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98화 마을사람A는 결판을 낸다 (후편)
    2022년 06월 30일 17시 03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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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2486300

     

     

     

     담담하게 나오는 아나의 말을 들은 에이미는, 희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자신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난 너만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다. 너는 왕태자 전하와 장래의 센트라렌의 기둥이 될 남자들을 유혹하고 타락시켰다. 그 결과 이 나라는 여기까지 어지러워졌고, 수많은 백성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싸늘한 표정으로, 아나가 에이미한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억양을 바꿔서 분노가 깃든 어조로 다음 말을 늘어놓았다.

     

     "그것만이 아냐! 잘도 영문모를 이유로 날 에스트 제국에 팔아넘겼겠다!"
     "뭐, 뭐야! 네가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었던 게 문제였잖아!"

     

     에이미가 히스테릭하게 반박했다.

     

     아니, 이건 반박도 아니다.

     

     애초에 목숨구걸을 하려던 상대한테 곧장 이런 식으로 반박하다니, 대체 무슨 정신구조인 걸까?

     

     "나와 저 남자는 결국 정치적 목적으로 계약한 것에 불과하다. 의무는 있지만 사랑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도 이 나의 정절을 더럽히려 했겠다! 그리고 하필이면 아렌한테도 그런 부상을 입히다니!"

     

     아나는 강한 분노를 에이미한테 내보였다. 하지만, 에이미는 어째선지 강한 자세로 우세를 점하려 한다.

     

     "흐, 흐음? 하지만 안 됐네. 넌 수십 명의 남자한테 더럽혀졌을 거야. 꼴좋네."

     "후후. 안 되셨군. 내 정절은 무사하다. 빛의 정령님이 지켜주신 덕분이지."

     하지만 아나는 이겼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서, 요정의 머리장식을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만졌다.

     

     "앙?"

     

     이상한 소리를 낸 에이미가 대단한 표정으로 아나를 노려본다.

     

     "처음에는, 나도 아렌과 마찬가지로 빨리 죽여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모습을 보고, 전하의 세뇌를 풀고, 여기 오면서 아렌의 스승과 많은 병사들의 세뇌를 풀고서야 마음이 바뀌었다."
     "그럼!"

     

     그리고 다시 희망에 찬 표정을 짓는다.

     

     아니, 진짜 이유를 모르겠어. 이 녀석의 머릿속은 어떻게 되어있는 거냐?

     

     이후에 올 대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적인 내용일 리가 없잖아.

     

     "그래. 목숨은 거두지 않겠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빼앗도록 하마."
     "뭐?"

     에이미는 그걸 듣고 눈을 부릅떴다.

     

    "얼음이 지배하는 것은 정숙일지니. 백은의 세계에 소리는 없을지니. 나의 성스러운 얼음이여. 아나스타샤 클라이넬 폰 람즐렛의 이름으로 명하니, 내 앞을 막아선 매혹의 마녀 에이미 폰 블레이스의 목소리를 봉하라. 성빙봉성(聖氷封声)."

     

     그러자 에이미의 목에 얼음이 맺히던, 그리고 곧장 깨져서 사라졌다.

     

     에이미는 입을 뻐끔거렸지만, 곧장 말이 나오지 않음을 깨닫고 안색이 핼쑥해졌다.

     

     "이걸로 이 여자는 이제 두 번 다시 말할 수는 없다. 자, 아렌."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로프를 연성해서 왕태자와 에이미를 얼음과 함께 둘둘 묶었다.

     

     "아나, 준비되었어."
     "그래. 두 사람을 데리고 탈출하자. 아니, 그전에......"

     

     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피바다에 잠긴 마르크스한테 다가갔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한 아나는 이어서 성빙각성과 성빙치유를 썼다. 그러자 마르크스는 성스러운 얼음에 감싸였다.

     

     아직 숨이 붙어있었던 걸까?

     

     "자, 이제 탈출하자."
     "그래. 가자."

     이렇게 우리들은 에이미와 왕태자를 동태로 만든 그대로 끌고 나갔고, 도중에 병사들의 세뇌를 풀어주면서 왕성을 탈출했다. 그리고 제롬 군의 등에 타고서 제2왕자와 슈레스타인 공작이 있는 본진으로 향했다.

     

    ****

     

     "앗! 혀, 형님?"

     "왕태자 전하!?"

     제2왕자와 슈레스타인 공작이 놀람의 목소리를 냈다.

     

     "저희들끼리 왕성에 가서 납치해왔습니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왕태자 전하의 신병은 양도하겠습니다. 부디 마음대로 하시길."

     

     왕태자가 뭐라뭐라 항의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들려서 모르겠다.

     

     "그럼, 그 마녀는?"

     "예. 우리 람즐렛 왕국이 상응하는 벌을 주고 처분하겠습니다. 이제 목소리는 안 나올 테니 이 이상의 악행은 못하겠죠."
     "그렇습니까......"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우리끼리 해치우고 말았으니, 공작 각하. 잘 부탁드립니다."

     "으, 으음......"

     

     그렇게 석연찮은 대답을 한 공작과 얼음에서 풀려난 왕태자를 남기고서, 우리들은 제롬 군과 함께 날아올랐다.

     

     "그런데 아나. 이 여자는 어떻게 할 셈이야?"
     "아아. 이 여자는 내가 무뢰한들한테 마구 강간당하면 된다고 계속 공언했다지. 같은 여자로서는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드는지 전혀 이해 못 하겠지만, 자신이 같은 꼴을 당하면 조금은 반성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그건, 뭐."
     "광산 쪽에서는 상당한 고액으로 창부를 고용한다고 하지만 꽤나 힘든 일이라더군. 그래서 바로 그만두는데 더해 지원하는 자도 거의 없고, 남은 자들은 이 여자처럼 처형 대신에 보내진 자들뿐이라고 들었다."

     냉동 상태인 에이미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도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뻐끔거렸지만, 그 목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우리와 에이미 사이의 싸움은 막을 내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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