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4 오니가 머무는 섬(1)
    2022년 08월 05일 18시 4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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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26 

     

     

     

     이 세계 어딘가에, 불가사의한 탑이 존재한다.

     

     프랑스 모처에서 그런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수백 년의 때가 지났을 것이다.

     도시전설 치고는 너무나 따분한 그것을 누가 퍼트렸는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탑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 탑은 높다.

     산보다도 구름보다도.

     하늘에 닿을 정도의 거탑.

     

     분명 이 탑의 꼭대기라면, 세계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설계자는 그것을 [견문의 탑]이라고 이름 지었다.

     

     아득한 옛날, 초대 천위 마술사의 손에 의해 건설된 그것은, 결코 기울어지지 않고, 부러지는 일 없이, 마도의 중심으로서 천천히 역사를 새겨나가고 있다.

     

     마술계의 총본산.

     세계마법협회의 본부인 것이다.

     

     

     

     

     견문의 탑의 최상층에 있는 대회의실.

     통칭 요란의 방.

     평소에는 협회의 나이 든 중진들이 모이는 방이지만, 이번에 모인 인원들은 약간 다르다.

     

     

     네코구미를 비롯한 고위 커뮤니티의 멤버들.

     어펙션, 세피로트,

     불중뇌무령희노.

     그리고 대성군.

     

     

     특급 상위 멤버에서 6문까지, 마술계의 수장들이 결집하였다.

     누구나 세계에 이름을 떨친 고위 마술사들 뿐이다.

     

     그중의 한 자리에 자리 잡은 백발의 소녀.

     

     네코구미의 리더인 나인 바스필드는, 천장을 우러러보면서 따분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있다.

     

     '졸려.......'

     

     

     코우미 마을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전철로 갈아타기를 2시간 반.

     파리까지 비행기로 약 12시간 반.

     그곳에서 볼드까지 약 1시간 반.

     본부에 가는 전이술식이 존재하는 프랑스 지부까지 차로 딱 4시간.

     총 20시간 30분.

     

     

     오랜 여행의 피로가 덮쳐왔다.

     

     역시 아슬아슬하게 올 게 아니라 하루 정도 여유를 두고 왔어야 했다.

     그럼 몸이 쉴 수 있었는데.

     

     애초에 왜 본부가 프랑스인가.

     

     바로 밑에 영맥의 뿌리가 있는 것도 무관계는 아니지만, 건설한 장본인인 [박왕]은 아득한 옛날에 죽었으니 이제 알아볼 길이 없다.

     

     평소라면 근처에서 행동했을 나인이지만, 지금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때만은 본부의 입지조건을 원망했다.

     

     

     언짢은 이유는 그 외에도 하나 더 있다.

     

     아무리 지나도 회의가 시작되지 않는 것이다.

     

     집합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주요 멤버가 출석하지 않아서 시작할 수가 없다.

     

     슬슬 돌아갈까.

     그런 나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처럼, 갑자기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목소리의 주인은 검은 리젠트 컷의 성인 님성. 등에 불중뇌무령희노라고 적힌 하얀 특공복을 입고 있다.

     기다란 몸은 근육들에 단단히 감싸여 있어서, 엄청난 훈련도가 엿보인다.

     

     시대에 안 맞는 일본의 불량아라는 말이 딱 걸맞은 풍채였다. 하지만 남의 문화에 대한 조예가 없다면 민족의상에 가까운 기묘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이쪽은 멀리서 바다 건너왔다고? 어이 미리온... 혹시 우릴 얕보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키드 님.

     지금 확인하는 도중이지만, 아무래도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니놈들의 일 아니냐? 아앙?"

     

     "이, 이상하네요...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요."

     미리온이라 불린 구릿빛 머리의 여성은, 머리에 오른손을 갖다 대면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빈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25분.

     집합시간에서 거의 30분 가까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석해야 할 커뮤니티의 수장들이 이 자리에 없는 것이다.

     

     "...그 녀석들 아직도 안 온 건가."

     

     "다즈몬드 님과 환제 님께서는 확실히 출석의 대답을 해주셨지만요..."

     "그 쓰레기는 어쨌고."

     "로긴스 님과는 2년 정도 전부터 연락이 안 닿습니다."

     "하... 이 녀석도 저 녀석도..."

