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4화 마을사람A는 악역영애를 말린다
    2022년 06월 21일 16시 41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41933040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라고 한다면 문화제 시즌이다. 이런 세계에 어째서 문화제가 있냐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야 일본의 여성향 게임이니까. 이 학교에도 문화제라는 것이 제대로 존재한다.

     

     참고로 이 문화제, 무엇을 할지는 상식 범위 안이라면 뭘 해도 괜찮고, 성적에는 전혀 관계없는 모양이다. 다만,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던 다음이다. 역시 아나스타샤도 나한테 부탁할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혼자서 오크 고기의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을 열기로 결정하고서 신고를 마쳤다.

     

     나는 모험가이니, 오크를 한 마리 사냥해서 해체쇼라도 보여주면 재미있어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아나스타샤가 말을 걸었다.

     

     "어이, 아렌."
     "예, 무슨 일입니까?"
     "너는 문화제에서 뭘 할지 결정했나? 정해지지 않았다면 다시 전하를 도와줄 수 없을까?"

     

     우와, 실화냐. 그 이후로 거의 대화도 안 했으니 이제 부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의외였다.

     

     "죄송합니다. 사실은 이미 오크 꼬치구이 노점을 열겠다는 신청을 내버렸습니다."

     ".......그랬던가. 그럼 기대하지. 힘내라."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평소에는 얼어붙은 그 표정이 약간 풀 죽은 것처럼 보여서 왠지 죄책감이 장난 아니다.

     

     "아, 하지만 정말 필요하시다면."
     "아니, 괜찮다. 모처럼이니 먹으러 가보도록 하지."
     "예, 고맙습니다."

     아나스타샤는 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떠나갔다.

     

     아니, 하지만 에이미도 수상하고, 역시 지켜볼 만큼 지켜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을 고친 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행동하기로 했다.

     

    ****

     

     오늘은 문화제 3일차로, 나는 아나스타샤의 그룹의 작업실에 잠입해 있다.

     

     아무래도 왕태자 일행은 이 나라의 서민 문화에 대해 전시하기로 한 모양이다. 다시 말해, 에이미가 활약할 수 있는 잘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게임대로 그룹으로 전시를 제작하고 있는 왕태자 일행이었는데, 아무리 보아도 아나스타샤만 붕 떠 있다. 공략대상자가 완전히 에이미로 결정되었고, 아나스타샤한테는 발언권을 주지 않고 잔심부름을 시키는 구도가 되어있다.

     

     아무리 정치적인 이유로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고는 해도, 나였다면 정신병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공략대상자가 없고 에이미와 아나스타샤 둘만 남게 되면, 에이미는 가끔씩 빈정거리는 말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가 [은밀]로 기척을 지우고 보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또다시 빈정대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샤님~ 아직도 있었나요~?"

     "......"

     "그런 식으로 귀염성이 없으니까~ 카르 님도~ 정나미가 떨어진 거 아니겠어요~?"

     "......우리의 약혼은 그런 게 아니다. 나라를 위해서 한 것이다."

     

     감시해서 다행이다. 아무래도 예상 밖의 장소에서 이벤트가 시작된 모양이다.

     

     "네에~? 하지만 그러면 카르 님이~ 불쌍하잖아요~? 카를 님도~ 국민도~ 분명~ 좀 더~ 귀염성이 있는 왕비님이~ 좋다고 생각하겠죠~?"

     

     그걸 듣고 이 방의 공기가 싸늘해진 것이 느껴진다. 공기가 싸늘해졌다고 해도, 분위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기온이 내려갔다는 말이다.

     

     그 증거로 아나스타샤의 주위에서 냉기가 감돌고 있다.

     

     "어라~? 왜 그런가요~? 그럼 안 된다고요~ 자~ 미래의 왕비님은~ 미소라고요~ 미, 소."

     그렇게 말하며 아나스타샤를 놀리는 것처럼, 에이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양손의 검지손가락으로 좌우의 볼을 갖다 대고 있다.

     

     "에이미, 그대는 날 모독하는 건가?"
     "어머머~ 아나스타샤 님 무서워요~"

     

     이건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욱할 정도였다. 호통을 치지 않은 아나스타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대화는 좀더 화기애애했을 텐데. 이런 심한 대화는 없었을 것이다.

     

     틀림없다. 이 녀석은 아나스타샤를 화나게 만들어서 손을 쓰게 하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영상을 찍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나는 그대로 감시를 이어나갔다.

     

     아나스타샤는 크게 한숨을 짓더니, 몇번째일지 모를 설교를 시작했다.

     

     "잘 들어. 이 나라에는 신분제도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 해도 거스를 수는 없어. 예의를 지켜라."

