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3화 마을사람A는 악역영애와 보고서를 만든다
    2022년 06월 21일 15시 42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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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kakuyomu.jp/works/16816452218841045726/episodes/16816452218841922140

     

     

     

     길고도 짧은 듯한 여름방학이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그 후 나는 보고서를 만들러 동분서주했던 덕분에 매우 시간을 잡아먹고 말아서, 결국 엘프의 마을이나 바람의 산의 미궁에도 갈 수 없었다.

     

     그러는 것도, 아나스타샤의 정열이 장난아니었기 때문이다.

     

     음, 어디서부터 말할까.

     

     역시 먼저 조사를 끝낸 다음 날부터겠지.

     

     이튿날, 나는 아나스타샤한테 불려서 교문의 앞으로 가서는 그대로 램즐릿 가문의 문장이 들어간 호화로운 마차에 타게 되었다.

     

     "잘 와줬다. 그리고 어제는 안내해줘서 고맙다."

     "아납니다."

     "자, 보고서 만드는 일 말인데."
     "예."
     "먼저 미궁의 전문가, 역사의 전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미궁을 연구하는 전문가한테 연락을 취했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들으러 가자."

     "예? 자유연구인데 그렇게까지 합니까?"

     나는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그런가, 아렌은 평민이라서 이런 부분에는 둔했었군. 잘 들어라. 이 보고서는 왕태자 전하, 클로드 왕자,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우리나라의 상위귀족의 후계자들의 보고서가 되는 것이다."

     

     음~ 장래가 촉망된다는 것은 그냥 부모의 후광 때문이지 실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어중간한 내용과 잘못된 내용을 제출해서 언제 약점을 잡힐지 알 수 없다."

     "예..."

     "그래서 제대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잘 이해한 다음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대로 아나스타샤를 따라서 나는 각 방면의 전문가들한테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각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왕궁도서관에 처박혀서 문헌의 조사를 했다. 거기다 그 내용을 아나스타샤와 둘이서 의논하고 추려서 그걸 제대로 된 학술논문의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전문가한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은 다음에야 보고서로서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만든 보고서를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날에 왕태자 일행한테 보여주게 되었다. 참고로 주필은 왕태자라고 되어있다.

     

     뭐, 신분의 차이가 있으니 이건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우리들이 이 정도나 했는데도 불구하고 왕태자의 말은 꽤나 매정한 것이었다.

     

     "길어. 내가 바로 알아듣게 3분 이내로 설명해. 나는 바쁘다."

     

     아, 응. 네가 나의 상사라면 이해해. 논문을 하나 읽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말이지. 너, 나랑 같은 학생이라고? 그 나이부터 그딴 말을 해도 괜찮냐고?

     

     그렇게 말하며 화내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불경죄로 감옥에 들어가 버리겠지.

     

     나는 분노를 꾹 참고는, 되도록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렇게 요점을 모두 설명하자, 왕태자는 "수고했다." 라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떠나가고 말았다.

     

     그 뒷모습을 보고 소리치지 않았던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하는 저런 분이다. 미안하지만 참아라."

     

     아나스타샤가 포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그 표정에는 게임에서 보았던 왕태자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단순한 정략결혼의 장기말로서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 포기한 소녀.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고서 말인데, 당연하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역시나 왕태자 전하, 클로드 왕자라고 한다. 일단 아나스타샤도 칭찬의 대상은 되었지만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다.

     

     어떤 식으로 소문이 돌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왕태자한테 편승해서 이름만 넣은 쓰레기로 취급되고 있다.

     

     뭐, 하지만 이런 생활도 앞으로 반년이다. 반년만 참고 결투에서 왕태자 놈들을 패준다면, 나는 퇴학하게 될 것이다.

     

     그대로 처형당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만, 아나스타샤와는 나름대로 좋은 관계를 쌓았다고 생각하니 최악의 경우 나와 어머니를 도망치게 해 줄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면서, 나는 이 거지같은 학교생활을 버틸 결의를 새로이 다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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