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2 막간 - 아싸
    2022년 08월 05일 14시 04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19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사람이 모여드는 인간.

     다시 말해 인싸.

     

     또 하나는 사람이 떠나가는 인간.

     아싸.

     

     

     사사미네 미코는 전자였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그 자세는, 자연스레 사람을 모여들게 하였고, 대개의 사람들과 문제없이 친해지고 만다.

     본인한테 자각은 없지만, 외모가 괜찮은 것도 무관계는 아니다.

     

     잘 돌보기도 한다.

     그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화내지 않는다.

     만일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면 잊고 만다.

     

     미코 자신도 그건 나쁜 일이라고 느끼지 않으며, 동시에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자신을 나름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그런 온화한 그녀를 마음에 들어한다.

     

     상냥한 아버지와 다혈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약간 하이브리드한 그녀는, 운동과 공부에 노력하면서도 좋은 친구에 둘러싸인 학교생활을 화기애애하게 보내고 있다.

     

     사사미네 미코는 인싸.

     입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그 사실은 반쯤 공통적인 인식이다.

     

     단지 한 명, 본인을 제외하고.

     

     

     

     

     그것을 처음 본 것은, 이미 얼마나 전의 일이었던가.

     

     도로의 보행자 이상의 신기함도 없는 [그들]의 기묘한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미코는 딱히 신경 쓰는 일 없이 의문을 품지 않고 살아왔다.

     

     그것이 속칭 유령이라고 이해한 것은, 유치원에 들어가서 조금 지났을 무렵인가.

     

     부모와 함께 보았던 검은 머리의 소녀와, 묘지에서 자주 보는 야윈 여성의 이미지가 멋지게 일치한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사미네 미코는 영능력자였다. 영을 볼 수 있는 힘, 이른바 영시라는 능력을 태어나면서 갖고 있던 것이다.

     

     "나 저거, 본 적이 있어."

     

     부모는 그걸 어린이 특유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는지, 미소 지으면서 맞장구치며 딱히 상대해주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말하자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끝내는 화내고 말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저것이 보이는 자는, 자신 뿐이라는 것을.

     

     왜 자신만 보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미코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저것이 보이는 것은, 미코만이라는 뜻이다.

     

     잠시 동안 고민했지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은 보이기만 하지 딱히 공격해오는 것도 아니고, 티비에서도 영능력자는 가끔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딱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고,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살아왔다. 건강하고 활발하게, 일반인을 가장해서.

     

     그 몇 년 후.

     할머니의 성묘를 하러 갔을 때,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묘지에 있는 유령의 수가 여태까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것이다.

     

     이상해

     여기는 핫 스팟일 텐데.

     이 수는 너무 부자연스러워.

     

     'ㅡㅡㅡㅡㅡㅡ아.'

     

     그렇게 자세히 보니.

     풀숲이나 나무 그늘에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보이지 않을뿐이지 수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그걸 알고서 왠지 안심이 되었다.

     

     "............?"

     거기서 또 의문을 품는다.

     

     왜 그들은 숨어있을까.

     애초에 [무엇을 피해] 숨어있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다가갔다.

     친구한테 걸어가는 것처럼.

     

     다음 순간, 유명이 멀어졌다.

     스윽, 하고.

     본 적도 없는 움직임으로.

     

     지금까지 괴이에 대해 방관하고 있던 미코가 하는, 첫 어프로치다. 하지만 맥없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어?"

     

     갑작스런 이변에, 미코는 당황했다. 지금,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한 걸까?

     

     단지 다가간 것 뿐인데.

     

     그런데도, 어째서ㅡㅡㅡ

     

     정신 차리고 보니, 그 자리에 존재하는 모든 괴이가 두려움에 지린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혐오에, 참지 못하고 미코는 내뱉는다.

     

     ".......왜?"

     

     중얼거리면서, 미코는 다시 전진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마치 자석이었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들은 자신에게서 멀어졌다. 바퀴벌레가 흩어지듯이, 순식간에.

     

     항상 무표정했던 유령들이 겁먹고 있다.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모르겠어.

     왜.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람.

     

     두려움에 질린 시선으로, 유령들은 말없이 호소한다.

     

     빨리 돌아가라는.

     

     "............어째서..."

     결국 이유도 모른 채, 미코는 귀로에 올랐다.

     자택으로 돌아가던 도중, 한 번도 유령과 만나지 못했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연히 마주쳐도 결과는 같다.

     곧장 도망치고 만다.

     

     미코는 딱히 유령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았다.

     

     미코가 유령을 싫어했다면, 의문으로 생각하기만 하고 곧장 잊어버렸을 것이다.

     오히려 좋다며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명확한 혐오감을 목격하고도 태연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자신은 강하지 않다.

     

     그날을 경계로, 사사미네 미코는 유령들에게 있어 아싸가 되었다.

     

     

     부모님은 귀여워해주고 있다.

     친구와의 관계도 양호하다.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그날의 일을 떠올린다.

     

     그들한테는 대체 무엇이 보였다는 말인가.

     

     

     "미코는, 싫어하는 게 없어 보여."

     

     

     어느 날 오후.

     반 친구와의 잡담 중에, 갑자기 친구가 말했다.

     

     이전이라면 웃으면서 긍정했을 질문에, 사사미네 미코는 곧장 학을 떼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걸."

     

     

     사사미네 미코는 떠올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꺼려하는 것은, 의외로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나, 유령만은 싫어."

     

     

     그래서 사사미네 미코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이유로 유령이라는 것이 싫다.

     

     

     

     

     17살이 되었다.

     

     부모의 권유로 여학교에 진학한 미코는, 별 탈 없는 고교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2학년 말기에 알바도 시작했다. 대학은 무난하게 진학할 수 있고, 부활동도 없어서 그만큼 시간이 있는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슈퍼마켓은, 미코한테도 익숙한 가게다.

