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89 마리 누나와 연극 끝에 남은 것
    2022년 06월 11일 22시 04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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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5539fz/90/

     

     

     

     레온 일행과의 싸움이 끝난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길스한테 달려갔다.

     

     무릎을 꿇으며 쓰러지려는 길스를 어떻게든 부둥켜안을 수는 있었지만, 그 몸은 심한 몰골이었다.

     

     왼팔은 팔꿈치 밑부분을 잃었고, 배는 크게 구멍이 나 있으며 오른손에 이르러서는 원형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곳저곳 꺾이고 휘어지고 말았다.

     

     너무나 심한 그 상태에, 나는 또다시 가족을 잃는가 하고 두려워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나를, 길스는 가까스로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 손이 '어디에도 가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부둥켜안은 길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남몰래 울었다......

     

     

     

     겨우 진정된 내가 다시 길스를 바라보니, 그 눈동자에 색이 길들었음을 눈치챘다.

     

     그 색은, 내가 여태까지 몇번이나 보아왔던 색이었다.

     

     "그 눈동자는...... 그래, 네로와 쿠거는 거기 있구나?"

     

     "그래. 내 안에서, 여태까지와 다름없이 마리아의 옆에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 렇구나...... 그랬구나....."

     

     안 돼, 그런 말을 들으면 다시 눈물 나잖아.

     

     갑자기, 부둥켜안은 길스의 몸이 뭔가를 경계하는 것처럼 긴장되었다.

     

     길스가 시선을 보내는 쪽, 그곳에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이.

     

     "저 못된 자식."

     

     "안 돼!"

     

     일어서려는 길스를 어떻게든 억누른다.

     

     사실 힘으로는 길스를 이길 수 없겠지만, 내 의사를 우선해준 덕분이겠지.

     

     3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선 메피스토펠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는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말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정말로 말해야 되나 주저하는 것처럼 보여서.....

     

     목소리로 내놓은 것은, 조금 지난 뒤였다.

     

     "어째서, 마리아 님은 이 정도의 일을 당했음에도 증오에 사로잡히지 않습니까? 가족을 잃었다구요? 분노를, 원한을 느꼈을 터! 그것이, 그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이 아닙니까!?"

     

     "마리아를 저런 녀석들과 같이 취급하는 거냐!"

     

     나는 길스의 오른손을 잡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것은 길스도 제대로 들어줬으면 한다.

     

     "저도 슬프고 분해요. 어쩌다 이런 일이 되었을까...... 이유도 아직 모르고, 가족을 빼앗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도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그런 감정에 몸을 맡겨버리면, 제가 길스한테 맡겼던 마음을 제 자신이 배신하게 되니까요."

     

     "마리아......"

     

     길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계속 말했다.

     

     "그런 일은, 가장으로서 모범이 안 돼요. 저, 이래 뵈어도 누나니까요."

     

     "......"

     

     메피스토펠레스가 가만히 듣고 있다.

     

     이윽고 떠벌린 것은, 이 싸움의 배경, 그 일단.

     

     "전모를 전하는 것은 빌헤르미나 폰 레기오스 님의 역할이겠죠. 제가 말씀드릴 것은, 제국의 모험가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사실 그쪽이 더 신경쓰였으니,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엑스트라로 모신, 모험가 사이의 살해를 즐기는 분들이 여기에 오신 것은, 한 마디로 전의 이벤트에서 유명해진 마리아 님을 쓰러트려 명성을 얻기 위함입니다."

     

     PK가 노리고 있으나 주의하라고 들었으니, 이것은 뭐 예상대로라고 해야 좋으려나.

     

     알 수 없던 것은, 묘하게 감정이 보이지 않았던 모험가들의 일과, 레온.

     

     "조연 분들은 주로 공략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략조라는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해서 나라를 바꾸고 재출발하려 했지만, 제국이라는 맹자의 나라에서 실력의 벽에 부딪히자 울적한 마음을 품게 된 분들입니다. 제가 그분들한테 속삭였습니다. 마리아 님을 쓰러트리고, 아레이스 로아 카르디아 님도 쓰러트린다면 다시 빛나는 매일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하고."

