즈미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이런 반응은 경험의 차이 때문이겠지.

     

     "일단... 코즈미 공은 물러나 주시길."

     빅토르는 그림자에서 장검과 장창을 만들면서 코즈미의 앞으로 나왔다.

     요마들이 지금이라도 덮쳐들 것 같았기 때문에, 나도 지금 사이에 강화술식을 걸어둔다.

     딱히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거 전멸시키려면 얼마나 걸릴지.

     

     솔직히 이 이상은 내일의 컨디션에 영향이 갈 것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아끼면 안 되겠지.

     

     

     "흠..."

     

     

     빅토르는 우리의 선두에서 요마 무리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몸짓으로,

     

     

     "에리, 혼자서 가능하겠습니까?"

     "네?'

     

     갑자기 무모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엘리제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예요."

     "괜찮습니다. 당신이라면 가능합니다."

     

     "정말 무리예요."

     

     엘리제는 점점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이를 딱딱거리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리예요! 지이이이인짜 무리예요!!"

     

     얼굴과 양손을 내젓는다.

     

     "그걸 어떻게든 좀. 이 상황에서는 저보다도 당신의 마술 쪽이 상성이 좋습니다."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곤란해요...!"

     "하지만, 이대로 가면 먹혀버립니다만."

     

     "머, 먹히는 건 싫어요!!"

     

     "그럼, 전부 쓰러트려 주십시오."

     

     "으, 으으으..."

     

     빅토르에 억지에, 엘리제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당연하다. 저 나이에 그런 말을 들으면 나라도 운다.

     

     이윽고 엘리제는 저항이 소용없다며 포기했는지, 매우 무거운 발걸음으로 요마의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와중에 이의를 제기하는 코즈미였다. 드물게도 화난 기색으로 큰 소리를 내면서,

     

     "호, 혼자 보내도 되나요!? 너무 무모해요!"

     

     "안심하시길. 뭐 보고 계십시오."

     "아, 안심하라니...! 싫어하잖아요!"

     

     "그렇죠. 겁이 많은 것은 그녀의 나쁜 면입니다."

     

     "..................!!"

     

     코즈미조차 열받았는지, 분노를 숨기려 들지 않고 빅토르를 노려보았다.

     그는 그걸 태연한 얼굴로 받아 흘렸다.

     

     확실히 나이도 어린 소녀를 저것들에 향하게 하다니 미친 짓거리다.

     

     하지만, 엘리제는 그럼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으, 으으~!"

     

     역시 너무 딱해 보여서 도와주려고 하자, 빅토르가 손으로 제지했다.

     얼굴을 보니 말없이 고개를 젓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하게 내버려둘 생각이다.

     

     엘리제는 무서워하면서도 요마들의 앞에 서더니, 천천히 입가에 마스크를 벗었다.

     

     가까이 다가온 엘리제에 자극받았는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요마 중 하나가 뛰쳐나왔다.

     쥐 모습을 한, 사냥개 정도의 크기인 기분 나쁜 요마다.

     입을 크게 벌리고는 엘리제를 향해서 재빠르게 접근.

     

     이가 피부에 닿기 직전,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지 마.'

     

     파직, 하는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전기회로가 쇼트된 듯한, 그런 소리.

     

     직후, 쥐의 안면이 날아갔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쥐 요마가 엘리제를 지나가서 뚝 떨어진다.

     

     시체가 된 요마는, 마치 스푼으로 떠낸 아이스크림처럼 얼굴 주위가 깔끔히 삭제되어있었다.

     

     지금, 저 녀석 뭘 한 거지?

     마술을 쓴 것은 틀림없는데.

     

     엘리제는 요마의 시체를 잠깐 보고는, 곧장 정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더니, 가슴을 크게 후방으로 젖혔다.

     

     "스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읍."

     엘리제가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폐에 최대한의 공기를 담아두려는, 심호흡.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길어서, 1~2초로 끝나는 평범한 것과는 일선을 달리했다.

     

     위화감을 느낀 것은 그다음이었다.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서늘하게 피부를 어루만지던 산바람은 원을 그렸고, 본래 있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일정한 바람으로 흘러간다.

