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최종화 마을사람A는 악역영애와 맺어지다
    2022년 07월 01일 07시 34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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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2494874#end

     

     

     

     루르덴에서의 전투에서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가을이 찾아왔다. 여태까지 에이미한테 세뇌된 사람들의 해방이나 센트라렌 왕국과의 종전 교섭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만, 어쨌든 트러블이 계속되어 힘들었다.

     

     먼저 이 세뇌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아나를 교회에 내놓으라고 하여 트러블이 생겼다. 교회측으로서는 마녀를 성녀로 인정해버린 일에 의한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 아나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로서는 따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던 차, 원래 있던 람즐렛 왕국 내의 교회들은 친 람즐렛 파벌이었던 점도 있어서 이걸 계기로 국내의 교회를 센트라렌의 교회에서 독립시키는 걸로 해결했다.

     

     다만, 애초에 한 나라당 한 교국이라는 게 기본이어서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글고 센트라렌 왕국과의 종전교섭도 여러 가지로 엇나가고 말아서, 게르하르트 씨가 화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적도 있는 등 옥신각신이 벌어지고 말았다.

     

     저쪽으로서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하고 싶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남서부 곡창지대의 일부와 동남부 산악지대의 일부를 할양받는 걸로 끝났다.

     

     이 산악지대를 할양받은 덕분에, 멜리사와 제롬 군이 있는 비룡의 계곡 일대가 우리 영토가 된 것은 행운이었다.

     

     한편 센트라렌 왕국은 이미 4할 이상의 영토를 잃은 데다가 밀의 생산지를 더욱 잃게 되었다.

     

     참고로 그만큼이나 성대하게 저질렀던 왕태자. 아니 전 왕태자 말인데, 새 국왕이 된 그 제2왕자 도련님이 처형하지 않고 계승권만 박탈한다는 가벼운 처벌로 끝냈다.

     

     듣자 하니 전 왕태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하여, 지금은 딱히 정세에 영향은 없는 모양이다. 뭐, 나오지 않는 건지, 못 나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 말하자면 전 국왕도 유폐처분으로 끝낸 탓에 그 나라에는 지금도 커다란 불씨가 남아있지만, 우리들로서는 이제 관계없는 이야기다.

     

     나도 아나도, 전 왕태자나 전 국왕이 어떻게 되든 별 흥미가 없다.

     

     이제와서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복수한다 해도 시간낭비다.

     

     모처럼 우리들은 이렇게나 행복하니, 그 행복을 아나와 둘이서 나누고 싶다. 그리고 같은 시간을 쓴다면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는 편이 훨씬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아, 참고로 흥미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에이미의 역할렌 멤버 중 1명이었던 클로드 왕자는 병으로 요양하고 있다는 소문만이 들려왔다.

     

     다시 말해, 뭐 그런 일일 것이다. 나로서는 딱히 아무것도 아쉬운 점은 없다.

     

     그리고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와 아나의 결혼식 날이다. 나는 빠릿빠릿한 턱시도를 입고 신성한 결혼식에 임한다. 람즐렛 왕국의 제1왕녀인 아나의 결혼식이라서, 국내외의 수많은 초대객이 참석하고 있다.

     

     자우스 왕국에서는 국왕과 왕비와 제2왕녀가, 에스트 제국에서는 제3황자, 노르사느 연합왕국에서는 제1왕자, 웨스타델 왕국에서는 제1왕녀, 그리고 센트라렌 왕국에서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루드비히 국왕과 그의 약혼녀인 슈레스타인 공작영애, 그리고 오스카와 이제는 기운을 차린 마르크스가 참석하고 있다.

     

     그로부터 목숨을 건진 마르크스가 아나한테 사과했기 때문에, 아나는 그걸 받아들이고 용서했다. 다만, 일련의 소동의 결과 마르크스는 친가에서의 입장에 미묘하게 되어 폐적 직전이라고 하여, 오명을 씻어내려고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노력하고 있다.

     

     그런 쟁쟁한 참가자들이 모인 비헨 대성당의 중앙 통로를 혼자 걸어 제단 앞까지 다가가서는, 몸을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 자리의 제일 앞에는 엘리자베타 씨와 프리드리히 씨, 그리고 어머니가 앉아있는데, 벌써 펑퍼 울고 있다.

     

     아니, 빠르다고. 하지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교회의 문이 열리고, 웨딩드레스 차림의 아나가 게르하르트 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베일로 가린 아나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기쁨과 섭섭함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하는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을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아나의 호화로운 드레스의 옷자락과 베일을 들어주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도와주면서 아장아장 걷고 있는 모습이 정말 흐뭇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내 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게르하르트 씨와 시선을 나누고서 에스코트를 이어받은 뒤, 제단 앞으로 둘이서 올라갔다.

     

     참가자들이 기립하고서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와 함께 찬송가를 불렀고, 그리고 참가자들은 다시 착석했다.

     

     그리고 나서 신부님한테서 사랑에 대한 성경의 구절을 듣고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신부님이 확인을 요구했다.

     

     "신랑 아렌. 당신은 아나스타샤를 부인으로 삼고서, 건강할 때도, 아플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부유할 때도, 가난할 때도 이 여성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돕고, 목숨이 다하는 한 진심을 대하고,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정절을 유지할 것을 맹세합니까?"
     "예, 맹세합니다."

     

     나는 곧장 대답했다.

     

     "신부 아나스타샤, 당신은 아렌을 남편으로 삼고서, 건강할 때도, 아플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부유할 때도, 가난할 때도 이 여성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돕고, 목숨이 다하는 한 진심을 대하고,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정절을 유지할 것을 맹세합니까?"

     

     아나스타샤는 아주 약간의 뜸을 들이고서, 숨을 들이마신 뒤에 입을 열었다.

