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일담 제3화 전 마을사람A는 신년 예배에 참가한다
    2022년 07월 01일 15시 25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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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2712889

     

     

     

     댕~ 댕~

     

     밤의 장막이 드리운 비헨의 마을에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오늘은 12월 31일. 1년이 끝나는 날이다.

     

     이런 밤에 비헨은 드물게도 눈이 내리고 있는데, 때때로 살이 에이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시야를 하얗게 물들인다.

     

     우리들은 지금 정장을 입고 새해를 맞이하는 예배에 참가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대성당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이런 날에 눈이라니, 추운데."

     난 옆에 앉은 아나한테 그렇게 말을 걸었다.

     

     "그렇네요. 하지만 저는 눈이 좋아요. 눈이 내리면 봄에 녹아서 물이 되고, 그 물로 작물이 자라서 국민들이 굶지 않고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응. 확실히 그래. 그리고 아나는 눈이라고나 할까 얼음이 친근한 존재니까."
     "네. 어린 시절부터 얼음은 계속 저와 함께 해줬답니다."
     "나도 예전에는 몰랐지만, 얼음도 눈도 사실은 따스하더라."
     "맞아요."

     그렇게 말한 아나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참고로 내가 따스하다고 말한 것은 성빙마법을 가리키고 있다. 아나의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서류 업무가 늘어나서 어깨나 허리가 뭉쳤을 때 가끔씩 걸어주면 정말 따스한 것이다.

     

     다만, 이것은 나보다도 장인 쪽이 더 많이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이틀에 한 번은 아나가 치료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딸한테 어깨 안마를 받는 아버지와 같은 느낌이겠지.

     

     뭐, 그 안마가 성녀님의 신성한 마법이라는 점은 좀 그렇지만, 피가 이어지지 않은 가족한테 뭐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참견일 것이다.

     

     댕~ 댕~

     

     다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종은 우리가 지금 향하고 있는 대성당에서 울리고 있는 것인데, 놀랍게도 108번이나 울린다고 한다.

     

     댕~ 댕~

     

     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마차는 조용히 정차했다. 아무래도 도착한 모양이다.

     

     문이 열리자, 나는 아나를 에스코트해주며 마차에서 내려왔다.

     

     아무래도 눈이 더욱 강해진 모양이다.

     

     제설을 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쌓인 눈이 내 발에 밟혀 뿌드득, 하는 소리를 낸다.

     

     역시 바깥은 추워!

     

     나는 아나의 손을 잡고서 종종걸음으로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다. 그러자 그곳에는 이미 비헨에 거주하는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이제는 장인, 장모, 형님의 도착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모인 사람들과 적당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앞의 의자로 향하고 앉아서 처가 식구들을 기다렸다.

     

     대성당의 내부는 정말 넓어서, 불을 때고 있음에도 역시 추웠다. 손발의 끝의 감각이 사라질 듯한 와중에 당분간 기다리자 드디어 처가 식구들이 도착했다.

     

     "오오, 먼저 와 있었나."
     "예. 하지만 조금 전 막 도착했습니다."

     "그런가. 뭐 그리 긴장하지 말게나. 시간이 특수할뿐이고 평소의 예배와 다름없으니."

     "예."

     

     장인은 그렇게 말하며 첫 참가인 나를 배려해준 다음 그대로 통로 반대 측 자리에 앉았다.

     

     댕~ 댕~

     

     다시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송년 예배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줬던 그 신부가 인사 다음에 기도를 한 다음, 성경의 한 구절에 있는 가족을 소중히 하자는 내용을 설교하였다.

     

     평소의 예배라면 여기서 한번 더 기도하고서 끝나겠지만, 송년 예배라는 이유로 신부가 한 구절 더 설교하였다. 타인의 위의 신분이라면 자신을 낮추고 겸허해지는 일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내용이다.

     

     댕~ 댕~ 댕~ 댕~

     

     그리고 신부의 선교를 듣는 사이 종소리는 더욱 격하게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날짜가 바뀐 모양이다.

     

     "그럼 새해의 시작을 기념에 신께 기도를 올립시다."

     

     나는 신부의 부름에 응해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새하얘지더니, 공중에 붕 떠있는 감각을 느꼈다.

     

     뭐지? 이건?

     

     이 이상한 사태에 무심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새하얀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무심코 말을 하는 나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널 불렀어. 오랜만이야."