     

     엘리제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호흡은 멈추지 않는다.

     그뿐인가 더욱 기세를 늘려나가서, 점점, 그리고 완만하기는 하지만, 내 몸까지도 끌려가기 시작했다. 보충해두지만, 내 몸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주위의 공기가, 산소가, 대기가, 전부 그녀한테 모여든다.

     

     숨을 들이마신다는 것은, 결국 내쉰다는 뜻. 물론, 빨아들인 만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호흡은 거칠었고, 이미 보통 사람은 서 있기도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잘 보니 주변 나무들이 크게 흔들거리고 있다.

     

     태풍과 회오리.

     

     그런 말이 뇌리를 스친다.

     

     주위를 강제적으로 끌어들이던 그녀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결국 현실 범위 내의 일이었고,

     

     몇 초 후에 일어난 그것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모든 것을 분쇄하며, 상식을 모조리 유린했다.

     

     "ㅡㅡㅡㅡㅡㅡ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폭발한다.

     공기가, 공간이.

     노호성으로 변해 맹렬히 돌진한다.

     

     

     밤하늘에 단말마가 울렸다.

     

     

     "......후우...'

     한숨을 내쉰 엘리제는, 입가를 닦고서 마스크를 썼다.

     

     

     공격을 시작한 지 1초 남짓.

     시야를 가득 메웠던 요마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깨끗이 소멸했다.

     사라진 것은 요마만이 아니다.

     포효에 닿은 부분이 송두리째 사라져 있다.

     아니, 그것조차도 파괴의 일부.

     

     

     먼 하늘에 있었을 구름까지도 거대한 바람구멍이 나버린 것이다.

     

     대체 얼마나 멀리 날아간 건지, 나로서는 짐작도 안 된다.

     

     나와 코즈미가 아연실색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빅토르가 가벼운 박수를 시작했다.

     

     "훌륭합니다 에리. 하면 되지 않습니까."

     "여, 열심히 했어요..."

     "포상으로 등신대 건담을 사드리죠."

     

     "저, 정말이요!?'

     

     "거짓말입니다."

     

     "...!!?"

     빅토르는 무표정하게 발걸음을 되돌려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돌아갈까요."

     

     

     ◇

     

     

     빅토르의 차량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8시를 지나고 있었다. 해는 완전히 지평선에 먹혔고, 달빛만이 은은하게 야경을 비추고 있다.

     

     그만큼이나 많은 요마를 쓰러트렸는데도, 코즈미는 의외로 태연했다.

     

     "그러고 보니, 결계 안 풀어도 돼?"

     

     문득 그런 의문이 떠올라서, 빅토르에게 물어보았다.

     

     "뒤처리는 협회 사람들이 해주니 안심하시길."

     "그렇구나."

     

     그럼 마음 놓고 돌아가기로 하자.

     

     빅토르의 차에 타려고 했을 대, 엘리제가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 왔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어요. 이거 드세요."

     

     엘리제는 어린이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에 든 알루미늄 캔 중 하나를 코즈미에게 내밀었다.

     

     "저기... 이건?"

     

     "일본에서는 일한 뒤에 선배가 음료를 사주는 게 규칙이라면서요? 나인 씨가 말했었어요."

     엘리제의 말에, 코즈미가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후후, 정말 고마워요."

     "아뇨, 변변치 않았어요."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가슴을 펴는 엘리제.

     약간 선배를 고집하는 면이 있구나 이 소녀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가.

     

     "자, 사토 씨도 드세요."

     "땡큐."

     금색의 캔을 받아서 라벨을 확인.

     

     그곳에는 무설탕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런데다가 따스하다.

     

     왜 나만 핫 커피냐고 웃기지 마.

     

     "뜨거운 걸 좋아하죠? 나인 씨가 말했었어요."

     역시 너냐.

     아니, 알고 있었어.

     

     "...혹시 싫어하세요?"

     

     "...아니, 고마워.

     역시 머리 좋은 아이는 다르네."

     

     "그, 그런... 에헤헤..."

     엘리제는 부끄럽다는 듯 뺨들 붉혔다. 이것에 뭐라 할 정도로 난 눈치 없지는 않다. 열심히 마셔보자.

