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3 마리 누나와 사슬의 청년
    2022년 06월 13일 19시 03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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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104/

     

     

     

     어디를 어떻게 걸어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사이엔가 일본의 식자재를 다룬다는 가게의 앞에 서 있었다.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지만, [이 이상 생각해서는 안 돼]라고 내 안의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어쨌든, 최초의 목적이었던 가게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가게의 안으로 들어서자, 어둑어둑한 가게 안에는 비녀, 칠기, 옷감 등이 제각각 장식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레 나열되어 있어서 멋지게 일본풍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서오십시오. 뭔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가게 안에서 나타난 자는 갈색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저씨인데, 중동에서 쓰는 간두라라고 하는 흰 로브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간두라

     

     "이것들은 먼 야마토의 나라에서 만든 것인데, 저희들 해도 리베르타의 상회에서 엄선한 상품 뿐입니다."

     "확실히 대단하네요."

     

     실제로도, 여기 있는 것들은 관람비를 받아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전부 품질이 좋아 보인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금액이 되겠지만, 내 목적은 따로 있다.

     

     "하지만 오늘은 식자재를 찾으러 왔어요. 간장이나 된장은 있나요?"

     

     "있고 말고요. 다른 상품에 냄새가 배면 곤란해서 가게 안에 놔두었습니다. 안내해드리죠."

     안내된 곳은 가게의 안쪽이라기보다 별채에 있는 창고 같은 장소였다.

     

     문을 열자, 조미료와 발효식품이 내는 독특한 냄새가 확 풍겨온다.

     

     먼 나라에서 수입한 탓인지 금액을 상당한 액수였지만, 식당과 거래게시판에서 번 이익으로 충분히 낼 수 있다.

     

     "많은 구매, 감사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지정한 장소까지 운반해드리죠. 어이!"

     

     아저씨가 뒤를 향해 외치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나타난 자는, 마로 된 통짜 옷을 입은 한 청년.

     

     외모로 보면, 나이는 20세 전후일까.

     

     아저씨와 다르게 피부색은 나와 다름없지만, 큰 차이가 하나.

     

     그것은 그의 양발에 묶인 족쇄와, 그걸 연결하는 무거운 사슬.

     

     사슬을 구성하는 철의 고리는 두터워서, 결코 좋아서 찬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저기, 그는 누구인가요?"

     

     "마도 제노아에서 사 온 노예입니다."

     

     "노예......"

     

     "힘은 있으니, 마음껏 써주십시오. 어이, 여기에 쌓인 물건들을 조심히 날라야 한다."

     

     "......알겠습니다, 나으리."

     

     가게에서 일하는 탓인지 입은 옷은 간소하지만 머리카락과 수염이 제멋대로 나있지 않고 냄새도 심하지 않다.

     

     다만, 그의 눈동자에는 살겠다는 의지가 희미해 보인다.

     

     단지 들은 바를 해내며, 아무런 희망도 비치지 않은 그 눈동자.

     

     어째서일까, 그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매우 가슴이 아프다.

     

     "마리아!?"

     

     무심코 심장 부근을 누르자고 있자, 길스가 걱정되는 듯 몸을 굽혀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같은 높이로 바라보고 있는, 길스의 황색과 녹색 오드아이.

     

     그 눈동자에 비친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가슴이 아픈 이유를 이해했다.

     

     그것은 역사수업으로 배운, 그런 제도 하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긴 잠에서 깨어나 Mebius라는 세계를 알기 전까지의 내 눈동자와 그의 눈동자가 비슷했으니까.

     

     나는 그에게서, 나의 과거를 보았던 것이다......

     

     길스의 어깨를 붙잡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안, 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나의 지시를 기다렸다.

     

     "고마워 길스."

     

     나는 길스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제안을 아저씨한테 했다.

     

     "많이 사긴 했지만, 사실 그 외에도 들르고 싶은 가게가 있어요. 괜찮다면 그한테 거기서 산 몫도 옮기게 할 수 없을까요?"

     

     "그러믄요, 마음껏 써주십시오. 어이, 부디 실례가 없도록 해라."

     

     아저씨가 그리 말하자, 그는 말없이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럼 거기 있는 된장이 들어간 항아리를 하나만 들고 따라오세요."

     들은 대로 움직이는 그를 시야 한 구석에 담아두면서, 나는 가게를 나와 인적이 적은 길을 골라서 평소보다 천천히 걸었다.

     

     돌바닥에 부딪히는 쇠사슬 소리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건 막았다고 생각한다.

     

     가게를 나와 5분 정도 걸어서, 작은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이라 해도 공원처럼 풀과 나무가 나 있는 것이 아닌, 여러 길이 겹쳐진 결과 자연스레 조금 트인 장소가 생긴 듯한 장소였다.

     

     시간대가 좋았는지 광장에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지만, 그래도 두 발목이 쇠사슬로 묶인 그의 모습은 매우 눈에 띄었다.

     

     향하는 시선은 모멸이라기보다, 기묘한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려나.

     

     하지만 나 혼자서는 걸을 수 없는 나는 안다.

     

     그 시선을 받는 쪽은 어느 쪽이나 똑같이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나는 광장 구석에 그를 앉게 하고는, 길스한테 어떤 부탁을 했다.

     

     솔직히 싫어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미안, 이상한 부탁 해서."

     

     "마리아의 부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령 서커스를 하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나는 [마은의 실]을 길스한테 건네주고는, 스킬을 [모이라의 가호사]에서 [전조]와 [꼭두각시 시종]으로 바꾸었다.

     

     가볍게 실의 상태를 확인한 길스는, 나를 향해 한번 끄덕이더니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우리한테서 충분히 떨어졌음을 확인하자, 양손에서 [마은의 실]을 꺼내서 [실 조종]으로 새를 그리더니 연이어 날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은색 새들에 놀라는 목소리가 들리며, 길스한테 주목이 모인다.

     

     내가 길스한테 부탁한 것은, 내 직업이기도 한 광대를 연기해달라는 것.

     

     덕분에 모든 시선은 길스에게 향했고, 나는 안심하고서 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태가 안 좋은 쪽은 족쇄가 채워진 발목이었으며, 다치고 아무는 일이 반복된 탓인지 아직도 액체 같은 것이 배어 나오고 있다.

     

     나는 꺼내 든 포션을 내밀었지만, 그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손에 들려하지 않았다.

     

     "마셔요. 상처가 나을 테니까요."

     

     그의 손에 직접 포션을 쥐어주고서 나는 조금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마, 지금의 그에게는 이 정도가 아니면 통하지 않을 거야.

     

     내 말을 명령으로 알아들었는지, 그는 그대로 포션을 마셨다.

     

     그러자 곧장 발목의 상처가 나았고, 처음으로 그의 눈동자에 감저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당혹감일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반응이 있다는 점.

     

     "저는 마리아. 괜찮다면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실래요?"

     

     물어보니, 조금 뜸을 들인 후에 그가 대답해줬다.

     

     "............요슈아."

     

     그렇게 가르쳐 준 그는, 그 후에도 되풀이해서 "요슈아, 요슈아." 라고 중얼거렸다.

     

     마치 떠올린 이름을 잊지 않도록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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