     

     "그런 일로......"

     

     "그런 일로 사람이 움직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대부분의 모험가님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법입니다, 마리아 님. 그리고 잘 안 풀리는 분일수록, 매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는 법. 설령 그것이 환상이라고 알고 있어도 매달리지 않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조연 분들이 여기에 도착했다는 사실에서도, 그것은 명백하지요."

     

     그렇게 말해버리면 반론할 수가 없어.

     

     메피스토펠레스가 말하는 약함은, 많든 적든 모두가 갖고 있는 거라 생각해. 물론 나도 포함해서.

     

     "레온 님의 파티에 관해서는,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한 마디로는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다만 레온 님과 미스트 님을 제외한 세 분들이 오게 된 이유, 그것은 의무 때문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그 말에 뭔가를 납득한 기색을 보인 자는 다름 아닌 길스였다.

     

     직접 싸워봤기 때문에 알 수 이는 뭔가가 있는 걸까?

     

     "연극은 끝나고, 주연을 남긴 다른 배우는 물러났습니다. 제가 그렸던 결말과는 달라졌지만, 이렇게나 훌륭히 연기해주신 주역한테는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져야겠지요."

     

     메피스토펠레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길스의 몸이 옅은 화염에 휘감겼다.

     

     그 빛에서는 살의는커녕 오히려 따스함이 느껴졌고, 빛이 사라지자 길스의 상처는 전부 치유되었다.

     

     "길스 님의 건투에 경의를 표해서...... 하나 충고해드리자면, [업보]라는 스킬. 가능한 한 쓰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그 스킬은 이후의 마리아 님의 활약에 따라 더욱 위력이 늘어나겠죠. 이번에는 두 번의 사용에 의한 대미지라서 저도 치유할 수 있었지만, 다음은 모릅니다. 그리고 만일 세 번을 쓰게 된다면, 몸뿐만 아니라 혼에도 상처가 나버릴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나을 수단이 없습니다. 부디, 잊지 마시기를."

     

     그런 위험한 스킬을 사용했다니......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마리아 님의 대가입니다만......"

     말하던 메피스토펠레스의 앞에, 마법진이 나타난다.

     

     거기에서 나타난 것은, 네로와 쿠거의 시체였다.

     

     가슴에 손을 대며 깊게 인사한 메피스토펠레스가, 둘의 시체에서 남아있던 마석을 꺼내들더니 그걸 양손 위에 올리고는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메피스토펠레스의 목소리가 그치자, 두 마석을 휘감는 것처럼 시체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걸 검은 붕대가 뒤덮자 한 아름을 될 법한 검은 알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것은 네로 님과 쿠거 님의 혼이 깃든 물건입니다...... 무기와 방어구를 주면 성장하게 되며, 이윽고 마리아 님의 새로운 힘이 되겠지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검은 알을 건넨 메피스토펠레스의 몸 색깔은, 검정에서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초췌한 느낌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다.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은......"

     

     "마리아 님, 이 이상은 부디 입에 담지 마시길. 하지만 연출가가 아닌 연기자가 되는 것도, 가끔은 좋군요."

     

     그렇게 말한 메피스토펠레스는, 쓸쓸하다는 듯 눈만으로 웃었다.

     

     "이후로도 저는, 마리아 님께 시련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겠지요. 그때는 그냥 적으로 봐주시길.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이다. 마리아의 적한테 자비는 없다!"

     

     "길스!?"

     

     그건 조금만 더, 분위기를 읽고 말하지 그랬니.

     

     "크흐흐...... 역시나 길스 님. 예, 온정도 자비도 필요 없습니다. 그럼, 아쉬운 점도 있지만, 무대의 막도 내릴 무렵. 두 분은 원래 장소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다음은 빌헤르미나 폰 레기오스 님의 입에서 듣게 되겠지요....."

     

     메피스토펠레스가 마지막으로 정중한 인사를 하자, 우리들의 발치에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그 자리에서 전이되었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금 왕과 여제가 있는 '라크스 라크리마', '눈물의 호수'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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