     

     뚜껑을 따고서, 캔을 단숨에 비운다.

     

     뭐야 이거 맛있잖아!

     역시 운동한 뒤의 커피는 뜨거운 게 최고야!!

     

     

     

     

     산을 뒤로한 우리들은, 근교로 돌아가고 있다.

     

     익숙지 않은 오른쪽 운전석에 위화감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내게, 핸들을 붙잡은 빅토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신들과 함께라면 잘해나갈 것 같습니다."

     

     "...그래."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난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코구미는 요 근래 인재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었지요. 4명이면 일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아서 말입니다."

     

     "........."

     

     "그러니 일시적인 가입이라고 해도, 소스케 공과 코즈미 공 정도의 분이라면 정말 든든할 따름입니다."

     이 이야기 길어지려나.

     솔직히 무시하고 잠들고 싶지만... 뭐 좋다.

     마침 나도 묻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

     

     "...어이 빅토르."

     "무슨 일이라도? 혹시 제게 퇴마사로서의 조언을 구하시는지?"

     "아니, 엘리제라는 소녀의 일 말인데."

     

     "저 아이의 일? 혹시 반해버리셨습니까?"

     

     "저 녀석 저주를 갖고 있지?"

     

     순간, 여태까지는 달변이었던 빅토르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난 여전히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어서, 녀석의 표정은 안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보고 있지 않을 뿐이고, 표정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눈치채셨습니까."

     "싫어도 알게 되더라."

     "그렇다는 말은 소스케 공도...?'

     

     "난 조심하면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래서... 부러울 따름이군요."

     

     빅토르는 한껏 목소리의 음색을 낮추며, 작게 탄식했다.

     

     "저주... 라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소스케 공의 말씀대로 에리는 어느 병을 앓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저 마스크로 증상을 억누르고 있어서 딱히 문제는 없지요."

     빅토르는 "하지만." 이라고 덧붙이고는.

     

     "한번 그녀가 빗장을 풀면, 작은 소리조차도 총알을 뛰어넘는 흉기가 됩니다. 물론 컨트롤은 못합니다. 실은 저것도 꽤 억누른 편입니다. 진심으로 하면 방금 것과는 비교도 안 되지요."

     "... 저 정도가."

     진심을 내면 대체 어떻게 될까. 

     

     그제야 나는, 엘리제가 어린 나이임에도 마술사의 이름을 짊어진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연상은 쉽게 된다.

     

     "...그럼 엘리제는."

     

     "예... 6년 정도 전에, 부모한테 버림받았습니다."

     가혹한 사실을, 빅토르는 시선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그런 다음, 당시 특급 마술사였던 나인 님께서 거두어주셨지요. 이후 그녀는 네코구미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상,네코구미에는 그런 식의 사정이 있는 마술사의 모임입니다."

     그렇게 말한 빅토르는 자조 섞어 웃더니, 손끝을 눈가리개로 향했다.

     

     "그렇게 말하는 저도, 예전에는 이것 때문에 주위에서 꺼림칙하게 여겼지요.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아즈마 씨도 마찬가지로..."

     그의 정돈된 음색이, 점점 작아진다.

     

     "그런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저희에게 있을 곳을 주신 분이 바로 나인 님입니다."

     예상 밖의 말에, 난 무심코 창가에서 빅토르로 고개를 돌렸다.

     

     "...의외인데. 그 녀석은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분방한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누구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런 걸까.

     난 그 녀석이 그런 호인으로는 도무지 볼 수 없다.

     

     코즈미한테는 뭔가 생각해둔 것이 있던 면도 있다.

     

     하지만 난 다르다.

     적어도 난 동정 따윈 받지 않았다.

     감옥에서 처음 나눴던 대화.

     

     날 권유하려고 했을 때의 그 녀석은, 뭐라고나 할까 좀 더ㅡㅡㅡ

     

     "... 그분한테는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뇌리에 스쳤던 그 생각은, 빅토르의 진지한 말에 가로막혔다.

     

     어쨌든 나 때와는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만일 나인이 정말로 손을 뻗는 형태로 이들을 권유했다고 한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네코구미에 들인 것일까.

     

     

     모르겠다.

