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일담 제7화 전 마을사람A는 부인의 마음을 알게 되다
    2022년 07월 02일 12시 34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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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9381752625

     

     

     

     숲의 마녀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지고서, 우리들은 숲 속에 있는 작은 묘지로 찾아갔다. 멜리사는 이미 집으로 돌아가서 이곳에 있는 건 우리들 3명 만이다.

     

     깔끔하게 손질된 묘비에는 메아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향년은 지금부터 대략 500년 전이다.

     

     엥!? 500년 전!? 그렇다는 말은 숲의 마녀는!

     

     "해볼게요."

     

     그런 내 생각을, 아나의 말이 가로막았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아나가 묘비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치자, 마치 노래하는 듯한 아름다운 어조로 영창했다.

     

     "얼음의 포옹은 지난날의 모습. 눈의 덮음은 과거의 마음. 나의 성스러운 얼음이여. 아나스타샤 클라이넬 폰 람즐렛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의 숲에 사로잡힌 메아리의 영혼을 해방시켜, 여신의 곁으로 인도하라. 성빙장송."

     그렇게 영창을 끝내고 일어선 아나의 주위에 무수히 커다란 눈의 결정이 나타나더니, 반짝거리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것들은 마치 묘비에 빨려드는 것처럼 날아가더니, 이윽고 묘비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아나의 마법은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묘비를 중심으로 지면까지 얼음에 뒤엎이고 그 주변으로 점점 확대시켜가더니, 다음 순간ㅡㅡ

     

     쩍.

     

     아나의 얼음은 소리내며 부서지더니, 마치 얼음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

     

     아나가 그대로 휘청거리다가 쓰러질 것 같아 보여서, 내가 서둘러 달려가 몸을 안아줬다.

     

     "아나? 괜찮아?"

     

     아나는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다행이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숲의 마녀는 그런 우리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아쉽게도 역부족인 모양이네요. 얼음의 성녀님."

     숲의 마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이며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큭."

     한편 아나는 분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아나. 마력이 부족하다면 빙정석을 쓰자. 루루 스토어에 가면 가공해주기도 하고, 마석이라면 블리자드피닉스한테서 얻으면 되니까."
     "......네. 그렇네요."

     

     아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조금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숲의 마녀의 발언에 아나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지게 된다.

     

     "아니요. 빙정석을 썼을 경우, 지금의 당신으로서는 마술에 삼켜질 가능성이 높네요. 성녀란, 가호를 얻었으면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아......"
     "전승에 의하면, 과거의 성녀들은 항상 신을 모셨습니다. 당신은 웬만한 마력은 지니는 모양이지만, 성녀로서의 노력은 매우 미숙하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

     "힘을 소비한 상태로 바로 내쫓지는 않겠습니다. 오늘밤만은 묵게 해 드리겠지만, 내일이 되면 이 숲을 나가주세요. 저는 꼭 메아리의 영혼을 구하고 싶거든요. 시간도 부족하고요."

     숲의 마녀가 그렇게 말하자, 우리들로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만일 아나가 성녀의 힘을 갈고닦기 위해 교회에 들어가 세속을 멀리하게 해야만 한다면.

     

     과연 나는 그걸 미소지으며 보내줄 수 있을까?

     

     "아렌?"
     "아......"

     

     어쩌면 그런 갈등이 얼굴에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괘, 괜찮아. 신의 일이라면 교회에서, 라고 하잖아?"

     

     그렇게 대답한 내게, 아나는 깊은 한숨을 지었다.

     

     "아렌. 저는 교회에 가지 않을 건데요?"

     "뭐?"
     "아아,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네요. 당신은 새로운 람즐렛 공작인 저의 배우자잖아요? 조금은 얼굴에 드러내지 않게 애써보세요."

     "미, 미안."
     "전 당신과 인생을 함께 걷겠다고 결심했어요. 설령 성녀로서의 힘이 부족하다 해도, 교회에 갈 생각은 없어요."

     "아나......"

     "아렌. 저는 당신한테서 배웠어요. 신념을 갖고 계속 노력한다면 운명은 바뀌게 된다는 것을. 아렌은 그만한 위기에서 백성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그건ㅡㅡ"
     "아렌. 전 포기하지 않아요. 그만한 일을 해낸 당신의 부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게요."

     그 표정에서는 피로의 기미가 짙게 보이지만, 그 눈동자에는 강한 빛이 깃들어 있다.

     

     "아나......"
     "아렌......"

     우리가 그렇게 마주 보고 있자,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요. 부부의 사이가 좋으니 다행이네요. 자, 돌아가죠."
     "예."

     이렇게 메아리의 영혼의 해방에 실패한 우리들은, 숲의 마녀의 집에서 하룻밤 더 신세졌다.

     

     그렇게 이튿날, 숲을 나서기 위해 착륙했던 샘으로 다시 찾아갔다.

     

     "전 포기하지 않아요. 메아리의 혼을 구해보이겠어요."

     아나는 그렇게 선언하지만, 숲의 마녀는 포기한 듯한 표정을 내비쳤다.

     

     "......기대는 안 하고 기다리지요."
     "저는 아렌의 부인이에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어요."

     "......그런가요."

     숲의 마녀는 그렇게 말하며 애매한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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