     새하얀 공간에 녹색 머리와 금색 눈을 한 엄청난 미남이 갑자기 나타났다.

     

     "바람의, 신님. 오랜만입니다."

     대은인, 아니, 대은신의 앞에서 나는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하하하. 편히 있어도 돼. 너는 멋지게 미래를 바꿔냈구나."

     "신님의 덕분입니다. 그때 가호를 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응. 네가 아는 결말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 찐따 도마뱀도 지금은 어엿한 아비가 되었고."
     "예."
     "그래서 말인데. 네게, 아니, 너희들이 조금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마침 기도를 올리는 모양이라 이렇게 불러봤어."
     "저희가 했으면 하는 일이요?"
     "그래. 오, 저쪽은 이야기가 다 된 모양이다. 소개하지."

     바람의 신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아나와 처음 보는 미녀가 나타났다.

     

     "아나!"

     "아렌!"

     

     내가 서둘러 아나한테 달려가자 아나도 나한테 달려왔다.

     

     "응. 부부가 사이좋은 건 좋은 일이야. 그래서 부탁 말인데, 너희들이 우리 신전을 지어줬으면 해."
     "신님과, 그리고 저쪽 여성 분은 여신님이신지?"

     "아렌, 저분은 얼음의 여신님이시다. 바람의 신님과 좋은 관계라고 하신다."

     

     아나가 서둘러 내가 가르쳐줬다.

     

     "아, 그랬구나. 여신님. 실례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며 인사하자 여신은 싱긋 미소지었다.

     

     "이제 됐지? 계속 말할게. 항상 바람이 불고 항상 얼음이 얼어있는 장소에 우리를 모시는 신전을 짓고, 마녀가 출현하게 된 계기가 된 인도의 지팡이를 봉납했으면 해."

     "그 지팡이를, 말입니까?"

     "응. 이번 소동을 보고 그 지팡이는 사람한테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회수하기로 했어. 설마 성녀의 소질이 있는 자가 자기만을 위해 그 정도로 강한 소망을 가질 줄은."

     

     그렇게 듣고서 나는 오랜만에 에이미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짓이 가능했던 것은 그 지팡이가 있어서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지팡이만 없었다면 그 정도까지 성가신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센트라렌 왕국은 적어도 브루제니를 잃고 동쪽 영토를 에스트 제국에 유린당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랬다면 스러지지 않고 끝날 목숨도 많았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형태로 끝났을지 아닌지는 불명이며, 어쩌면 지금도 여기저기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랬다면 아나하고도 이렇게 지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복잡한 기분이 든다.

     

     "하하하. 넌 참말로 부인을 좋아하는구나."

     

     신이 그렇게 말하자, 아나가 내 손을 잡고 있다가 더 세게 움켜쥔다.

     

     "다만, 그 지팡이는 보통 네 사랑하는 부인 같은 소망이 아니라면 그리 간단히는 들어주지 않았을 거야."

     그걸 듣고서 아나는 손을 바로 놓아버리더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아나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아서 내 마음을 전했다.

     

     신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신경쓰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자기를 위한 소원이란 것은 말이지, 좀처럼 순수하게 되기 어려워. 사람이 자기 욕망을 위해서만 비는 내용은 변화하기 쉬우니까.:"

     "그건 그럴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겠지만, 에이미의 경우는 여성향 게임의 역할렘 루트의 엔딩으로 가자는 확고한 목적이 있어서 그럴까?

     

     "어쩌면 네 생각대로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회수해서 조사해보고 싶은 거야. 잘 부탁해."
     "예. 물론입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신은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신의 어깨를 안았고, 그다음은 작별의 인사를 하지도 않고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정신차리고 보니 주위는 새하얀 공간이 아니었다. 내 시야에는 익숙한 자신의 발과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 보인다.

     

     아무래도 돌아온 모양이다.

     

     내가 고개를 들자, 처가 사람들이 내 앞에 서서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다.

     

     "아, 장인어른. 아나는요?"

     "아렌......"

     

     그러자 옆에서 약간 당황한 듯한 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그 새하얀 공간에 가기 전과 같은 장소에 앉아있는 모양이다.

     

     "둘 다 이제야 기도가 끝났나. 슬슬 시간이 됐다. 눈 속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어죽겠다."
     "그, 렇지요. 기다리게 했습니다. 자, 아나."
     "네."

     이렇게 우리들은 마차에 올라타서 대성당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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