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5 오니가 머무는 섬(2)
    2022년 08월 05일 23시 41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estar.jp/novels/22241232/viewer?page=334 

     

     

     

     하지만ㅡㅡㅡ

     

     "하핫."

     그것조차 그에게 있어서는 사소한 반응이었는지, 다즈몬드는 신경 쓰는 기색 없이 어린애 같은 미소를 지었다.

     

     "화내지 말라고. 그 녀석의 일이 되면 바로 열내는 것은, 네 나쁜 버릇이야."

     그 오만불손한 태도가, 더욱 그녀를 짜증나게 한다.

     

     하지만, 그의 말도 합당하다.

     

     '... 뭐 하고 있는 거람, 나는.'

     

     나인은 자신을 탓하면서,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배어있었다.

     

     "...비행기에 늦으니, 이제 갈게."

     "오 그러냐. 가자 크롬. 얼굴 정도는 비추지 않으면 할아버지들의 체면이 안 설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반응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즈몬드는 손쉽게 물러났다.

     

     그대로 작별의 인사도 없이, 다즈몬드는 메이드를 데리고 천천히 떠나갔다.

     

     "뭐냐구..."

     마치 이쪽이 나빴다는 듯한 결말이다. 결국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뭐라 말할 수 없는 뒷맛을 느끼면서, 나인은 오도카니 중얼거린다.

     

     "여전한 녀석."

     기분이 상한 나인은 장보기를 그만 마치고, 재빨리 체크인을 했다.

     

     그대로 탑승 게이트를 지나 출발 로비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자,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앗, 용사 군의 선물 잊었다."

     

     뭐 됐어.

     

     

     

     10월이 되었다.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는 조금씩 물러가고, 가을 특유의 선선한 하루가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나의 일상은 형태가 바뀌었다.

     아니, 확장되었다고 말해야 하나.

     

     알바와 취업활동은 그대로 계속하고 있다. 이 부근에 변화는 없다.

     

     거기에다가, 네코구미에 얼굴을 내밀며 임무를 돕는 일과가 더해졌다. 임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요마 사냥이 주로. 괴물한테 스트레이트를 먹이기만 하는 간단한 일이다.

     

     여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지만, 요즘에는 모르는 사이에 삶의 일부로 들어서 있다.

     

     충실한 매일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다. 하지만 이 눈이 돌아갈 것 같은 바쁨은, 그만 이세계에서 지냈던 나날을 떠올리게 한다.

     

     악한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 어딘가 어두운 이미지가 있었던 마술사지만, 의외로 히어로 같은 역할이 많다.

     

     보람 있는 직업이다.

     뭐 될 생각은 없지만.

     

     

     

     

     "출장? 나인이?"

     휴일 오후.

     갑자기 네코구미의 사무소에 불려 나온 나는, 응접실에서 아즈마 씨와 차를 마시고 있다.

     

     "예, 이틀 정도 전에 프랑스 본부로 갔습니다. 저래 뵈어도 협회의 최고 전력 중 한 명이니, 바쁜 몸이죠."

     

     "...흐음."

     나인이 출장. 아무래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몇 주 동안 알게 되었는데, 나인은 땡땡이를 좋아한다.

     그보다 그 녀석은 사무적인 일이 성격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사토 군? 왜 그러시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묘한 상상을 떨쳐낸 나는, 눈앞의 컵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무슨 일로?"

     

     "아, 아직 말하지 않았군요. 오늘은."

     

     "다녀왔어요~"

     

     아즈마 씨의 대사를,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가 뒤덮는다. 계단 쪽을 바라보니, 엘리제와 코즈미가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다.

     

     "아, 사토 씨. 안녕하세요."

     날 보자마자 엘리제는 정중히 인사했다. 이쪽도 가벼운 인사를 해뒀다.

     

     "어디 갔었어?"

     

     "네. 오늘은 오전 중에 에리쨩하고 함께 장을 보러 갔었어요."

