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장 26 파멸과의 거리2022년 07월 18일 08시 15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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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앨리스와 시아가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처럼.
둘 다 눈가가 빨갛다. 울기라도 했던 걸까?
돌아보니, 왕태자가 안심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보였고, 왕비는 날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필은요......?"
"안심하세요. 무사하답니다."
앨리스는 눈가를 닦으면서 미소 지었다.
필은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데, 그 표정은 온화했다.
그 붉고 섬뜩한 각인은 안 보인다.
다행이다. 필은 살아났구나.
난 잠시 동안, 기쁨과 안도감에 멍한 느낌으로 있었다.
하지만, 깨달았다.
왕비는 저것이 마녀의 저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내 팔에 있는 붉은 각인은...... 마녀의 증표?
난 서둘러 내 옷소매를 걷었다.
팔에는 역시 붉은 각인이 남아있었다.
위험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일단은......
"저기...... 왕비님, 감사합니다."
내가 왕비에게 말을 걸자, 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사한 미소를 보였다.
얼음의 공녀라고 불리던 아나스타샤 님이지만...... 그 표정은 정말 부드러웠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걸."
"......그래도.....필을 구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으니......"
"그건 [가르쳤다] 라고 할 수도 없단다. 결국, 네가 그리 되기를 강하게 원했던 것뿐이니까."
확실히......그건 그렇지만.
그러고 보니, 필의 옆에 있던 탓에 왕비와의 면회 약속을 깨고 말았어!
내가 그 일을 왕비에게 사과하자,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네가 날 만나러 왔다면, 오히려 널 경멸했을 거야. 소중한 동생을 내버려두고......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혐오할만 하니까. ......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말을 할 때, 왕비의 눈은 잠시 날카로워졌다.
왕비님이..... 동생을 내버렸다?
그게 무슨 일이람?
어쨌든, 왕비는 동생한테 강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모양이라서, 만일 내가 필을 소홀히 대했다면 왕비가 싫어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때, 난 깨달았다.
이번 인생에서는 내가 필을 냉대하지 않았지만......
지난번 인생에서는...... 난 필을 동생이 아닌 것처럼 대했었다.
그건 남의 앞에서도 그랬다고 생각한다.
왕비는 그걸 직접 보든가 남한테서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왕비는 날 싫어했다.
전부 그럴듯하다.
왕비는 눈을 밟게 빛내며 내 손을 거머쥐었다.
"네가 마음에 드는구나. 동생을 구하려 했던 그 용기, 동생에 대한 그 마음은 정말 대단했단다."
지난번 인생에서는 그렇게나 싫어했으면서, 지금은 대놓고 칭찬하니 솔직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것도, 상대는 17살 연상의 대단한 미인.
하지만...... 싫어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한편, 왕태자는 당황한 기색으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런가...... 클레어는 성녀가 아니었는가......"
왕태자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중얼거렸다.
깜짝 놀란 나는 왕태자를 바라보았다.
왕태자는 날 성녀라고 생각했었구나...... 몰랐어.
그리고, 난 문득 깨달았다.
지난번 인생에서 왕태자가 그렇게나 시아에 집착했던 것은...... 시아가 성녀였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중히 하던 나를 버린 것은...... 분명 한때 날 성녀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뭐야......
풀고 보면 간단한 문제였다.
요약하자면, 성녀라는 편리한 도구인 나는 왕태자한테 필요한 존재고,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다는 뜻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자학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걸음 앞으로 내디딘 나는 왕태자한테 다가갔다.
"전하. 전 마녀라고 하는데요. 그럼 이제 전하의 필요가 없는 존재겠네요."
"아니, 그건......"
"뭐, 아직 공작영애로서의 용도가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명문귀족의 딸도 있으니, 위험한 마녀 후보인 제가 약혼녀로 있을 필요는 없겠네요?"
"으음......"
왕태자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렇다.
왕태자는 내게 말할 수밖에 없다. 클레어는 필요 없다고.
"......이제 절 구금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왕태자는 당분간 침묵했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클레어는 성녀 후보라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아니었네. 위협받는 이유는 마녀 후보였기 때문이구나."
"......그래서요?"
"결국, 클레어는 지금도 위험한 상태란 말이지. 그럼,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여자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지 않겠어?"
난 입을 뻐끔거렸다.
확실히......맞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필한테 저주를 걸었다. 똑같은 일이 다시 생긴다면......
그리고......
"전하께서는 절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 당연하잖아? 클레어는 내...... 약혼녀니까."
왕태자는 얼굴을 휙 돌리더니, 얼굴을 점점 붉혀나갔다.
...... 부끄러워하네.
그렇게 생각하자, 난 흐뭇해졌다.
잘 모르겠지만...... 왕태자는 나를 도구 이외의 뭔가로서 봐주게 된 걸지도 모른다.
왕태자도 12살 어린애이니, 정신연령 17살인 나보다 훨씬 연하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아도 앨리스도 레온도 왕비도 왕태자도, 입장은 각기 다르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모양이다.
어느 사이엔가 필도 눈을 떠서는 미소 짓고 있었다.
"모두 누나를 걱정하고 있어."
나는 필을 향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파멸에서 멀어진 장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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