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58화 마을사람A는 다시 호출을 받는다
    2022년 06월 25일 10시 59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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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0273654

     

     

     

     그리고 그날 오후 우리들은 브이톨로 날았는데, 아나와 밀착한 상태로 왕도를 향한 비행을 즐겼다. 그 시간은 우리들이 신분을 잊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서, 우리는 하늘에서의 경치를 곱씹듯이 만끽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출발할 때 아나는 요정의 머리장식이라는 장식품을 엘프의 여왕한테서 선물받았다. 이걸로 아나도 혼자서 미로의 숲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쓸 일은 없겠지만.

     

     이것은 원래 에이미가 손에 넣었을 아이템이지만, 뭐 딱히 문제는 없겠지. 마물이 없으니 엘프의 마을은 에이미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 만일 에이미 일행이 미로의 숲으로 간다 해도 왕태자들과 함께 조난당할 뿐이다.

     

     어라? 그건 그거대로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는 듯한?

     

     뭐, 뭐 됐어.

     

     그리고. 아아, 그래. 그 변태 말인데, 아나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탓인지 계속 얌전히 지냈다. 다만, 헤어질 때 귓가에서 "하고 싶은 걸 해서 후련해졌냐구?" 등을 말했을 때는 무심코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여전히 변태는 변태다. 뭐, 감사는 하고 있지만......

     

     그리고 게임에서 에이미한테 부여될 성스러운 축복이 아나한테 부여된 이상, 에이미가 성녀가 되는 루트는 이제 없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녀가 아닌 단순한 남작영애인 에이미가 일부일처제가 기본인 이 세계에서 역할렘을 달성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히 말해, 에이미는 이제 앞길이 막혔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 뿐만은 아니겠지.

     

     그렇게 아나를 공작 저택으로 바래다 준 다음날, 나는 예상대로 공작의 부름을 받았다.

     

     "아렌. 어째서 너를 불러냈는지 알고 있으렷다?"

     "예."
     "그럼, 설명해봐라. 그 반지는 뭐냐? 왜 딸이 왼쪽 약지에 그런 반지를 끼고 있는 거냐?"

     "그건, 제가 선물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공작의 얼굴에 분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바보 같은 놈! 결투 때 후원자가 되어줘서 왕가한테서 지켜줬던 것을 잊었느냐!"

     

     하지만 그 반응은 예상범위 안이다.

     

     "그것은 서로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니면, 그대로 아나스타샤 님이 그런 비열한 방법으로 지고서 공작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편이 좋았다는 겁니까?"

     "닥쳐라! 너는 평민이다! 그리고 딸은 귀족, 그것도 이 람즐렛 공작가의 딸이다! 어중이떠중이의 딸과는 격이 다르단 말이다!"

     "예. 그렇기 때문의 그 반지입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공작은 마치 허를 찔린 듯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더니, 다시 화를 내었다.

     

     좋아좋아. 이것은 수십 패턴이나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다.

     

     "바보 같은 말을! 평민이 선물한 반지를 공작가의 여식이 끼우다니! 거기다 왼쪽 약지에!"

     

     이 반응도 예상대로다. 자, 슬슬 머리를 식혀주자.

     

     "공작님, 그 반지는 단순한 반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역의 반지] 라는 에픽급 장식품입니다. 그 반지를 착용한 자가 죽게 되면, 반지가 한 번만 대신해서 목숨을 살려주는 특별한 물건입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아나스타샤 님을 지킬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나스타샤 님께 대한 제 마음의 증표로서 대역의 반지를 선물한 것입니다."

     "뭐? 에픽급이라고!? 대체 어디서 그런 물건을?"

     

     내가 선물한 반지가 원래는 왕이 착용해야할 에픽급 장식품이라고 들은 공작이 스스로 주제에서 탈선해간다.

     

     이 패턴도 생각대로다. 이거라면 가능할 것이다.

     

     "저는 모험가니까요. 그 유명한 바람의 미궁에 들어가서 스스로 발견했습니다."
     "뭣!? 바람의 산의 미궁이라고!? 그곳은 아직 8층까지만 공략되었다는 최고난도의 미궁 아닌가!"

     "그 미궁의 제28층, 부유섬의 기믹 층에 있는 숨겨진 방에서 입수했습니다."
     "제28층!?"

     "예. 바람의 산의 미궁은 전부 30층인데, 최하층의 보스는 블리자드피닉스였습니다."

     "블리자드피닉스!? 설마 정말로 쓰러트렸다는 말인가!?"
     "예. 전에 말씀드린 대로, 단독 정벌에 성공한 자가 저입니다."
     "아닛, 그런 바보 같은 일이."

     

     내 말에 공작은 완전히 말문이 막힌 기색이었지만, 그럼에도 내 말 자체를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이때 증거로서 블리자드피닉스의 마석과 꽁지깃, 그리고 칼깃을 가방에서 꺼내어 공작한테 내밀었다.

     

     "이것은?"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블리자드피닉스의 마석과 꽁지깃, 그리고 칼깃입니다. 저는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으니, 부디 받아주시길."

     

     그러자 공작은 얼마 간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원하나?"

     "작위를 얻을 수 있을만한 무훈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그리고 충분한 전과를 거두면, 아나스타샤 님의 옆에 서서, 제 남은 인생을 걸고 그녀를 지킬 권리를 얻고 싶습니다."

     공작은 미간에 주름을 만들더니, 다시 기나긴 침묵 후에 내뱉듯이 말했다.

     

     "3년이다. 그동안은 기다려주마. 하지만,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는 건 허락 못한다."

     "예, 감사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그러자, 그러는 나를 공작이 번뜩이며 노려보다가 다시 내뱉듯이 말했다.

     

     "각오해둬라.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혹한 전장에 보내버릴 테니까."
     "......원하던 바입니다. 뭣하면 저 혼자서 적의 본거지에 뛰어들겠습니다."
     "좋다."

     나는 그렇게 호언장담을 한 뒤, 공작저를 나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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