     "오~"

     

     요즘, 코즈미와 엘리제는 매우 사이가 좋다. 둘이서 행동하고 있는 모습을 빈번하게 보게 되었다.

     

     "어서 오세요, 에리."

     갑자기 아즈마 씨가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엘리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쇼핑은 재밌었습니까?"

     

     "네, 가득 놀았어요."

     아즈마 씨는 "다행이군요." 라며 미소 지으며 엘리제의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키가미 양도, 따라가서 수고하셨습니다.'

     

     "아뇨, 저도 에리쨩과 함께 지내서 정말 즐거웠어요."

     코즈미는 그렇게 말하며 기품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외동딸이라서, 여동생이 생긴 느낌으로 기쁜 거겠지. 원래부터가 언니 기질이다, 이 녀석은.

     

     "지금 차를 우려 올 테니, 거기서 기다리시죠."

     아즈마 씨는 코즈미와 엘리제한테 소파에 앉도록 권하고, 부엌에서 티 세트를 내왔다.

     

     "다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코즈미 언니, 쿄코 씨가 우려 준 차는 정말 맛있어요."

     

     "정말 에리...... 이상한 말 하지 마시죠."

     "아니, 정말로 맛있네요. 아즈마 씨는 가사도 잘하세요.'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하듯, 조금 전까지 살풍경했던 공간이 단번에 시끌벅적했다.

     

     그에 반비례해 나의 영압은 줄어들었지만, 뭐 그건 사소한 일이다.

     

     그런 흐뭇한 광경을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등 뒤에서 늘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왔어ㅡㅡㅡㅡㅡㅡㅡ"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가 일제히 돌아보았다.

     시선 끝에는, 지친 기색의 나인과 양손에 짐을 안은 빅토르가 서 있었다.

     

     처음으로 반응한 것은 아즈마 씨였다. 그녀는 약간 놀란 상태로 눈을 부릅뜨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빨랐군요."

     "응. 바로 돌아왔다구."

     "빅토르 씨한테 태워달라고 했습니까?"

     "예. 여기 오는 도중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모처럼이니 그대로 태워주게 되었지요. 하지만 연락해줬으면 마중하러 나갔을 것을."

     "됐어. 천천히 돌아오고 싶었다구."

     나인은 빅토르에게 손을 흔들고는, 완만한 동작으로 엘리제의 옆에 "엿차." 라고 하면서 스윽 걸터앉았다.

     동작이 완전히 아저씨의 그거다.

     

     "아~ 역시 프랑스는 머네. 지이이인짜 피곤.......응?'

     

     거기서 이제야, 나인은 나와 코즈미의 존재를 깨달았다.

     

     "어라, 용사 군과 코즈미쨩이잖아. 와 있었네?"

     "당신이 모이라고 말했잖아요."

     

     "뭐? 그랬었나?"

     

     "아니, 정말..."

     흐느적거리는 나인을 보면서, 아즈마 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탄식했다.

     하지만 왠지 기뻐 보인다.

     친구가 돌아와서 기분이 좋아진 걸까.

     

     "수고하셨어요 나인 씨.

     출장 쪽은 어땠나요?"

     

     "아~ 에리...그거 말이네.

     음, 어쨌든 지쳤어. 역시 우수한 마술사에는 제대로 된 녀석이 없나 봐. 아 맞다. 네게 선물 사 왔다구."

     "어, 정말이요!?"

     

     "그래. 네가 좋아할 만한 걸 많~이 사 왔다구. 빅, 그거 좀 줄래?"

     

     "예, 나인 님.'

     빅토르는 품고 있던 짐 중 하나를 나인에게 내밀었다.

     그보다 그거 네 짐이었냐고.

     

     "음... 분명 에리 것은."

     주머니 안을 뒤적거리다가, 평평한 상자를 하나, 둘, 세 개 꺼내서는 테이블에 쌓아나갔다. 보아하니 과자인가.

     

     "자, 이걸로 전부네.

     너무 먹으면 안 된다?"

     

     "와~ 고마워요!"

