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2 마리 누나와 그녀의 소망
    2022년 06월 12일 10시 34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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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93/

     

     

     

     동굴에서 나와서 왕도로 돌아가자, 레기오스의 싸움으로 모두 지쳤기 때문에 그날은 일단 로그아웃하고 훗날 다시 소소한 위로회를 열기로 했다.

     

     

     

     "후우......"

     시각은 심야. 침대 위에서 블라인드 서클릿을 벗고, 눈을 감은 채로 한숨을 쉬었다.

     

     평소라면 신경도 안쓸 한숨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린다.

     

     그것은 시각을 차단해서 감각이 날카로워진 때문이 아니고, 감정이 아직 진정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네로와 쿠거를, 두 가족을 잃었으니까.

     

     둘의 존재가 그만큼 내 안에서 컸다는 증거.

     

     눈을 뜨려고 하자, 눈가 언저리가 당겨서 눈꺼풀이 좀처럼 뜨이지 않는다.

     

     힘을 줘서 눈꺼풀을 들자, 푸석푸석한 가루 같은 것이 떨어졌다.

     

     뭐지 하고서 손끝으로 만져보니, 눈가에서 관자놀이에 걸쳐 약간 까칠한 감촉.

     

     Mebius 안에서 울었을 때, 현실의 나도 울고 있었구나......

     

     거의 2개월 전까지는 밤중에 갑자기 울면서 잠을 깨버린 탓에 동생들을 걱정시켰던 일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가능한 일이 있다.

     

     네로와 쿠거의 마석을 계승한 새로운 가족 길스에다가, 맡겨진 미래의 가족.

     

     둘에게는 내가 필요하고, 내게도 둘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생들은 내가 걱정과 민폐를 끼쳐도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몸과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는 것은 이제 끝내려고 생각한다.

     

     동생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가족도 비웃을 테니까.

     

     그것이 분명 내가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조명을 끄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한층 밝게 빛나는 세 별이 보인다.

     

     "데네브, 베가, 알타일......"

     

     여름의 대삼각형.

     

     이제 곧 7월에 들어가고, 빠른 해에는 장마도 올 무렵.

     

     여태까지 계절을 느낄 여유가 없었지만, 전날 마사토와 함께 산책했을 때도 그렇고, 내 안에서 뭔가가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부터 찾아올 여름을 생각하자,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작열하는 아스팔트의 냄새, 눈부신 햇살, 차가운 라무네의 맛, 그리고......

     

     "언젠가, 바다에 가보고 싶어."

     

     정신차리고 보니, 나는 그런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소망하다니, 언제 이후일까.

     

     너무 옛날이라 잘 기억이 안 난다.

     

     기분 좋은 졸음이 찾아온 것은, 그 후의 일.

     

     잠에 들기 전, 나는 꿈결에 본 느낌이 든다.

     

     네로와 쿠거가, 나를 보며 기뻐하며 미소 짓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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