     

     키드라 불린 남자는 그 자리에서 난폭하게 다리를 꼬면서 버릇없게 걸터앉았다.

     

     크게 혀를 차면서, 그대로 왼쪽에 있는 검은 기모노 차림의 중년남을 노려보았다.

     

     "어이 겐조 씨."

     

     "...뭐냐."

     돌아온 것은 찌르는 듯한 시선.

     검과 같은 위압.

     

     남자의 이름은 이가라시 겐조.

     천위 마술사이며 서열은 3위.

     일본인 유일의 6문인 그가 [산옥]의 이명을 받은 것은,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일.

     

     현역 마술사 중에서는 시키가미 겐사이 다음가는 베테랑이다.

     

     "당신과 그 녀석은 같은 팀 아니냐고? 이런 급할 때 리더는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키드의 물음에, 이가라시 겐조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착각 마라 꼬마. 내 일은 그 녀석의 뒷바라지가 아니다."

     

     "...꼬마아? 그 말 취소해."

     

     그 분노에, 겐조는 조소로 응답했다.

     

     "하아... 스스로 키드라고 해놓고서 뭘 이제 와서."

     "네놈..."

     

     "지, 진정해주세요! 이 곳에서의 싸움은 불법이에요!"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일촉즉발의 위기에, 미리온의 작은 얼굴이 핼쑥해진다.

     

     그렇게 오들거리고 있자, 갑자기 도움의 손길이 들어왔다.

     

     "잠깐, 그 정도에서 그만두지 그래요?"

     

     중재한 것은 바로 옆의 인물.

     외모는 20대 전반일까. 화려한 분위기의 미려한 성인 여성이었다.

     

     허리까지 뻗은 체스트넛의 긴 머리는 벌꿀을 흘린 것처럼 아름답고,

     글래머러스한 흰 피부는 노출이 적은 검정 드레스로 감싸고 있다.

     

     "두 분 모두, 볼품없으니까요."

     

     드레스의 여성은 어린애를 혼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하면서, 양쪽에 여유 있는 미소를 보냈다.

     확실한 기품이 엿보인다.

     

     "훗.... 그것도 그렇군..."

     "쳇..."

     

     키드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혀를 찼고, 겐조는 태연한 얼굴로 정면을 다시 돌아보았다.

     

     미리온은 그들이 진정해줬음에 안도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다툼을 막아준 드레스 여성에게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샤리아 님)

     

     (아니, 부디 신경 쓰지 마세요)

     

     미리온은 생각한다.

     모두가 이 분처럼 차분하면 일이 부드럽게 진행될 텐데.

     매번 있는 일이지만, 그들의 상대를 하면 언제나 배가 아파온다.

     

     특급과 천위는 커뮤니티가 다르면 기본적으로 사이가 나쁘다.

     협회라는 관리하에 두지 않으면 무력 대립도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개인으로 현대 병기를 능가하는 그들의 다툼은, 이런 부류의 진행을 맡는 미리온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으로ㅡㅡㅡ

     

     

     '졸려...'

     

     바로 옆에서 일어난 말다툼을 개의치 않고, 나인은 크게 하품을 한다.

     

     하지만 잘 수는 없다.

     회의의 내용을 듣지 않았다는 걸 들키면 나중에 쿄코한테 혼나버린다.

     

     "하아..."

     나인은 축 처지는 진행에 스트레스를 느끼면서도, 미리온을 탓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급과 천위가 전부 모여든 것은 벽왕의 일 이래다.

     

     그러는 나인도 직접 부르지 않았다면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대역을 보냈을 것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가야겠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출석한 것이다.

     

     나인의 빈정 섞인 시선을 느꼈는지, 미리온은 약간 서두르는 기색으로 모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 이제 기다려도 소용없는 모양이니, 슬슬 시작할까요!"

     

     미리온은 딱딱한 미소를 지으며 수중의 자료를 나눠주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의 조명이 어둡게 바뀌었고, 정면의 거대한 디스플레이에 영상이 비쳤다.

     세계지도다.

     

     미리온은 "크흠." 하고 한번 헛기침을 한 뒤, 방에 모인 자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번에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일은, 전날의 영맥폭주에 따른 고대 요마의 부활에 대해서입니다. 사회는 친숙한 [원로 마술사]인 미리온 데드라인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간단한 소개를 끝내고, 미리온은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강력한 요마가 연이어 깨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오니와 야마타. 중국에는 용.

