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0 마리 누나와 여제의 의도 (전편)
    2022년 06월 11일 23시 05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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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91/

     

     

     

     '눈물의 호수'로 돌아가자, 호숫물은 전부 얼어붙고 여러 얼음 기둥이 생겨난 별천지로 변모해 있었다.

     

     "추, 추워!"

     

     너무 기온이 낮아서 몸을 떨고 있자, 내 어깨에 뭔가가 걸쳐졌다.

     

     그것은 원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찢긴, 검은 베스트.

     

     "입고 있어. 나는 인형이라 추위를 느끼지 않아."

     

     베스트와 마찬가지로 찢긴 회색 셔츠를 드러내면서, 길스가 말했다.

     

     나는 답례로, 길스의 왼손을 잡아주었다.

     

     길스가 놀라서는 나를 바라본다.

     

     내가 만지면 더 추울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런 일은 상관없는걸.

     

     "길스는 인형이 아냐. 내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 증거로, 내 마음은 조금 전부터 계속 따스하다.

     

     온기를 되돌려주려는 것처럼 내가 강하게 손을 움켜쥐자, 이윽고 체념한 것처럼, 길스도 내 손을 잡아주었다.

     

     "무사했는가...... 라고는 말할 수 없어 보이는군. 무슨 일이 있었나?"

     

     얼어붙은 돌무대 위를 신중하게 걸어오는 자는, 왕이었다.

     

     그 모습은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다름없었다.

     

     다행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제대로 약속을 지켜줬구나.

     

     그리고 왕의 질문을 받은 나는, 어디까지 이야기할까 잠깐 고민했지만 결국 전부 전하기로 했다.

     

     "......그런가. 짐이 부덕하여 자네를 불행하게 만들었군. 사과로 끝날 이야기는 아니지만, 짐으로서는 이 이외의 말이 떠오르지 않아. 미안하다."

     

     한쪽 무릎을 꿇은 왕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왕한테 책임이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 안 해.

     

     그런데도 이 청년처럼 젊은 임금님은, 자기 탓이라고 느끼고 마는구나......

     

     "마, 마리아!?"

     

     나는 무의식적으로,왕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서둘러 몸을 떼어내려 하지만,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요.

     

     좋은 기회이니, 다시 임금님한테 알려줘야겠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혼자서 전부 짊어지지 마세요. 이번 일은 제게도 원인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리아, 자네는 네로와 쿠거를!"

     

     "둘이라면 여기 있어요. 저의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길스의 눈이 되어서 지금도 저를 지켜봐 주고 있어요. 그리고 무슨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새로운 가족으로 돌아올 거라고 약속해 줬으니까요.'

     

     그때의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에, 거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게 알을 맡기거나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라는 말을 전하지 않았겠지.

     

     나는 왕한테서 떨어져서는 검은 알을 꺼내보였다.

     

     "이 안에 둘의 혼이 절반씩 들어있어요."

     

     "알았다. 장비는 자네의 클랜에 있는 그 세 사람이 만들어주겠지. 그렇다면, 필요한 소재를 구입하기 위한 돈은 짐이 내어주마."

     

     "저기, 딱히 임금님이 신경쓰지 않으셔도....."

     

     "그래도 부족하다면, 나라의 돈을 써도 상관없다. 여태까지의 그대의 공적을 생각한다면 반대하는 자가 있을 리가 없지. 만일 있다면, 짐의 백성으로서 합당한"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으니까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왜 나를 놔두고 폭주해버리는 거람.

     

     그러다가 옆에 서 있는 길스를 떠올리고는, 왕에게 소개해주기로 했다.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 길스예요. 정말 강하다구요? 단 혼자서 제국의 모험가들을 물리치고 저를 지켜줬으니까요."

     

     "호오, 그만큼의 모험가들을..... 이전, 바람의 장난으로 이름을 듣지 못했다만, 길스인가. 좋은 이름 아닌가."

     

     처음으로 내가 지은 이름을 칭찬받은 느낌이 든다.

     

     내가 남몰래 감동에 젖어있자, 왕은 일어나서 길스를 올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길스여, 하나 짐과 약속해주지 않겠나. 이후 어떤 일이 있다 해도, 자네는 마리아를 지키는 것만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때 타인을 신경 써서는 아니 되느니라. 설령 그것이, 짐이라 할지라도."

     

     "임금님......"

     

     뒤숭숭한 그 말에 당황하는 나를 제쳐두고, 길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말할 것까지도 없다. 우리들은 마리아를 지킨다. 그것 뿐이다."

     

     황색과 녹색의 오드아이가 된 길스의 눈동자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왕은 잠시 웃었다.

     

     "믿음직한 가족이다. 할 말은 많이 있지만, 먼저 현재 상황을 설명해야겠지."

     

     "그래요. 호수가 얼어붙고 얼음기둥이 생기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도, 먼저 이 상태를 만든 본인한테 이야기를 듣도록 하자."

     

     왕의 안내를 받는 형태로, 여제가 있는 곳을 향해 '눈물의 호수'의 돌무대를 걸어간다.

     

     도중에 얼음 기둥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자, 그 안에 사람이 갇혀있음을 깨달았다.

     

     노란 갑옷을 입고 있는 걸로 보아 공격해온 제국병으로 보이지만, 그 수가 보통이 아니다.

     

     "이건......"

     

     "모반을 꾀한 병사들이다. 빌헤르미나의 에피소드를 수상쩍다고 생각하며 얕본 거겠지. 딱하기도 하지. 아직 가사상태이긴 하지만, 죽을 때까지 시간은 그리 남지 않았을 게다."

     

     "에피소드?"

     

     "실력주의인 제국에서 빌헤르미나가 여제가 된 것은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시, 국난급의 몬스터를 정벌했기 때문인데......"

     

     말을 흐린 왕이 입에 담은 것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이야기였다.

     

     "몬스터를 정벌했을 때,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빌헤르미나 단 한 명. 정벌하러 간 병사들은 모두 죽었다고 전해지더군.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빌헤르미나는 결코 말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을 보고 납득했다.'

     

     왕은 한 차례 한숨을 쉬고 나서 이어 말했다.

     

     "빌헤르미나는 강하다. 너무 강하다고 말해도 좋아. 무력이라는 하나만 놓고 보면, 이 대륙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자는 없겠지. 그래서 생각한 거다. 몬스터를 정벌할 때, 그 강함은 아군한테까지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 아니었을까. 어디까지나 짐의 상상이지만.'

     

     "그렇게 강한 사람한테, 이 사람들은 어째서 맞서려는 생각을 했을까요?"

     

     "빌헤르미나가 여제가 된 뒤부터 그 힘을 쓸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강자일수록 그 행동거지에서 강함ㅇ르 추측할 수 있는 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미숙한 자들이 군 내부에서 불만을 품은 거겠지. 그리고 그걸 선도한 자가."

     

     "본제의 동생, 네이거 폰 레기오스. 그리고 동생을 부추긴 자가 메피스토펠레스. 그리고 이걸 기회로 모험가를 포함한 국내의 불순분자를 처리할 것을 내게 제안한 자 또한, 메피스토펠레스다."

     

     가장 거대한 얼음기둥의 앞에서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왕의 말을 가로챈 자는, 여제 빌헤르미나 폰 레기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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