     

     하지만 개의치 않고 에이미가 반박한다.

     

     "그런거 이상해요~ 왜냐면~ 아나스타샤 님도~ 저도~ 같은 사람이잖아요~ 신의 앞에서는 모두 평등해요~"

     "그건 신의 앞에서의 이야기다. 나는 예절을 지키라고 말했을 뿐이다. 도대체 너는 뭐냐. 약혼녀가 있는 남자들한테 달라붙어서는. 주위에 오해를 살만한 짓은 하지 마라!"

     

     아나스타샤의 자제심이 다 되었는지, 점점 소리가 높아진다.

     

     "어이, 아나스타샤. 대체 뭘 하고 있지? 둘이서 준비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 나는 싸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넌 평소부터 이래라저래라 하고 잘난 듯이 말하는 주제에 그런 짓도 못하는 거냐?"

     "전하! 그건 이 여자가!"

     "카르 님~ 저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지만~ 아나스타샤 님이 저를 실례된다면서."
     "어이!"

     

     에이미의 설명에 아나스타샤는 소리를 내었지만, 왕태자가 아나스타샤한테 일갈한다.

     

     "닥쳐! 그 입 지금 바로 다물라! 명령이다!"

     "큭."
     "나와 너의 관계는 바깥 이야기다. 학교에까지 쓸데없는 관계를 들고 오지 마."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나스타샤는 표정을 굳히면서 담담히 작업을 재개했다.

     

    ****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공략대상자들은 에이미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아나스타샤는 얼어붙은 표정 그대로 당분간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일단락이 났는지 짐을 정리하고서 방을 나갔다.

     

     나는 그 뒤를 몰래 쫓아갔다.

     

     그리고 잠시 복도를 걸어가자, 에이미가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가 그 앞을 지나치려 하자, 도발하는 것처럼 싱긋 미소 짓더니 내뱉는다.

     

     "비참하네? 약혼자를 빼앗긴 기분은 어때?"

     그 말을 들은 아나스타샤는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엣~취!"

     

     나는 그 순간 은폐를 풀고는 있는 힘껏 재채기를 했다.

     

     놀란 아나스타샤는 치켜든 오른손을 휘두르지 않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어라? 아나스타샤 님? 그리고 에이미 님도? 아, 혹시 대화 중이었습니까? 시, 실례했습니다!"

     

     나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하고서, 당황한 느낌으로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오스카 상을 따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완벽한 연기로 아나스타샤의 행동을 막은 나는, 그늘에 들어가 시야에서 벗어난 다음 다시 [은밀]을 발동해서 몰래 돌아와 감시를 재개했다.

     

     "네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기억해 둬라. 전하는 이 나라의 왕이 되실 분이다. 왕족의, 그리고 귀족이 해야 할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너는 전하께 어울리지 않아. 전하께 다가가지 마라."

     아나스타샤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에이미의 따귀를 치지 않은 채 떠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에이미는 분하다는 듯 그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다.

     

     "어떻게 된 거람? 그 아렌이라는 녀석, 엑스트라 모드에서도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에이미도 떠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왕태자 일행이 에이미를 뒤쫓아서 내 앞을 지나치는 것이었다.

     

     엑스트라 모드라니 뭘까? 내가 플레이하지 않은 모드가 있었다는 뜻일까?

     

     그런 정보는 위키에도 없었는데......

     

     내용은 꽤 다르지만, 이것이 내가 말리려고 했던 이벤트다.

     

     게임에서는 분노한 아나스타샤가 에이미의 얼굴에 싸대기를 날리자, 놀라버린 에이미는 주저앉아서 울어버린다. 그리고 그때 왕태자와 해당 루트의 공략대상자가 나타나서는 아나스타샤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게 되고, 아나스타샤와 왕태자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다.

     

     뭐 이미 깨진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타인의 모습이 완전히 안 보이게 되자 은폐를 해제했다.

     

     그리고 이번 일에서 확실히 알게 된 점이 하나 있다. 역시 에이미는 나와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확정이라고 해도 좋겠지.

     

     다시 말해, 그 게임을 했던 여자가 에이미로 전생해서 역할렘 루트를 목표로 공략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자로서는 확실히 미남들을 데리고 다니는 꿈과 같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일 미소녀 게임의 주인공으로 전생했다면, 어쩌면 할렘 루트를 목표로 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

     

     에이미가 공략을 진행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이 왕도의 괴멸이다.

     

     이곳은 게임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로 어머니가, 스승이, 모험가 선배들이, 모니카 씨가, 그리고 신세 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좋아. 철저하게 해 주마."

     

     나는 그렇게 결의를 새로이 하는 것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