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장 27 우리의 적2022년 07월 18일 08시 50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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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나와 왕태자 필은 왕궁의 서고를 방문했다.
책이 늘어선 높은 책장 틈새를 걸어간다.
필은 책을 좋아해서, 이곳은 분명 보물창고 같을 것이다.
"필은 정말 책벌레 같네."
내가 그렇게 놀리자, 필은 미소 지으면서 "응."이라고 수긍했다.
필이 기쁘다면야 나도 기뻐.
하지만 왕태자가 우릴 여기로 안내한 이유는, 다른 볼일 때문이다.
왕궁 안에 있는 예언의 서.
그걸 우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다. 내용이 극비라서, 종자 없이 우리들 세 명만으로 여기 와 있다.
나는 걸어가면서 거미줄을 손으로 걷어내며 왕태자한테 물어보았다.
"왕비님의 동생 분이 있었나요?"
"그래...... 어린 시절에 사이좋았던 동생이 있었다더라. 나한테는 숙부에 해당하는 분인가. 하지만 어마마마께서 이 나라에 시집올 때 병으로 돌아가고 말았지. 살아있는 동안 만날 수 없었던 것을, 어마마마는 계속 후회하고 계셨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럼 왕비가 동생에 신경 쓰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왕비는 나와 필을, 자신과 동생의 모습에 겹쳐보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왕비는 동생을 구하지 못했지만, 난 필을 구했다.
왕태자는 작게 미소 지었다.
"어마마마께선 클레어를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이야. 매우."
"그건...... 다행이네요."
뭐, 싫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왠지 불안하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한.....
왕태자는 벽과 책장 사이에 있는 좁은 공간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벽을 탁탁 쳤다.
그러자 벽에서 문이 나타났다. 숨겨진 문이지만...... 물리적으로 숨겨진 것이 아닌 모양이다.
"마법의 힘이지. 실전되었다고는 해도, 옛 마법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어."
"그중 하나가 이 숨은 문과...... 이 앞에 있는 예언의 서인 거네요."
"맞아."
왕태자가 문을 열자, 작은 방이 나왔다.
필이 놀란 것처럼 숨을 삼킨다.
그곳에는 커다랗고 붉은 보석과...... 낡고 붉은 책이 유리상자 안에 놓여있었다.
꽤 두텁고, 종이는 많이 훼손되어 있다.
"이것이......예언의 서......"
"성 피리아의 예언이다."
"읽어보아도 되나요?"
"마음대로."
왕태자는 유리상자에서 그걸 꺼내 들고는 내게 건네주었다.
이 예언의 서의 내용을 알 수만 있다면, 파멸을 회피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
난 기세 좋게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뭔가요, 이게?"
"못 읽겠지?"
왕태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예언서에는, 본 적도 없는 이상한 기호 같은 것이 빼곡히 쓰여있었다.
"필, 여기 쓰인 글자, 혹시 아니?"
난 밑져야 본전으로 필한테 물어보았다.
필은 흥미로운 듯 책의 글자를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마법 시대보다 전의...... 정말 오래된 글자 같은데요?"
"어떻게 그걸 알아!?"
나와 왕태자는 깜짝 놀라 필을 바라보았다.
두 시선을 받자, 필은 몸을 움찔 떤다.
"저, 저기, 읽을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사전에서 읽은 적이 있어...... 고대 문자의 일종으로....."
필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필을 무섭게 만들었을지도.
난 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가르쳐줘서 고마워, 필."
필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안심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서, 왕태자가 왠지 언짢아하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말대로. 필 군의 말대로, 이것은 태곳적 옛날, 용의 시대의 말로 쓰여있지. ......다시 말해, 읽을 수 없는 거야."
"읽지 못하다니요?"
"이 예언서의 글자의 태반은 해독되지 않았어. 우리 시대에 대해 알고 있는 바는 거의 없지. 앞으로 몇 년 뒤 이 나라에 커다란 재앙이 찾아온다는 것, 그 위기를 구하는 자는 국왕의 부인이 될 [새벽의 성녀] 라는 것. 그리고......"
"재앙을 가져오는 자가, [밤의 마녀] 라는 말씀인가요."
"그래. ......그래서 나는, 클레어가 새벽의 성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국왕이 될 나의 파멸을 막는데 클레어의 존재가 필요해지지."
"하지만 전 성녀가 아니었던 거네요."
"뭐, 응. 틀렸던 모양이다. 다만, 성녀는 국왕의 부인이 되도록 되어있으니....."
"그렇다면 전하는 다른 분과 결혼하시게 되겠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왕태자는 눈을 부릅뜨며 매우 놀라워했다.
...... 그 생각은 못했던 걸까.
"그리고 재앙을 막으려면 밤의 마녀의 출현을 막아야만 하는 거네요. 그렇다면, 전하는 저를......"
난 말을 흐렸다.
예언대로라면, 왕태자는 나를..... 밤의 마녀를 죽일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때, 필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클레어 누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용서 못 해."
필은 왕태자를 향해 위협했다.
"......누나는 내가 지킬 거야."
필은 작게, 하지만 확실히 말했다.
왕태자는 의외로운지 눈썹을 들어 올렸지만,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난 클레어를 죽이지 않아."
"어째서요?"
"먼저, 성녀가 없는데 클레어를 어찌한 다는 건 위험이 너무 커. 밤의 마녀는 성녀만 쓰러트릴 수 있지. 예언에는 그리 기록되어 있어. 그리고......"
"그리고요?"
"난 이래 뵈어도 왕태자다. 이 나라의 미래의 통치자다. 그런데도 아무 죄도 없는 여자애를...... 자신의 약혼녀를 죽이는 일은 불의라 할 수 있지."
왕태자는 막힘없이 말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왕태자는 방금 말한 두 조건이 갖춰진다면 날 죽일 거라는 뜻이다.
지난번 인생이...... 그랬었다.
성녀 시아가 나타났고, 난 살인미수를 범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왕태자는 날 죽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 상대는 재앙을 부르는 [밤의 마녀]니까.
왕태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어쨌든, 우리의 적을 쓰러트릴 필요가 있어. 클레어를 노리고 필 군한테 저주를 걸고, 날 몰아넣으려는 존재. 그걸 쓰러트린다면......"
왕태자가 날 구금해둘 필요도 사라진다.
내가 수긍하려 할 때, 방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 위엄 있는 말에,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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