     왜 그 녀석은.

     

     

     왜 그렇게나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던 것일까.

     

     

     그 이유를, 이제 와서 더욱더 모르게 되었다.

     

     "소스케 공."

     갑자기 빅토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왠지 굳센 그 어조에, 무심코 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왜."

     "부디 이후로도, 에리의 동료로서, 그리고 좋은 이해자로서 잘 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차체가 언덕을 넘어가는 중, 나는 시선을 맞추지 않고 단지 조용하게 수긍했다.

     

     "그래... 알았다고."

     

     

     

     코우미 마을.

     소스케가 태어난 그 시골은 예전부터 그리 불리고 있다.

     

     그곳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작은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간 장소에 있는 교차점의 한 곳.

     

     이 마을 치고는 교통량이 많은 이 장소에, 기괴한 간판을 단 2층 건물이 있다. 

     

     세로로 긴 간판에는 크게 [네코구미]라고 쓰여 있는데, 정말 당당하게도 내걸려 있다.

     

     오랫동안 세입자가 없었던 그 빈 건물을, 백발 소녀가 통째로 사들인 것은 최근의 이야기다.

     

     그 건물의 어느 방.

     청소가 막 끝난 그 방에, 붉은 테의 안경을 낀 흑발 여성이 폭넓은 책상에 앉아 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두겠습니다."

     안경의 여성ㅡㅡㅡ아즈마 쿄코는, 통화 중인 상대와 두세 가지 응답을 되풀이 한 다음, 정돈된 책상에 수화기를 되돌렸다.

     

     "후우..."

     

     눈을 감고서 한번 한숨을 쉰다.

     그리고 방구석에 있는 커다란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백발의 소녀ㅡㅡㅡ나인 바스필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방금 막 빅토르 씨한테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테스트도 포함해서, 임무는 문제없이 끝났다고 합니다."

     "아, 그래?"

     

     "사토 군을 매우 칭찬했습니다. 그거 그렇게까지 남을 칭찬한 것은 당신 이래겠네요."

     "올~"

     

     아즈마의 말을, 나인은 심드렁한 말로 받아넘겼다.

     들리기는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다른 것을 읽고 있어서 이쪽에 정신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놀라지 않습니까?"

     

     "음~?"

     

     나인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바라본 채, 미세하게 입가를 들었다.

     

     "그 정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참고로 말하자면, 그는 바다 건너 일본에 온 이유 중 하나인걸."

     

     "그렇습니까..."

     

     그 대답에 아즈마는 어느 의문을 품었지만, 그 이상의 설명을 요구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아즈마 쿄코는, 왜 그녀가 그에게 묘한 집착을 보이는지 그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행이라고 잡아떼면 그걸로 끝이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기분이 든다.

     

     대체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자신이 추측하는 만큼 소용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체념한 아즈마는, 본론으로 전환했다.

     

     "...전날부터의 조사인데, 선생님의 탐색은 현재 진척이 없습니다."

     

     "...뭐, 그 사람은 그리 간단히 찾아낼 수 없을 거야. 극동지부 덕분에 얼마든지 체류할 수 있을 테니, 느긋하게 가자구."

     그러면서도 나인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조금 드문 광경이었다.

     

     서류 작업이 잼병인 그녀는, 기본적으로 이런 일을 자신이나 빅토르한테 맡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 그녀가 솔선해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 오래 알고 지낸 자라면 놀랄만한 일이었다.

     

     "...저기, 나인? 조금 전부터 뭘 읽고 있는 거죠?"

     

     "협회에서의 임무."

     "네코구미에 온 건가요?"

     

     "아니, 나한테 직접."

     예상 밖의 사실에, 아즈마 쿄코는 의아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건 다시 말해, 천위 마술사가 움직일 정도의 큰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신은 사토 군의 감시 중이잖아요? 당연히 나인이 움직일 정도의 일은 안 올 텐데요.

     대체 어느 지부에서 온 거죠?"

     

     "원로원에서."

     "예...?"

     참지 못하고 말하고 만다.

     

     "내용은...?"

     "음, 왠지 말이야."

     나인은 매우 평탄한 어조로 대답했다.

     

     "오니가 나타났다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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