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장 에필로그 시작의 끝
    2022년 07월 18일 13시 25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470gm/55/

     

     

     

     나는 왕태자의 구금에서 풀려났다.

     왜냐면, 마녀숭배자인 크로울리 백작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노렸던 범인이었는데, 왕태자와 왕비는 크로울리 백작의 응모를 눈치채면서도 증거를 붙잡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 신변의 위험은 사라졌다.

     하지만 내가 마녀 후보라는 점에 변함은 없다.

     

     왕궁에서 저택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이튿날 저녁 무렵의 우리들은 비공정의 선착장에 서 있다.

     왕태자와 왕비도 우리를 배웅하러 수많은 종자들을 데리고 나왔는데, 석양을 등지고 서 있다.

     

     왕태자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미안했어, 클레어."

     "괜찮아요. 절 지키기 위해서였잖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상담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걸요."

     

     "그래, 이후로는 그리 할게."

     이후라.

     그건...... 없다고 생각한다.

     

     "저기...... 전하, 그리고 왕비님. 마지막으로 전해드릴 일이 있어요."

     "음?"

     

     "전 왕태자의 약혼녀에서 물러날까 생각해요. 저는 마녀가 될지도 모르니...... 성녀님을 찾아야 해요."

     난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왕비는 미소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클레어. 당신은 왕태자의 약혼녀로 있어줬으면 해."

     "어, 어째서요?"

     "내 마음에 들었거든."

     

     "그, 그것뿐?"

     

     "당신이라면 분명 나보다 더 왕비의 일을 잘할 거야. 그리고 당신 아버지가 파혼을 허락해줄 리가 있겠니?"

     

     그건 그말대로다. 나와 왕태자의 정략결혼은 리얼리스 공작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것.

     하지만 왕태자 측에서 거절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래서 사전에 말해둬서 밤의 마녀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하려 했는데.

     

     왕비 아나스타샤는 미소지었다.

     

     "성녀는 국왕의 배우자. 예언에는 확실히 그렇게 쓰여있긴 해. 그리고 그 소질은 가진 아이도 있고."

     

     왕비는 시아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왕비는 시아의 재능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그럼 예언에 따라야......"

     "전부 예언대로 할 필요는 없단다. 아니면, 당신은 예언에 따라 밤의 마녀가 될 셈이니?"

     

     할 말이 없어진다.

     확실히 예언대로라면, 난 밤의 마녀가 되겠지. 그래서 난 예언에 대항해야만 한다.

     

     그리고 왕태자와 왕비도 예언에 따르지 않을 셈이다.

     

     "예언은 어디까지나 예언. 그것이 마법의 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 해도, 사람의 손으로 바꿀 수 있을 터. 난 당신을 보고 그렇게 믿기로 했어. 그러니 당신은 알폰소에 약혼녀로 남아있으렴."

     

     "하지만......"

     

     난 왕태자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는 내게 관심이 없을 텐데.......

     하지만 왕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어는...... 내 약혼녀로 있으면 해."

     

     "네?"

     

     "그대는 이상적인 배우자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필요한 존재다."

     

     "......전하."

     

     "그 전하라는 호칭도 바꿨으면 하는데. 알폰소라고 부르도록 해."

     난 깜짝 놀라서 왕태자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는 볼을 약간 붉히며 재빨리 말했다.

     

     "약혼자 사이잖아. 그렇게 타인처럼 굴 필요도 없지 않겠어?"

     

     "아, 알겠습니다. 알폰소 님."

     

     "응, 그러면 됐어."

     

     왕태자는 반색하며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었다.

     비공정 아가피야 호가 굉음을 낸다. 기관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출발 시간이다.

     

     "또 만나자, 클레어. 학교에 들어가면 계속 함께야."

     "네......"

     난 결국 파혼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 채 비공정에 올라탔다. 필, 앨리스, 레온, 시아도 함께다.

     

     비공정이 하늘로 떠오르자, 왕태자 일행의 모습이 점점 작아진다.

     난 갑판으로 나와 난간에 기대어 왕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멋지고 거대한 도시에 다음으로 오는 것은, 내가 13살이 되었을 때.

     왕립학교에 입학할 때다.

     

     내 옆에 필이 다가온다.

     필은 날 따라서 난간에 몸을 기댔지만, 키가 너무 작아서 제대로 기대지 못해 밸런스가 무너질 뻔했다.

     그런 필을 내가 안아줬다.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해."

     

     "으, 응......"

     

     필은 보석 같은 눈동자로 날 올려보고 있다.

     이윽고 필과 함께 하는, 저택에서의 평온한 생활이 돌아온다.

     

     "왕태자 전하는 파혼 해주지 않았네."

     

     "그럴 모양이야."

     필이 실망한 듯 눈을 내리깐다.

     

     "왕태자 전하의 약혼녀가 아니게 되면, 내가 누나의 남편이 되려고 생각했는데."

     "뭐?"

     

     "그럼 내가 클레어 누나랑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잖아?"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난 흐뭇해졌다.

     어린 여자애가 "나중에 아빠랑 결혼할래!"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분명 필도 같은 느낌으로 말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 하지만 필은 귀여우니까 남편이라기보다 부인 같은 느낌일지도."

     

     그렇게 말하면서 필의 검고 윤기 있는 머리를 쓰다듬는다.

     필은 볼을 부풀렸다.

     

     "진심으로 말한 건데......"

     

     필은 아직 어린애니까, 그런 말을 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언젠가 필은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길 거야.

     

     그래도 지금은, 필과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학교에 입학한다면 난 필과 당분간 만나지 못하게 돼.

     

     내가 그 불안을 필한테 말하자, 그는 피식 웃었다.

     

     "나 말야...... 왕립학교에 월반으로 들어갈 생각이야."

     "그래?"

     

     "그렇게 하면, 누나랑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

     

     맞아. 그 수가 있었지.

     난 기분이 좋아져서, 필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필."

     

     필은 부끄러워했지만, 그래도 기쁜지 미소 지었다.

     자, 입학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이다.

     

     내가 파멸했던 학교.

     필만이 아니라, 시아와 앨리스, 레온 일행도 함께 따라온다. 그리고 왕태자와...... 자그레스 왕자도 같은 학년이 될 터.

     

     이번 인생에서는 어떤 학교생활이 기다리고 있을까?

     난 불안감과 기대감을 품으면서, 비공정의 아득한 아래에 있는 칼로리스타 왕국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