     

     "예. 맹세합니다."

     

     그러자 신부는 이어서 우리들한테 물어보았다.

     

     "당신들은 자기 자신을 서로에게 바치겠습니까?"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신호하지도 않았는데 동시에 대답했다.

     

     ""예. 바치겠습니다.""

     

     그러자 반지가 우리 앞으로 운반되었다. 이 반지는 귀중한 미스릴제 반지인데, 아나가 그 변태한테 부탁해서 정령의 축복을 받게 한 특별한 반지다.

     

     "그럼, 반지의 교환을. 신랑 아렌, 당신은 신부 아나스타샤에 대한 사랑의 증표로서 그 반지를 주겠습니까?"

     "예. 주겠습니다."
     "신부 아나스타샤, 신랑 아렌의 사랑의 증표로서 그 반지를 받겠습니까?"

     "예. 받겠습니다."

     "신부 아나스타샤, 당신은 신랑 아렌에 대한 사랑의 증표로서 그 반지를 주겠습니까?"
     "예. 주겠습니다."
     "신랑 아렌, 신부 아나스타샤의 사랑의 증표로서 그 반지를 받겠습니까?"
     "예. 받겠습니다."
     "그럼 반지의 교환을."

     

     그리고 나는 아나에게, 아나는 내게 결혼반지를 끼웠다. 언제나 잡고 있던 아나의 손이지만 오늘은 웨딩드레스 차림이라서 그런지, 왠지 묘하게 두근거린다.

     

     "그럼 베일을 올리고, 맹세의 키스를."

     

     신부가 재촉하자, 나는 아나의 베일을 슬며시 올렸다. 그곳에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름다운 아나의 얼굴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리고 볼을 붉히고 있었는데, 그, 뭐라고나 할까, 정말 매력적이다.

     

     "......아렌?"
     "미안, 넋을 잃었어."
     "......바보."

     작게 그런 대화를 나누고서, 나는 아나한테 살포시 입을 맞췄다.

     

     "그럼, 결혼증명서에 서명하십시오."

     나와 아나는 제각각 서명을 했고, 마지막으로 신부도 서명을 했다.

     

     "여러분, 지금 여기에 신께 맹세를 올린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누구도 이걸 갈라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걸로 결혼식을 마칩니다."

     나는 이렇게 아나와 부부가 되었다.

     

     사랑하는 여성을 에스코트하며, 나는 중앙 통로를 걸어갔다. 지금까지는 긴장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는 얼굴이 몇몇 보인다.

     

     마가렛과 이자벨라, 그리고 뒤쪽 좌석에는 스승과 모험가 선배들, 그리고 모니카 씨까지 참석해주고 있다.

     

     다만, 모니카 씨는 제외해도 스승과 선배들은 정장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조금 피식하며 웃고 말았다.

     

     그런 모두의 앞을 지나가자 대성당의 문이 열렸다. 그 문에서 바깥으로 나오니,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한테 축하받다니!

     

     "아렌 씨, 아나, 이제야 부부가 되었네? 축하해."
     "아, 아렌 씨, 아나 씨, 축하해요."

     대성당 앞의 광장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은 멜리사와 제롬 군이었다. 멜리사는 꼬리에 리본을, 제롬 군은 넥타이를 매어 멋을 부렸다. 어느 쪽이나 람즐렛 왕국의 문장이 수 놓인 특주품이다.

     

     "고마워, 멜리사, 제롬 군."

     우리가 감사를 표하자, 멜리사와 제롬 군 사이에서 작은 용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시엘인데, 멜리사와 제롬 군의 딸이다. 멜리사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몸이다. 다만, 눈동자 색은 제롬 군과 같은 금색이다.

     

     "뀨~"

     

     그리고 시엘은 귀여운 목소리를 내며 우리들한테 아장아장 다가왔다. 이미 몇 번이나 놀러 간 덕에, 시엘도 친숙해한다.

     

     우리들이 시엘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시엘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시엘을 안아주고서 함께 눈앞에 준비된 바구니에 올라탔다. 원래는 마차로 시가지에서 퍼레이드를 벌여야 하지만, 멜리사의 제안으로 제롬 군이 바구니를 매달고 하늘을 날기로 한 것이다.

     

     멜리사로서는 그냥 자기들도 참가하고 싶을뿐인 이야기겠지만, 각국 요인들이 모인 자리에서의 이 퍼포먼스는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태운 용은 하늘로 둥실 떠오르더니, 5~6미터 정도의 높이를 유지하며 길을 따라 나아갔다.

     

     길거리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는데, 우리들한테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우리도 그에 맞춰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가, 문득 아나와 눈이 맞았다.

     

     눈이 맞자 서로 미소 짓고는, 내가 아나한테 속마음을 전했다.

     

     "아나,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게. 사랑해."
     "그래, 아렌. 나도 그렇다. 아니, 이미 결혼식은 끝났으니... 좋아."

     

     아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결의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정말 화사한 미소로 내게 말했다.

     

     "아렌, 저도 그래요. 사랑하고 있어요. 저야말로 당신을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겠어요.'

     그렇게 말한 멜리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슨 말하는 거야. 둘이서 힘을 합쳐야 행복하게 되는 가잖아?"

     

     그걸 들은 나는 멜리사와 제롬 군을 교대로 바라보고, 발치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시엘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나를 보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응. 아나, 함께 행복해지자."
     "네, 아렌. 나의 서방님."

     

     우리들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끊이지 않는 축복의 목소리에 휩싸이면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입맞춤을 했다.

     

     뎅~ 뎅~

     

     대성당의 종소리가, 열광에 휩싸인 비헨의 마을에 엄숙히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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