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56화 마을사람A는 엘프의 여름 축제에 참가한다 (후편)
    2022년 06월 24일 17시 43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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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60243150

     

     

     

     우리들이 도망친 곳에는 과일을 손에 든 엘프들이 실실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쪽으로."

     나는 다시 아나의 손을 잡고 도망쳤지만, 역시 그쪽에도 엘프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던 우리는 드디어 벽가에 내몰리고 말았다.

     

     "젠장."

     

     가끔 던지는 과일을 풍마법으로 막거나 손으로 받아내거나 때로는 몸으로 막기도 했지만, 이건 완전히 농락당하는 상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실실 쪼개고 있는 변태가 진심으로 열받는다.

     

     "아렌 씨, 아까웠네요~ 이야~ 뜨거운 장면 잘 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골인을 시킬 수야 없지."
     "맞아. 우리들은 여친이 없는데!"

     

     이제는 단순한 질투에서 오는 말로만 들리지만, 여기선 아나를 지키는 것만을 생각하자.

     

     하지만 물건을 부수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는 이상, [연금]을 쓸 수는 없다.

     

     "그럼 아렌 씨도 그 여친은 포기하고 10년 동안 우리랑 함께 솔로가 됩시다."
     "헤헤헤, 꼴 좋~다!"

     

     그렇게 말한 엘프들이 손에 든 대량의 과일을 연이어 던져왔다.

     

     [푸~키득키득]

     

     미소 짓는 변태가 눈앞에서 나를 손가락질하고 있다.

     

     젠장! 이젠 끝인가?

     

     아니, 그렇지 않아! 이렇게 되면 아나만이라도 지켜야 해!

     

     "아나 님, 실례합니다!"

     

     나는 아나를 그대로 가기 가슴에 끌어안고서 웅크린 다음, 내 몸을 방패 삼아 과일의 공격을 받아내었다.

     

     "어, 어이! 아렌?"

     "이렇게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버티면 아나 님을 지킬 수 있습니다."
     "아렌!? ......에이, 웃기지 마! 마나여. 만물의 근원인 마나여. 내 명에 따라 얼음이 되어 그 모습을 이루어라. 빙관."

     아나가 빙마법을 발동하자, 우리를 감싸는 얼음의 관짝이 형성되었다.

     

     당연하지만, 얼음이라서 정말 차갑다.

     

     "뭐가 시간이 될 때까지 버틴다는 말인가. 그러다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의미가 없단 말이다!"

     "하지만......아나 님......"

     "아나로 불러. 이 마을에서는 인간의 세계의 신분은 관계없다고 여왕 폐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그, 뭐냐. 이 마을에 있는 동안만은......"

     

     처음에는 잘 말하던 아나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질 것처럼 작아졌고, 그에 비례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화내던 표정이 점점 부끄러운 표정으로 변해갔다.

     

     "아나 님......아니 아나, 그건......"

     "......그래."

     

     얼음의 관짝 속에서, 우리들은 바깥에서 엘프와 정령들이 바라보는 것도 잊은 채 마주 보았다.

     

     그리고.

     

     똑똑

     

     빙관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서, 우리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투명한 얼음의 바깥에서 곤란한 표정의 여왕이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주변의 엘프들도 이제 과일을 들고 있지 않았다.

     

     "앗. 저, 저기, 아나......"

     "아, 아렌. 그래."

     아나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면서 빙관의 마법을 풀었다.

     

     그 순간, 근처에 있던 셰릴라루라 씨가 과일을 던졌다. 하지만 나는 그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몸을 비틀어 아나를 감싸면서 그 과일을 얼굴로 받아낸다. 얼굴에 뭔지 모를 붉은 과즙이 달라붙어서, 달달한 향기와 더불어 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종료를 고하는 징소리가 들려왔다.

     

     "셰릴라루라 씨?'

     "흐응.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다니 대단하네."
     "아렌......저기, 미안하다. 내가 방심한 탓에."

     "아뇨. 저야말로. 하지만 제대로 지킬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나는 웃으면서 말해줬다.

     

     "고마워, 나의 기사님."

     

    ****

     

     나는 일어서서 화관에 입맞춤을 한 뒤, 그걸 아나한테 씌웠다.

     

     "괜찮으십니까?"

     "끈질겨. 너도 남자라면 각오를 다져라."
     "예."

     

     아나는 눈을 감고서 조금 위를 향하고는 입술을 내밀었다. 그 분홍색의 귀여운 입술에, 나는 부드럽게 입맞춤을 해줬다.

     

     그대로 입술을 빨면서 혀를 밀어 넣어 아나의 치열을 부드럽게 노크했다. 그런 나에게 아나도 조금씩 혀를 휘감아줬다.

     

     우리들의 퍼스트 키스는, 정말 단내가 나지만 잘 모르는 과일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우리들한테, 정령들은 빛의 세례를 해주고 있다.

     

     그러고 나서 나와 아나의 입술은 아쉽지만 떨어졌고, 아나가 상기되고 약간 멍해진 얼굴로 나를 올려보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나는 눈을 부릅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이 빛은?"

     "정령의 축복이라고 하던데요."

     "이것이......"

     

     아나는 그 환상적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 그 변태가 다가왔다.

     

     "엘리자베타와 게르하르트의 딸, 아나스타샤."

     뭐라고!? 이 녀석이 제대로 된 어조로 말하다니!

     

     "당신은?"
     "나는 빛의 정령 로, 그리고 무아의 대현자 로린가스에 해당하는 자입니다."

     ......무아......라고......!?

     

     그 변태 성욕을 농축시킨 듯한 이 녀석이!? 거기다 그런 부끄러운 말을 스스로 말하는 거냐!?

     

     "로린가스 님? 아아, 로린가스 님!"

     

     아나가 어째서 그렇게 감동하는지 의문으로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변태는 엘리자베타 씨의 마법 선생이었으니까.

     

     하아.

     

     "아나스타샤, 당신의 각오와 사랑, 제대로 지켜봤습니다. 당신에게 저의 성스러운 축복을 선물해드리지요."

     변태는 변태답지 않은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는 아나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아나의 몸은 부드럽고 따스한 빛에 휘감겼다.

     

     지금의 나는 이 광경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겠지.

     

     "당신이 그 사랑을 잃지 않는 한, 빛의 정령 로와 로린가스의 영혼은 항상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 아나스타샤, 아렌을 잘 부탁합니다."

     "아아, 로 님. 로린가스 님. 네! 네! 감사해요!"

     

     너무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흥분하는 아나의 주위를 정령들이 마치 축복하는 것처럼 날아다니자, 주위에 반짝거리는 환상적인 빛이 춤을 추었다.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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