     그리스에는 바다뱀. 북구에는 신의 늑대. [진혈] 중에서도 고위에 들어가는 요마 뿐입니다."

     진혈이란, 나쁜 혼이 모여들어 탄생한 잡종 요마가 아닌, 그것 자체가 생물의 일종으로 확립된 요마의 통칭이다.

     

     그중에서도 지금 이름이 언급된 요마들은, 어느 것이나 역사에 나왔던 전설급의 괴물들이다.

     

     "원인은~?"

     

     말하면서, 나인이 작게 손을 들었다. 미리온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아직 조사 중입니다. 영맥에 대해서는 인위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히 정기적으로 증폭된다는 의견도..."

     "다시 말해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

     

     그렇게 되겠네요. 현재 코린 님이 해석하고 있으니, 아마 며칠 안에는."

     "아, 그래?"

     

     그럼 괜찮겠지.

     나인은 그렇게 납득하고서, 손을 내리며 팔을 괴었다.

     

     "결국, 그 요마는 얼마나 강한 거냐? 위력 정찰은 해봤냐고?"

     난폭한 말투이기는 하지만, 키드의 발언은 합당한 의견이었다.

     

     "전날, 현지에서 24시간 체제로 감시 중인 원로마술사들한테서 자료가 도달했습니다. 그걸 본 바로, 단독의 강함은 천위 마술사에 필적할 우려가 있습니다.'

     회의장에 동요가 일어난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천위급의 요마.

     협회가 입는 막대한 피해는 제쳐두고, 내버려 두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일이 커지기 전에 그것들을 전멸시키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네. 샤리아 님의 말씀대로, 이대로 방치해두면 피해규모는 측정할 수 없습니다.

     현재, 협회는 정부 측에서 시급한 대응과 철저한 처리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또 아저씨들의 요청이겠네."

     샤리아는 따분하다는 듯 탄식하고는, 윤기 있는 장발을 어루만졌다.

     나라의 지원은 도움이 되지만, 가끔은 스스로 해결해줬으면 한다. 마술사는 군대가 아니다.

     

     "수중의 자료를 봐주세요. 제각각 담당할 요마의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미리온의 말에, 제각각 탁자에 놓인 자료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기재된 정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펙션과 세피로트는 야마타.

     대성군은 바다뱀과 신의 늑대.

     네코구미와 레기온 여러분은, 모모야마타 가문과 협력해서 오니의 정멀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걸 들은 나인이 "응?" 하면서 눈썹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용은 어쩌구?

     일손 부족한 것 같은데?"

     

     곧장 미리온의 표정이 흐려진다.

     

     "만일 연락이 되었다면 로긴스 님께 맡길 셈이었지만요..."

     

     "그 녀석을 기대하면 안 된다구..."

     "용만은 아직 봉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니, 앞으로 반년은 버틸 거라..."

     

     "흐음~"

     

     그걸로 괜찮은 걸까.

     천위급의 악마. 그건 다시 말해, 걸어 다니는 핵폭탄 같은 것인데.

     

     "또 뭔가 질문할 것은 없나요?"

     

     미리온은 반응이 없음을 확인하고서, 다음 항목으로 설명을 진행했다. 그 무렵에는, 나인도 이미 집중하고 있었다.

     

     "그럼, 작전의 자세한 날짜와 장소 등의 설명을ㅡㅡㅡㅡ"

     

     회의가 끝난 것은, 그로부터 3시간 후였다.

     

     

     

     

     이튿날, 협회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빠르게 나온 나인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 천위와 특급이 모여 생기는 팽팽한 분위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빨리 돌아가서 쉬도록 하자.

     

     예약해둔 비행기에 맞추도록, 여유 있는 시간대에 공항에 도착한다.

     

     일단 모처럼 해외까지 온 것이다. 네코구미 구성원들한테 적당히 선물이라도 사가자.

     

     엘리제한테는 유명 가게의 과자라도 갖고 돌아가면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그보다 과자라면 뭐든 기뻐할 것이다.

     

     쿄코와 빅토르는 방에 장식할 골동품이면 된다 치고, 시키가미 코즈미는 뭘 줘야 기뻐할까.

     

     의외로 뭘 줘도 될 듯한 기분이지만,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무난하게 여성향 펜던트를 샀다.