     

     엘리제는 어린애 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나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선물은 아직 남은 모양인지, 들고 온 자루에서 계속해서 꾸러미가 나왔다.

     

     "쿄쨩은 잡화점에서 산 장식물."

     "일부러 미안하군요."

     "빅은 에펠탑의 모형을 사 왔어."

     

     "오오, 고맙구려."

     "코즈미쨩은 액세서리인데, 취향에 안 맞으면 미안."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용사 군은 바나나."

     

     "뭐?"

     

     

     

     

     나인은 거실에서 약간 쉰 뒤, 모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회의의 내용을 모두한테 전달할게."

     그렇게 말하는 나인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이었다. 난 조금 전 받은 바나나를 열심히 먹으면서, 일단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의제의 주제는 전날의 영맥폭주에 대해서. 역시, 그것의 피해는 어디든 대단했던 모양이더라구."

     영맥폭주라면, 몇 주 전에 일어났던 요마의 대량 발생을 말한다. 요마가 득실거리며 나타났던 그거다.

     

     우리들 구역은 엘리제가 요마를 순삭시켜준 덕분에 별일 없었지만, 아무래도 폭주는 세계 각지의 여러 군데에서 발생한 모양이라서, 그 피해규모는 결코 경시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에 더해서, 그 폭주가 원인이 되어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고대의 요마들이 눈을 떴다고 한다.

     

     현재 그런 요마가 다섯 체나 확인되어 있다. 그중 2체는 일본에 있다고 하니 더욱 곤란하다.

     

     말로는 들었지만, 사태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당히 심각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대로 오래 내버려 두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한다. 무서워.

     

     "원인은?"

     

     아즈마 씨가 갑자기 그렇게 질문했다. 나인은 어깨를 들썩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아쉽지만, 그것까지는 모른대. 하지만 인위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라구."

     

     "바보 같은. 그만한 규모면 사람을 아무리 모아도 일으킬 수 있을 리가..."

     "인위적인 영맥간섭..."

     나인의 이야기에 뭔가 생각나는 바가 있었는지, 코즈미는 조금 생각하는 몸짓을 하다가 이윽고 "그러고 보니" 라고 말을 꺼냈다.

     

     "츠치무라 선생님도, 그때 영부를 이용해서 영맥을 어느 정도 조종하고 있었다고 해요... 다수의 요마를 동시에 강화하거나, 마력을 무한정으로 쓸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마술을 초월적인 영역으로 행사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었네. 하지만 만일 이 규모의 영맥을 츠치의 방법으로 조종하려고 했다면, 막대한 인원과 장대한 준비기간, 무엇보다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했을 거야. 그런 대규모의 준비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건, 정말 불가능해."

     왠지 이야기가 전문적이라 따라갈 수 없는데. 이쯤에서 하나 질문해보자.

     

     "하나 괜찮을까?"

     

     "뭔데, 용사 군."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영맥이 뭔데?"

     

     나인은 코웃음 쳤다.

     

     "넌 어리석을 정도로 무지하네."

     

     죽인다 너.

     

     "확실히, 소스케 공은 마술에 간해서 지식이 조금 얕은 모양이군요."

     그렇게 말하며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는 빅토르. 코즈미 이외의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잠깐만.

     모두들 착각하고 있나 본데, 난 너희들이 말하는 마술사가 아니라고."

     

     내 발언에, 모두가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당연한 반응인가.

     하지만 이세계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디 그리피아에서는 마법을 쓰는 것이 당연. 그래서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에 따라 호칭이 나뉜다.

     

     막대한 지식을 토대로 복잡한 술식을 써서 원거리 마법과 봉인술식, 환영 등을 구사하는 것이 마술사.

     

     반대로 나처럼 몸을 강화해서 몸으로 접근전을 하는 자는 전사.

     참고로 이 세계에서는 미키와 사이몬 선생(전에 나왔던 근육) 등이 딱 들어맞는다.

     나인은 그 중간 즈음이다.

     

     다시 말해 나는 매지션 소스케가 아닌, 그래플러 소스케라는 말이다.