     

     운 좋게도 동료도 점장도 상냥하다.

     

     순조롭다고 하면 순조로웠다.

     학교도 직장도 가정도 즐겁고, 당연하게도 친구관계나 트러블도 없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영능력자라는 사실도 거의 잊고 있었다.

     

     그 시선은 아직 익숙지 않지만, 무시하면 별일 아니다.

     주의하면 접촉할 일도 거의 없다.

     

     미코 안에서 유령이라는 존재가 점점 사라졌다.

     아마, 이후로도 깊게 관련된 일은 없을 것이다. 관련될 일도 없다.

     

     그런 확신에 찬 예상은, 정말 간단히 벗어나게 된다.

     혹은, 단순히 막연한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3학년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기록적인 호우가 이 마을을 덮쳤다.

     

     지독한 비였다.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산사태도 일어났다고 한다.

     

     그날은 알바하는 날이었지만, 개점 전에 돌아가게 되었다.

     

     스탭의 몸을 걱정한 점장이 영업시간 전에 젊은 사원들에게 귀가를 권유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우산이 망가졌음을 깨달았다.

     

     어찌해야 할까 망설이던 차, 사토라는 신입이 우산을 빌려줬다.

     비싸 보이는 새 우산이었다.

     

     "저 빗방울 피하는 거 장기라구요."

     

     그런 말을 남기고, 그는 빗속을 무방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건네받은 커다란 우산을 쓰고서, 미코는 후회했다.

     

     이런 비다.

     지금쯤 감기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시 감사를 표해야.

     

     ㅡㅡㅡ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도로가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한 것은.

     

     뭐지.

     전구는 아닌데.

     애초에 전구라면 물에 가라앉아서 빛날 리가 없어.

     

     

     "..............아."

     

     창백한 빛을 내는 그것은, 조금 커다란 불구슬이었다. 이른바 도깨비불이라는 것이다.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매우 신기함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다가갔음에도 도망치지 않는다. 아니, 도망칠 기운이 없는 걸까. 움직임도 둔하고, 왠지 연약함을 느낀다.

     

     모르는 사이 자신의 영시도 성장한 걸까. 미코는 순식간에 깨달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왠지 모르게, 이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 오래가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은 보일뿐이다.

     보는 것 이외에 특별한 일은 못 한다.

     적어도 내 뜻대로는.

     

     하지만, 저 도깨비불이 스러지는 것을 방관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괜찮....나요....?"

     

     작게 목소리를 쥐어짜낸다.

     17년을 살아오면서, 유령한테 말을 건 것은 첫 경험이었다.

     

     "추운가요....?"

     대답은 없었다.

     

     "저기..."

     호기심으로 손을 내밀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저로선 아무것도 못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함께 있어도 괜찮을까요?"

     

     순간, 도깨비불에서 손이 뻗어 나왔다.

     

     "어...?"

     

     놀랄 틈도 없이, 가느다랗고 긴 팔은 미코의 온몸에 달라붙었다. 감각으로 알겠다. 여성의 팔이다.

     

     "어, 잠깐..."

     이어서 불구슬에서 또 하나의 팔이 생겨났다. 양팔은 미코의 허리를 감고서, 강하게 끌어당겼다.

     

     "잠깐, 기다ㅡㅡㅡ"

     

     [미안]

     

     갑자기, 늠름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성의 목소리.

     

     [사과는 나중에 제대로 할 거니까]

     

     늪에서 기어 나오듯이, 불구슬에서 점점 사람의 몸이 나타났다. 이렇게나 가까운데, 모습이 잘 안 보인다. 다만, 머리가 길다는 것만은 인상에 남아있다.

     

     [좀만 빌려줘]

     

     그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사이엔가 자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장대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미코의 몸은 조금도 젖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싸늘해져 있어서 샤워는 했다. 식욕이 없어서 저녁식사는 걸렀다.

     

     그다음, 둔한 걸음으로 침대에 누워 빨리 취침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그날은 밤새 잠들지 못했다.

     

     당연하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태연히 지내는 편이 이상한 거다.

     

     그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손에 붙잡혔다.

     목소리도 들렸다.

     누군가와 눈이 맞았다.

     

     소름이 돋고, 털이 쭈뼛 선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기분을 맛본 거슨.

     

     마지막으로 유령을 두려워한 것은, 대체 언제적이었더라.

     어머니한테 밤중의 화장실에 따라와 달라고 한 것은, 언제적이었더라.

     

     이 체질 탓에 떠올릴 수도 없다.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하하...'

     

     무서워.

     유령이 무서워.

     그래.

     

     정말로 그래, 누구나 유령은 무서워.

     

     결코 그 반대가 아냐.

     그런 당연한 마음을, 미코는 이제야 되찾았다.

     

     역시 유령이란 것은 좋아할 수 없다.

     왜냐면 무서우니까.

     그런 당연한 마음이, 왠지 정말 기분 좋게 생각되었다.

     

     

     

     

     그다음 날, 빠르게 알바처로 가보니 그 신입도 나와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별일 없었다고 하나.

     도중에 토사에 휘말렸다던가 말했지만,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던 모양이다.

     

     튼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를 말하고 우산을 돌려줬다.

     

     "그러고 보니 사사미네 씨 쪽은 괜찮았나요?"

     

     "그래, 괜찮아."

     

     그때, 본인은 아직 몰랐다.

     

     

     "아무 일도 없었어."

     

     

     이미 다른 측의 세계에 발을 디뎠음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내디뎠음을.

     

     

     이 만남이 길인지 흉인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그녀와 그가 다른 측과 관련되는 것은,

     나중의 이야기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