     

     "용사 군한테는..."

     

     그 사람은, 뭘까.

     

     전에 배에 바람구멍을 낸 원한이 있어서, 이럴 때는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고 만다. 그건 죽을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그한테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않다.

     소스케도 어엿한 네코구미의 일원이다. 차별은 좋지 않다.

     

     그런 변덕이 드러났는지, 출항 때까지 선물 코너를 두리번거리던 차에 어떤 지인을 만났다.

     

     "오~ 나인이잖아.'

     

     

     아니, 만나고 말았다.

     

     

     나타난 것은 검은 외투를 입은, 검은 스파이크 헤어의 남자.

     2m를 넘는 거구가, 어느 틈엔가 나인의 눈앞에 석상처럼 서 있었다.

     

     "...다즈몬드 기라트."

     

     나인은 가증스럽다는 듯 그 이름을 말했고,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 적대심을 느꼈는지, 남자의 등 뒤에서 메이드 모습의 젊은 여성이 뛰쳐나왔다.

     

     "오랜만입니다, 나인 님.'

     

     맑은 미성.

     하지만 그 말에는, 감정이라 부를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 마치 기계한테 인사하는 듯한 감각에, 나인은 매우 짜증이 났다.

     

    ".............크롬도 있었네.'

     

     크롬 G 로젠베르그.

     다즈몬드가 옛날부터 고용하고 있는 하인. 동시에 숙련된 특급 마술사로서도 유명하다.

     

     "저는 항상 다즈몬드 님의 곁에 있습니다."

     

     "....아 그러셔. 대뜸 이제 안 오나 싶었다구."

     "급하다고 들어서 말이야. 볼일을 빨리 끝내고 남미에서 날아왔지.'

     "회의는 이미 끝났어."

     "뭣이...? 그 녀석은 실패했구나..."

     하루 늦게 오고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이 녀석은.

     

     "그보다 왔어도 잤을 거면서.'

     

     "응? 무슨 말했어?"

     

     "아무것도. 땡땡이도 적당히 치라구."

     

     나인은 그런 말을 남기고, 재빨리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운수 없는 날이다.

     

     설마 저 남자와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점에는 흥미가 없지만, 오늘의 운세가 최하위라는 것은 틀림없다.

     

     여기선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은 사이 재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10걸음 정도 걷다가, 어깨너머 후방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남자가 제멋대로 따라오지는 않나 걱정이었던 것이다.

     

     

     그 직후였다.

     퉁, 하고 뭔가에 부딪혔다.

     타이밍 나쁘게 누군가와 부딪혔나. 사과하려고 올려다보니, 등 뒤에 있어야 할 다즈몬드가 떡 하니 서 있었다.

     

     

     "............!"

     

     "어이어이, 그건 아니지. 모처럼 만났는데 말이야."

     "...당신, 끈질기다구."

     강한 짜증을 드러내면서, 나인은 감정을 억눌렀다.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가려는 찰나, 그의 글러브 같은 거대한 손에 팔을 붙잡혔다.

     

     "잠깐...! 뭐 하는 거야...!"

     "좋은 기회다. 이제부터 같이 밥이라도 어때?"

     

     "뭐...?"

     그 갑작스런 제안에, 나인의 분노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나인은 그의 팔을 무리하게 흔들면서, 붙잡고 있던 손을 쳤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떨구려는 듯.

     

     "이쪽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구. 그런 건 그쪽 메이드한테 말하는 게 어때?'

     

     내뱉으면서 팔을 떼내자, 다즈몬드는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놀랐다.

     

     "쌀쌀맞기는."

     

     "나이 먹은 아저씨랑 밥이라니 사절이라구."

     

     나인은 쓴소리를 내뱉고서, 이번에는 재빨리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걸 어깨너머로 바라보면서, 다즈몬드는 매우 재미없다는 듯 탄식했다.

     

     "넌 항상 나한테 그러네. 메리한테 예의범절을 배우지 않은 거냐?"

     

     "...................뭐?"

     

     갑자기 걸음이 뚝 멈춘다.

     

     그녀가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얼굴에 분노의 표정을 가득 짓고 있었다.

     

     알만한 사람이 보면 죽음을 연상시킬 정도의 압박감. 고농도로 압축된 살기가, 다즈몬드의 온몸을 빠짐없이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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