     

     "소스케 씨, 마술사가 아닌가요?"

     

     엘리제의 물음을, 난 주저하지 않고 긍정했다.

     

     "그래, 완전 다르다고."

     "어... 그럼 뭔가요?"

     

     "그는 니트라구."

     죽인다 할멈.

     

     

     

     

     "ㅡㅡㅡ그래서, 여기서부터가 본제인데 말이야."

     

     나인은 그렇게 잠시 말을 끊더니, 평소보다 무거운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 요마 중 하나의 정벌을 우리가 담당하게 되었어."

     이것은 이미 설명을 받았는데, 현재 일본에는 두 괴물이 있다.

     하나는 야마타노 오로치. 신화에 나오는 여덟 머리를 가진 거대한 뱀.

     

     야마타는 6문의 [율인형] 씨가 이끄는 [어펙션]과 [세피로트]라는 커뮤니티가 담당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오니.

     이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불필요할 것이다.

     그 녀석이 네코구미가 담당하게 된 요마다.

     

     "참고로, 이쪽도 부스시마 레온의 커뮤니티와 [육가]의 모모야마타 가문과 공동으로 하게 되었다구."

     "6가...?"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를 입에 담자, 곧장 나인이 설명을 해줬다.

     

     "초대 천위 마술사의 말예를 뜻해. 하나는 맥이 끊겼지만, 다른 쪽은 지금도 남아있어.

     세베, 류, 모모야마타, 메이브리드, 그리고 버밀리온.

     다시 말해 세계적인 명문이라는 뜻. 분명, 코즈미쨩의 친구에도 한 명 있었지?"

     "네, 티아쨩 말이네요."

     ...아, 티아였나.

     그러고 보니 성씨가 버밀리온이었지.

     

     "소스케 군, 티아쨩의 집은 정말 대단해요. 실력 있는 마술사를 여럿 배출한 곳이에요."

     "오..."

     코즈미 왈, 현 6문 중 한 사람이 버밀리온 가문의 차기 당주가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 이전에도 버밀리온 가문은 역사상 가장 많은 특급, 천위 마술사를 키워내어서, 6가 중에서도 필두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말을 돌려서, 용사 군과 코즈미쨩은 이번에 어쩔래?"

     

     나인의 당연한 질문에, 나와 코즈미는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하냐니, 무슨 의미인데."

     "아니, 이 사건, 너희들한테는 조금 짐이 무거울까~ 싶어서. 그러니 이번 작전의 참가는 특별하게 임의로 해줄게."

     그렇게 내뱉고서, 나인은 깔깔 웃었다.

     너무 뻔한데 그거. 도발 같잖아.

     그러니 기분 좋게 응해주자.

     

     "아니, 갈게. 가는 게 당연하잖아."

     "저도 갈게요. 전력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치료요원으로서는 충분히 일할 셈이에요."

     가족한테도 위험이 미칠 수 있다면, 어차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해서, 방금 점장한테 무리하게 말해서 용사 군의 몫까지 휴가를 얻고 왔다구. 출발은 내일이니까 준비해 둬."

     

     "내일?"

     

     또 정말 급한 전개다.

     그런 위험한 녀석은 좀 더 사전에 알려줬으면 하는데.

     

     "새삼스럽지만, 목적지는 어딘데?"

     

     "그야, 뻔하잖아."

     나의 질문에, 나인은 입가를 들어 올리며 싱긋 웃었다.

     

     "오니가시마."

     

     

     이렇게, 네코구미에 가입한 뒤로 처음 맞이하는 큰 업무가 막을 열었다.

     

     지구가 점점 멸망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728x90

    '이능력배틀물 > 개와 용사는 꾸밈이 없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37 일본 제일의 모모타로(1)  (0) 2022.08.06
    036 커뮤니티 일람  (0) 2022.08.06
    034 오니가 머무는 섬(1)  (0) 2022.08.05
    033 지금까지의 등장인물  (0) 2022.08.05
    032 막간 - 아싸  (0) 2022.08.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